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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날아다니는 포대야! (95/225)

가자! 날아다니는 포대야!

전선에서는 한동안 밀렸던 분위기를 반전하고 광복군 장교들의 조언을 최대한 수용한 맥아더에 의해서 지금은 일본군과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군 지나 사령부는 작전이 이미 중화민국 국민당 조사통계국에 노출되었는지도 모른 채 천장절 공세를 시작했다.

“비상!”

“비상!”

아침 식사를 일찍 끝내고 언제 있을지 모르는 일본군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던 광복군 항공대에 비상 출격 명령이 하달됐다.

“아이고,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네.”

“말할 힘이 있으면 그 힘도 아껴두라고 오늘은 또 얼마나 출격을 해야 할지 모르니까.”

중화민국을 지원을 나온 소련 의용항공대와 실력이 형편없는 중국 공군을 대신해서 광복군 항공대의 출격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가고 있었다.

“우리 항공대가 하루에 500 소티 이상은 출격하는 것 같던데, 우리 이러다가 가루가 되는 것은 아닌지….”

“그러게, 말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타이위안 항공기지나 지키고 있을 것을 그랬나 싶다.”

“헛소리들 그만하고 빨리 출격해라!”

관제탑에서 빨리 이륙하라는 신호를 보내자 bf- 109가 하나둘씩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편대장이다. 오늘도 관짝을 짊어지고 죽여달라고 찾아오는 놈들이 있다. 죽여달라는데 죽여주자. 내 생각이 어떤가?”

“당연히 죽여줘야 합니다.”

“편대장님, 차라리 우리가 찾아가서 죽이면 안 됩니까?”

“쉿! 지금부터 무선은 통제한다.”

편대장은 광복군 항공대가 계획하고 있는 작전이 대원들의 무전으로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무선을 통제해 버렸다.

그리고는 일본 전투기들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편대를 유도했다.

천장절 공세에 맞춰서 일본해군 항공대의 96식 함상 전투기 27기와 제13 항공대의 96식 육상 공격기 18기가 이미 지상의 감시망에 노출되었는지도 모르고 기습을 노리고 각각의 경로를 통해서 한커우를 향해서 날아왔다.

“편대장이다. 우리에게 자비는 없다. 모조리 지옥으로 보내줘라.”

“예.”

“에스, 써!”

일본해군 항공대나 육군항공대의 조종사들은 광복군 항공대에 그렇게 당했으면서도 발전하는 모습은 하나도 보여주질 못했다.

매번 광복군 전투기와 만나면 먼저 높은 고도를 차지하고 2인 1조로 공격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만날 때마다 번번이 당하고 있었다.

“개 혓바닥, 제가 먼저 따라붙겠습니다. 지원을 부탁합니다.”

“알았다. 큰 불기둥.”

콜사인이 특이한 두 명의 조종사들은 일본군 96식 함상 전투기를 쫓아서 하강을 시도했다.

“뒤를 잡았습니다.”

“투 두두두두!”

그리고는 바로 기관총을 쏴 재끼기 시작했다.

“앗싸! 오늘은 스타트가 좋은데요. 일단, 하나 잡았습니다.”

검은 연기를 내뿜으면서 지상으로 추락하는 96식 함상 전투기를 보면서 ‘큰 불기둥’이 환호를 했다.

“큰 불기둥! 나도 뒤를 잡았다. 호위 부탁한다.”

“예, 마음껏 사냥하십시오.”

‘개 혓바닥’이라는 콜사인이 붙은 기체는 스치고 지나가는 96식 육상 공격기를 급선회 기동으로 따라붙어서 기관포를 갈기기 시작했다.

“투 두두두두!”

“그래! 시발! 바로, 이 맛이지.”

기관포에 스친 날개가 떨어져 나가면서 96식 육상 공격기는 중심을 잃고 지상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우한을 폭격하기 위해서 출격했던 일본군 항공대의 전투기들은 한커우 상공에서 감시망에 걸리고, 광복군 항공대의 공격을 받아서 검은 연기와 붉은 피를 뿌리면서 줄줄이 땅에 처박히고 있었다.

“편대장님. 3시 방향에 또 다른 일본 전투기입니다.”

