소설리스트

세상에서 가장 비열한 공격, 그리고 기나긴 하루 (127/225)

세상에서 가장 비열한 공격, 그리고 기나긴 하루

워싱턴 Q 스트리트의 니미츠 장군의 아파트는 날은 좀 춥지만 그래도 화창한 일요일 아침을 맞이했고 가족들과 함께 언제나처럼 라디오를 통해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잔잔한 연주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뉴스 속보를 통해서 전해지는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공격 소식을 듣게 됐다.

‘역시, 조지 씨의 정보는 확실하다는 건가? 나를 보고 미래를 준비하라고 했는데, 이제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어젯밤 우연히 전해 들은 일본군의 침략 소식에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니미츠는 전쟁이 정말로 벌어졌다는 사실 앞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니미츠는 전쟁 발발 소식에 바로 옷을 갈아입고 해군부로 출근을 했다.

* * *

루스벨트 대통령의 12월 7일 일요일 일정은 오후, 12시 30분에 잡혀있는 중화민국 시후 대사와의 접견이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일본에 최후의 통첩을 보냈고 만약 일본이 거부한다면 일본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시후 대사에게 말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을 들은 시후 중화민국 대사는 드디어 중화민국을 구원해 줄 동아줄이 내려졌다고 생각하고 기쁜 모습으로 접견을 마치고 떠났다.

“대통령 각하! 큰일이 났습니다. 일본군이 진주만을 공격한 것 같습니다.”

점심을 먹고 취미 생활인 우표를 정리하고 있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해리 홉킨스 보좌관의 보고에 한참 동안 넋을 놓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홉킨스, 일본군의 공격을 받은 곳이 진주만이 확실한가? 진짜 필리핀이 아니고 진주만이 맞아?”

“예, 샌프란시스코에서 전해진 정보입니다.”

“그럼,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군. 빨리 진주만에 연락해서 사실을 확인해보도록 해.”

“예, 각하.”

보좌관 해리 홉킨스가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 대통령 집무실을 나가자 루스벨트 대통령은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일본의 기습공격에 충격을 받은 마음을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대통령 각하! 호놀룰루의 우리 군지역사령관 명의로 일본군의 공습경보가 발령됐습니다. 훈련 상황이 아니고 실제 상황이라는 전파하는 것을 봤을 때 이것은 확실히 일본의 진주만 공격 같습니다.”

그때, 루스벨트 대통령보다 30분 정도 일찍 소식을 접했던 녹스 해군 장관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녹스 장관, 확실히 진주만인가?”

“예, 각하.”

“NO! 이런 미친 JAP 놈들.”

진주만 공습 정보 확인을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해리 홉킨스 보좌관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반응을 보고, 이제는 진짜 일본과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을 확신했다.

“각하….”

“JAP 들이 미쳤어. 미국 영토를 아무런 통보도 없이 공격했어.”

그때부터 편안했던 일요일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고 마치 전쟁터 한복판인 것처럼 백악관 교환대로 루스벨트 대통령을 찾는 전화가 미친 듯이 걸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국무장관과 육군 장관 그리고 전쟁과 관련된 모든 참모들을 서둘러 백악관으로 불러들였다.

“각하. 일본의 진주만 공격 사실을 국민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하겠지. 내가 짧은 브리핑 자료를 줄 테니까 국민들이 혼란스럽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주게.”

하와이의 진주만과는 대략 5시간 30분 정도의 시차가 있는 워싱턴에서는 진주만 공습이 발생하고 1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 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방송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짧은 시간 속에서도 국민에게 전하는 간단한 메모를 언론 담당 비서관에 넘겨주고, 백악관 2층 집무실에서 각료와 참모들이 함께 하는 회의를 주재했다.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했습니다. 이에 대한 군의 전망과 대책이 필요합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리에 함께한 각료들과 참모들에게 일본이 노리는 바와 일본의 진주만 공격에 따른 대책을 물었다.

“각하. 불행한 일이지만 일본 해군이 우리 본토를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그에 대해 대비를 하셔야만 합니다.”

“저도 스팀슨 장관과 같은 생각입니다. 일본은 우리의 예상을 정확히 비껴갔습니다. 그렇다면, 설마 본토를 공격할까 하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바로 본토에 대한 방어도 준비해야 합니다.”

스팀슨 육군 장관과 녹스 해군 장관은 최악의 경우 일본군이 본토를 공격하고 상륙할지도 모른다고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관들의 그 가정은 최악의 경우요? 아니면 그럴 수도 있으니까 대비를 하자는 거요? 본토가 일본군의 공격을 받게 된다면 국민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워지겠소?”

“최악의 경우,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일본군이기 때문에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

“각하.”

두 명의 군 관련 장관들과 대화를 하는 루스벨트 대통령을 헐 국무장관이 조심스럽게 불렀다.

“각하. 일본은 선전포고도 하지 않고 우리 미국을 공격했습니다.”

“선전포고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JAP 들은 정말 더럽고 비열한 족속들이야.”

루스벨트는 선전포고 없이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했다는 것을 이미 알면서 몰랐던 사람처럼 회의 시간에 각료와 참모들에게 일본이라는 나라에 비열함을 주지를 시켰다.

“노무라 기치사브로 일본 대사가 면담을 요청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게 선전포고를 하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제 손에 선전포고가 전해진 것은 진주만이 공격받고 30분이 넘게 지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국무장관은 어떻게 하고 싶다는 겁니까?”

“일단, 파나마 운하와 관련된 국가들을 다독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과의 전쟁에 있어서 파나마 운하는 필수입니다.”

