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삽질은 도대체 어디가 끝인가요?
“예, 그것도 후쭝난의 작전 참모로 있습니다. 아마, 그놈 이름이 슝상후이일 겁니다.”
“내가 알기로는 후쭝난 장군이 지휘하는 병력이 장제스 총통이 가장 믿는 정예사단들인데, 진짜 거기에까지 첩자를 심어놓았다니 중국 공산당 사람들도 무서운 사람들이군요?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아! 조지 대장님은 알고 계셨죠? 그런데, 정말 어떻게 안 겁니까?”
“후훗.”
중국 공산당의 첩자가 국민당군의 어디까지 침투해 있는지 알고는 유자명 선생은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진짜 어떻게 공산당이 침투시킨 첩자들을 아는 겁니까?”
“남자에게는 가끔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답니다. 하하”
더는 유자명 선생에게 내 비밀을 알려줄 수가 없어서 이야기를 멈췄다.
“참, 조지 대장님. 이대로 중국 공산당을 풀어놓으면 나중에는 국민당과 전쟁을 벌일 수 있을 만큼 위험한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만약에, 공산당이 국민당의 3분의 1 수준의 병력을 가지게 된다면 국민당은 내전에서 필패입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공산당을 박멸하려고 했던 겁니다. 유자명 선생도 잘 알다시피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의 세력 확장을 위해서라면 일본군과도 기꺼이 협력하는 놈들이잖습니까?”
“아! 그래서, 조지 대장님이 그렇게 홍군을 죽이려고 했었군요?”
“예, 중국 공산당은 우리 조국의 독립에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입니다.”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됩니다. 앞으로는 나도 중국 공산당은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반드시 그래야 할 겁니다. 이번에 중국 공산당이 조선의용군을 해체하고 보낸 사람들 사이에는 첩자들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나와 저우언라이가 둘만의 모종의 합의를 하는 동안에도 중화민국군과 일본군은 서로의 전선을 유지한 채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아마, 중화민족의 역사 이래로 외국의 침략군을 이렇게 오랫동안 잘 막고 있는 것도 처음일 것이다.
침략군이 침공을 하면 사람들의 머리 숫자만 채워서 내보냈다가 언제나 전부 털리던 그 중국이 아니었다.
이번만큼은 나라의 경제가 망하던지 국민 수백만 명이 죽어 나가던지 그딴 것은 하나도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끈질긴 저항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굴할 일본군이 아니었다.
일본군은 처음부터 전략 목표로 삼았던 중화민국의 주요 도시인 베이징, 톈진, 상하이, 난징, 지난, 항저우 등을 모두 점령하고 이제는 장제스를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위조지폐로 인해서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생겼든지 말든지, 일본 인민전선의 무장투쟁으로 사회질서가 망가지든지 말든지, 그 어느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우한 점령만을 위한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었다.
중화민국 정부 군사위원회 회의가 진행되는 자리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광복군을 제외한 나머지 의용군 단장들까지 모두가 함께하고 있었다.
“문제는 바로 이것들입니다. 일본 해군의 세 척의 항공모함만 어떻게든 해결한다면 우리의 반격은 반드시 승리할 겁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중화민국 군사위원회 참모본부에서는 우한을 공격 중인 일본군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군사위원회에 보고하고 있었다.
“우리가 우한 전면을 방어하는 사이에 난징과 우한을 연결하는 보급선을 잘라야만 하는데 그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했나?”
“예, 맥아더 단장님이 마련한 소부대 전술로 반격 개시 당일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그건 좀 위험하지 않습니까? 반격하는 우리 군과 보급선을 차단하기 위한 우리 군 사이에 오인으로 인한 전투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저희들 서로 간의 오인 공격만 피할 수 있다면 반격 작전은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그러니까 오인을 어떻게 피할 거냐고? 지금, 너무 무책임하지 않나? 근본적인 대책은 없어?”
“현재 우리 군의 사정상 무전기를 중대 단위 이하로 보급하기는 힘들어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런….”
