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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12월 1일, 어전회의에서 전쟁의 개전을 명령하였다 (125/225)

1941년 12월 1일, 어전회의에서 전쟁의 개전을 명령하였다

1941년 7월 말, 일본 육군 제25군은 베트남 남부지역을 나치 독일의 도움으로 무혈 점령했다.

이에 대응해서 미국과 영국 그리고 네덜란드는 일본과 일본인의 자산을 동결하고 일본에 대한 석유 수출을 금지해버렸다.

당시, 일본이 비축하고 있던 석유 재고량은 일 년 정도를 간신히 버틸 수 있는 보유량뿐이었다.

그동안, 독일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승전국의 지위를 얻기 위해서 정신없이 달려왔던 일본은 이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이었다.

원하는 모든 것을 빼앗을 것인가?

아니면, 전부 포기하고 제국의 초창기 시절로 돌아갈 것인가?

진즉, 중국과의 전쟁만 포기했더라면 쉽게 정리됐을 일을 일왕과 내각이 군부를 통제하지 못하고 반발을 막지 못해서 결국 여기까지 끌려온 것이었다.

고노에 후미마로 내각은 대미 협상을 통하여 난국을 타개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대본영에 지시해서 비밀리에 미국과의 전쟁을 서둘러 준비하기 시작했다.

일본 고노에 총리대신은 미국을 상대로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이외의 지역으로는 절대로 진출하지 않을 것이고 필리핀의 독립을 존중하겠다고 설득을 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과 정상적인 무역 관계를 회복시키는 조건으로 중국과 인도차이나에서의 완전한 철수, 독일과 이탈리아와 함께하는 삼국동맹의 탈퇴 등 일본이 절대로 들어줄 수 없는 3가지 조건을 제의했다.

1941년 9월 6일, 일왕 히로히토의 어전회의.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과 직접 만나서 담판을 지으려고 했지만, 미국 측의 거절로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폐하.”

군부의 절대적인 지지와 전쟁을 통해서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는 극우주의자 의원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재집권한 고노에 후미마로 총리대신은 일본 군부가 원하는 외교정책을 추진하다가 미국의 강력한 반발과 경제 제재라는 난관에 부딪히자,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미국이 우리 제국을 이렇게 압박할 것을 총리대신은 몰랐는가?”

“현재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서도 중립적인 위치를 고수하는 미국이 이렇게까지 우리 제국만 전격적이고 치밀하게 궁지로 몰아넣을 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고노에 후미마로 총리대신의 대답은 순전히 거짓말이었다.

미국이나 영국의 반발과 압박은 이미 일본이 중일전쟁을 일으키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그런데도 고노에 후미마로는 어째서 이런 짓을 벌인 걸까?

그것은 일본은 신이 보호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절대 망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망상 때문이었다.

더불어서 일본 군부의 장교들은 군인이 나서면 어떻게 하든지 국가적인 난관을 극복하고 모든 것이 다 잘되리라고 생각들을 했다.

그리고, 진급하고 높은 자리에 앉고 싶은 것이 군인들의 유일한 목표였다.

국가와 국민은 개에게 줘버린 지 이미 오래전 일이었다.

“그렇다면, 총리대신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폐하, 외람된 말씀이지만 10월까지 제국이 제시한 요구 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미국과 영국 그리고 네덜란드와 개전을 할 생각입니다.”

“총리대신은 정말로 개전을 생각하고 있는 건가?”

“예, 폐하.”

히로히토 일왕도 지금까지 전쟁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과연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산이 있을지 그리고 전쟁 준비는 제대로 했는지가 궁금했다.

“고노에 총리대신. 현재, 제국의 석유 보유량이 겨우 일 년 정도의 사용량일 뿐이라고 하던데, 그렇게 부족한 석유 비축량으로도 제국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대책은 있소?”

