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일본 안의 쓰레기들을 정리합시다!
항저우만의 진산웨이 해변에서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고 있는 광복군과 일본군 10군의 머리 위로는 광복군의 bf 109 전투기와 일본 해군의 96식 함상 전투기가 다시 한번 맞붙었다.
“이야! 밥이다!”
“편대장님, 저를 좀 지원해주십시오. 이번에는 최소한 세대는 격추하겠습니다.”
“왜? 한 소위, 너도 에이스 소리를 듣고 싶나?”
“예, 저도 이번 기회에 에이스가 되고 싶습니다.”
성능이 월등한 기체를 가지고도 2인 1조로 움직이는 광복군 공군은 철저하게 조직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한 소위, 자신감은 좋지만, 너무 방심하지는 마라. 그래도, 이 순간을 마음껏 즐겨봐라.”
“예, 편대장님.”
“뒤는 내가 맡아주마.”
“감사합니다. 편대장님!”
2인 1조인 터치 위브 전술을 사용하면서 높은 고도에서 낮은 고도의 적을 공격하는 붐앤줌 전투 방식에 일본 96식 함상 전투기들은 전장에 도착하고 얼마 견디지를 못했다.
“투 두두 둥!”
“나이스! 한 놈 또 잡고. 잘 가라. 개자식아!”
“한 소위, 네 기체 뒤에 두 놈 붙었다. 급상승해! 빨리, 급상승하라고!”
“예, 편대장님.”
“나머지는 내가 맡겠다.”
“감사합니다.”
“투 두두두 둥!”
“퍼 벅! 퍼벅!”
“편대장님, 나이스입니다. 하하.”
bf 109 전투기에 장착된 기관포는 상대방에게는 사신의 발톱이나 마찬가지였다.
기관총은 몇 발을 맞아도 버틸 수가 있지만, 기관포는 사정이 완전히 달랏다.
단 한발, 단 한발만 얻어맞아도 그대로 격추가 됐다.
야나가와 헤이스케 중장의 명령으로 항공모함 카가에서 출격한 일본 해군 96식 함상 전투기들은 또다시 만난 광복군의 bf 109 전투기에 속절없이 당하고만 있었다.
“아니, 왜 우리 황군의 전투기들만 저렇게 격투가 되는 거냐?”
“독일에서 중국군에 수출한 전투기인 것 같습니다.”
“독일 놈들이 미친 것 아냐? 우리 일본제국과도 동맹을 맺고 중국과도 동맹을 맺어서 둘이 싸움을 붙이는 것 아니냐고?”
야나가와 헤이스케 중장은 항저우만 상륙 작전의 실패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벌써부터 책임을 자신이 아닌 독일로 돌리고 있었다.
자신의 상륙 작전은 완벽했지만, 독일이 일본제국의 발전을 막기 위해서 비밀리에 중국군에 신무기를 지원한 것으로 만들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사령관님, 저 정도면 일방적으로 사냥을 당하는 수준입니다. 빨리 함재기들을 철수시키십시오.”
학살당하는 96식 함상 전투기들을 지켜보다 참모장은 더 이상의 희생은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야나가와 헤이스케 중장에게 철수를 건의했다.
“그럼, 6사단과 18사단은?”
“비록, 정확도는 떨어지겠지만, 우리가 함포 사격으로 지원을 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 사이에 병력을 재투입하든지 아니면 철수를 하든지 결정을 해야만 합니다.”
“알았다. 함재기들은 철수시키고 함포 사격을 시작해!”
일본 해군 3함대의 모든 함선은 진산웨이 해변에 돈좌된 일본군 6사단과 18사단의 괴멸을 막기 위한 포격을 시작했다.
“꽝!”
“꽈 광!”
“꽝!”
전투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후퇴한 광복군이 보기에는 일본군은 전멸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발악하는 것으로 보였다.
“조금 전, 로켓탄과 가스탄 공격에 일본군은 얼마나 살아남았을까?”
“글쎄요. 이렇게 엄폐물이 없는 지역에서는 살상력이 워낙 어마어마한 무기라서….”
