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준비를 마무리하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F6F 헬캣의 설계는 진주만 공습이 있기 훨씬 이전인 1938년부터 시작했다.
이 무렵, 미 해군은 주력 전투기로 F4F 와일드캣을 승인한 상태였지만 헨리 아놀드 장군의 요청으로 고사양 전투기의 개발이 서둘러서 진행됐다.
그루만 항공사는 향후 진행될 대규모로 징집으로 군대에 들어온 미숙련 조종사들이 조종할 수 있을 정도로 신뢰성이 높고 생존 가능성이 우수하고 또한 무장 탑재량이 많으면서도 생산성 또한 우수한 도그파이팅 전용 기종을 개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미, 일본 해군의 0식 전투기(제로센 전투기)의 스팩을 알고 있는 헨리 아놀드는 어떡하든지 0식 전투기보다는 나은 전투기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래서 나온 F6F 헬캣 전투기는 제로센 전투기와 비교하면 속도에서 80km/h 이상이 빨랐고, 최대 상승고도와 급강하성능, 고속 선회능력, 장갑 두께와 탑재 무장 등 많은 점에서 우월했다.
유일한 단점은 저속 선회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지만, 당시 공중전의 대세는 속도를 중시하는 에너지 파이팅이기 때문에 별다르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내가 민다나오섬 디폴로그 비행장에 도착했을 때, 광복군 항공대의 조종사들은 벌써 고양이들의 간택을 받고 집사가 돼서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F6F 헬캣 전투기가 주기 된 활주로 옆에서는 뭐가 불만인지 입술이 잔뜩 튀어나온 전차대대 장교들과 병사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광복군 전차대대 장교와 병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모르는척하면서 광복군 항공대원들이 있는 활주로를 향해서 걸어갔다.
그러나, 나는 두세 걸음을 옮기다 나를 부르는 화난 목소리에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조지 대장님! 거기, 잠시만요. 할 말이 있습니다.”
‘제길, X 됐네. 뭐라고 변명을 하지?’
가장 선두에 서서 김경천 중령이 다가왔다.
그리고, 김경천은 화를 참는 듯 호흡을 가다듬더니
“흐음, 나한테 분명히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게 뭡니까? 이 전차가 독일군 3호 전차와 뭐가 다릅니까?”
“아니…. 그게…. 나도 이 전차를 보내 줄지는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게 장갑은 더 두껍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M2 스튜어트 경전차와 3호 전차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주포도 37mm로 똑같고, 장갑은 M2 스튜어트 경전차가 3호 전차보다 더 두껍다.
하지만,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전차가 무거우면 방호력이 더 뛰어난 줄 안다는 것이다.
3호 전차가 M2 스튜어트 경전차보다 조금 더 무거웠다.
“둘 다 비슷하니까 뭐 다 좋습니다. 그럼, 조지 대장님은 어떤 전차가 지원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까?”
나?
나는 시대를 앞서가는 M6는 아니어도 M3리 중전차를 보내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미군은 내 예상대로 육군 장비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내 잘못이기도 하다.
내가 해군의 니미츠 장군과 육군 항공대의 아놀드 장군에게만 독일 해군의 유보트와 독일 공군의 bf-109 전투기에 대한 정보를 넘겼기 때문이다.
“이 전차보다 파괴력이 좋은 M3 리 중전차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경전차가 필리핀으로 왔을까요?”
“그건, 아마 미국 육군 측에서는 일본군이 보유한 전차를 상대하는 데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김경천을 비롯한 전차 대대원들 앞에서 미국이 지원한 M2 스튜어트 경전차 때문에 청문회를 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해서 광복군 전차대대원들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내 대답이 끝나자 김경천 중령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눈을 찡긋하면서 나한테 사인을 보내고는 돌아서서 부대원들을 향했다.
“모두 들었나? 이 정도 전차면 일본군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란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대대장님, 일본군은 원래부터 X도 아니었습니다.”
“대장님, 우리 전차가 3호 전차 정도의 스팩은 되니까 일본군을 때려잡는 데는 이걸로도 충분합니다.”
다행히 나와 김경천의 짜고 치는 연극이 통했는지 새로운 전투기를 인수한 항공대를 엄청나게 부러워하던 전차 대대원들의 표정도 펴지기 시작했다.
“조지 대장님, 전쟁이 끝날 때까지도 설마 이 전차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아니죠?”
“아닙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더 나은 전차가 보충될 겁니다. 그게 언제라고는 내가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분명히 교체가 될 테니까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잘 아시다시피 미군에서 육군은 원래 찬밥 대우를 받습니다.”
전차 대대원들에게 새로운 전차의 적응 훈련을 지시한 김경천은 내 옆으로 다가와서 아직도 궁금한 중형 전차 이야기를 물었다.
“그럼, 됐습니다. 사실 이 정도면 지금 당장은 일본군을 상대하는 데는 전혀 지장은 없습니다. 다만, 나는 일본군이 중형 전차를 전선에 보급했을 때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가 있어서 걱정했던 겁니다.”
“김 중령님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일본군이 새로운 전차와 전투기를 만들어 내는 순간 내가 가장 먼저 압니다. 나도 그에 맞춰서 충분히 대비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조지 대장님을 믿겠습니다.”
김경천의 광복군 전차대대는 여러 번에 걸친 전차 기동훈련과 사격 훈련을 하고 M2 스튜어트 경전차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재빨리 수리와 정비를 하기 시작했다.
먼저, 전면에 장갑을 덧댔고 전차마다 무전기를 새로 설치했다.
그리고, 전차전에서 위장을 위한 연막탄도 쏠 수 있게 장치를 새로 달았다.
