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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인민 여러분! 다 같이 궐기합시다 (110/225)

조선 인민 여러분! 다 같이 궐기합시다

나는 좀 야비하지만 딸 바보인 체스터 니미츠 제독이 막내딸 메리의 남자 친구인 제이슨을 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승부수를 던졌다.

“험…. 험…. 아니, 조지 씨 거기서 왜 제이슨과 메리 이야기가 나옵니까?”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니미츠 제독님께서 좀 도와주십시오. 내가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내가 지금 하는 말은 절대 농담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라는 나라가 개방적이고 남녀 관계도 개방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 지도층의 집안일수록 그와는 정반대다.

니미츠의 막내딸도 니미츠의 어느 정도의 묵인과 허락이 없었다면 내 아들 제이슨과 교제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뤄리리-하둔 재단의 실질적인 소유자로 뉴욕시 절반을 살 수 있는 내가 은혜를 잊지 않는다면 니미츠는 맥아더의 재력을 뛰어넘을 수도 있었다.

니미츠 역시 정치적인 계산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니미츠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나를 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조지 씨, 좋습니다. 어차피 필리핀 국방군 창설 계획이 진행 중인 상황이니까 한번 계획에 포함을 시켜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조지 씨가 보기에는 우리 딸 메리는 어떻습니까?”

“아이고, 아버지가 잘생겼다고 소문이 자자한 니미츠 제독님이신데 아버지를 닮은 메리 양도 당연히 미인인데다 성격도 좋고 밝아서 나는 메리 양을 좋아합니다.”

“하하. 메리가 날 닮아서 예쁘죠? 그리고, 성격도 나를 닮아서 밝습니다.”

“저…. 제독님, 내 아들 제이슨도 괜찮은 녀석이지 않습니까?”

딸 바보와 아들 바보가 둘이서 자식들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아들 제이슨 덕분에 미래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했다.

* * *

사흘 동안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서 날아왔던 덕분에 내 체력은 완전히 고갈이 돼버렸다.

그렇지만, 집에서 편하게 누워서 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미국에 자주 올 형편도 아니고 올 때마다 그동안 진행된 일들을 점검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내 계획대로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확인이 됐다.

“김규식 선생, 그동안 일은 잘 진행됐습니까?”

김규식은 갑자기 찾아온 나를 보면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하는 표정이었다.

“아! 임시정부와 광복군에 무슨 큰 문제가 생겨서 온 것은 아닙니다. 우리 광복군 해군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생겨서 미국의 도움을 좀 받아야만 해서 왔습니다.”

“아! 그랬습니까? 나는 갑자기 조지 대장이 미국을 와서 좀 놀랬습니다.”

“하하. 그 정도의 큰 문제는 아니었고 다행히 일도 잘 해결됐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선생이 추진했던 일은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김규식의 표정이 살짝 밝아지더니

“미국의 여론이 조금 바뀐 느낌입니다. 그동안은 우리 대한민국을 일본의 식민지로만 생각하고 그렇게만 대하더니 이번에 중국에서 벌어진 난징 학살과 충칭 폭격을 지켜보면서 조금 변했습니다.”

“어느 정도나 시각이 바뀌었습니까?”

“크게 바뀌었다고 말하기는 조금 애매하지만, 일본을 경계하는 마음들이 은연중에 느껴집니다.”

김규식은 미국의 주요 여론 형성층인 신문기자들과 그리고 의회와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촉하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약을 알리고 있었다.

“백악관을 출입하는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그들이야 어디 가서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들은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전과는 확실히 일본에 대해서 말하는 태도가 다릅니다.”

내가 김규식 선생에게 주로 공략하라고 한 사람들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숨겨진 참모들이었다.

“그들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고 해서 믿으시면 안 된다는 것 잘 아시죠? 미국인은 오직 자신들의 이익이 최우선입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가 세계 외교 무대를 돌아다니면서 제일 먼저 느낀 점이 바로 그것이었으니까요.”

현재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외국 외교관들을 가장 많이 상대해봤고 외국인들의 생각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김규식 선생이었다.

그래서, 나 역시도 나를 대신해서 미국에서 공작을 해줄 사람으로 김규식 선생을 선택한 것이다.

“선생, 이제 미국은 서서히 일본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할 겁니다. 그때, 선생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을 미국 정부에 알려야 합니다. 앞으로 미국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모르지만 어떡하든지 우리나라에 유리한 결정을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조지 대장님. 그런 점을 내가 미국 정부 인사들에게 말하려면 나도 아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가진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김규식 선생이 곤란해하는 점을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벌이고 있는 광복군의 작전과 임시정부의 활약을 바로바로 전해줄 만한 방법이 현재는 없었다.

“선생, 우리가 하와이로 정보를 전달하고 하와이에서 다시 선생께 정보를 보내주면 어떻겠습니까?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은데….”

“광복군에 그렇게 해줄 만한 조직은 있습니까?”

“아니요. 지금부터라도 만들어봐야죠. 임시정부는 김규식 선생의 외교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데 선생이 정보가 부족해서 힘들다면 최대한 방법을 찾아봐야죠.”

“조지 대장님, 임시정부와 광복군이 어렵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나도 여기서라도 최선을 다해서 돕겠습니다.”

“예, 힘들더라도 선생도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십시오. 그리고, 혹시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현재는 별로 힘든 일은 없습니다. 지원되는 자금도 충분하고 나를 돕는 대한인국민회 사람들도 열성적이고요.”

