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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항일 유격대의 탄생 (108/225)

백두대간 항일 유격대의 탄생

장제스와 내가 씨를 말려버리겠다는 심정으로 진압을 한 덕분에 중국 공산당은 소련의 중재로 이제야 겨우 옌안에 자리를 잡았다.

그것도 전쟁에 휘말려서 죽기 싫었던 마오쩌둥이 그 누구도 눈독을 들이지 않을 지역을 택한 덕분에 오지 중의 오지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때, 중국 공산당과 함께한 조선인 중에 김두봉이 있었다.

“지금, 옌안에 있습니까?”

“예. 그런데 혹시, 다른 사람들한테 이미 들으셨습니까?”

내가 김두봉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랐는지 김원봉이 되물었다.

“뭐, 여러 루트로 정보가 들어오다 보니까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무엇 때문에 나를 만나자고 합니까?”

“국내에서 활동하는 공산당을 좀 지원해달라는데 나도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김원봉의 대답을 듣고 내 표정은 굳어졌다.

광복군의 핵심 지휘관 중에 한 명인 김원봉이 아직도 중국 공산당 쪽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란 것이 나는 은근히 부담스러웠다.

혹시라도 저우언라이의 공작에 넘어간다면 광복군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었다.

“김원봉 대장은 조선의 독립이 먼저입니까? 아니면, 사회주의 혁명이 먼저입니까?”

“그게 생각할 필요나 있습니까? 그거야 당연히 조선의 독립이지요.”

“제발 그 마음이 변치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김두봉이라는 사람은 여기 일을 마치고 충칭으로 돌아갈 때 한번 만나보겠습니다.”

“저…. 조지 대장님, 그쪽에서는 시간이 급하다고 하던데….”

“무엇 때문에 그렇답니까?”

“일본에서 국내로 상당한 양의 총이 들어간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총기로 국내의 공산당원들이 무장봉기를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서 풀어버린 톰슨 기관단총이 돌고 돌아서 국내에 한두 정씩 차곡차곡 반입되는 것 같았다.

“그게 또 그렇게 댔군요.”

“예?”

김원봉에게 일본에 총을 푼 사람이 나라고 말할 수는 없고 그냥 말을 얼버무려버렸다.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해달라는 겁니까?”

“남들에게 이곳 기지를 드러낼 수는 없어서 상하이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상하이로 갈 수 있겠습니까?”

상하이는 조금 위험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영국과 미국의 정보기관장들인 총영사들에게 들어야만 할 대답이 있었기 때문에 한 번은 만나야만 했다.

김원봉에게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손원일에게로 갔다.

type 7B 유보트.

독일해군 유보트의 대명사인 type 7C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것은 아직 나올 시기가 아니어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type 7B 유보트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2차 대전 중에 혁혁한 전과를 올렸던 9척의 유보트를 보고 있자니 우리 광복군이 앞으로 전쟁을 하는 동안에도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우리나라 바다를 지켜줄 녀석이 그렇게 든든하고 이쁠 수가 없었다.

“잠수함대가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영국과 소련의 눈을 피해서 훈련을 받느라 고생을 좀 했습니다.”

손원일은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정말로 훈련이 힘들었었는지 영국과 소련 정보부를 들먹였다.

“많이 힘들었나 보네?”

“훈련이야 힘들어도 참고 받을 수 있었지만, 휴식 시간에도 잠수함 기지를 벗어날 수가 없으니…. 그것 때문에 대원들이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왜? 무슨 문제라도 일어났나?”

“다른 잠수함을 타는 대원끼리 사소한 폭행 사고가 있었습니다.”

갇혀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변하는지 이해는 가지만 같은 목표를 위해서 같은 장소에서 같은 훈련을 받으면서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폭행 사고까지 일어났다니 이건 좀 심각했다.

“병사들이 많이 다쳤나?”

“다행히 크게 다치고 그렇지는 않았지만 제가 나름대로 처벌을 좀 했습니다.”

“잘했어. 그런 경우에는 장병들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방법도 연구해보라고. 우리는 해방이 되고 난 다음에도 어떤 처지가 될지 아직은 모르잖나?”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는 손원일을 어깨를 툭 치면서 힘을 내라고 웃어줬다.

그리고, 궁금했던 type 7B 유보트는 성능을 물어봤다.

“전에 쓰던 잠수함보다는 좋지?”

“당연히 그렇죠. 일단, 어뢰가 14발입니다. 최소한 한 번 출항하면 서너 척을 때려잡을 수 있습니다.”

“보통 한꺼번에 5발씩 어뢰를 쓰나?”

나 역시도 잠수함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고 혹시 안다고 하더라도 현대의 잠수함과는 많이 다른 성능이라서 궁금했다.

“상황에 따라서 다릅니다. 상대 함정이 속도가 빠르고 거리가 멀리 있다면 더 많은 어뢰를 쏴야 합니다.”

“아! 시간 계산과 거리를 계산해서 움직일 만한 곳에 미리 어뢰를 쏘는 거군? 맞나?”

“예, 그런 식으로 어뢰를 쏩니다. 그러니까 이 잠수함으로 한번 나가면 최소한 세 척은 잡을 수 있고 많으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적 함정을 잡을 수 있습니다.”

“오! 드디어, 우리도 제대로 된 칼을 하나 가지게 됐군.”

“그런데, 문제는 보급입니다. 언제까지 독일에서 어뢰를 공급해줄지…. 그 문제만 해결된다면 앞으로 몇 년간은 태평양에서는 무적입니다.”

“그건 내가 어떡하든지 알아서 해주겠네.”

후루카와 그룹이 조선에 건설한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 본토로 들어간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제외한 과학자들은 지금 한곳에 모여서 로켓과 제트 엔진 그리고 어뢰와 같은 군사 무기를 연구하고 있었다.

