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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품 안에서 잠시 머물고 싶습니다 (109/225)

미국의 품 안에서 잠시 머물고 싶습니다

김두봉을 만나고 바로 브레난 영국 상하이 총영사를 찾아갔다.

드미트리를 통해서 정말 중요한 질문을 던졌는데 지금까지도 답변이 없어서 상하이를 들른 길에 대답을 들으러 왔다.

“총영사님, 많이 바빠 보이네요?”

안내를 받아서 들어간 브레난의 방의 책상 위에는 여러 가지 서류와 문서들로 가득했다.

“아! 조지 씨, 오랜만입니다. 어서 오세요”

바쁘게 일하는 와중에도 브레난 총영사는 나를 반겼다.

바쁘게 서류를 정리하고 사인을 하는 브레난을 보면서 그가 일을 끝마치고 일어서길 기다렸다.

“아휴! 요즘은 일본 때문에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그러시겠죠. 그래도 조계지는 안전하고 정상적인 것으로 보이던데요?”

“그게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밤에는 중국인들 사이에 섞인 일본 첩자들이 날뛰고 있습니다.”

“아! 그렇겠군요.”

대답을 한 나는 자리에 앉으면서

“그런데, 아직도 영국 정부에서는 비밀 훈령을 내려주지 않고 있습니까?”

“그게…. 아직입니다.”

뭔가 난처하고 곤란한 표정의 브레난 총영사였다.

“음…. 브레난 총영사님, 기회는 지금뿐입니다. 국민당의 장제스도 공산당의 저우언라이도 지금이 아니라면 당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나도 그것은 잘 압니다. 그런데, 본국에서는 여기보다 독일에 더 신경을 쓰느라….”

“그렇다면, 내가 요구한 것들도 이뤄지기 힘들겠군요?”

“지금 상태라면 그럴 것만 같습니다. 온통 정신들이 독일과 폴란드에 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군비를 확충했다는 자신감이 생긴 히틀러의 세계 대전을 벌이겠다는 협박으로 영국 체임벌린 수상이 급하게 체결을 주도한 뮌헨협정은 에티오피아, 스페인, 그리고 오스트리아와 마찬가지로 영국·프랑스의 유화정책으로 인해 또 하나의 약소국인 체코슬로바키아가 히틀러의 독일에 짓밟히는 것을 용인한 협정이었다.

영국의 체임벌린 수상이 히틀러를 믿고 소련을 견제해 달라고 맺은 협정이지만 이후 독일과 소련의 불가침 조약으로 이따위 어리석은 평화 협정이 어떻게 휴짓조각이 되는지 구경만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일일이 훈수를 둘 수는 없지. 그럼, 이제 영국의 해군기지를 이용하는 것은 물 건너간 것 같고 우리 광복군 해군의 구축함들을 어디에 배치를 해놔야 할까?’

잠수함이 머무를 둥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 놓았지만 구축함은 수상함이라서 그렇게 하지를 못 했다.

내가 준비한 6척의 구축함은 전쟁에 끝나는 순간까지 살아남아서 우리 광복군을 지켜줘야만 한다.

그런데, 시작부터 정박할 해군기지를 구하지 못해서 갈 곳이 없는 미아 신세가 돼버렸다.

“브레난 총영사님이 힘을 좀 써서 싱가포르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도의 실론에라도 머물 수는 없습니까?”

“그건, 내 권한 밖의 일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내가 상하이에서 더는 할 일이 없었다.

상하이 조계지를 영원히 영국과 미국의 조계지로 만들어서 중국이 공산화되더라도 한쪽에 숨구멍을 내주려고 했던 계획도 물 건너갔고 조계지 문제를 중재해서 광복군 해군 구축함들이 머물 항구를 얻어 보려고 했던 계획도 동시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 * *

내 표정이 어두워도 너무 어둡자 나를 지켜보던 드미트리가 걱정스러운지 무슨 일이냐고 물어왔다.

“형님, 일이 잘 안 됐습니까? 아니면,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겁니까?”

