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군 10,000명 대 일본군 35,000명의 싸움이 되는 겁니까?
조선 총독부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서 급하게 중국으로 퇴각한 백정기와 유자명 선생과 자리를 함께했다.
“윤봉길은 잘 피했나?”
“예, 일단 지리산 안쪽으로 깊숙이 숨었고 지리산 근처에서 연통제를 관리하는 요원들이 식량과 탄약을 보급할 겁니다.”
“아무리 험한 지리산이라고 해도 일본 경찰이나 헌병이 작정하고 토벌을 시작하면 위험할 텐데?”
“태백산맥 백두대간을 타고 이동하면서 조선 총독부의 토벌을 피할 준비를 끝내놨습니다.”
백두대간을 타고 이동하면서 당분간 숨어지낸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다 같이 탈출하자고 제안을 했지만 조선 공산당의 강경파 청년들은 광복군과는 서로 이념이 맞지 않는다고 조선 내에서 죽을 때까지 활동하고 싶다고 거부를 해서 어쩔 수 없이 조선 내에 남겨지게 됐다.
“두 사람도 아셔야 할 것 같아서 알려드립니다. 이번에 광복군 전체를 필리핀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푸저우의 비밀 잠수함 벙커에 숨겨놨던 잠수함들도 모두 필리핀의 수빅만 기지로 이동할 생각입니다.”
“어? 대장님, 그럼 국내 침투 작전은 어떻게 합니까?”
광복군 전체를 필리핀으로 이동하겠다는 내 말에 백정기는 광복군 정보대의 국내 침투 작전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물어왔다.
“그건 한 달에 한 번씩 한 개 군의 경찰과 매국노들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생각이야.”
백정기의 질문에 대답을 해줬더니 이번에는 광복군 정보대를 전체적으로 책임진 유자명 선생이 질문을 했다.
“조지 대장님, 그럼, 일본 내의 공작은 어떻게 합니까?”
“일본 내의 공작은 당분간은 멈춰야 할 것 같습니다. ‘칭방’의 암살 조직도 당분간은 휴식을 주시기 바랍니다.”
“조지 대장님, ‘칭방’ 조직은 대의로 뭉친 조직이 아닙니다. 그러다가는 조직을 배신하거나 조직에서 떠나는 조직원들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나는 처음부터 ‘칭방’의 중국인을 믿지 않았습니다.”
“음…. 조금 아깝기는 하지만 조지 대장님의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일본 공산주의자들인 ‘인민전선’에 대한 지원도 끊습니까?”
“예, 그들의 이용 가치는 여기까지입니다. 조금 더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우리까지 노출될 수 있습니다.”
두웨성이 넘겨준‘칭방’과 오자키 호츠미의 소개로 만난‘인민전선’은 우리 광복군 정보대가 쥐고 있던 쓰다 버릴 패였다.
유자명 선생도 말했지만 대의로 뭉친 조직도 아니고 우리는 서로서로 이용하는 관계였을 뿐이었다.
그들과 이쯤에서 선을 그어둬야만 리하르트 조르게와 오자키 호츠미와 같은 소련 첩자들을 당분간은 보호할 수 있었다.
“저…. 대장님, 그럼 한 달에 한 번씩 한 개 군의 경찰서와 헌병 주재소 그리고 경찰과 군인들을 모두 정리하는 거죠?”
“응, 그럴 생각이야.”
“면이나 군에서 일하는 주사나 서기 같은 놈들은 가만 놔두나요?”
“모두 죽일 수는 없으니까 악질적인 놈들만 처단하자고.”
나와 광복군 정보대가 가장 중점적으로 처단하고 있는 매국노는 가장 밑바닥에서 조선인을 상대로 일본의 개 노릇을 하는 조선인 경찰과 순사 보조원이었다.
이들을 처단함으로써 조선 총독부와 그 외에 다른 일본 정보기관들이 조선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게 막고, 조선인에 대한 악질적인 행위를 일본인들이 직접 하게 만들어서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적개심을 품게 만들 의도였다.
