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미, 조선은 예전의 조선이 아닙니다 (118/225)

이미, 조선은 예전의 조선이 아닙니다

그러나, 고노에 총독의 바람과는 전혀 다르게 조선 내의 조선인들의 불온한 움직임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도대체, 너희들은 뭐 하는 자식들이야? 어? 내가 총리 자리로 다시 돌아가는 꼴은 보기 싫다는 거냐? 그래서, 지금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다시 한번 총리대신 자리로 복귀하겠다는 고노에 총독의 욕망을 막아서는 일들이 계속해서 생기자 고노에 총독은 경무총감과 헌병대 대장을 불러서 화를 내고 있었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렇지 않아도 성격 변태인 고노에 총독은 집무실 책상 위의 재떨이를 들고 책상을 내려치고 있었다.

“꽝!”

“꽝”

“어? 정말, 일을 이따위로 밖에는 못하겠느냐고?”

“총독 각하.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범인 중 몇 명은 체포했습니다.”

“그래서, 그따위 조무래기 범인 몇 명을 잡아서 자랑스러워? 진짜를 잡아야 할 것 아냐? 진짜를!”

“총독 각하. 이놈들을 파다 보면 분명히 뒤에서 이번 사태를 사주한 놈들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언제? 어느 세월에? 지금, 너희 눈에는 돌아가는 상황이 안 보여?”

현재, 조선 내의 매국노들의 상황은 진짜로 심각했다.

우선, 일본을 도와서 나라를 팔아넘기고 작위까지 받은 매국노들과 그 가족들이 처참하게 죽어 나가고 있었다.

정미칠적이자 경술국적인 고영희의 자식인 고희경, 을사오적인 권중현의 아들 권태환, 을사오적인 이근택의 아들 이창훈, 매국노의 끝판왕 이완용의 아들 이항구, 을사오적 이지용의 아들 이해문, 정미칠적 임성준의 아들 임낙호, 경술국적 조민희의 아들 조중수, 정미칠적이자 경술국적인 조중응의 자식들인 조대호와 조숙호 그리고 아직까지도 살아남아서 떵떵거리고 살았던 민병석, 윤택영, 이재곤의 집은 불태워지고 폭파돼 버렸다.

“너희는 눈이 없고 귀가 없는 거냐고? 아니면, 둘 다 뇌가 우동 사리냐? 생각을 좀 해! 생각을! 지금, 죽는 사람들은 천황폐하께 작위를 하사받은 사람들만 죽고 있잖아? 그럼, 죽지 않게 옆에서 경호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니야?”

고노에 총독의 지적에 경무총감과 헌병대대장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이 있어도 말 한마디를 하지 못했다.

고노에 총독은 다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재떨이를 들고 책상을 내리쳤다.

“꽝!”

“꽝!”

“빨리 가서 진짜 범인을 잡아내라! 너희는 이게 조선 내의 조직이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거나? 내 생각에는 분명히 이건 김구의 짓이다. 김구를 당장 잡아 죽여서라도 막아라!”

고노에 총독이 아무리 난리를 치고 지랄발광을 해도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일이었다.

나라를 팔아먹고 작위를 받은 매국노들이 사라지자 다음으로는 종교인 행세를 하면서 일본에 충성을 하던 가짜 종교인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백정기 대장님, 다음 차례는 가짜 종교인들입니까?”

“예, 다음은 그들입니다. 우리 조선 대중들에게 존경받는 위치를 이용해서 일본에 충성을 강요하고 영향을 끼치는 교육자들과 종교인들을 이번에 모두 죽이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음…. 그런데, 이번에도 작전을 진행해야 할 장소가 너무 노출된 곳이어서 내가 데리고 있는 청년 공산당원들의 피해가 너무 클 것 같아서 말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청년 공산당원들과 정이 많이 들었는지 윤봉길은 그들을 걱정했다.

“그럼, 이번 작전에서는 빠지고 잠시 휴식을 취하시겠습니까?”

