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중화민국 군사고문단장 그러나 실제로는…
말린 크레이그 참모총장을 향해서 큰 소리로 쏘아붙인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신의 심중을 헐 국무장관과 말린 크레이그 참모총장에게 정확히 밝히고 나섰다.
“나는 처음에는 중국에서 전해진 소식을 듣고 놀랐지만, 흥분을 잠시 가라앉히고 일본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USS 파나이의 침몰을 앞으로도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각하…!”
“각하, 그러나, 지금 당장은….”
“지금 당장 내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부터 준비를 하고…. 그리고, 맥아더 장군을 중국으로 파견 보내서 일본군을 상대할 전략과 전술을 만들기를 원할 뿐입니다.”
이미 마음을 확실히 정한 것 같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에 헐 국무장관과 크레이그 참모총장은 최대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의지에 맞춰서 미국 정부의 대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럼, 저는 중화민국의 장제스 총통과 바로 협상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래요. 중화민국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그들의 체면을 건들지 않는 선에서 우리 군사고문단에 작전지휘권을 넘겨달라고 하세요.”
“아무리 중화민국의 처지가 힘들다고 해도 그걸 설마 들어주겠습니까?”
“그러니까 장제스 총통의 체면이 손상되지 않게 잘 구슬려보세요. 중국인들은 체면을 건들지만 않는다면 이익이 우선입니다.”
“알겠습니다. 각하.”
한참 루스벨트 대통령과 대책을 수립하던 크레이그 참모총장은 자리가 마무리될 때쯤에 다시 한번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맥아더 이야기를 꺼냈다.
“각하. 죄송하지만 만약 맥아더 장군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면 어떻게 할까요?”
“그럼, 더는 미련을 갖지 말고 바로 전역시키세요. 맥아더는 이미 군인으로서는 더는 올라갈 자리도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 그가 왜 군인으로 계속 남으려고 할까요?”
“글쎄요. 저는 잘….”
“그건 바로 정치를 하고 싶은데 정치를 하기에는 군인으로서 전공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중국으로 파견된다면 어쩌면 역사에 길이 남을 전공을 쌓게 될지도 모르겠죠.”
루스벨트 대통령은 크레이그 참모총장에게 자기 생각인 것처럼 말을 하고 있지만, 크레이그 참모총장이 맥아더를 설득할 때 맥아더의 욕망을 자극하라고 시키고 있었다.
크레이그 참모총장도 대통령이 원하는 걸 바로 알아들었다.
“알겠습니다. 각하.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이제 다 된 건가요?”
헐 국무장관과 크레이그 참모총장이 회의를 마치고 소회의실을 나가고 잠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루스벨트 대통령의 숨겨진 참모인 부흥부 국장 해리 홉킨스가 들어왔다.
“해리, 왔나?”
“예, 대통령 각하.”
“어서 오게. 내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어서 조언을 듣고 싶어서 불렀네.”
“어떤 문제들이 각하를 힘들게 하는 겁니까? 하하”
해리 홉킨스는 현재 미국의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우울한 분위기로 만나기 싫었는지 농담을 던지고 있었다.
“내가 해리를 좋아하는 이유가 지금처럼 언제나 긍정적이어서네. 하루 종일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가 해리를 만나니까 좋군.”
“그렇습니까? 인상을 쓰고 고민한다고 해서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내가 해리를 부른 이유는 일본이 갑자기 왜 저러느냐는 거야? 요즘 일본이 하는 짓을 보면 미친 것 같아 보이는데 그 이유가 도대체 뭘까?”
해리 홉킨스와 잠시 농담을 즐기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표정을 싹 바꾸고 드디어 하고 싶은 대화의 주제를 꺼냈다.
“현재, 일본은 믿는 구석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뭔가 억울하게 유럽인으로서 대접을 받지 못한 것 같았는데 드디어 그 한을 푼 것이겠지요.”
“그동안 구미 열강들에게 무시당했던 한을 풀 만큼 믿을만한 상대가 바로 독일인가?”
“아마 그렇지 않겠습니까?”
“독일의 무엇을 믿고 그럴까?”
“일단 독일이 일본을 명예 아리아인으로 대접해준 것이 문제고, 그다음은 독일이 개발한 석탄 액화 기술입니다.”
“설마…. 겨우 그걸 믿고? 명예 아리아인이라는 허울과 석유를 만들수록 최소한 10배 이상의 손해가 나는 석탄 액화 기술 때문이라고?”
해리 홉킨스 부흥 국장은 루스벨트 대통령을 보면서 그게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일본은 자신들이 유럽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 어느 나라도 일본을 유럽의 국가로 대우하지 않았죠. 하지만, 독일이 그것을 인정해주면서 스스로 자긍심이 생긴 겁니다.”
“조금은 어이없군. 그리고?”
겨우 그런 이유가 국가의 운명을 걸고 전쟁을 시작할 만한 이유가 되냐는 표정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해리 홉킨스 부흥부 국장을 바라봤다.
“각하, 일본이 그동안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분야가 바로 정밀 가공이 필요한 엔진 분야와 철강 그리고 가장 전략적인 자원인 석유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미국의 석유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럼, 당연히 자신감을 갖고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하겠지? 그래서, 지금 일본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눈치를 보느라 참았던 것을 지금은 하는 중이라는 말이지?”
“예, 바로 그겁니다. 일본은 그동안 움츠리고 있었던 것을 마음껏 발산하는 중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흠….”
“저의 한국인 친구인 김규식에게 듣기로는 일본은 그동안 미국이나 영국의 통제를 벗어나고 싶어서 수면 아래에서는 발버둥을 쳤다고 합니다.”