독일을 탈출한 유대인들과 뤄리리-하둔 재단이 만든 상하이대학을 통해서 배출된 조선 출신 과학자들이 지금도 매일 잠도 안 자고 연구에 매달리고 있어서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밖을 자유롭게 왕래할 상황은 아닌데 어떻게 대원들을 관리할 생각이야?”

“글쎄요. 한번 연구를 해봐야겠습니다.”

“손 대장이 최대한 빨리 대책을 찾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병사들의 정신이나 성격이 망가질 수도 있어?”

“예, 노력해 보겠습니다.”

9척의 type 7B 유보트는 이제 광복군의 숨겨진 칼이 될 것이다.

이 녀석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우리도 맥아더나 니미츠에게 광복군만의 당당한 전과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만. 그런데, 천샤오콴 해군부장도 죽여서 이 비밀기지와 잠수함들을 감춰야 하나? 죽이기에는 좀 불쌍한 사람인데 그냥 놔둘까?’

* * *

상하이 밖은 세상의 종말이 온 것처럼 사방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고 곳곳에서 화염과 폭발음이 들리는데 조계지는 그런 것과는 상관이 없는 곳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전쟁으로 다소 주춤한 경제활동만 빼면 똑같았다.

“뭔가 조화롭지 않은 풍경이군요. 여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서로 죽고 죽이는 살벌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데 여기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노랫소리가 들리고 영화관과 찻집이 영업을 하고 있다니….”

“원래 전쟁이나 재난이라는 것이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고통입니다.”

김원봉은 드미트리와 함께 상하이로 가겠다는 나에게 김두봉의 얼굴을 모르지 않냐면서 극구 따라와서 한마디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요. 세상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제일 먼저 고통을 받고 죽어 나가죠.”

“다음에 조국이 해방되고 새롭게 생길 정부는 어려운 사람들도 배려하는 정부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거야 아무도 모르죠. 자 다 왔습니다. 여기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대답을 하다만 김원봉은 나와 드미트리를 데리고 작은 골목에 있는 집 한 채로 안내를 했다.

김두봉.

주시경 선생의 제자로 해방 후 북한의 국어(한글) 교육의 틀을 잡은 사람.

그리고, 김일성의 6.25.남침을 찬성한 사람.

나는 김두봉에 대해서 아는 것은 사실 별로 없었다.

“처당숙. 이쪽 분이 광복군을 실질적으로 이끌고있는 조지 대장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먼 곳까지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김두봉은 나를 보며 먼저 인사를 하고 나왔다.

“아닙니다. 일이 있어서 지나가던 길에 들렀습니다. 김두봉 선생이 더 고생을 하셨지요.”

상하이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는 일본군 특무대의 눈을 피해서 만나고 있어서 바짝 긴장을 한 채로 우리는 해야 할 이야기만 급하게 나눠야 했다.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하셨다는데 어떤 사정으로 찾으셨습니까?”

“국내에 조선 공산당 당원들 일부가 일제에 무장투쟁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말리고 싶은데 워낙 강경파들이라서….”

“김두봉 선생. 그런 문제라면 내가 나선다고 해서 그들이 마음을 바꿔 먹을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저는 그들이 이왕 그렇게 무장투쟁을 하겠다면 제대로 할 수 있게 누구라도 도움을 줬으면 합니다.”

나는 김두봉이 무슨 말을 하는지 처음에는 이해를 잘 못 했다.

잠시 생각을 해보니 조선 공산당 강경파의 무장투쟁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무장투쟁을 지도해줄 군인이 필요하다는 말인가요?”

“예, 강경파 당원들을 잠시 진정을 시켜 놓은 상태입니다. 이왕 무장투쟁을 할거라면 차라리 목숨을 걸고 제대로 하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와!

이 사람 학자라고 하더니 중요한 결정에서는 후퇴는 없는 사람이었다.

“몇 명이나 일제와 무장투쟁을 하겠다고 나섰습니까?”

“지금은 조선 공산당이 와해가 된 지가 오래돼서 그리 많은 당원이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대략 50명은 넘고 100명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흠….”

나는 잠시 고민을 하면서 김원봉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걸 김원봉에게 맡기면 나중에 김원봉의 해방된 후에도 친위 조직으로 남을 것 같고…. 누굴 보내야만 할까?’

나는 50여 명이 넘는 조선의 열혈 청년들이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일본 경찰에 의해 발각돼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무장투쟁을 제대로 지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좋습니다. 그들을 지도하고 훈련시킬 사람들을 보내겠습니다.”

“정말입니까? 고맙습니다.”

“그런데, 김두봉 선생은 옌안에 머물고 계십니까?”

“예, 사정상 어쩔 수 없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우언라이와 마오쩌둥이 뭐라고 하는 말을 100% 믿지 마십시오. 그들은 지금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처지입니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이 가진 사상을 가지고 다투고 싶지 않아서 이 정도 경고만 해주고 김두봉과의 만남을 끝냈다.

‘이번에 윤봉길을 보내서 윤봉길이 가진 철학을 가르친다면 지리산과 태백산맥 일대에 제대로 된 저항군을 만들 수 있을까?’

조선 공산당 출신 강경파들의 행동과 사상을 제어할 수 있는 이력이 있는 사람으로는 내 머릿속에는 윤봉길뿐이었다.

윤봉길은 거사를 결심하기 전까지 아이들은 가르치던 사람이었다.

아마, 윤봉길이라면 공산당 청년들도 교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니까 이봉창은 잘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군. 이봉창이 계획대로 제대로만 일을 해준다면 태평양 전쟁은 최소한 일 년은 빨리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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