“그것을 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지요. 대원들에게 한 번 물어보고 웬만하면 휴식을 취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럼, 빨리 대원들의 마음을 확인하시고 답을 주십시오. 일제의 포위망이 점점 조여지고 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대원들에게 다녀오겠습니다.”

광복군 정보대와 조선 공산당 강경파 청년들은 대부분은 의거를 하고 그 자리에서 죽거나 피했지만, 몇 명은 심하게 다친 채로 경찰에 체포를 당했기 때문에 광복군 정보대와 윤봉길의 대원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시간이 다급했던 백정기와 윤봉길은 최대한 서둘러서 다음 작전을 진행했다.

불교계의 이종욱, 기독교계의 홍택기, 양주삼, 이명직, 김길창, 곽진근, 정춘수 그리고 천주교의 노기남까지 차례대로 암살을 해버렸다.

그리고, 교육계의 친일 매국노들까지 처리하고 싶었지만, 바짝 조여온 일제의 수사망 때문에 더는 국내에서 버티지 못하고 윤봉길의 조선 공산당 청년유격대는 지리산으로 숨어들어 갔고, 백정기의 광복군 정보대는 잠수함을 타고 중국으로 탈출을 했다.

* * *

1939년 8월 ‘독·소 불가침조약’으로 믿었던 독일의 ‘배신’ 때문에, 일본 육군이 구축해 온 ‘방공 추축’이라는 가치가 뿌리째 흔들렸다.

그러자 이때다 싶었는지, 친미·친영파는 다시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또 내각이 교체됐다.

히라누마 기이치로 총리대신은 지구상에서 유대인과 공산주의자 박멸을 외치고 다니는 진짜 또라이 파시스트인 주제에 사임한 이유도 걸작이었다.

독-소 불가침조약이 체결되자.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면서 "구주천지 복잡괴기"라고 개탄했다.

그리고는 할힌골 전투의 책임을 지고 총리대신 자리에서 느닷없이 사임해버렸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고민과 회의만 하면서 시간만 허비한 히라누마 내각의 뒤를 이어서 다시 한번 온건파인 아베 노부유키 내각이 탄생했다.

아베 노부유키 내각이 출범하자마자 바로 노무라 외무대신은 도쿄에서 노무라-그루 회담을 열고 일·미 간의 국교 조정에 나섰다.

“관동군 때문에 내가 정말 미치겠습니다. 이게 도대체 뭡니까?”

새롭게 내각을 맡은 아베 노부유키 총리대신은 하타 순노쿠 육군 대신을 향해서 쓴소리했다.

이시하라 간지가 저지른 장쭤린 열차 폭파 사건부터 관동군이 저지른 만행은 도대체 몇 번째인지 세기도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할힌골 전투의 대패로 인해서 다소 의기소침한 분위기는 보이고 있지만 이게 또 언제 돌변할지 모를 상황이었다.

“하타 순노쿠 육군 대신께서는 할 말이 있으면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그렇게 통제를 못 합니까?”

“그저 내각이나 제국에 미안할 따름입니다.”

“천황폐하께는 미안하지 않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닙니다. 당연히 천황폐하께도 송구스럽고 죄송합니다.”

일단 내각회의를 개최하면서 군부의 수장인 하타 순노쿠 육군 대신의 군기를 잡고 시작한 아베 노부유키 총리대신은 다른 내각 대신들을 보면서

“아무래도 미국이 단단히 삐친 모양입니다. 노무라 외무대신이 미국대사와 접촉을 하고는 있는데 이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베 노부유키 총리대신은 미국과의 교섭은 뜻대로 되지 않고 독일과의 교섭도 문제가 많고 소련하고는 쓸데없는 전투를 벌여서 관동군만 수만 명이 갈려 나간 상태이고 지나 전선은 말하기도 싫은 정도였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로 막막하기 그지없습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총리대신 각하, 우리가 장제스의 항복을 받기 위해서 계속 전쟁을 치르자면 미국과의 교섭이 빨리 정상화가 돼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앞으로도 우리의 전쟁물자들을 하나씩 금수 조치를 할 겁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많이 했던 노무라 기치사부로 외무대신은 미국이나 영국과 적이 된다는 것이 두려웠다.

