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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도 다음을 준비합시다 (103/225)

그렇다면, 우리도 다음을 준비합시다

“와! 이거, 뭔가 오싹한대요?”

“영국과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이 음모를 꾸민다니까 진짜 무섭네요. 그런데, 조지 대장님은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근거는…. 그보다 먼저 영국은 정부 차원의 음모지만, 미국은 정부가 음모를 꾸미는 것인지 아니면 정부가 빠진 생태에서 다른 세력이 음모를 꾸미는 것인지 그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부분을 감안하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영국이 꾸미는 짓은 너무나 뻔한 짓이어서 눈에 훤히 보이지만, 미국은 설명하기가 조금은 애매했다.

그래도, 광복군 지휘관들이 세계정세를 정확히 알고 전략적인 판단을 할수 있게 할 생각이었다.

“먼저 영국입니다. 여러분, 혹시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혹시,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의 영국과 러시아의 충돌했던 것을 말하는 겁니까?”

“예, 바로 그겁니다. 지금, 영국은 자국의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직접 개입은 하지 못하고 항상 그래왔듯이 유럽 내륙 국가들을 서로 견제하게 만들기 위해서 독일의 고삐를 풀어주고 독일이 소련을 견제하고 종래에는 전쟁까지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쓰레기 새끼들!”

“영국 놈들은 진짜 음흉합니다.”

내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광복군 지휘관들은 너무 깊게 공감을 하고 나섰다.

이래서는 안 된다.

“여러분! 여러분! 정신들 차리십시오. 내가 전해준 정보를 듣고 영국이나 미국에 선입견을 품으면 안 됩니다. 내가 여러분께 이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영국과 미국의 의도를 알고 있으라는 겁니다.”

“흠,”

“크흠.”

“그런데, 영국이 아무리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해도 프랑스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텐데요?”

“프랑스는 지금 혼란의 극치인 상황입니다. 대공황 때문에 독일이 재무장하는 것을 신경을 쓸 겨를조차도 없습니다.”

“조지 대장님, 영국이 독일의 재무장을 용인한다는 근거는 뭡니까?”

“먼저, 독일의 공산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경찰들의 무장부터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히틀러가 집권한 이후로는 영국 역시도 대공황으로 실제 독일을 통제할 능력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럼, 딱히 영국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요?”

“얼마 전에 있었던 뮌헨 협정이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뮌헨 협정은 1938년 9월 30일, 독일의 뮌헨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4개국에 의해서 체결된 협정이다.

협정의 주요 내용은 체코슬로바키아의 영토 중 독일인의 인구가 많은 주데텐란트를 독일에 양도하는 것이다.

“그게 영국의 음모라고요?”

“예, 영국은 1차 대전 발발 원인이었던 독일과 러시아의 범게르만주의와 범슬라브주의의 충돌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히틀러의 반공주의도 응원하는 중입니다.”

“아! 그걸 부추겨서 독일과 소련을 서로 싸우게 만들겠다는 거군요.”

“예,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영국은 미국의 투자로 급속히 경제를 회복하는 독일과 신경제정책인 ‘네프’의 성공으로 경제를 끌어올린 소련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둘의 싸움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처럼 영국의 비열함에 광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영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다시금 깨달은 표정들이었다.

“그런 사실을 히틀러와 스탈린이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요? 서로 첩자를 보내고 정보를 수집할 텐데요?”

“그래서, 내가 영국의 뜻대로 될지 모르겠다고 한 겁니다.”

“아!”

“그럼, 독일과 소련도 영국이 그런 짓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설마 모르겠습니까? 아마 영국은 이번에 잘못하다가는 큰코다칠 겁니다.”

김경천을 비롯한 광복군 지휘관들은 유럽의 전쟁이 대한민국의 독립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생각하는지 다들 말들이 없었다.

“만약, 유럽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이번에도 영국과 소련이 한편이 되겠군요?”

돌아가신 박은식 선생의 아들인 박시창 소령이 예리한 분석을 내놨다.

“박 소령의 말처럼 아마 그렇게 될 거야.”

“그럼, 독일의 동맹인 일본은 소련을 공격하지 않을까요?”

“일본이 시베리아를 차지하면 일본에 어떤 도움이 될까?”

“예?”

“동맹은 동맹이고, 전쟁이란 것은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짓인데, 동맹을 돕겠다고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 사정을 제쳐두고 과연 소련을 공격할까?”

“아! 일본이죠. 일본은 원래부터 의리가 없는 놈들이니까…. 그럼, 설마 미국입니까?”

“여러분들의 생각에는 일본이 어디를 공격할 것 같습니까? 다들 한번 생각들 해보십시오.”

과연 우리 광복군 지휘관들은 얼마나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지 한번 알아보고 싶었다.

“돌아가는 판세를 봤을 때는 미국이 아니면 소련인데…. 분명히 소련이 아니면 미국인데…. 미국이 진짜 아닙니까?”

“일본 놈들도 미국이 얼마나 센지 아는데 정말로 미국을 공격할까요?”

“소련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라면…. 아. 답답하네.”

“유럽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일본은 어떡할까요? 20년 전에 있었던 세계 대전 때는 영국의 동맹으로 독일의 아시아 태평양 식민지를 모두 차지했습니다.”

“동남아시아! 맞죠?”

“예, 맞습니다. 일본은 동남아시아를 노리고 있습니다.”

“아! 그래서, 맥아더 단장이 필리핀 이야기를 했구나.”

“조지 대장. 이 모든 것이 그럼 미국의 음모라는 겁니까?”

광복군의 주요 작전을 구상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지청천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맥락을 집었다.