중간에 조선인을 마름으로 부려서 조선인끼리 미워하고 싸우게 하는 짓을 못 하게 만든 것이다.
“그럼, 조지 대장님. 정찰기를 이용한 선전 활동도 중지됩니까?”
“아닙니다. 모든 항공대가 필리핀으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B-17 폭격기 전대와 bf-109 전투기의 고참 조종사들만 빠져서 나갑니다. 그러니까 전투기는 모두 놔두고 조종사만 70% 정도가 이동합니다.”
“우리 항공대 전투기가 독일산 전투기들이라서 그렇군요?”
“예, 그것도 있고, 이제는 전투기의 부품 교체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해서요. 그리고, 바중의 연구소에서 지금 엔진에 관련된 여러 가지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우리가 독립하고 나면 우리나라도 자주적인 국방을 해야 하니까요.”
“음…. 잘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 정보대는 어떡할까요?”
“정보대는 지금처럼 계속 활동을 해주시고 특히 국민당 조사 통계국의 다이리를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이제는 국민당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어떤 짓을 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예, 항상 조심하겠습니다.”
* * *
막상, 맥아더 단장의 제안에 따라서 광복군 대다수 병력을 필리핀으로 이동시키겠다고 결정을 했지만 광복군의 희생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과 함께 피를 흘리면서 싸운 혈맹이 되겠다면 앞으로 미군이 필리핀에서 철수할 때까지 함께 하든지 아니면 미군과 힘을 합쳐서 필리핀을 끝까지 지켜내야만 했다.
미군이 일본군의 공격을 받고 필리핀에서 철수할지 아니면 끝까지 지킬지 알 수가 없다는 것, 이것이 문제였다.
이것을 알아야만 우리 광복군 병력을 희생이 적을 곳으로 배치할 텐데 이걸 모르니 정말 답답했다.
내 잘못된 결정 하나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 독립의 희망인 광복군의 주력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
“정말 어렵네요. 그래서, 여러분들을 모두 모셨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장제스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충칭에서 바중으로 이동을 했지만 광복군 사령부는 미국 군사고문단과 중화민국 군사위원회와의 협력 때문에 여전히 충칭에 사령부를 두고 있었다.
“조지 대장이 예상하는 일본군 진격로가 확실합니까?”
어떤 작전 계획이든지 작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야만 한다.
광복군 김경천 중령은 나를 보면서 그것을 확인하고 있었다.
“예, 거의 90% 이상 확실한 정보입니다.”
“조지 대장이 말한 일본군 예상 진격로와 진격 작전이 90% 이상이 확실하다면 이 싸움은 우리의 승리가 아닙니까?”
필리핀 국방군이 정상적인 군대였다면 김경천의 지적이 맞았다.
35,000명의 일본군 공격에 100,000명이 넘는 미군과 필리핀 국방군이 필리핀 전투에서 질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김경천 중령님, 문제는 미군과 필리핀 국방군의 전투력입니다. 전투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100,000명은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는 것은 이미 중국 지방군을 보시면서 느끼시지 않았습니까?”
“그럼, 조지 대장님이 믿고 있는 건 결국 우립니까?”
“그걸 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광복군의 전투력을 믿고 필리핀을 가야 하는지 아니면 필리핀을 가더라도 최대한 안전한 곳에 주둔해야 하는지….”
이때, 지청천이 나서면서
“조지 대장이 처음 맥아더 단장의 제의를 수락할 때는 수락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 아닙니까?”
“맥아더 단장의 제의를 수락할 때는 우리 광복군이 필리핀 국방군의 전력을 높이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요? 지금은 아니라는 소립니까?”
“예, 그게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필리핀인들은 우리 한국인과는 모든 것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게 걱정되고 자신이 없습니다.”