“이봐. 지 중령, 내 소원은 다연장 로켓으로 일본의 도쿄를 포격하고, 그런 다음에 전차로 깡그리 밀어버리고 싶다.”
김경천은 지청천에게 자신의 마음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김경천 중령님, 누구나 다 그런 마음이지 않겠습니까?”
“조지 대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만나면 나는 꼭 도쿄에 데려달라고 부탁할 생각이다.”
“선배님! 저도 같이….”
“그래, 우리 광복군이 도쿄를 쓸어 버릴 수 있게 해달라고 하자.”
“진짜로 그런 일이 현실이 된다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김경천과 지청천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항저우만의 진산웨이 해변은 일본 해군 3함대의 함포 사격 때문에 양쪽 모두가 움직이지를 못하게 되자 잠깐의 평화가 찾아왔다.
* * *
와이탄의 내 회사 사무실에 차려진 광복군 지휘부는 항저우만의 소식이 전해지자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만세를 외치면서 환호했다.
“만세! 만세!”
“대한민국 만세!”
“그래! 바로, 이거야! 일본 따위가 감히 우리 대한민국을….”
만세를 외치던 광복군 지휘관들은 아직 전쟁이 끝이 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자 급격히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을 그대로 놔둘 수가 없었다.
“다들, 왜 그래? 일단, 우리는 오늘의 승리는 충분히 즐길 만하잖아? 다들 기분들 내라고.”
“하지만…. 조국은 아직….”
“괜찮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이렇게 일본군을 죽여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독립이 되겠지.”
30년이 넘도록 싸워 왔는데 앞으로 7년을 더 버티지 못할까?
시작은 반이라고 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서 벌써 반이 넘는 길을 걸은 것이다.
남은 반만 더 걸으면 대한민국은 반드시 독립한다.
“자! 다들 기운들 내고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
“예.”
잠시 의기소침해진 광복군 지휘부와 병사들을 다독이고 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두웨성이 나타났다.
“조지야! 조지야!”
“예, 대형. 갑자기 웬일이십니까?”
“너 이겼다면서? 아주, 제대로 작살을 냈다면서?”
“겨우 하루일 뿐입니다. 전장 상황이 또 어떻게 변할지는 모릅니다.”
“아니야. 아니라고. 역시, 조선인들은 기개가 있어.”
두웨성은 ‘칭방’의 사부답게 의리가 있고 기개가 넘치는 남자를 좋아했다.
그래서, 어려운 형편에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이끌어가던 김구를 뒤에서 적게나마 후원하고 그랬었다.
“그런데, 대형. 우리는 잘 막았지만 다른 곳은 어떻습니까?”
“다른 곳? 다른 곳에서는 문제가 좀 생겼다.”
“어디가 문제가 생겼습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면 진짜 큰일인데.”
“다창전에서 밀리기 시작하고 있다.”
“왜요? 왜 갑자기?”
“우리 중국군의 통합 지휘를 돕던 소련 군사고문단장이 암살을 당하면서 그게 흔들려 버렸어. 그리고, 화베이에서 연전연패 중이고, 이젠 항저우만으로 일본군이 상륙했다고 하니까 병사들의 사기가 꺾인 모양이다.”
균형을 맞추고 있던 전선에서 아주 작고 사소한 문제가 하나가 전선에 균열을 가져왔다.
병사들의 심리 상태가 자신의 목숨을 걱정하는 순간 전선은 조용히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는 중국군에게 확실한 심리적 타격을 주는 일이 생겼다.
“그런데, 이 와중에 장제스 위원장은 무슨 생각으로 3개 사단을 빼서 화베이로 이동을 명령하는지….”
“예? 장제스 위원장이 3개 사단을 화베이로 이동을 명령했다고요?”
“응, 10년 전 지난시의 치욕을 두 번 다시 겪지 않겠다고 하면서 지난시를 방어하라고 병력을 뺐다.”
“아! 그럼, 상하이는요? 3개 사단이 빠져나간 자리는 누가 맡았어요?”
“일단, 광둥성 성 방위군이 그 자리를 메꿨다.”