“로져. 확인했다. 3시 방향에서 접근하는 일본군은 위에서 대기 중인 다른 편대들이 맡을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놈들을 먼저 처리한다.”

편대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공에서 대기 중이던 세 개의 편대가 3시 방향으로 다가오는 또 다른 일본군 96식 육상 공격기를 향해서 내리꽂혔다.

* * *

“오늘 있었던 전투 결과를 보고드리겠습니다.”

박세창이 피곤한 얼굴로 보고를 위해서 찾아왔다.

“많이 힘들지?”

“예, 대장님.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조종사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고, 이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하나둘씩 사라지다 보면 조국의 광복도 보지 못하고 광복군 항공대가 사라질 것만 같습니다.”

일본군의 공세로 전투가 격렬해진 요즘, 광복군 항공대 조종사들의 걱정은 바로 이것이었다.

우리가 아무리 일본군 전투기들을 잡아내도 그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기체와 조종사를 중국 땅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미국 의용대라도 빨리 와주었으면 좋겠는데…. 중국 놈이고 소련 놈이고 실력을 믿을 수가 없으니….”

굳이 300명을 다 채우지 못하더라도 좀 보내주면 좋으련만 꼭 300명을 채워서 보내주겠다고 버티고 있었다.

미국이 지원을 약속했던 의용대 조종사들과 전투기들은 아직도 중국에 오지 않고 있었다.

“일단 결과 보고하고 빨리 가서 쉬어라.”

“예, 대장님. 오늘 항공대는 한커우 상공에서 일본군과 조우해서…. 하늘에선 피아간 100기가 넘는 전투기가 뒤섞이면서 대혼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일본해군과 육군의 96식 전투기 51기를 격추했고 4기는 기체 이상인 상태로 돌아갔습니다.”

“우리는?”

“4기가 격추됐습니다. 혼전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격추된 조종사들은 괜찮나?”

“예, 다행히 큰 부상 없이 모두 구출했습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미국의 의용대가 중국으로 오기 전에 우리 광복군 항공대가 먼저 사라질 것 같다는 불안감에 잠도 오지 않았다.

‘도대체, 이 시발놈들은 언제 오는 거야? 그냥, 역사에서처럼 플라잉 타이거스 100명만이라도 보내주라. 이 개자식들아.’

* * *

이 상태로 일본군 항공대를 막기 위해서 우리 광복군 항공대가 계속해서 갈려 나가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 맥아더와 쑹메이링을 찾아갔다.

“맥아더 단장님! 쑹메이링 항공 위원장님! 도대체, 미국의 의용항공대는 언제 오는 겁니까? 혹시, 우리 광복군 항공대가 전부 사라지면 그때 오기로 한 겁니까?”

만나자마자 화를 내면서 따지는 나를 보면서 맥아더와 쑹메이링은 당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이 정도에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우리가 중화민국을 위해서 더 얼마나 희생을 해줘야 합니까? 중화민국은 조종사 교육을 하지 않는 겁니까?”

“아니…. 우리도 조종사들을 교육해서 계속 싸우고 있잖아요?”

“그런데, 왜 중화민국 공군은 전과는 없습니까? 도대체 조종사를 어떻게 선발하고 어떻게 교육하는 겁니까? 왜 우리만 전과를 올리느냐는 겁니다. 혹시, 정말로 우리를 선봉에 세워서 다 죽기를 기다리는 겁니까?”

아무리 전투기의 성능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중국과 소련 연합항공대와 일본군 항공대의 교전비를 보면 비참할 정도였다.

소련은 어차피 전쟁 연습을 하러 온 놈들이니까 그렇다고 칠 수 있지만, 자신들의 나라가 침략당했는데도 허술한 대처만을 계속해서 하는 중화민국 공군은 이해가 안 됐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죠. 우리 중화민국 공군도 열심히 싸우고 있다고요.”

“열심히만 싸우면 뭘 합니까? 결과가 있어야죠. 차라리, 중화민국 공군도 그냥 세놀트 고문에게 맡기십시오. 나는 중화민국 공군 지휘관들의 역량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중화민국 공군 지휘관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것이 엄연한 사실인 것을 어떡하겠는가?

중화민국군의 지휘관들은 대부분 실력이 없어도 너무나 형편없이 없었다.