미국 행정부 내에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아는 관료가 거의 없는 형편이라서 해리 홉킨스가 한국인 친구 이야기를 꺼내자 루스벨트 대통령이 흥미를 보였다.
“그 한국인 친구의 또 다른 분석은 없던가?”
“김규식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제가 흥미를 느낀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그게 뭔가?”
“일본이 최종적으로 원하는 영토는 인도네시아고, 인도네시아를 차지하기 위해서 서구인의 관점에서 이해가 안 되는 짓을 앞으로도 계속할 거란 겁니다.”
해리 홉킨스 부흥부 국장의 말에 루스벨트 대통령 단번에 일본이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깨달았다.
“결국은 일본은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자기 손안에 두기를 원한다는 거군.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이해 못 할 짓을 앞으로도 계속할 거라는 거겠지?”
“예, 각하. 정확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결국은 우리 미국의 국가 이익과 충돌을 하겠군.”
“예, 맞습니다. 우리 미국이 원하는 자유로운 무역과 항행의 자유를 침해합니다.”
“흠…. 아무래도 전쟁 준비와 전쟁 후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지금부터는 국가 전략 위원회를 가동해야 할 것 같군. 이미 전쟁은 피하기 힘들겠어.”
“일본만이 문제라면 어떡하든지 통제가 되겠지만 유럽의 독일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라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 국가 전략 위원회를 가동하자고.”
“예, 각하. 준비하겠습니다. 그런데, 코델 헐 국무장관이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는데. 먼저 말을 해주시죠?”
“그건, 내가 알아서 하겠네.”
루스벨트 대통령은 해리 홉킨스 부흥부 국장과 대화가 끝난 것 같은데도 회의 종료를 말하지 않고 또 뭔가를 고민했다.
“이번에는 전과는 달라야 하겠지?”
“예? 각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번 세계 전쟁처럼 우리가 손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냐는 소리야.”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우리는 아직 공황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상황입니다.”
“중국에서는 은으로 차관을 대신 갚으라고 하면 될 것 같고, 유럽은 어떡할까?”
“영국에 이번에는 절대 공짜는 없다고 선언하시고 만약 유럽 전선에 우리가 참전을 한다면 이번 기회에 세계 패권을 넘겨받으십시오. 그래야만 대공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 그게 좋겠지?”
“예, 각하. 현재 우리 미국이 대공황을 벗어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전쟁뿐입니다.”
워싱턴 백악관의 소회의실에서 두 번째의 세계 대전의 방향과 미국이 얻어야 하는 국가 핵심 이익이 이렇게 결정됐다.
* * *
산시성 타이위안.
이미 중국의 주요 도시인 베이징, 상하이, 난징을 상실한 중화민국 정부는 내륙으로 일본군을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전환을 했다.
하지만 각자의 영역이 있는 군벌 출신 성 장관들은 자신의 세력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었다.
옌시산도 그중에 한 명이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광복군은 상하이에서 후퇴해서 타이위안에서 주둔하면서 옌시산 군을 지원하고 허베이에서 피난 온 조선인 출신 병사들을 확보하고 교육하고 있었다.
“조지 대장님, 드디어 미국에서 군사고문단이 파견됐답니다.”
광복군의 정보대는 현장 작전을 주로 하는 백정기는 김원봉의 해병대와 함께 푸저우에 머물기로 했고 정보 수십과 분석을 하는 유자명 선생은 광복군 본대와 함께 이동했다.
“맥아더가 군사고문단장으로 파견됐나요?”
“예, 그렇다고 합니다. 이거이거 일본이 눈 뒤집힐 일이지 않습니까?”
‘내가 원하는 일이 바로 일본이 눈이 뒤집혀서 앞뒤 분간하지 못하고 사고를 치는 일입니다.’
“그건 앞으로 지켜봐야겠죠. 일본군도 자기들이 한 짓이 있으니까 미국을 상대로 특별히 뭐라 항의하기도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이번 미국의 결정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어떤 점이 말입니까?”
“자신들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하는 소련과 미국, 독일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의리를 너무 따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유교의 폐해이자 좋은 점 아니겠습니까? 진정한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다소 미련해 보이지만 우리처럼 의리를 지키는 사람을 좋아할 나라도 있겠죠.”
“음…. 지금 당장은 우리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이익보다는 의리를 택하는 것이 우리의 장점도 될 수 있겠군요.”
“예. 다만 그게, 우리의 진심을 알아줄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죠. 그런데, 미국 군사고문단의 규모는 어느 정도랍니까?”
“소련과 별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딱, 소련이 중국을 지원한 규모에 맞춰서 보냈군요.”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는 맥아더 장군이 모든 중국군을 지휘한다고 합니다.”
“장제스 총통이 맥아더를 너무 믿으면 안 될 텐데. 맥아더가 만능키도 아니고….”
“그래도 중국군 장성들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그거야 그렇지만…. 뭐, 우리와는 상관이 없으니까 알아서들 하겠죠.”
이제는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리고, 이제 일본은 한마디로 말해서 완전히 좆 된 거다.
북쪽으로든 남쪽으로든 어디로든 가면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나라와 만나게 될 것이다.
어쩌면, 할힌골 전투와 진주만 공격이 더 빨리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일본은 어차피 1차 세계 대전에서 맛봤던 승리할 만한 국가에 베팅하고 승전국 코인에 무임 탑승하려고 할 것이다.
자! 이제 공격 방향을 소련을 선택할래? 미국을 선택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