“폐하, 그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제국의 석유 비축량을 늘리기 위해서 내각은 큰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대략 이년 정도는 버틸 수 있습니다.”

“이년이라고? 겨우 이년?”

“예, 폐하. 이 년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습니다. 이 년 안에 제국이 남방 자원지대를 점령하면 됩니다.”

“어떻게 남방 자원지대를 점령하겠다는 건가? 우리는 지나와 전쟁하는 중에 또 미국과 영국 그리고 네덜란드와 전쟁을 해야 하는 건가?”

“폐하!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미국은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제국해군이 미국의 전의만 꺾어버린다면 그다음부터는 쉽게 협상으로 끝낼 수 있을 겁니다.”

히로히토 일왕이 보기에 고노에 후미마로는 너무 위험했다.

어딘가 한 곳의 나사가 빠진 인간처럼 보였다.

지나와의 전쟁 때문에 제국의 경제는 더 어려워졌고 군부의 힘은 더 막강해졌는데. 이런 상황에서 지나를 반드시 점령하겠다고 더 큰 적들과 전쟁을 하겠단다.

“만약, 미국의 답변이 제국의 뜻에 반하는 내용이면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예, 폐하.”

1941년 10월 16일, 일왕 히로히토의 어전회의.

히로히토 일왕은 고노에 총리대신을 미일 협상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 사직하게 하고 고노에 내각의 육군 대신이었던 도조 히데키 대장을 1941년 10월 18일 새로운 총리대신으로 임명했다.

“전임 고노에 총리대신과 어전회의 나눴던 대화나 결정에 구애받지 말고 제국 내외의 정세를 잘 검토해서 신중하게 대처하라”

일왕 히로히토는 도조 히데키 총리대신에게 전쟁만을 생각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미 일본 군부와 의원들 그리고 대다수 국민까지도 ‘영미 귀축’과의 전쟁을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비참하게 미국에 경제봉쇄를 당해서 무릎을 꿇고 굴복하느니 우리 스스로 난국을 타개해야 합니다.”

“천황 폐하께서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보시길 원하고 있습니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본다고 뭐가 달라집니까? 미국과 영국이 갑자기 제재를 해제하기라도 할 것 같습니까? ‘영미 귀축’들은 우리가 이대로 말라 죽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노에 내각에 육군 대신으로 참여할 때는 앞장서서 ‘영미 귀축’과 전쟁을 하자고 떠들었던 도조 히데키는 막상 상황이 진짜로 전쟁으로 이어져가자 눈에 뻔하게 보이는 패배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육군과 전쟁 주장론자들을 달래면서 외무대신을 도고 시게노리를 임명하고 계속해서 미국과 협상을 하게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도고 시게노리 외무대신님.”

“당신, 누구요?”

미국과의 협상에 매달리느라 지쳐서 잠이 들었던 도고 시게노리는 누군가가 몸을 흔들어서 잠을 깨우자 놀라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워워,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몇 가지 정보를 알려드리기 위해서 찾아왔습니다.”

“넌, 누구냐니까?”

“도고 각하, 내가 누군지 알아서 뭐 하시게요? 소리라도 질러서 붙잡으시게요? 당신은 이미 우리와 협력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도 힘들지 않습니까?”

도조 히데키 내각에 외무대신으로 임명된 도고 시게노리는 일본과 조선 모두를 위해서 함께하자는 설득에 넘어왔다.

그리고, 우리가 넘겨준 정보를 가지고 도쿄에서 암약 중이던 리하르트 조르게를 고발했다.

“저번에 리하르트 조르게 일은 잘하셨습니다. 만약, 도고 각하께서 조금만 늦게 고발했다면 일본군의 중요한 정보가 소련으로 넘어갔을 겁니다.”

