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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7 플라잉 포트리스의 진정한 사용법은 말이지 (96/225)

B-17 플라잉 포트리스의 진정한 사용법은 말이지

타이완 쑹산 비행장의 가노야 항공대를 공격하기 위해서 하늘을 날고 있는 B-17을 보면서 헨리 아놀드 준장이 노력해준 덕분에 이렇게 빠르게 실전에서 쓸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했다.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헨리 아놀드 준장에게 독일의 공군 전투기와 폭격기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면서, 사실상 현재 미국의 육군 항공대를 이끄는 그에게 경계심을 갖게 만든 것이 먹혀든 결과였다.

B-17 플라잉 포트리스는 개발 초창기에 YB –18에 비해서 생산 코스트 때문에 밀리는 것 같았지만, 헨리 아놀드가 나서서 독일의 4발 엔진 중폭격기 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결국에는 YB –17이 채택된 결과였다.

“빅 보스다. 모두 주목하기를 바란다.”

“예.”

“예. 대장님.”

“우리는 10분 후에 타이완 상공에 진입한다. 타이완 상공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무선은 침묵한다. 알겠나?”

“예.”

“에스. 써.”

“그리고, 우리 폭격기 부대의 공격 목표는 가노야 기지의 전투기와 비행장 시설이 아니다. 우리는 일본군 조종사와 그들이 주로 머무는 시설이 목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노야 기지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들이 첫 번째 목표다.”

“예.”

“예. 알겠습니다.”

“첫 번째 목표 달성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그때는 내가 판단해서 무선을 개방하겠다. 무선 개방 후에는 비행장과 활주로에 주기 된 일본군 항공기가 두 번째 목표다. 알겠지?”

“예. 빅 보스.”

“예, 대장님.”

“모두의 무운을 빌겠다. 무사히 일을 마치고 다 같이 살아서 돌아가자!”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장님. 우리가 누굽니까? 하하.”

“에에에엥!”

“에에에엥!”

“쿠슈! 쿠슈! 쿠슈!”

레이다를 아직도 설치하지 않은 일본군 항공대의 기지들은 그만큼 방어를 자신이 있다는 건지 아니면 올 테면 와보라는 똥배짱인지는 모르겠지만 광복군 항공대 폭격기 전대에게는 정말로 맛있게 보이는 먹잇감에 불과했다.

B-17 폭격기들이 서쪽 하늘에서 쑹산 비행장을 향해서 날아오자 그제야 육안 관측으로 우리의 출현을 알아채고 공습경보 사이렌을 울리고 있었다.

‘제발 한 놈이라도 더 죽어라. 그래야 필리핀 공습에서 너희 항공대가 그만큼 활약을 하지 못하겠지.’

선도기인 내 기체를 시작으로 B-17 폭격기 전대는 일반적인 폭격기들의 폭격고도와는 전혀 다른 고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10,000m가 넘는 상승 고도를 가진 폭격기가 불과 1,000m~500m 상공까지 내려와서 쑹산 비행장을 거의 스쳐 지나가듯이 날아가면서 7t이 넘는 폭탄을 우박을 뿌리듯이 투하하고 지나갔다.

“꽈 광!”

“꽈 과 광!”

“꽈 광!”

폭격을 당하고서야 정신을 차린 일본군 대공 무기 담당 사수들은 대공포와 기관포를 쏘아 대면서 어떡하든지 폭격기들의 폭격을 막아 보려고 했지만, B-17 플라잉 포트리스는 의외로 튼튼할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폭격기들의 공격 목표는 비행장이나 활주로가 아닌 사람이었다.

첫 폭격을 시작한 나부터 움직이는 물체를 향해서 폭탄창을 개방하고 사람을 향해서 폭탄을 떨어트리는데 얼마나 견딜 수가 있겠나?

첫 폭격 이후로도 계속해서 움직이는 물체를 향해서 폭탄이 떨어져 내리자 가노야 기지에는 움직이는 물체가 점점 줄어 들어갔다.

육중한 엔진 소리와 함께 편대를 이루면서 다가온 폭격기들은 폭탄창을 개방하고 가져오느라 힘들었던 폭탄들을 깔끔하게 고객들에게 배달하고 있었다.

“꽈 과 광!”

“꽈 광!”

“꽈 과 광!”