오로지 할 줄 아는 것은, 윗사람들을 속여서 돈이나 빼먹을 생각만 할 뿐이었다.

“흠흠.”

내가 쑹메이링 중화민국 항공 위원장과 설전을 벌이자 맥아더 단장이 헛기침하면서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조지 대장, 그렇지 않아도 우리 미국의 의용항공대가 도착했다.”

“정말입니까?”

“그래. 그런데, 문제가 좀 있다. 의용대이기 때문에 훈련의 정도가 달라서 개인 간의 기량 차이가 심하고 기강도 좀 그렇다.”

아마, 의용항공대를 모집하기 위해서 미국 정부는 돈으로 조종사들을 유혹했을 것이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보면 돈이 아무리 좋아도 목숨보다 더 소중할 수는 없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 돈에 팔려 온 조종사들이 정상일 리가 없다는 소리였다.

“그래서, 미국 의용항공대는 언제 투입이 가능합니까?”

“그건….”

“그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맥아더 단장이 난처한 대답을 해야 할 때, 아이젠하워가 나서서 맥아더의 난처한 장면을 막아 줬다.

“그럼, 우리 광복군 항공대는 언제 후방으로 빠져서 재정비를 할 수 있습니까? 요즘은 하루 5회 출격은 기본인 상황입니다. 조종사들의 체력이 도저히 버티지 못할 상황이라는 소립니다.”

“최대한 서둘러 보겠습니다.”

아이젠하워가 마지못해 대답을 했지만 나는 그 말을 싹 무시하고

“아니요. 그냥, 미국 의용항공대를 타이위안의 광복군 항공대에 맡기십시오. 그럼, 한 달 이내에 쓸만한 모습으로 나타날 겁니다.”

“조지 대장. 나도 거기로 가서 같이 훈련에 참여해도 됩니까?”

중화민국 항공위원회 고문인 세놀트가 의용항공대의 교육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것을 왜 나한테 말하지?

쑹메이링이 상관이 아닌가?

나는 대답 대신 쑹메이링을 쳐다봤다.

“그럼, 우리 중화민국 공군은 누가 지휘해요?”

“쑹메이링 항공 위원장님, 나는 그냥 미국의 의용항공대와 함께하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이 중화민국을 위해서 나은 결정이 될 것 같습니다.”

얼마나 중화민국 공군의 조종사들을 믿지 못하겠으면 세놀트가 저럴까 싶었다.

“아, 그리고 조지 대장. B-17 폭격기도 왔는데 정말 장담했던 대로 도양 폭격 기지들을 잠재울 수 있겠나?”

“예? B-17이 왔습니까?”

“이번에 12대가 먼저 왔는데 정말로 전에 말했던 것이 가능하겠어?”

“당연히 가능합니다. 그런데, B-17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일본군들의 정보망을 피해서 쿤밍 비행장에 있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나는 바로 광복군 항공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초기부터 상하이 도쿄 노선을 운항했던 조종사들을 모두 집합을 시켰다.

“이번에 일본 놈들한테 본때를 보여줄 기회가 왔다. 함께할 사람 11명이 필요하다. 지원할 사람?”

“저요!”

“대장님, 저는 빼면 안 됩니다.”

“대장님, 저요. 저요.”

“딱, 11명만 필요하다. 그리고,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인간은 언젠가는 죽습니다. 그러니까 저를 좀 데려가십시오.”

“대장님, 저는 처음부터 대장님과 함께했습니다. 저를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렇게 11명을 선발해서 쿤밍으로 바로 날아갔다.

그리고, 비행장에 계류된 B-17 폭격기의 모든 무장을 떼어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세놀트가 미쳤냐고 물었지만, 세놀트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세놀트 고문님, 일본군은 기습을 잘하는 군대이기 때문에 자기들이 기습을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놈들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레이다 기지가 없는 놈들입니다.”

“하지만, 그러다가 일본군 전투기와 맞닥뜨리면 어쩌려고?”

“우린 조종사와 무장사, 이렇게 두 명씩만 갈 겁니다. 어차피 목숨을 걸고 하는 일입니다.”

자체 방어 수단인 기관포를 모두 떼어내고 폭탄을 가득 실은 B-17 폭격기 12대는 타이완의 일본군 항공대를 향해서 날아올랐다.

“가자! 날아다니는 포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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