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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의 집사가 되다 (123/225)

고양이들의 집사가 되다

독일군은 1941년 6월 22일, 소련을 전격적으로 기습침공을 했다.

5월부터는 대본영으로 독소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신뢰성 높은 정보들이 입수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6월 6일 독일 주재 일본 대사 오시마는 히틀러를 직접 면담하고 독일이 소련을 공격할 것이라고 일본 정부에 보고했다.

히틀러의 입장에서는 일본이 소련을 공격해주든지 아니면 동남아시아나 미국을 공격해주든지 무엇을 해줘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일본이 소련을 공격해준다면 일본과 함께 손쉽게 소련을 분할 점령하면 될 것이고 일본이 미국과 전쟁을 벌여 준다면 미국의 시선이 아시아 태평양에 붙잡혀 있게 된다고 판단했다.

독일로부터 정보를 접수한 일본군 상층부에선 이 기회를 이용하여 숙적인 소련을 칠 것인가?

아니면, 이 기회를 이용해서 무주공산이 된 석유가 있는 자원지대 동남아시아로 나갈 것인가?

즉, 북진과 남진을 놔두고 치열한 격론이 벌어졌다.

대본영의 해군 담당 작전 과장 스즈키 소좌는

“이건 우리 대일본 제국을 위해서 하늘이 도와주신 기회입니다. 독일의 소련 침공으로 우리 제국은 북방의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남쪽으로 남진을 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이시와라 간지의 추종자인 대본영의 육군 담당의 작전부장 오카다 대좌는

“아니야!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우리가 남진을 준비하려면 모든 것을 새롭게 준비해야만 된다. 그러니까 원래 계획대로 독일과 함께 소련을 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유리하다. 지금까지 준비를 해왔던 대로 북방 안정을 위해서 소련을 먼저 제압해야 해. 답은 북진이다.”

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또 다른 대본영의 작전장교는

“여러분! 히틀러가 오판하고 있습니다! 이 전쟁은 앞으로 우리 제국에 커다란 재앙이 될지도 모릅니다. 독일은 소련의 실체를 너무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노몬한에서 어떻게 당했습니까? 지금이라도 독일을 말려야 합니다.”

라고 소리 질렀다.

대본영 작전실은 ‘북진파’와 ‘남진파’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관망파로 갈라져서 갑론을박했지만, 육군과 해군의 대립으로 역시나 결론은 없었다.

대본영 육해군부는 어쩔 수 없이 독소전쟁이란 새로운 상황에 대한 지침을 받기 위해서 일왕과 함께하는 어전회의를 통해서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히로히토 일왕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일단 전쟁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일왕의 의견을 받았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관동군의 병력을 증강하고 사태의 추이를 관찰하기로 했다.

이에 대응해서 소련도 독일이 침공한 상황에서도 일본 관동군을 방어할 극동군의 병력을 증강할 수밖에 없었다.

* * *

도고 시게노리 모스크바 주재 일본 대사는 장철수 사무관의 방문을 받았다.

“대사님.”

“그래. 장 사무관, 무슨 일인가?”

도고 시게노리 대사의 물음에도 장철수는 도고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리고, 말을 하면서 도고 대사의 책상 위의 종이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사님, 날이 찬데. 커피나 홍차를 한 잔 가져다드릴까요?”

‘대사님, 니치하라 마사히토(김종석)가 도쿄에 암약 중인 소련 간첩을 찾았답니다.’

“커피? 생각해보니까 커피가 갑자기 마시고 싶어지는군. 빨리, 한 잔 마실 수 있을까?”

도고 대사도 펜을 들고 말을 하면서 종이 위에 글을 썼다.

‘누구라고 하던가?’

‘독일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리하르트 조르게 라는 놈입니다.’

“혹시, 대사님. 가벼운 간식거리는 필요 없으신가요?”

‘어떻게 할까요? 외무성에 알릴까요? 아니면…?’

‘내가 직접 처리하지.’

‘대사님 급합니다. 우리 정보가 소련에 전해지면 안 됩니다.’

‘알았어. 내가 처리할게.’

“간식은 관두게. 어차피 조금 있으면 식사할 시간이잖나?”