그 와중에 몇몇 기체는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끝까지 저항하는 일본군 대공 진지에서 날아온 기관총에 꽤 많이 피격됐지만, 그런 것 따위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우린 처음부터 목숨을 걸고 이곳에 왔다.

“지금부터 무전을 개방한다. 이 정도면 가노야 항공대는 앞으로 일 년 이상은 사용이 불가능할 것이다. 대기 중인 나머지 편대는 지금부터 각자 알아서 두 번째 공격 목표를 공격해라.”

“예. 빅 보스.”

“에스! 써! 그래도 먹잇감을 남겨줘서 감사합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끝까지 집중해라.”

“예, 대장님.”

마지막 한 대의 폭격기까지 깔끔하게 주문받았던 선물의 배달을 끝마치고 기수를 서쪽 하늘을 향해서 돌렸다.

“혹시, 기체에 이상이 있는 대원은 있나?”

“없습니다.”

“적들이 워낙 방심해서 그런지 저는 괜찮습니다.”

“좋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말고, 선도기를 따라서 대형을 잘 유지해서 복귀하자. 집에 돌아갈 때까지 모두 긴장을 풀지 않기를 바란다.”

“예, 대장님”

“알겠습니다.”

* * *

“역시 우리 미국 육군 항공대 비밀 병기인 B-17과 노턴 조준기가 제대로 역할을 해준 모양이지요?”

광복군 항공대의 폭격기 전대가 타이완 쑹산 비행장의 가노야 기지를 지도에서 사라지게 만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놀트 고문과 아이젠하워 중령이 미국의 무기 덕분에 그런 전과를 올렸다고 생각하는지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얼굴로 찾아왔다.

“세놀트 고문, 미안하지만 우리는 노턴 조준기를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

“예? 조지 대장. 그 거짓말은 진짭니까?”

“예.”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깔끔하게 지도에서 지워 버릴 수가 있습니까? 거짓말이죠?”

“노턴 조준기 그거 쓸모없는 겁니다. 세놀트 고문이 직접 테스트해보시면 더 알겠군요.”

내가 정말로 노턴 조준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부인하자 세놀트 고문은 내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자신들이 직접 사용하다 보면 그게 얼마나 허접한 장비인지 알게 될 것이다.

“조지 대장님. 그럼, 다음 목표는 조선의 제주도입니까?”

“아닙니다. 제주도가 아니라 오오무라 기지입니다. 어차피 제주도의 알뜨르비행장은 임시 비행장일 뿐이고 실질적인 항공기지는 오오무라에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번에 상하이나 난징을 폭격한 일본군 폭격기들은 모두 제주도에서 왔는데…?”

제주도의 알뜨르비행장을 지금 폭격하면 절대 안 된다.

일본군은 이미 중국에 거점을 마련했기 때문에 폭격을 받은 제주도 알뜨르비행장의 시설을 복구하지 않을 가능성이 무척이나 컸다.

제주도 알뜨르비행장은 나중에 광복군이 사용해야 할 비행장인데, 우리가 폭격을 해서 복구가 안 돼버린다면 내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뿐이었다.

“아이젠하워 중령. 우리 항공대는 제주도가 아닌 오오무라 기지의 카사라스 항공대가 목표입니다. 그래야만 일본인들도 자신들의 영토에 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일본은 중일전쟁이 시작되고 도양 폭격을 신문에 보도하면서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바다를 건너 용맹하게 날아가는 해군항공대 승무원들!’‘자랑스러운 제국의 해군이 드디어 육군의 뒤를 이어 대륙에 진출했다.’라고 96식 함상 전투기를 조종하는 조종사의 사진과 함께 선전했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자신들도 적의 폭격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에 죽을 수 있다는 공포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중에 있을 둘리틀의 도쿄 공습에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많은 영향과 지장을 주겠지만, 둘리틀의 도쿄 공습이 앞으로 실제 진행이 될지 아닐지는 지금 시점에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뭐, 이번 폭격 작전의 모든 것을 전부 광복군 항공대에 맡겼으니까 조지 대장님이 알아서 결정하십시오. 그런데, 상하이 앞에 있는 일본 해군의 항공모함들은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B-17 폭격기로요?”

“예. B-17 폭격기로도 충분히 항공모함을 잡을 수 있다고 하던데요?”