리하르트 조르게와 오자키 호츠미를 지금까지 살려줬던 이유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일본이 삼국동맹 조약을 체결하고 관동군을 증원한다는 정보가 소련으로 넘어갈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덕분에 이제 소련 정보부는 도쿄에서 일본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보내주던 리하르트 조르게를 상실하면서 극동군은 절대로 쉽게 모스크바로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

여기까지가 내가 독일을 도와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였다.

“자, 도고 각하, 이번에 전해드릴 정보는 미국과의 협상은 도고 각하가 어떤 짓을 해도 어차피 깨진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너무 깊숙이 관여하지 마십시오.”

“그게 무슨 말이요? 협상을 잘만 하면 전쟁을 막을 수 있지 않겠소?”

“조지 대장에게 전해 듣던 대로 도고 각하는 좀 순진한 면이 있으시군요. 대본영은 협상이 이뤄져도 무조건 전쟁을 벌입니다. 그리고, 미국도 그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미국도 전쟁을 바라고 있다고?”

“예, 영국을 돕기는 도와야 하겠는데 명분이 없어서 지금 일본이 먼저 공격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고 각하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은 이미 이 년 전부터 동원령을 내리고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요?”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동안 베를린과 모스크바에 계셔서 워싱턴의 소식을 잘 모르시죠? 미국은 어서 빨리 일본이 한 대 때려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일본을 끝장을 내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미국이 우리 제국에 그렇게 할 이유가…?”

“마름 따위가 주인 행세를 하려고 하니까 더는 봐줄 생각이 없어진 겁니다. 마름이나 종놈이나 어차피 똑같은 하인 아닙니까? 그동안, 일본이 주제 파악을 제대로 못 한 겁니다.”

백정기가 전해준 말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는지 도고 시게노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눈에 초점을 잡고 다시 백정기를 보면서

“내가 전쟁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요?”

“혹시, ‘당랑거철’이라고 아십니까? 괜히, 전쟁을 막겠다고 앞장서서 나서지 마십시오. 조지 대장님 말씀으로는 당신의 역할은 전쟁을 빨리 끝나게 만들어서 일본인이나 조선인이 덜 죽게 만드는 거라고 했습니다.”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예, 지금부터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함께 세력을 구축하고 하타 슌로쿠 등과 교류를 자주 가지십시오. 그게 제가 도고 각하께 전할 정보였습니다.”

* * *

그나마 대미 협상에 최선을 다하던 도고 시게노리 외무대신마저 손을 놔버리자 대미 협상은 사실상 단절이 돼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불타오르고 있는 일본에 기름을 제대로 부어주는 미국 국무장관 헐의 제안이 다시 도착했다.

“중국과 인도차이나로부터 전면 철수, 중국에서 장제스의 국민당 정권 이외의 정부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겠다, 그리고, 삼국동맹의 탈퇴. 이게 무슨 개 소리입니까?”

“아니, 중국에서 전면적인 철수라면 만주에서 떠나라는 소리가 아닙니까?”

“그러니까 지나에서 장제스 이외에는 아무도 정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 거겠죠.”

“그럼, 이제 우리 제국으로 수출하던 모든 전략 물자 수출을 끊는 답니까?”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렇게 하겠답니다.”

“이건 우리보고 한판 해보자는 소리가 아닙니까? 협상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차라리 삼국동맹을 강화하고 미국과 한판 붙읍시다.”

“아무래도 나도 그게 가장 쉽고 빠른 길 같습니다.”

“우리 대일본제국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이런 소리를 지껄이겠습니까? 만주를 토해내라니…. 그냥, 미국하고 한번 싸워봅시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처럼 그냥 이래 죽을 수 없으니까 한판 붙어 보고라도 죽자는 내각 대신들의 말에 도고 시게노리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1941년 11월 5일,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3시 넘어서까지 진행된 어전회의에서는 미국과의 전쟁을 원하는 육군과 해군의 작전계획을 통과시키고 천황의 재가를 받았다.

1941년 12월 1일 오후, 어전회의에서 미국과의 전쟁의 개전을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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