군사위원회의 회의에 참여한 각성의 성장들인 군사위원들은 참모본부의 참모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표정들이 좋지 않았다.
특히, 옌시산의 표정은 말이 아니었다.
“이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 산시성 방위군은 후방의 예비대가 하나도 없이 버텨야만 하는 거야?”
“예, 성장님. 이번 반격 작전에 우리 중화민국군의 모든 것을 걸 생각입니다.”
“그러다가 반격 작전이 삐끗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지?”
“이 작전은 우리 중화민국의 공군만 제 역할을 해준다면 100% 성공합니다.”
“결국, 모든 것이 우리한테 유리한 조건이 갖춰져야지만 승리한다는 말뿐이잖나?”
옌시산은 이렇게 무리한 반격 작전을 어째서 시도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지금 중화민국이 힘든 만큼 일본도 힘들었다.
이 싸움은 결국 누가 오래 버티냐는 것인데 왜 굳이 도박을 하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작전이 잘못되면 지금은 겨우 해안지역만 점령한 일본군이 내륙으로 들어 올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중화민국은 수세를 역전시킬 방법이 없을 것이다.
“국가 세수가 엉망이 됐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제는 미국에 넘겨줄 은도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군인들의 월급도 주기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버티면서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험을 선택하겠다는 겁니까?”
“예, 버티는 데 한계가 왔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힘을 쓸 수가 있을 때 반격 작전을 시도하는 겁니다.”
옌시산이 의문을 표시하자 정부의 재정부장인 쑹쯔원이 국가 재정이 완전히 바닥이 낫다고 실토를 했다.
하지만, 작전이 실패했을 때가 문제였다.
옌시산이 보기에는 작전 실패시 입게 될 데미지가 너무 컸다.
“잠깐. 이 작전은 상하이의 일본 해군 항공모함의 격침이 전제돼야 하는데 그건 확실한 건가?”
“우리 중화민국의 모든 전투기와 폭격기가 작전에 투입될 겁니다.”
“그러니까 일본의 항공모함에서 출격하는 함재기들을 막을 수 있냐는 말이야?”
“충분할 겁니다.”
“그건 잘….”
“........”
옌시산의 질문에 쑹메이링은 자신만만해 보였고 미국인 고문인 세놀트는 회의적인 표정이었다.
그리고, 소련의 파벨 뤼챠고프 소장은 표정을 알 수가 없었다.
옌시산은 시선을 돌려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가만히 앉아 있는 맥아더를 쳐다봤다.
맥아더 단장 역시 선글라스 뒤에 숨겨진 표정을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타이위안을 일본군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젠 정말 어쩔 수가 없는 건가?’
중화민국 육군은 주둔지인 난창을 출발해서 우한을 공략하기 위해서 밀려드는 일본의 중지나군과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그리고, 반격 작전대로 맥아더가 만든 소부대 게릴라들이 난징과 우한 축선 도시들의 배후를 공격했다.
거기에 더해서 중화민국 공군의 모든 전투기와 폭격기들은 상하이로 날아갔다.
* * *
“대장님! 대장님!”
무언가 급한 일이 있는지 박하성이 급하게 뛰어오면서 나를 불렀다.
“왜? 박 소령, 무슨 일이 있어?”
“중국군의 작전이 사전에 노출돼서 일본군의 함정에 빠져서 박살이 났고, 현재는 난창으로 퇴각 중이랍니다. 그래서, 우리한테 공중 엄호를 부탁한다는 요청이 왔습니다.”
“니미…. 그냥 버티기나 하고 있을 것이지…. 어디까지 밀렸다고 하던가?”
“우한이 함락된답니다.”
“우한은 전시 중국군 사령부가 있던 곳이잖아? 거기에 중국군의 각종 총기와 탄약 생산 시설이 몰려 있던 곳인데…. 그곳을 빼앗겼어?”
“예, 상황이 급하답니다. 출동할까요?”
“가서 구해줘야지 별수 있겠나? 항공대를 출동시켜.”