“어떤 미친놈이요? 고도 10,000m에서 폭탄을 떨궈서 항공모함을 잡을 수 있다고요?”

“예, 불가능한가요? 병기국에서는 노턴 조준기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하던데.”

“하하하.”

아이젠하워의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에 오랜만에 시원하게 웃을 수 있었다.

미국의 전쟁부(국방부) 병기국, 이 새끼들도 돈 빼먹느라 정신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돈을 아끼려고 시험을 대충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허황된 물건을 하나 만들어 내놓고 잘난 척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아! 미안합니다. 아이젠하워 중령 때문에 웃은 것은 아닙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때문에 노턴 조준기를 그렇게 믿는답니까?”

“병기국에서 최고의 비밀 병기라고 극찬을 하면서 노턴 조준기와 B-17 플라잉 포트리스만 있으면 어느 나라와 전쟁을 해도 상대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던데…?”

“전부 개 소리입니다. 중령님은 그 말을 절대 믿지 마십시오.”

아이젠하워는 내가 미국의 신무기들을 철저히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하자 뭐라 표현하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

“중령님, 먼저 이번 폭격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면 금방 답을 알게 될 겁니다.”

“그래요?”

“예, 먼저, 우리 항공대가 폭격하러 간 일본군 항공대의 기지에는 레이다가 없었습니다. 만약, 레이다가 있었다면 우리를 막기 위해서 출격한 일본군 전투기에 의해서 우리는 전부 죽었을 겁니다.”

“정말입니까?”

“조지 대장, 정말인가요?”

아이젠하워와 세놀트는 아직도 폭격에 성공한 원인이 미국이 제공한 장비 때문이라고 믿는 것 같았다.

“나중에는 일본군도 레이다를 설치하겠죠? 그때는 폭격기를 호위할 전투기와 함께 가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호위 전투기들의 항속거리가 짧다면 폭격기는 역시 또 죽은 목숨이 되겠죠.”

“아! 레이다….”

“음, 그런 문제가 생기겠군.”

“설마, 중화민국도 레이다를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일본군이 아무리 바보들이라고 해도 이제는 설치를 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그렇겠군.”

당장, 미국 의용항공대를 지휘해서 일본군 항공대와 싸워야 하는 세놀트는 레이다를 뚫고 일본군 기지를 공격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전투기의 호위를 받아서 무사히 폭격지점까지 갔다고 해도 상대의 방공망에 죽을 각오를 하고 고도를 최대한 낮춰서 폭격해야만 합니다. 높은 고도에서는 기류의 변화가 워낙 심해서 폭탄이 사방으로 흩어져 버립니다.”

“아! 기류! 그럼, 이번에도 그렇게 폭격을 한 겁니까?””

“조지 대장, 확실한가요?”

“예, 맞습니다. 그래서, 다음번 한 번만 더 폭격하고 더는 일본 본토 폭격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겁니다. 우리는 적의 레이다와 전투기의 밥이 되기는 싫거든요.”

“저…. 그럼, 조지 대장님, 일본 해군의 항공모함은 왜 폭격하기 어렵다고 한 겁니까?”

“우리가 목숨을 걸기 싫기 때문입니다.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순양함과 구출함의 방공망을 뚫고 항공모함에 접근을 해야 하는데 광복군 항공대는 나중에 광복이 되는 것을 직접 보고 싶습니다.”

“아! 그래서…. 몰랐던 것을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남의 전쟁에서 이 정도 했으면 됐지.

얼마나 더 잘 할 수가 있을까?

광복군 항공대는 나중에 대한민국의 하늘을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오오무라의 카사라스 항공대를 공격하기 위한 작전을 이야기하고 돌아서려는데 아이젠하워 중령이 다가왔다.

“조지 대장님, 그동안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어디 다른 곳으로 갑니까?”

“예, 이번에 대령으로 진급을 해서 본국 근무를 명받았습니다.”

불과, 몇 년 후에는 육군 대장이 돼서 유럽전선 연합군을 지휘할 사람이 이제야 대령으로 진급한다니 속으로 좀 어이없고 얼떨떨했다.

“우와! 그래요? 진급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럼, 언제까지 중국에서 근무합니까?”

“6월 말까지입니다.”

“바로 가야겠네요? 아이젠하워 중령님, 저하고 잠시 이야기할 시간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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