“미국이 뭔가를 꾸미는 것은 같은데 그게 확실하다고는 말을 못 하겠습니다.”

“미국이 독일을 도와서 경제를 살리려고 투자를 했고, 소련도 미국 자본으로 신경제정책을 밀어 붙일 수 있었고, 일본도 미국의 지원으로 산업을 유지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과 소련의 도움으로 숨통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조지 대장의 말이 틀린 것 같은데요?”

“지금 지청천 중령님이 말한 나라들이 실질적으로 이 세상을 지배하는 강대국들입니다. 만약에 그들 모두가 전쟁에 휘말려서 산업이 결딴나고 사람이 엄청나게 죽으면, 누가 세계 패권 국가가 되겠습니까?”

“미국?”

“설마, 미국이 그런 엄청난 음모를 꾸몄다고요?”

“상식적으로 가만히 생각해보십시오. 돈을 좀 투자해서 경쟁자들을 전부 전쟁의 구렁텅이로 집어넣고 일등이 될 수 있다면 그래서 세상을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할만하지 않습니까?”

“너무 억측인 것 같습니다. 결국, 상황을 정리하려면 미국도 참전을 해야만 할 텐데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지금도 반신반의하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정부 차원에서 이런 짓을 하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고…. 그런데, 계속 의심이 간단 말입니다.”

내가 만나본 루스벨트는 이 정도 계획까지 시도할 만큼 막장인 사람은 아닌 것 같았는데, 막상 현실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미국이 상당히 의심스러웠다.

그 주체가 미국 정부인지 아니면 미국의 자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독일도 소련도 중국도 일본도 모두 장기판의 졸이라는 말입니까?”

“아니요. 그들도 뭔가 의심을 하면서도 자신들이 전쟁에서 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우와! 그럼, 우린 장기판의 졸도 아닌 존재들입니까?”

“현재는 그렇죠. 하지만 언제까지 졸도 아닌 존재로 머무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독립을 하고 나면 달라져야죠.”

다들 우리가 장기판에서 졸도 아닌 존재라는 자각에 한숨부터 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우리 대한민국을 믿는다.

나중에는 세계 10대 선진국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내가 생각하는 계획이 성공만 한다면, 더 빠르게 그리고 더 강한 선진국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이젠 조지 대장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해 줄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어떡할 생각입니까?”

“일단은 가장 승산이 높아 보이는 미국에 베팅해야겠죠.”

“어차피 우리는 일본의 적이라면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민 중입니다. 과연 우리가 계속 중국에 머물러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지.”

“다른 길은 있습니까?”

“없습니다. 고민만 하고 있는 중입니다.”

“맥아더 단장의 제안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김구 주석께서는 필리핀까지 가서 또 피를 흘릴까 봐서 거절하셨지만, 나는 경보병 대대와 함께 갈 수만 있다면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아니, 왜요?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장제스 총통을 도와서 피를 흘린 보람이 없지 않습니까?”

“장제스는 우리를 도와줄 힘이 없습니다. 누가 보면 사대주의자라고 할지 모르지만, 일단은 내가 힘을 쓰려면 미국과 한편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뭐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음….”

“많이 복잡하죠? 이게 나라가 없는 자들이 겪는 공통된 고통입니다. 20년 전에 체코가 우리처럼 이랬었죠?”

“그래도 체코는 독립을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도 독립할 겁니다. 바로 독립을 하기가 힘들 수도 있지만, 반드시 독립하기는 합니다. 반드시.”

“조지 대장님, 미국을 돕는다고 해봐야 우리는 병력도 얼마 되지 않는데 용병 취급이나 받다가 혹시 아무런 대가도 못 받는 것은 아닙니까?”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생각해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은 우리도 병력의 숫자를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조지 대장. 해군은 언제 돌아옵니까? 해군의 잠수함이 없으니까 국내에 잠입해서 광복군이 될만한 사람을 데려오는 것도 중지돼서 병력 충원이 힘듭니다.”

“구축함들은 돌아오려면 아직 멀었고 잠수함은 이제 슬슬 교육이 끝날 때가 됐습니다.”

* * *

카를 되니츠 유보트 함대 사령관은 중국 해군에 넘겨줘야 하는 9척은 유보트가 너무나 아까웠다.

재무장이 시작되면서 히틀러 총통은 300척의 유보트를 약속했지만, 약속을 잊었는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겨우 100척도 되지 않는 유보트를 되니츠의 손에 쥐여줬을 뿐이었다.

“그동안 많이 배웠습니다. 가르침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손원일은 중국에서 만났을 때는 대위였지만 어느새 진급한 권터 프린 소령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잊지 말라고. 언제나 인내하고. 인내하고. 한 번 더 인내하고. 알았지?”

“예.”

“그리고, 니가 원하는 일들이 반드시 이뤄지기를 신께 기도하겠다.”

“저도 소령님을 나중에 또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신께 기도하겠습니다.”

“하하. 고맙다. 이제 그만 사령관님께 신고하고 돌아가야지?”

“예, 그래야죠.”

손원일과 400여 명의 광복군 잠수함 전 대원들은 그동안 교육을 담당했던 되니츠 제독에 경례하면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브레멘 항의 U- 보트 벙커에서 9척의 7형 잠수함들이 빠져나와서 앞서 나가는 대형 지원함 두 척과 한 척의 공작선의 꽁무니를 조용히 따라가기 시작했다.

두 척의 지원함에는 잠수함의 수리와 정비를 위한 정밀기계들과 부품 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한 척의 공작선은 잠수함과 구축함을 바다에서 수리할 수 있게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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