“예, 알겠습니다. 그럼, 커피만 가져다드리겠습니다.”

* * *

“대장님, 도고 시게노리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유자명 선생이나 백정기는 조선인의 피가 흐른다고는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인으로 살아온 도고 시게노리를 믿지 않았다.

그것은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었다.

하지만, 나는 일본의 조기 항복을 이끌어 줄 사람으로 도고 시게노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그를 시험하기 위해서 리하르트 조르게의 정보를 드러낸 것이다.

“일단,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아 있으니까 하루 이틀 정도는 기다려 봅시다. 만약 도고 시게노리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나서면 되니까요.”

“그냥, 우리가 나서면….”

“조지 대장님, 그냥 조르게를 우리가 처리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조금만 기다려 봅시다. 도고 시게노리는 나중에 필요한 사람이어서 그렇습니다.”

그동안 광복군 정보대가 은밀히 보호하고 관리했던 리하르트 조르게의 활용 가치가 이제는 사라졌다.

리하르트 조르게의 용도는 일본 대본영이 갈팡질팡하면서 북진할지 남진을 할지 정하지 못하고 관동군을 보강하고 있다는 정보를 소련으로 넘기는 것까지였다.

일본 대본영 정보가 스탈린에게 도달하게 해서 소련 극동군이 모스크바를 방어하기 위해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까지 딱 거기까지였다.

“그리고, 맥아더 사령관이 대장님을 찾던데 들려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맥아더 사령관이요?”

“예.”

“같은 건물을 쓰니까 이게 참 불편하군요.”

“맥아더 사령관이 요청하고 배려한 거라서 그때는 어쩔 수가 없지 않았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시설이 아무리 좋고 편하다고 해도 뭔가 불편해서….”

다른 광복군들은 민다나오섬 디폴로그 훈련소와 비행장에 있었지만, 광복군 정보대는 마닐라에서 맥아더 극동군 사령관과 한 건물을 쓰고 있었다.

“맥아더 사령관은 조금 이따 만나보면 될 것이고 내가 준비하라고 한 것들은 잘하고 있습니까?”

“청음 공사 말입니까? 아니면, 제주도에 공장 짓는 것 말입니까?”

“둘 다요.”

전쟁이 점점 다가오면서 마닐라만을 방어하기 위한 준비와 일본이라는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 나만의 준비가 제주도에서 진행 중이었다.

“마닐라만 앞바다의 청음 공사는 드미트리가 하고 있고 제주도의 청음 공사와 공장은 지금 제 책임하에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자명 선생께서 제주도 일을 맞고 있었군요? 제주도 해녀분들은 협조를 잘해주고 있습니까?”

“예, 해녀 조합분들이 협조를 너무 잘해줘서 걱정입니다. 너무 깊은 바다는 어선을 이용하겠다고 했는데도 다들 깊은 바다까지 내려가서 청음선을 깔고 있습니다.”

“이런, 그러다 큰일이 납니다. 너무 깊이 들어가다 보면 잠수병이라는 것에 걸릴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제주를 일본군으로부터 해방한다는 말에 힘든지도 모르고 그렇게 일을 도와주시니….”

유자명 선생은 말을 하다가 말고 뭔가 생각이 났는지 나를 보면서

“그런데, 조지 대장님. 제주도에 소독용 알코올 제조 공장을 만드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냉동 창고에 계속 저장하는 것들은 뭡니까? 그거 위험하다고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잖습니까?”

“그건 일본인들에게 나눠줄 선물입니다. 우리 민족을 괴롭힌 대가를 치르게 해줄 선물이요.”

내 말에 유자명 선생과 백정기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나를 쳐다봤다.

내가 일본에 진짜로 선물을 줄 사람도 아니고 과연 일본인들에게 무엇을 줄지 궁금하다는 표정들이었다.

“얼마 전에 독일에서 사람에 치명적인 물질을 개발해 냈습니다. 그 제조 방법을 입수해서 현재 제주도에서 그것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겁니다.”

백정기는 내 말에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기쁨에 들뜬 목소리로

“대장님, 제주도를 해방할 생각이십니까?”