“그럼, 조지 대장님. 먼저 파견된 필리핀 국방군 레인저 훈련 교관들은 뭐라고 합니까?”
“그나마 다른 필리핀인들 보다는 빠릿빠릿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거기서 겪은 다른 필리핀인들은 엄청나게 게으르고 일에 열의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만들어질 필리핀 국방군은 오합지졸인 중국 지방군보다 못한 수준이겠군요?”
“예, 그래서 지금 내가 여러분들과 상의를 하려고 불러 모은 겁니다.”
“우리가 필리핀으로 이동한다면 광복군 10,000명대 일본군 35,000명의 싸움이 되는 겁니까?”
필리핀에 주둔 중인 미군과 필리핀군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필리핀 전투는 광복군 10,000명과 일본군 35,000명의 싸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양쪽은 모두 병력이 증원될 것이다.
“예, 필리핀 국방군의 수준이 우리의 예상만큼 수준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결국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내 대답에 광복군 육군 지휘관들은 모두가 시름에 잠긴 모습이었다.
“우리가 결국은 미국과 협력을 해야 한다면서요?”
“예,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나라에 가장 유리합니다.”
“그럼, 고민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어차피 해야 한다면 필리핀으로 가서 필리핀 국방군의 전력을 높이면 될 것이 아닙니까?”
필리핀 국방군의 전력도 충분히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지만 사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수천 년 역사 속에 처음으로 남들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독립 욕구가 강하다.
하지만, 필리핀은 그렇지 않았다.
제대로 된 나라도 이루지 못하고 살던 사람들이 지난 수백 년 동안 식민지지배를 받으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이 차이가 얼마나 큰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고 있던 생각을 광복군 지휘관들에게 넌지시 말했다.
“여러분, 필리핀 방어작전은 지연전과 농성전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필리핀 레인저 부대를 더 강력하게 훈련시키고 나머지는 농성전은 우리가 주축이 되면 어떨까 합니다.”
“우리는 농성에 필요한 장비가 없잖습니까?”
“지원을 받아야죠.”
“음…. 조지 대장님. 독일군의 3호 전차 이상의 장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까요?”
“아마, 그보다 더 나은 전차가 지원될 겁니다.”
“그렇다면, 일단 전차는 해결이 된 것 같고 대포와 대공포는 어떻습니까?”
“그것도 모두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조지 대장님, 농성전을 해야 할 장소는 바탄반도죠?”
“예. 바탄반도입니다.”
내 대답이 끝나자 모든 지휘관이 바탄반도의 지도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조지 대장님. 일본군의 예상 상륙지점의 정보도 확실합니까?”
“예, 일본군이 루손섬 점령을 위해서 상륙할 곳이 그곳 밖에는 없습니다.”
그때부터 광복군의 모든 지휘관은 머리를 맞대고 맥아더 단장이 준비한 필리핀 방어작전 계획상의 지연전과 농성전을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서 차분하게 보완하기 시작했다.
일본군의 점령이 예상되는 루손섬 북부의 비행장의 방어작전과 적에게 점령될 시 파괴 작전 그리고 일본군의 주 이동로 상에서 펼쳐질 필리핀 레인저 부대에 의한 지연 작전까지 촘촘히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탄반도를 그 옛날 수백만 침략군과 싸워 이긴 고구려의 안시성처럼 철벽 방어 요새로 만들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물자만 제대로 보급해 준다면 이 정도면 일본군 100,000명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궁리 끝에 마련한 필리핀 방어작전 계획은 내가 봐도 정말 훌륭했다.
광복군 경보병 부대 지휘관들이 훈련을 시킨 필리핀 레인저들이 시도 때도 없이 일본의 필리핀 상륙군을 괴롭힐 것이고 민다나오 디폴로그 비행기지의 우리 광복군 항공대의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필리핀에 상륙한 일본군에게 지옥 불을 맛보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바탄반도 요새는 일본 필리핀 상륙군의 공동묘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