전차대대가 훈련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만 없었던 박하성의 광복군 항공대는 새로 만난 고양이들과 함께 계속되는 전투 대형 훈련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런 광복군의 훈련 분위기에 젖어 들었는지 필리핀 국방군의 특수 부대원들에 대한 훈련도 덩달아 빡세졌다.
“최선학 중령님, 앞으로 우리 광복군 해군의 모든 구축함은 이곳 디폴로그를 기지로 사용할 겁니다. 혹시, 그에 따른 무슨 문제는 없나요?”
내 생각은 맥아더의 필리핀 주둔 극동군 사령부가 바탄반도에서 후퇴하더라도 광복군은 민다나오섬을 기반으로 필리핀에서 일본군을 끝까지 막아낼 생각이었다.
딱, 1년이었다.
맥아더와 함께 루손섬을 육 개월 이상만 방어할 수만 있다면 그 이후로 민다나오섬에서 남은 반년 정도는 일본군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일본군 십만 명 이상의 병력을 필리핀에서 일 년간만 붙잡아 둔다면 태평양 전쟁은 원래보다 빠르고 간단하게 종결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태평양 중부 사령관인 체스터 니미츠는 내 편이기 때문이다.
나는 맥아더가 생각하는 반격 작전이 아니라 어니스트 킹과 체스터 니미츠의 해군이 주도하는 반격 작전을 지지한다.
지루하게 일본군의 점령지를 하나씩 탈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단번에 일본군의 목을 찌르는 반격. 성공만 한다면 일본의 숨통을 단번에 끊어버릴 것이다.
“저, 조지 대장님, 하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왜 수빅만의 미국 해군기지가 아니라 여깁니까? 여기는 항구로는 그다지 조건도 좋은 곳이 아닌데 말입니다?”
광복군 해군의 구축함대장인 최선학 중령은 시설이나 여건이 훨씬 좋은 수빅만 기지를 놔두고 하필이면 여기를 지키려고 하는지 의문인 것 같았다.
“일단, 수빅만 해군기지는 일본군 스파이들에게 완전히 노출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수빅만에 입항하는 순간 일본 해군도 우리 해군을 대비한 준비를 할 겁니다. 나는 우리 해군이 쓸데없이 죽게 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조지 대장님, 여기도 언젠가는 일본군에 노출이 되지 않겠습니까?”
“여기는 여러분들 방공구축함의 레이다가 있지 않습니까? 일본 해군 정찰기들이 디폴로그 기지 상공에 출현하는 순간 모조리 요격할 생각입니다.”
“음…. 그래서, 기지 밖으로는 일본 해군 잠수함의 접근을 차단하는 그물과 청음선을 깔고 있었던 것이군요?”
“예, 잠수함과 정찰기를 막아내고 이곳에 물자만 충분히 비축한다면 일본군의 공격은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습니다.”
필리핀 전투에 대비하는 광복군 해군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잠수함대는 일차적으로 비행장을 점령하기 위해서 침투하는 일본군 전위 부대의 격퇴였고 이차는 필리핀에 본격적으로 상륙을 시도하는 일본군 수송 선단의 격퇴였다.
그리고, 광복군 해군의 구축함대는 일차적으로는 마닐라만 입구에서 바탄반도를 보호하고 만약 맥아더 사령관이 필리핀에서 후퇴를 결정하면 그때는 민다나오섬 디폴로그 기지를 보호하는 역할이었다.
* * *
민다나오섬 디폴로그 기지에서 광복군 항공대와 전차대가 전쟁에 대비한 훈련에 돌입한 것을 확인하고 마닐라도 돌아온 내 앞에 김원봉이 새로운 작전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해병대는 잠수함대가 이동하는 바람에 휴가가 일찍 끝났습니다. 우리 해병대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합니까?”
김원봉의 해병대를 놔두고 어찌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활용을 해야 할지 아직도 고민이었다.
그래서, 그냥 김원봉이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지를 물어봤다.
“김원봉 중령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우리 해병대의 제일 목표는 본토 상륙작전과 본토 해방입니다.”
“그것 말고, 지금 당장요?”
“글쎄요.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그럼, 한동안 맥아더 사령관과 함께 지내보시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일본군의 스파이들한테 우리의 정체가 노출되지 않겠습니까?”
“노출되라고 그러는 겁니다.”
“예? 아니, 그게 무슨 뜻입니까?”
“김원봉 중령이 일본군 지휘관이라면 조선 출신 불령선들이 가득한 곳으로 조선 출신의 징집병들을 보내겠습니까?”
“아!”
“그것 말고 또 다른 효과가 하나가 더 있지만, 그것은 굳이 김원봉 중령이 알 필요는 없고, 어떻습니까? 맥아더 사령관과 함께 지내보겠습니까?”
“그런 효과가 있다면 함께 지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해병대는 그렇게 결정하겠습니다. 내가 맥아더 사령관에게는 미리 이야기를 해놓겠습니다. 김 중령은 최대한 빨리 부대를 마닐라로 이동해 주십시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가 노리는 또 다른 효과는 반공주의자인 맥아더와 사회주의자 출신인 독립투사 김원봉을 함께 지내게 하면서 둘이 서로를 알게 만들고 싶었다.
맥아더가 생각하는 공산주의자가 우리 독립투사들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만들고 싶었다.
맥아더에게 김원봉이 일반적인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평등이라는 사상을 좀 더 강조한 독립투사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이제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을 전부 끝난 건가? 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하면 내가 준비할 건 모두 다 했군.’
광복군 정보대 소속의 유자명과 백정기를 불러서 일본에서 진행해야 할 새로운 작전을 지시하고 드미트리를 불러서 함께 미국으로 갈 준비를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