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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놈입니까? (85/225)

이 세 놈입니까?

광복군 지휘부가 설치된 와이탄의 내 사무실에서 전장의 상황판만 쳐다보면서 언제 자신의 해병대가 투입이 될지 몰라서 기다리고 있는 김원봉의 곁으로 조용히 다가갔다.

“김원봉 대장, 조용히 나를 따라오십시오.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광복군의 다른 부대와 지휘관들의 활약을 지켜보고만 있느라 좀이 쑤셨던 김원봉은 바로 따라 나왔다.

“조지 대장님, 해병대가 해야 할 일이 무슨 일입니까?”

“드미트리와 유자명 선생도 불렀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둘이 오면 같이 이야기합시다.”

김원봉과 유자명 그리고 드미트리가 내 개인 사무실에 모두 모이자 일본의 전도 꺼내서 셋 앞에 펼쳐놨다.

“아니, 조지 대장님, 이것은 일본 전도가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거기 보시면 빨간색 점들이 하나씩 찍혀 있죠?”

“예,”

“그것은 전에 말했었던 일본의 주요 광산들입니다. 그리고, 이번 작전 때 반드시 폭파해야 할 곳들입니다.”

“그럼, 파란색 점들은 뭡니까?”

“그것은 이번에 죽여야 할 놈들이 사는 곳의 주소지입니다.”

일본 전도를 한참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 김원봉이 나를 보면서

“여기 이 선들은 뭡니까?”

“그건 일본의 수송선들이 주로 다니는 항로입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도로와 항로가 모두 보입니다.”

“아!”

내가 상하이에서 일본의 도쿄 만주의 신징을 연결하는 항공로를 만들고 여객기를 운항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GPS가 없는 시대에 하늘길을 자주 날아다녀야만 경험이 쌓여서 일본을 공습할 때 헤매지 않고 정확하게 공습을 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의 주요 해상 항로와 도로를 하늘에서 훤히 내려다보면서 일본 침투 작전을 세우기도 좋았다.

“그럼, 우리 해병대는 전에 말했던 것처럼 일본의 주요 광산이 목표입니까?”

“예, 이번에 일본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공산당의 대대적인 시위와 폭동이 일어날 겁니다. 그때, 우리도 일본 공산당의 폭동에 편승해서 작전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예?”

“일본의 공산당은 1932년에 끝장나지 않았습니까?”

한동안 코민테른 소속의 공산주의자들과도 연계했었던 유자명과 김원봉이 나한테 의문을 표시했다.

“이번에 우리의 도움으로 일본 공산당이 재건을 했습니다.”

“아…. 그럼, 그들이 반전 시위와 폭동을 일으키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우리가 기름을 붓자. 그 말이군요?”

“예, 바로 그겁니다. 그리고, 내가 볼 때 다른 곳은 침투와 폭파 작전이 그리 어렵지 않은데, 바로 이곳이 문제입니다.”

김원봉은 내가 손가락으로 집은 곳 바로 나가사키 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하시마섬, 일명‘군함도’를 노려봤다.

“그곳이 문제이긴 하군요. 하필이면 나가사키 항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하지만, 이곳에 대한 해병대의 폭파 작전이 성공한다면 일본 전체에는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나가사키 항구 바로 앞에 있는 섬도 폭파를 당한다면 일본 정부와 군부는 과연 어떤 기분이겠습니까?”

“놀랄까요? 겁을 집어먹을까요? 아니면, 음…. 대원들의 목숨을 걸더라도 해보겠습니다.”

“죽을 각오로 작전에 임해야만 하겠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죽지는 마십시오.”

김원봉은 내 말에 살짝 웃음을 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작전 개시 날짜는 언제입니까?”

“일본 공산당이 폭동을 일으키는 날입니다. 일본 공산당이 내일부터 반전 시위를 하고 정확히 사흘 후에 폭동을 일으킬 겁니다.”

“일본 공산당과는 미리 조율은 한 겁니까?”

“예, 어차피 도쿄에서 반전 시위가 시작되면 공산당 당원들은 경시청의 특고들에게 줄줄이 잡혀 들어갈 겁니다. 그럼, 공산당원들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폭동을 일으킬 생각입니다.”

내가 유자명에게 작전을 설명하는 순간에도 김원봉은 나가사키의 하시마섬, ‘군함도’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형님! 그럼, 저는 그날 ‘칭방’의 제자들에게 작전을 시작하라고 명령하면 됩니까?”

