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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조선인과 덜떨어진 미국 기자에게서 손을 떼! (100/225)

순진한 조선인과 덜떨어진 미국 기자에게서 손을 떼!

중국 공산당은 이미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상태이기 때문에, 소련의 지원 아래서 전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공산당의 확장에 매진하고 있었다.

중국 공산당은 겨우 몇천 명이 남은 홍군을 바탕으로 국민당군의 토벌 때문에 뿔뿔이 흩어졌던 공산당원들을 다시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동안 그렇게 만나고 싶었는데 이제야 만나는군요.”

저우언라이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로 첫인사와 함께 나한테 손을 내밀었다.

저우언라이는 알고 보면 참 대단한 사람이었다.

이곳은 중화민국 임시 수도인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 총사령부이다.

그런데, 웬만한 간담을 가진 사람이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언제 장제스 총통에게 잡혀서 죽을지도 모르는 곳인 적의 심장부를 이렇게 찾아온 것이었다.

“아, 그렇습니까? 뭐, 뜻하지 않게 당신을 결국 만나게 되는군요.”

이미 중국 공산당 전체를 토벌하는 것을 실패한 상태에서 이제는 중국 공산당과도 어느 정도의 선을 유지해야만 할 필요성이 있어서 악수하고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 하나의 벽은 남겨뒀다.

“이제는 화해하자고 찾아온 사람인데, 여전히 우리를 싫어하시는 것 같군요? 그런데, 조지 선생하고 우리는 적이 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왜 그러는지 나로서는 참 의문입니다.”

여전히 저우언라이는 웃는 얼굴로 나를 달래는 것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저우언라이 위원장은 내가 상하이에서 누구와 생활하면서 살았었는지를 잘 알면서 그러는 겁니까?”

“그래요? 그럼, 이제는 두웨성도 죽어서 없는데 조지 선생과 우리가 척진 채로 계속 싸울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 이제는 두웨성의 죽음으로 중국 공산당을 더는 잡아 죽일 이유도 명분도 사라져버렸다.

그동안 두웨성이라는 이름을 앞에 내세우면서 공산당 토벌에 나섰던 것도 이젠 그만 멈춰야 할 때가 됐다.

“그래서 이렇게 만나고 있지 않습니까? 자, 일단 자리에 앉으십시오.”

저우언라이와 저우언라이를 따라온 홍콩 영화 배우 홍금보와 비슷하게 생긴 남자를 자리에 앉혔다.

“그런데, 이분은 누구신지?”

“우리 당의 미래와 정보를 책임진 당의 중심입니다.”

저우언라이의 말에 홍금보를 닮은 남자의 정체가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중국 공산당이 국공내전에서 강력한 국민당 군을 이기고 승리를 할 수 있게 만든 중국 공산당의 정보 책임자 리커눙일 것이라고 짐작이 됐다.

“그런데, 저우언라이 위원장님은 무엇 때문에 나를 만나자고 한 겁니까?”

“이제 그만 예전의 악연은 내려놓고 서로 협력을 할 수 있는 것들은 협력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음…. 일단,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것은 내 개인의 의견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 전체의 의견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말하겠습니다.”

“예,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좋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나약한 인텔리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저우언라이의 강단이 살짝 엿보였다.

“저우언라이 위원장이 원하는 대로 이제는 더이상 적대적인 행위는 하지 않고 멈추겠습니다.”

“좋군요. 감사합니다.”

“그러니 저우언라이 위원장도 우리 조선 민족을 더는 공산당원으로 받지 마십시오.”

“........”

“조선 민족의 일은 우리가 스스로 알아서 할 테니까 혹시라도 조선인들이 공산당을 찾아가면 우리에게 보내 주십시오.”

“음….”

아마, 대답하기 힘들 것이다.

이미, 조선인들의 상당수를 중국 공산당의 행동대원인 의용군으로 포섭하고 있는 상태였다.

“조지 대장. 뭔가 오해를 하는 것 아닌가요? 나는 당신에게 지금 항복 선언을 하려고 찾아온 사람이 아닙니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대신, 나도 더는 중국 공산당에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미리 말을 해줬잖습니까?”

“그것은 이미 그래야만 했던 것을 원래 상태로 돌리는 것 아닙니까?”

“하하. 저우언라이 위원장님. 뭔가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좀 전에 내가 내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말을 했죠?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은 중국 공산당과 이제는 적대적일 이유가 없지만, 두웨성 대형의 의지를 이은 나는 또 다른 존재입니다. 나는 당신들을 언제든지 공격해도 되는 것 아닌가요?”

나는 대화는 저우언라이와 하고 있지만, 리커눙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중국 공산당 최고의 정보 책임자가 얼마나 냉정하고 얼마나 절제력이 있는지 한번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

“코민테른의 테제에 동조하는 수많은 조선인을 우리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그러니까 그런 헛소리에 속아서 찾아오는 놈들이 있으면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든지 아니면 우리한테 보내 주십시오. 그렇게 해준다면 나도 더는 적대적인 행동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우언라이도 리커눙도 내 도발에도 아직까지는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고 내가 도대체 무엇을 믿고 이런 행동을 하는지 분석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그들의 대응을 지켜보기 위해서 아무런 말이 없이 저우언라이의 얼굴만 보고 있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조지 선생과 우리는 계속 적으로 남읍시다. 분명히 좀 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과는 별개라고 하셨죠?”

“오! 그것 재밌겠군요. 나와 중국 공산당은 이전처럼 계속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합시다.”

이건 서로 화해하자고 만남 자리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대화였다.

그런데도 내가 왜 이렇게 나가느냐?

나는 우리 조선인들이 무지몽매하게 ‘평등’이라는 단 하나의 단어에 속아서 중국 공산당을 위해서 고기 방패로 죽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때, 아무 말도 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던 리커눙의 입을 열었다.