“혹시, 이승만은 어떻습니까?”

“얼마 되지도 않는 동포들을 분열시켜서 그게 조금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동포 대부분은 대한인국민회를 지지하고 함께하고 있습니다.”

“선생. 다시 말하지만, 이승만을 조심하십시오. 이승만은 전에도 그랬지만 없는 나라도 팔아먹을 사람입니다. 내가 따로 감시하는 사람을 붙여 두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떤 미친 짓을 할지 모릅니다.”

“쯧쯧, 어쩌다가 그렇게까지 사람이 변한 건지….”

“이승만이 변한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입니다. 선생은 사람이 쉽게 변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본바탕이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어떤 계기로 본성이 드러났을 뿐입니다.”

김규식은 내 당부를 알았다는 듯이 고개만 끄덕였다.

우리나라에 이승만은 절대 안 된다.

특히, 미국 내의 반공주의자들과의 연결되는 것은 더욱 안 된다.

이승만과 미국 반공주의자들이 연결되면 어떤 미친 짓을 할지 모른다.

“이승만의 소식은 빌리를 통해서 선생에게도 전해드릴 테니까 항상 경계하고 신경을 좀 써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 * *

내가 미국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도 일본과 한반도에서는 인민전선과 조선 공산당 당원들의 무장투쟁으로 정신이 없었다.

특히, 일본 본토에서 벌어진 무장투쟁은 중일전쟁에 투입하기 위해서 새롭게 징집된 군대까지 동원해서 진압하기 시작했다.

“조르게 상, 우리가 좀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

리하르트 조르게를 보면서 현재 내각에서 일하면서 인민전선 봉기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하고 있는 오자키 호츠미가 의견을 구했다.

“우리는 나서면 안 됩니다. 우리는 NKVD의 지시가 가장 우선입니다.”

“그래도 저렇게 비참하게 맞아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리하르트 조르게는 오자키 호츠미가 이러다가 사고라도 칠까 봐서 하나의 의견을 내놨다.

“오자키 상, 그럼,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한데…. 과연, 내각에서 그것을 받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방법이 뭡니까? 동지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내가 한번 나서 보겠습니다.”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대규모 무장투쟁에 흥분한 오자키 호츠미를 보면서 리하르트 조르게는 걱정이 됐다.

리하르트 조르게에게 있어서 최우선 과제는 NKVD가 부여한 임무였다.

그런데, 오자키 호츠미가 너무 나서다 보니까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까 걱정이 많이 됐다.

“인민전선 동지들을 죽이지 않는 방법은 단 하나, 군대로 징집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경찰이나 군대에 잡혀가서 고문받고 맞아 죽느니 차라리 전선으로 보내게 만드십시오.”

“전선으로 보낼 군인으로 만들라고요? 전선으로 파견될 군인이 된다는 것 역시도 목숨을 거는 것이 아닙니까?”

“당장은 죽을 일은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군대에서 사상을 전파해서 혁명을 실현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권력은 총구에서 나옵니다.”

오자키 호츠미는 리하르트 조르게가 두 번째로 한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일본 공산당 당원들이 군인이 돼서 일본군에 공산주의 사상을 전파하고 쿠데타를 일으킨다면 권력을 쟁취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내각에서 받아 드리게 만들겠습니다. 지금, 고노에 총리는 내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습니다.”

“그럼, 어서 서둘러서 공산당원들이 군대에 징집되게 만드십시오.”

오자키 호츠미가 추진한 공산당 징집 정책은 고노에 후미마로 총리의 마지막 법안이 됐다.

고노에 후미마로는 마지막으로 공산당을 징집해서 전선으로 보내 버리게 만들고 그동안 공석이었던 조선의 신임 총독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고노에 후미마로가 마지막으로 통과시킨 법안이 나중에 어마어마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 * *

광복군 항공대는 내가 없는 동안에도 내가 지시한 작전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광복군 항공대에서 긴 항속거리를 이용해서 연락기와 정찰기로 사용되는 bf-108을 모두 투입해서 본토로 날려 보냈다.

타이위안 항공 기지에서 날아오른 십여 대의 bf-108 정찰기들은 무작위로 선택된 전국 각지의 오일장으로 날아갔다.

“어머니 하늘을 좀 보세요.”

어머니를 따라서 오일장에 팔 곡식을 짊어지고 왔던 소년이 하늘을 가리키면서 자신의 어머니를 불렀다.

“왜? 하늘에 뭐라도 있어?”

“아니요. 비행기요. 이쪽으로 비행기가 오고 있어요.”

“어디?”

소년의 어머니가 고개를 드는 순간, 멀리서 날아오던 비행기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장터를 스치듯이 지나가면서 갑자기 하얗게 뭔가를 뿌리고는 사라져 버렸다.

“이게 뭐니? 비행기에서 뭘 뿌리고 지나간 거야?”

소년은 어머니의 말을 들고 비행기에서 쏟아진 하얀 물체 곁으로 다가갔다.

“어머니! 어머니! 이걸 좀 보세요. 임시정부에서 뿌리고 간 거였어요.”

소년은 bf-108 정찰기가 뿌리고 간 삐라를 한 장 주어서 자신의 어머니에게 가져갔다.

‘조선 인민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지금도 강제로 나라를 침탈한 일본과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중략….

조선 인민 여러분!

모두, 궐기하십시오.

일제를 돕는 그 어떤 일도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절대로 일본에 가지 마십시오. 다시 한번 말합니다. 절대로 일본에 가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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