특히, 미국을 너무나 잘 아는 노무라 기치사부로는 어떡하든지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만은 어떡하든지 막고 싶어 했다.

“우리가 아무리 애걸복걸해도 미국의 태도가 완강하니 달리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차라리 독일과 확실한 동맹이 되는 것은 어떻습니까?”

“고노에나 마쓰오카가 하는 말은 전부 미친 소립니다. 진짜, 미국이나 영국의 힘을 알면 절대 그런 소리를 못 합니다.”

하타 순노쿠 육군 대신이 군부의 의견을 살짝 내비쳐봤지만 바로 다른 대신들에게 진압당하고 말았다.

“그러나저러나 군대까지 투입해서 인민전선을 진압한 국내는 이제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데 이번에는 조선이 문제군요? 조선을 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선은 고노에 조선 총독이 알아서 잘하지 않겠습니까?”

“고노에 후미마로의 성격을 몰라서 그러십니까? 조선에서도 사고나 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큰일은 큰일입니다. 요즘 만주에 건설했던 공장들이 계속된 폭격으로 공장을 전혀 가동하지 못하고 있고 철도마저도 계속된 공격으로 한동안은 운행도 힘들다고 하던데….”

아오키 가스오 대장 대신이 만주 지역의 공업시설과 철도 시설을 언급하자 다들 표정들이 굳어졌다.

“그래도 이번에 조선에 공장들을 좀 건설한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몰랐습니다.”

“후루카와 그룹이 나서서 조선에 대규모 투자를 했지요? 그렇게 말려도 조선에 공장을 짓더니 그게 우리한테는 복이 됐습니다.”

“맞습니다. 만주 지역 공장들의 전쟁물자 생산이 파탄이 난 상황인데 조선에서라도 생산량을 맞춰줘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조선 내부의 불령선인들의 난동은 진압이 안 되고 있습니까?”

“고노에가 알아서 잘하겠지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인간이니까 무슨 수를 내든지 해결을 할 겁니다.”

“요즘 보면 조선도 예전의 조선이 아닌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난동들이 빨리 진압돼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조선 내의 공장시설마저 가동을 멈춘다면 국내 시설만으로는 전쟁 수행이 불가능합니다.”

“말 안 듣는 조선인들을 다 때려잡아서라도 조선에서도 최대한 가동을 해봐야겠지요. 그리고, 조선에서 식량 공출도 좀 늘리고요.”

“아무래도 그래야만 할 것 같습니다. 만주의 대규모 농장시설도 폭격을 받고 있어서 부족한 식량은 조선에서 메꿔줘야 합니다.”

“조선인들도 예전의 조선인들이 아닌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이거이거, 정말 큰 일입니다. 만주 개발 5개년 계획을 겨우 1차까지밖에 진행하지 못해서 제대로 된 산업 시설들도 별로 없는데 그렇게 폭격을 받고 있다니….”

아베 노부유키 총리대신은 말을 하면서도 하타 순노쿠 육군 대신을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실, 이 모든 사고가 관동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노무라 외무대신, 관동군이 독단적으로 벌였든 어쨌든 소련군과 휴전을 해야만 하지 않겠어요?”

말을 하면서 아베 노부유키 총리대신은 다시 한번 하타 순노쿠 육군 대신을 째려봤다.

“그래야죠. 사방으로 돈을 잡아먹는 전쟁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럼, 서둘러서 소련과 휴전 강화 협상을 하고 미국과도 계속 접촉을 해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자, 그럼, 지나 전선 문제를 이야기를 좀 해봅시다.”

그러나, 아베 노부유키 내각의 회의는 뜻대로 진행되지 않고 멈춰야만 하는 일이 생겨 버렸다.

“똑똑!”

“무슨 일이지? 지금은 내각회의 중인 것을 모르나?”

“총리대신 각하! 급한 보고입니다.”

“무슨 일인데?”

내각회의 중이었던 대신들의 시선이 아베 노부유키 총리대신의 비서에게로 향하자 비서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내뱉었다.

“독일군이 폴란드를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소련군도 폴란드를 공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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