“혹시, ‘칭방’의 경호원들을 믿고 그러십니까?”

“아니요. 나는 나를 믿고 내가 가진 정보를 믿습니다. 이제 서로 적이 됐으니까 여러분들이 가고 나면 나는 당신들이 후쭝난 곁에 심어둔 첩자 놈부터 처단하러 가야겠습니다.”

“어?”

“.....!”

내가 던진 단 한마디에 저우언라이와 리커눙은 너무 놀란 나머지 눈도 깜빡이지 못했다.

“왜요? 내가 어떻게 알았을까 싶어요? 당신들이 국민당에 심어둔 첩자들을 더 알려줄까요?”

장제스 총통의 최고 심복인 후쭝난 장군 옆에 잠입시킨 공산당의 첩자까지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는지 내 질문에 대답을 못 하고 머리만 굴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당신들의 첩자를 모조리 까발리고 나는 그냥 미국으로 돌아가면 끝입니다. 자, 이제 누가 손해일까요?”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에 침투시킨 첩자가 얼마나 많았으면 두웨성과 다이리에게도 수많은 놈들을 알려주고도 남아서 이렇게 저우언라이와 리커눙을 협박하는 데도 이용하고 있었다.

이제는 중국 공산당의 말살에 실패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국공 내전은 필연적으로 벌어질 것이고 국공 내전은 결국에는 공산당의 승리로 귀결이 될 것이다.

나는 미국이 중국 공산당을 오판하면서 빠르게 중국이 공산화가 되는 것을 막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당신들의 싸움에 내 나라 미국을 끌어드리지 마십시오. 지금처럼 미국 기자들과 언론인들을 상대로 되지도 않은 거짓 선전을 계속한다면 그것은 당신들의 간첩 명단과는 차원이 다른 보복을 받게 될 겁니다.”

“뭐라고요?”

“내가 조선 출신 미국인이었던 것을 몰랐습니까? 나는 나와 연관된 나라가 작은 피해라도 본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하겠다는 소립니다. 내일 당장이라도 당신들이 웅크리고 있는 옌안을 매일 폭격할 수도 있습니다.”

“으드득…!”

저우언라이와 리커눙 중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향해서 분노의 이를 가는 소리를 냈다.

“그러다 이빨 다 나갑니다. 나 같으면 당신들을 찾아온 조선인 몇 명을 포기하는 것으로 대충 합의를 보겠습니다. 그게 훨씬 이익이 아닌가요? 아! 그리고, 나를 어떻게 해볼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내가 중국 땅에서 이 정도 활개를 치는 걸 보면 알겠지만 나는 그냥 보통의 미국인은 아닙니다. 무슨 뜻인지 잘 아시겠죠?”

중일전쟁 동안 대략 5만에서 10만여 명의 조선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고 한낱 이데올로기 때문에 목숨을 바쳐가면서 중국 공산당의 의용군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국보다 사상을 좇는 중국 공산당의 조선인 의용군은 없다.

“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조선인들의 의용군 입대는 받지 않도록 하겠소. 하지만, 우리 중국 공산당도 대외 선전을 지속해야 합니다.”

“안 됩니다. 나는 분명히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당장에 옌안에 있는 병신새끼 기자 놈부터 쫓아 보내십시오. 그리고, 조선의용군이라는 명칭 자체도 쓰지 마십시오. 그런 이름으로 어리숙한 조선인들을 현혹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끙….”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

저우언라이는 되로 주고 말로 받다 보니 아무런 답변도 하지를 못했고 리커눙이 참았던 분노를 표했다.

“뭐 가요?”

“지금 조지. 당신이 말하는 것이 우리 당에는 얼마나 치명적인지 몰라서 그런 겁니까?”

“그거야 당신들 사정이고 그럼, 내일 당장부터 폭격해볼까요? 아니면, 다이리에게 첩자들의 명단을 알려줄까요? 그래도 나는 선의를 가지고 두 가지를 양보해줬잖습니까?”

저우언라이와 리커눙은 나 때문에 이제 조선이나 대한민국이라면 이를 가는 사람으로 변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약자의 위치고 을의 위치였다.

나는 국공 내전이 끝난 후 중국 공산당의 팽창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미리 약을 치고 있었다.

‘저우언라이. 너는 간도가 우리 땅이라고 했었지? 그리고, 고구려는 우리의 역사라고 했었고? 너희가 내전을 벌일 때 우리에게 기회만 생긴다면 고토를 회복할 것이다.’

* * *

공산당의 전술 중의 하나가 약세일 때는 최대한 상대에게 수그리면서 기회를 보는 거다.

저우언라이와 리커눙은 결국 약자답게 나와 한가지 약속을 하고 떠났다.

그리고, 만약 한쪽이 약속을 어겼다고 생각이 되면 약속은 자동으로 깨지고 약속을 어긴 상대에게 보복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했다.

“조지 대장님은 정말로 공산당을 싫어하시는군요?”

“나는 사실 공산당을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싫어해야만 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요.”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유자명 선생님. 흑백 논리로 세상을 반으로 나눠서 판단하지 마십시오. 선생과 나같이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오늘의 적이 내일은 동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럼, 지금은 중국 공산당과 적이지만 나중에는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소립니까?”

“당연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국가의 이익이 되는 일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내일이라도 중국 공산당이 미쳐서 우리 조국의 해방을 위해서 돕겠다고 나선다면 친구도 될 수 있겠죠. 물론, 마오쩌둥은 절대로 그럴 일이 없겠지만요.”

“그런데, 조지 대장님. 정말로 후쭝난 장군 밑에 첩자가 숨어 있습니까?”

나는 유자명 선생을 보면서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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