“둘 다다. 정말로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그렇습니까? 그럼, 어떻게 할까요? 이대로 충칭으로 돌아가실 겁니까? 아니면…?”

“드미트리. 상하이에 아직도 임시정부의 비밀 전신소가 운영되고 있지?”

“예, 일본군 특무대에 노출되지 않게 주로 지령을 수신만 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곳으로 가자. 아무래도 내가 급하게 미국으로 가야만 할 것 같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오는 조선 청년들과의 접촉을 위해서 상하이에 숨겨 놓았던 비밀 전신소를 찾아갔다.

“지금 바로, 중국 해군부장 천샤오콴에게 전문을 보내라.”

“천샤오콴 해군부장에게 말입니까?”

“그래. 잠깐만….”

이걸 천샤오콴과의 협의만으로 가능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봤다.

우리 광복군 해군의 구축함을 중국 해군의 구축함으로 위장을 할 수 있을까?

중국 해군으로 위장을 한다면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가 있을까?

중국해군의 도움을 받게되면 나중에 그만큼 큰 대가를 천샤오콴에게 줘야만 할 것이다.

“천샤오콴에게 우리 해군 구축함에 탑승한 중화민국 해군 승무원에게 나중에 우리 구축함을 넘기겠다고 해라.”

“천샤오콴 해군부장에게 우리 광복군 구축함을 나중에 넘기겠다고 전신을 치라는 말씀이십니까?”

“응. 그래. 그 정도는 해야만 천샤오콴이 도와주겠지.”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전신 요원은 급하게 충칭의 중화민국 해군부로 전신을 치기 시작했다.

전신이 보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답신이 접수되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횡재를 하게 된 천샤오콴 해군부장이 바로 답신을 하는 것 같았다.

“뭐라고 답신이 왔나?”

“조지 대장님. 중화민국 해군부는 무조건 협조 하겠답니다.”

“됐다. 그럼, 내가 미국과 바로 접촉을 할 테니까 천샤오콴 해군부장이 미국 대사관에 협조 요청을 하라고 해라.”

“예, 알겠습니다.”

전신 요원은 다시 전신을 보내기 시작했다.

“조지 대장님. 중화민국 해군부에서 우리가 보낸 전신을 접수했습니다.”

“그래? 그럼, 여기는 이만 문 닫고 철수해라. 빨리 철수 준비해서 바로 철수를 하자.”

“예.”

위험 부담이 크지만, 상하이에서 비밀 전신소와 통신 감청선을 철수시킬 수는 없었다.

일본군의 무전 교신 내용을 상하이에서 감청하면서 일본군이 중국에서 벌이는 작전을 우리는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거의 대부분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만큼 중요한 정보 자산을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상하이에서 철수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 * *

한창 전쟁 중인 상태에서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배를 이용할 수 없어서 직접 수상용 여객기를 몰고 미국을 향해서 날아갔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특별한 상황이 생기지 않기만을 빌면서 필리핀 미드웨이 그리고 하와이를 거쳐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바로 다시 비행기를 바꿔서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아니, 조지 씨. 얼굴이 왜 그렇습니까? 어디 아픕니까?”

초췌한 내 얼굴을 보고 니미츠 항해 국장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닙니다. 워낙 급한 일이 생겨서 정신없이 날아왔습니다.”

“뭐라고요? 중국에서 여기까지 비행기로 날아왔다는 말입니까?”

“예, 제가 목숨을 걸고 날아올 만한 일이 생겨 버렸습니다.”

“허….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목숨까지 겁니까?”

혀를 찬 니미츠는 목숨을 걸 정도의 일이 뭔가 물었다.

나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잠시 텀을 두고 니미츠를 쳐다만 봤다.

“조지 씨, 왜요? 말하기 곤란한 일입니까?”

“그건 아닙니다만…. 니미츠 국장님. 국장님은 제 고국인 대한민국 사람들이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싸우고 있는 것을 아시죠?”

“나야 아시아에서 근무를 해봤는데 그것을 모를 수 있겠습니까?”

“우리 동포들이 일본군과 싸우기 위해서 정말 어려운 형편에서도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군함을 마련했습니다.”