“응.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아직 멀었어.”

“아! 그래서, 제주도에도 청음선을 깔고 계신 거였군요? 나는 그걸 거기에 왜 까나 했습니다. 하하.”

제주도를 언젠가는 해방할 거라는 내 말에 좋아하는 백정기와는 다르게 유자명 선생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유자명 선생, 무슨 걱정 있습니까?”

“그게 그렇게 위험하다면 제주도 주민들에게도 위험한 것은 아닙니까? 만약에 우리 작전대로 제주도를 해방하지 못한다면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까 봐서 그렇습니다.”

“서로 정반대 방향에 공장과 창고를 지어놔서 괜찮습니다. 섞이지만 않으면 위험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위험한 물건이길래 대장님이 일본인들에게 선물로 나눠 주신다고 하시는 겁니까?”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500배나 높고 대충 1㎏만 살포해도 반경 30m 이상 지역을 오염시킬 수 있는 물질이야.”

“예…!”

“조지 대장님, 정말입니까?”

“예, 우리 광복군이 제주도를 해방하고 나면 그때부터 일본은 불타서 죽든지 아니면 숨이 막혀서 죽던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겁니다.”

사린가스는 1938년 독일의 화학자인 게르하르트 슈뢰더에 의해 최초로 합성되었다.

제조 방법은 소독용 알코올인 아이소프로판올과 생화학무기를 만들 때 주로 쓰이는 메틸 포스포릴 디플루오라이더라는 화학물질을 섞어 만든다.

GV 가스라고도 불리며 청산가리보다 최소한 독성이 500배나 높고 1.2㎏만 살포해도 반경 33m 지역을 오염시키는 물질이다.

“우와! 대장님, 정말 그걸 사용하실 생각이십니까?”

“조지 대장님, 정말 제주도민들은 위험하지는 않겠죠?”

백정기와 유자명 선생은 둘의 성격 차이만큼 반응도 달랐다.

“앞으로 일본에 축복을 내려줄 생각이고, 제주도민들에게 위험한 일은 없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답을 하면서 시계를 쳐다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필리핀으로 이동하면서 얼떨결에 상급자 비슷한 위치가 돼버린 맥아더 사령관을 만나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맥아더 사령관을 좀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같이 갈 사람을 같이 갑시다.”

* * *

“조지, 마닐라만의 방어를 도와줘서 고맙네.”

마닐라 호텔 꼭대기의 펜트하우스 제일 넓은 방을 차지하고 앉아서 거만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맥아더 사령관은 어쩐 일인지 고맙다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마닐라와 필리핀을 방어하는 것은 사령관님의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광복군에게 주어진 임무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광복군의 임무이기도 하지.”

‘하! 참자. 진짜 광복하고 나서 원래처럼 또 개소리하면 넌 진짜 내가 죽여버린다.’

속마음과는 다르게 활짝 웃는 비굴한 모습으로

“그런데, 사령관님께서 찾으셨다고 하시던데 찾은 이유가 마닐라만의 청음선 공사 때문이셨습니까?”

“아! 아니야. 본국에서 전투기와 전차가 왔는데 말이야. 그게….”

‘저거, 또 자신 없는 말투인 것이 수상한데….’

“사령관하고 저 사이에 서로 못 할 말이 뭐가 있으십니까? 그냥,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그렇지?”

옥수숫대 파이프를 물면서 다시 거만한 표정으로 맥아더 사령관이

“전투기는 사양이 좀 그럴듯한데 육군성 개 같은 놈들이 전차를 너무 거지 같은 걸로 보냈어.”

“사령관님께서 개를 찾는 걸 보니까 본국에서 엄청난 전차를 보내준 모양이군요?”

“그래. 조지, 혹시, 이번에 신형으로 나온 M3 전차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나?”

“M3 전차요? 그럼, 전투기는 설마 F4F는 아니겠죠?”

엔진 연구와 신입 조종사들의 훈련 그리고 미국에 노출을 피하려고 중국에 놔두고 온 BF-109가 갑자기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아니야. 전투기도 신형인데 F6F 헬캣이라고 하던데. 혹시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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