“그래, ‘칭방’의 제자들도 최대한 신분이 노출되지 않게 은밀히 작전을 진행하라고 해라.”

“예, 알겠습니다.”

한동안 활발하게 진행됐던 ‘칭방’의 암살자들에게 내가 따로 연락할 때까지 활동 멈추고 대한민국에 큰 피해를 준 놈들 주위에 잠입하라고 명령을 했었다.

그리고, 이제는 대한민국에 해를 끼친 놈들의 목숨을 거둬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 * *

“동양 평화를 헤치는 전쟁을 반대한다.”

“전쟁을 반대한다.”

“전쟁을 반대한다.”

“일본은 죄 없는 동양의 다른 민족을 그만 괴롭혀라!”

“그만 괴롭혀라!”

“그만 괴롭혀라!”

도쿄의 중심가인 긴자 앞 거리를 가득 메운 수만 명의 시위대가 일본의 중국 침략을 규탄하면서 전쟁 반대를 주장하는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갑자기 울리면서 경시청의 경찰들이 손에 기다란 몽둥이를 하나씩 든 채로 시위대를 향해서 우르르 달려왔다.

“저 새끼들 잡아!”

“빨갱이 새끼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막아!”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두 체포해!”

“잡아! 어딜 도망가. 이 빨갱이 새끼들아!”

“퍽! 퍽!”

“악!”

“사람 살려!”

특고들의 몽둥이찜질에 비명을 지르면서 경시청으로 끌려가는 공산당원의 숫자는 엄청났다.

그리고, 도쿄의 시민들은 경시청의 경찰과 특고들에 의해서 공산당 시위가 가볍게 진압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바로 그다음 날, 1937년 10월 22일 금요일.

일본 역사에는 ‘피의 금요일’이라고 명명된 폭동이 발생했다.

“타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타!”

“죽어! 이 개새끼들아! 우리가 언제까지 네놈들한테 두들겨 맞고만 있을 줄 알았어?”

“어서, 당원 동지들을 구출해!”

톰슨 기관단총을 든 공산당원 두 명이 도쿄 경시청 정문 앞에서 경비를 서던 경찰들에게 톰슨 기관단총을 난사하고 경시청 안으로 난입해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경찰을 향해서 기관단총을 쏴서 살해해 버렸다.

공산당원들의 습격을 받은 곳은 도쿄의 경시청만이 아니었다.

일왕이 사는 고쿄에도 수류탄과 톰슨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공산당원들의 습격을 받았고, 도쿄 곳곳의 경찰서, 방송국, 신문사가 주요 습격 대상이 되었다.

“죽여! 모두 죽여버려!”

“타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타!”

“꽝!”

“꽈 광!”

동료들이 몽둥이 맞아서 피를 질질 흘리면서 끌려가는 모습을 목격한 공산당원은 손에 쥐어진 톰슨 기관단총만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힘이라고 생각하고 그동안 공산당을 탄압하고 공산당에 대해서 안 좋게 기사를 썼던 모든 곳을 습격하고 폭파하고 불태웠다.

* * *

1937년 10월 23일 토요일 새벽.

오전 근무만 하면 내일은 휴일이라는 생각에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하시마섬으로 조용하고 은밀히 접근하는 고무보트가 세 척이 있었다.

검은색 군복을 입고 철모와 총까지도 검은색으로 위장을 한 대한민국 광복군 해병대원들은 수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섬에 상륙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미 약속했던 것인지 해병대원들은 3개 조로 나뉘어서 흩어졌다.

설마, 이곳을 누가 침입할까 하고 생각했는지 하시마섬 외곽의 경비 초소 경비원들은 초소 벽에 기대서 잠을 자고 있었다.

잠을 자는 경비원들의 목을 꺾어 버린 해병대원들은 계속해서 하시마섬의 콘크리트 바닥을 조심스럽게 뛰면서 주변에 있는 위험 요소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갔고 탄광 입구를 찾은 대원들은 탄광 입구에서부터 막장 지하로 깊숙이 내려가서 폭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광복군 해병대원들에게 주어진 작전시간은 고작 30분이었다.

상하이와 요코하마를 왕래하는 화물선으로 위장한 사순 양행의 화물선이 다시 상하이로 돌아가기 전까지 모든 작전을 끝마치고 하시마섬을 떠나야만 했다.