“군함을요? 그런데요?”

니미츠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군함을 마련했다는 말에 그런가 보다 하는 표정으로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거냐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렇게 어렵게 마련한 군함들이 머물 항구가 없습니다.”

“예? 아니, 활동할 기지도 없는 상태에서 군함부터 마련한 겁니까?”

“그게 우리가 주문할 당시에는 상하이가….”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이제는 중국의 모든 항구를 일본군에 빼앗겨 버렸으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양쯔강 수로를 따라서 활동하면 되지 않습니까?”

“니미츠 국장님, 만재배수량이 2,500t급인 구축함이 6척입니다.”

“예, 뭐라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예, 항구와 함대의 방공과 대잠 방어를 책임질 구축함 6척입니다.”

“아니…. 그걸 어떻게….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내 말에 당황한 니미츠가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식민지 조선이 어떻게 어디서 그런 구축함을 마련할 수 있었느냐는 태도였다.

“니미츠 국장님, 식민지 조선은 가난하지만 나는 부자입니다. 동포들이 어렵게 돈을 모았다는 소리를 듣고 내가 이왕이면 제대로 된 해군을 만들고 싶어서 돈을 좀 보탰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구축함 6척을 도대체 누가 건조한 겁니까?”

“니미츠 국장님, 내가 가진 돈이면 뉴욕시의 절반은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구축함은 독일에서 설계하고 스웨덴에서 건조했고 영국에서 몇 가지 장비를 보충했습니다.”

두웨성과 내가 만들어낸 위조지폐들은 수많은 돈세탁 경로를 거쳐서 사용됐다.

몇 개 나라를 거치면서 아무도 찾지 못할 만큼의 돈세탁을 한 자금은 다시 뤄리리-하둔 재단을 통해서 미국의 주식 시장과 은행에 투자됐고 재단에서 나온 이익금이 독일에 무기 구입 대금으로 지급이 됐다.

오직, 일본으로 흘러 들어간 엔화만 우리는 직접적으로 사용을 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위조 엔화를 가지고 나중에 일본의 경제를 폭삭 망하게 할 의도를 가지고 저지른 일이었다.

“그거 상당히 흥미롭군요. 독일이 설계하고 스웨덴이 건조하고 영국이 장비를 달았다고요?”

“예, 그 당시에는 독일과 중국 간의 국교가 유지되던 시절이라서.”

“혹시, 영국에서 설치한 장비들이 어떤 것들인지 알 수 있을까요?”

“내가 니미츠 국장님을 찾아온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나는 니미츠의 탐구심을 자극해서 미국의 항구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독일의 군함 설계 사상을 알 수 있고 스웨덴의 건조 방식도 배울 수 있고 영국의 레이다와 통신 장비 그리고 소나 장비까지 한꺼번에 배우고 카피할 기회를 준 것이다.

“그 구축함들을 우리 미국의 항구에 정박할 생각입니까?”

“예, 그래 주시기를 바랍니다.”

“조지 씨, 그것은 어렵습니다. 우리가 현재 일본과 적대관계도 아니고 무슨 뜻인지 잘 아시죠?”

“6척의 구축함들은 중화민국 해군 소속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 본토가 아닌 필리핀 공화국에 머물기를 원합니다.”

흥미로운 표정으로 구축함들을 분석할 기세였던 니미츠는 금방 포기를 하더니 다시 눈을 반짝이면서 흥미를 보였다.

“그러니까 조지 씨 말은 구축함들은 모두 중화민국 해군 소속의 구축함이니까 필리핀 수빅만에 주둔하게 해달라는 말씀이죠?”

“예, 그 정도는 미국과 일본의 외교관계에 거슬리지는 않는 것으로 압니다.”

심각하게 고민하는 니미츠를 보면서 결정적인 쐐기를 박았다.

“니미츠 국장님, 제 아들 제이슨이 해군사관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니미츠는 벙찐 표정으로 내 아들 제이슨과 이 문제가 무슨 상관이냐는 표정이었다.

“사위의 고국을 위해서 니미츠 제독님의 넓은 품을 한 번만 빌려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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