“그래요. 파나마 운하는 필수죠. 그것은 헐 장관이 알아서 하고 또 생각해둔 것은 있습니까?”

“미국 국내의 일본인들에 대한 소개입니다.”

“당장, 적성국 출신의 이민자들을 한곳에 모아서 감시하자는 소리요?”

“예, 일본인은 이제 믿을 수 없습니다.”

“음…. 그건 좀 더 생각해봅시다.”

회의가 진행되는 가운데도 스타크 해군 참모총장으로부터 전해지는 진주만의 피해 소식은 회의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만들었고 일본에 대한 적개심은 더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각하! 지금까지 집계된 진주만의 피해는 인명피해는 전사상자 3,400명, 전함 4척 침몰, 순양함과 구축함 6척 이상 손상, 항공기 300기 이상 손상.”

“이건 도무지 말이 필요 없군. 미국이 독립한 이후로 외국군의 단 한 번의 기습공격으로 역사에 남을 만한 피해를 봤어.”

분노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혼자만의 읊조림에 각료들과 참모들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나는 내일 의회에서 전쟁 선포를 요청할 생각입니다.”

“......”

목소리 톤이 낮아지고 억양의 고저가 사라지면 루스벨트 대통령이 그에 비례한 만큼 화가 났거나 분노했다는 증거였다.

지금, 이 순간이 그랬다.

“여러분들도 그에 맞춰서 일본을 철저하게 응징할 준비를 해주십시오.”

“예, 각하.”

힘겹게 분노를 억누르면서 회의를 주재했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각료들과 참모들을 내보내고 내일 의회에서 있을 전쟁 선포 요청에 대한 연설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저…. 각하.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입니다.”

연설문을 구술하고 있던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해리 홉킨스가 윈스턴 처칠에게서 전화가 왔음을 알려줬다.

“빨리도 알아냈군?”

“각하, 영국의 정보 조직은 우리의 상상 밖으로 실력이 좋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야. 우리도 빨리 영국의 정보 조직을 넘어서야 할 텐데. 만약, 그랬다면 진주만 기습도 미리 알았을 텐데….”

3년 이상 독일과의 전쟁으로부터 영국을 지키고 있는 처칠 수상은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 소식을 듣자 만세를 수없이 외쳤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후에도 전해질 정도로 미국의 참전을 애타게 바라고 있었다.

얼마나 미국의 참전을 원했으면 싱가포르도 일본군의 공격을 같이 받는 상황에서 진주만이 공격당한 소식만 중점적으로 들었다고 했다.

“예, 수상 각하.”

“대통령 각하, 일본의 미친놈들이 진주만을 공격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예, 불행하게도 사실입니다.”

“이런…. 미국에 닥친 불행을 심심하게 애도합니다.”

“괜찮습니다. 언젠가는 이렇게 될 줄 수상께서는 알고 계셨지 않습니까?”

“예상하던 것과 막상 현실이 되는 것은 다르지요. 아무튼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고맙습니다. 수상 각하의 마음은 내가 가슴속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윈스턴 처칠 수상은 하와이의 진주만이 확실히 일본군의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여기서 더 길게 이야기를 해봐야 추한 것이고 이제 시간이 지나면 미국은 자동으로 알아서 전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계산이 밑바탕에 깔려있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루스벨트는 연설문 작성이 끝나자 치료를 받고 다시 저녁 8시 30분에 내각회의를 시작했다.

전쟁과 관련이 없는 부서의 각료들은 아직도 진주만 사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루한 상황설명을 먼저하고 회의가 진행됐다.

“지금 이 내각회의는 1861년 이후로 가장 중요한 회의니까 다들 정신들 차리고 회의에 임해 주기를 바랍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내각의 각료들에게 남북전쟁 이후로 가장 중요한 회의라는 점을 강조하고 회의를 했다.

“우리의 준비는 어떻습니까? 지금 당장 일본을 응징할 만한 전력은 됩니까?”

“만약, 일본군이 하와이나 샌프란시스코에 상륙하면 어떻게 됩니까?”

“일본과 독일은 서로 동맹인데, 우리 미국이 독일과도 전쟁을 시작해야 합니까?”

등등의 많은 질문이 쏟아졌고 전쟁과 관련 있는 장관들은 그에 대한 대답을 차분하게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현재 일본군을 완벽하게 격퇴할 만큼의 충분한 자원은 없습니다. 하지만, 준비는 곧 끝날 겁니다.”

“지금 일본군의 하와이 상륙이나 샌프란시스코 상륙에 대비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유사시에 대비해서 경계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독일과의 전쟁은 현재는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통령 각하, 우리 미국이 아무리 전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뭐라도 해야 합니다.”

“각하, 의회에서 일본에 대한 강력한 응징 결의안을 촉구하시기 바랍니다.”

“각하, 저는 일본에 우리 미국이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보복을 해주시기를 원합니다.”

“각하, 일본을 지도에서 지우시겠다고 해도 저는 각하를 지지합니다.”

장장 세 시간에 걸쳐 진행된 내각회의는 이미 결론이 정해진 회의였다.

싸가지 없는 마름에게 느닷없이 한 대 맞은 주인이 가만히 참고 있으면 그게 주인으로서 체면이 서겠는가?

이로써 일본은 잠자던 사자의 코털을 바리깡으로 밀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신세가 된 것이다.

* * *

행정부의 각료들과 참모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다음날, 의회 연단에 서서 일본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는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Yesterday, December 7, 1941 — a date which will live in infamy —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was suddenly and deliberately attacked by naval and air forces of the Empire of Japan........“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