이미 죽은 일본인 경비원을 대신해서 경비 초소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해병대원들의 눈에 탄광의 막장에서 걸어 나오는 다른 광복군 해병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김원봉 대장님, 이제야 막장에 폭탄 설치가 끝났는가 봅니다.”

김원봉은 손목에 찬 시계를 보면서 시간을 확인하고

“그래, 다행히 제 시간 안에 작전이 종료된 것 같군. 이제 그만 철수를 하자.”

“예, 대장님.”

김원봉과 해병대원들은 하시마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고무보트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서서히 동이 터 오르는 시각에 하시마섬을 떠났다.

“꽝!”

“꽈 광!”

“꽝! 과 과 강!”

거대한 폭발 소리와 함께 탄광 막장 안에 깊숙이 매설된 폭탄에 의해서 나가사키 항으로부터 남서쪽 해상 약 18.5km의 자리 잡은 콘크리트 인공섬 하시마섬은 그렇게 바다 물속으로 잠겼다.

이날 새벽, 일본에서 사라진 것은 나가사키의 하시마섬만이 아니었다.

“저, 건물이지?”

“예, 도쿄 제국대학교 의과대학 건물이 바로 저겁니다.”

“병원을 폭파하기 위해서 침투한 대원들이 조금 위험하겠는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괜찮을 겁니다. 어차피 쓰레기 더미로 위장해서 병원 건물 주위 곳곳에 폭탄을 설치할 겁니다.”

“그래, 병원 폭파를 맡은 팀이 알아서 잘하겠지. 우리는 우리 목표나 제대로 폭파하자.”

소곤소곤 속삭이던 두 명의 남자들은 사람이 아무도 다니지 않는 도쿄 제국대학교 의과대학의 건물이 통째로 무너질 정도의 폭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아니, 여기는 베어링 공장 같은데 여기는 도대체 왜 폭파하라고 한 겁니까?”

“야! 생각을 좀 하고 살아라.”

“조장님, 저도 생각을 하고 삽니다만….”

“베어링이 없으면 모든 회전하는 물체들의 제조가 멈춘다.”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엔진도 회전을 해야만 동력을 전달하지? 그리고, 전차도 바퀴가 회전해야 하지? 모든 동력 전달 계통에는 베어링이 없으면 절대로 안 된다. 이제 이해가 되냐?”

“아! 이 조그마한 쇠 구슬이 그렇게 중요한 줄 몰랐는데, 그런 거였군요.”

“시간 없다. 빨리 폭탄이나 설치하자.”

“예.”

“여기가 이시이 시로의 집이 맞습니다.”

“확실하지?”

“예, 그리고, 어젯밤에 집에 들어가서 잠을 자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그럼, 빨리 폭탄 설치하고 가자. 여기 말고도 한 군데를 더 가야 한다.”

“오늘은 진짜 바쁘네요.”

“오늘만 바쁘게 일하면 내일부터는 쉬잖아? 아마 내일부터는 한동안은 숨어지내야 하니까 편하게 쉴 수가 있을 거다.”

* * *

1937년 10월 23일 하루 동안 일본 내의 중요 광산 다섯 곳과 도쿄 제국대학교 의과대학 그리고 도쿄 제국대학교 부속 병원이 폭파됐다.

그리고, 도쿄와 여러 도시에서 부품을 생산하던 작은 공장 수십 곳이 완전히 폭파돼서 불타버리는 바람에 한동안은 군수 물자 생산에 필요한 중요 부품을 생산할 수가 없게 됐다.

1937년 10월 23일 새벽에 일본에서는 폭발 사고만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관동군 방역 급수대의 대장 이시이 시로가 집에서 폭사 당해 죽었고, 가장 악랄하게 대한민국의 역사를 조작하고 날조해서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쓰다 소키치 역시 집에서 폭사를 당해 죽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광복군 해병대와 광복군 정보부 그리고 ‘칭방’의 제자들이 일본에서 건물을 폭파하고 사람을 죽이고만 다닌 것은 아니었다.

“이 세 놈입니까?”

“예, 조지 대장님이 반드시 살려서 데려오라고 한 놈들입니다.”

유자명 선생 옆에는 두 눈이 가려진 채 온몸이 꽁꽁 묶여있는 남자 세 명이 있었다.

나는 유자명 선생을 말을 들으면서 나는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노예들아! 잘 왔다. 너희들의 몸뚱이를 갈아서라도 대한민국의 숨겨진 힘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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