중국공군과 미국과 소련의 의용항공대는 다양한 기종으로 구성된 연합항공대를 투입해서 상하이에 정박 중인 일본 해군의 제2 항공 전대 소속의 카가와 제1 항공 전대 소속의 경항모 류조와 호쑈를 공격했지만, 세 척의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96식 함상 전투기와 상하이 주변의 비행장에서 출격한 일본 육군의 96식 육상 공격기 때문에 무려 128기의 기체와 조종사를 잃고 후퇴를 했다.
완전히 제공권을 상실한 중국군은 결국 10월 25일에 우한을 빼앗겼다.
그 이후 상황은 도미노가 무너지듯이 중국 전 지역에 걸친 일본군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고 중국군은 버티지 못하고 계속해서 후퇴만 거듭하고 있었다.
* * *
현재 전 세계 주요 국가들 중에 가장 군기와 장비가 떨어진다는 이탈리아군보다 천 배는 더 못한 군대가 중국군인데, 그런 군대로 아시아 최강이라고 떠벌리는 일본군을 공격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이번 작전은 누가 세운 겁니까?”
광복군 사령부에 들러서 육군 지휘관들에게 물었지만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중국군 참모본부는 처음부터 광복군과 중국 공산당의 홍군에게만 작전을 알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힘만으로 공격 작전을 세웠던 모양이었다.
“혹시, 누구 전해 들은 사람도 없습니까?”
“우리도 이번 작전을 왜 시도한 건지 궁금해서 토론 중이었습니다.”
“그래요? 그럼, 같이 미국 군사고문단을 찾아가 볼까요?”
“조지 대장님도 같이 가실 겁니까?”
“예, 맥아더 단장이 이 정도의 바보는 아닌데, 어떻게 이런 작전을 시도했는지 너무 궁금하네요.”
미국 군사고문단의 사무실이 있는 가릉 빈관으로 광복군 지휘관들과 함께 이동해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령의 후임으로 부임한 리차드 서덜랜드 대령을 만났다.
“아이고, 이거 대한민국군의 지휘관들이 모두 오셨네요. 마침 잘들 오셨습니다.”
우리를 반가운 표정으로 맞이하는 서덜랜드 대령의 태도 보아서 이번 작전은 맥아더와는 관련이 없어 보였다.
“다들 이렇게 오신 것은 이번 작전 때문이시겠죠? 왜 광복군은 제외했냐고 따지러 온 거죠?”
“예.”
“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중화민국군 지휘관들의 요청 때문이었습니다.”
“그게 무슨….”
“중화민국 군사위원회는 이번 작전의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썼습니다. 그래서, 우리 미국과 소련의 의용항공대도 후방 지원만 맡았습니다.”
“그럼, 모든 작전을 중국군 위주로 했다는 소립니까?”
“예, 바로 그겁니다.”
서덜랜드 대령과 몇 마디 나누자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금방 알 수가 있었다.
중국군과 중국 정부의 주도로 이번 작전이 진행됐고 미국과 소련의 군사고문단은 구경만 한 것이었다.
그럼, 여기서 맥아더 단장은 자신의 커리어에 상처를 받을 작전이 뻔한데 왜 말리지 않았을까?
맥아더에게 중국이나 일본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대상들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중국군이 수백만이 죽든지 말든지 일본군이 수백만이 죽든지 말든지 오직 맥아더의 생각은 중국군의 공격을 일본군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는지를 알고 싶었을 것이다.
“대령님, 대충 알겠습니다. 맥아더 단장님은 이번 작전을 반대하셨겠죠?”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럼, 의용항공대들은 처음부터 참여를 하지 않았습니까?”
“아닙니다. 지원자들만 작전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그럼, 그들은 모두 죽었습니까?”
“우리와 소련 모두 조종사들이 좀 죽기는 했지만 그래도 수확은 있었습니다.”
누가 이번 반격 작전을 구상하고 시도했을까 했더니 미국과 소련 양쪽 군사고문단들이 중국군 참모본부의 참모들을 부추겨서 마련한 작전이었다.
중화민국군의 최정예 사단과 전투기 조종사들을 가지고 일본군의 능력을 테스트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