두웨성의 말을 듣고 광복군도 철수 작전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상하이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했다.
“대형! 장제스 위원장에게 빨리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하세요. 이제, 중국을 도와줄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는 남지 않았잖아요?”
“독일은 중재하는척하면서 일본 편에 붙었고, 소련은 돕겠다고 왔지만, 공산당하고만 놀고 있고, 남은 것은 영국과 미국인데 둘 다 반응이 뜨뜻미지근해서 말이다.”
“영국과 미국은 중국 편에 서봐야 이익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웬만하면 미국을 끌어들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라고 하십시오.”
“그게, 조지 네 말처럼 쉽겠냐?”
두웨성은 국가 간의 외교 문제까지는 지식이 없었다.
그를 움직일 방법은 단 하나 상하이 문제였다.
“미국을 빨리 끌어드리지 못하면 앞으로 며칠 이내에 상하이는 일본군 수중에 들어갑니다. 병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하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음….”
“대형! 시간이 없습니다. 상하이를 조금이라도 오래 지키고 싶으시면 빨리 움직이셔야 합니다.”
“우리가 미국에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서 바로 지원해줄까?”
“그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그렇게라도 해야 미국이 중국을 도와줄 것이 아닙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장제스 위원장이 직접 키운 40개 사단을 지휘할 수 있는 장군만 한 명 있어도 쉽게 밀리거나 패배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른 때와 다르게 두웨성은 뭔가 미적거리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모든 것이 있는 상하이가 위험에 처하면 바로 나서는 두웨성답지 않았다.
“대형, 그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사실, 상하이 방어 문제로 장제스 위원장하고 좀 다퉜다.”
“아니, 왜요?”
“장제스 위원장이 어쩌면 상하이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해서 내가….”
“도대체 뭘 어떻게 했는데요?”
“상하이는 내가 혼자서 지킬 테니까 꺼지라고 했다. 그리고, 나중에 내 눈에 띄면 장담 못 한다고 했다.”
“허…!”
내가 계속 장제스를 만나라고 할 때 어째서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대형, 장제스 위원장은 이미 상하이를 포기한 것 같던가요?”
“나도 모르겠다. 포기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상하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결국에는 포기하는군요.”
“대형, 지금은 뭐가 어찌 되었든 중국군 전체를 지휘할 수 있는 장군이 필요합니다. 만약, 상하이에서 후퇴하게 되더라도 그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흠…. 하지만….”
“대형! 대의를 생각하십시오. 지금은, 사감 따위를 가질 여유가 없습니다.”
두웨성은 장제스와 정말로 크게 한판 했는지 쉽게 결정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십여 분이 넘게 흐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조지야, 그런데 미국에서 군사고문단을 파견한다고 해도 믿을 만하겠냐? 혹시라도 이상한 놈을 보내주면 없는 것보다 못할 것 아냐?”
“이번에 미국을 다녀올 때 살짝 이야기를 꺼내놨으니까 그래도 쓸만한 사람을 보내줄 겁니다.”
“누굴 이야기했는데?”
“지금 필리핀 군사고문단장으로 파견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령요.”
“더글러스 맥아더는 내가 알기로는 대장이니까 괜찮지만 설마 대령을 군사고문단장에 앉힐 생각이었냐?”
두웨성을 말을 들어 보니까 진짜 그랬다.
나는 내 기억 속의 원수 계급이었던 아이젠하워를 기억하고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추천했었다.
그런데, 만약 정말로, 아이젠하워 대령이 중국으로 파견된다면 장제스가 그를 인정할 리가 없었다.
“아! 제기랄…. 실수했네.”
혼자서 자책하는 나를 보면서 두웨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지, 니가 미국에까지 가서 이미 준비해놓은 것 같은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고 장제스를 한번 만나보마.”
“그러시겠습니까?”
“그래, 나도 네 이야기를 듣고 상하이를 어떡해야 하는지 아직도 고민 중이지만 중국군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내가 나서 봐야지.”
두웨성이 장제스를 만나러 가는 것을 보고 광복군 지휘관들이 모두 모여 있는 사무실을 나와서 내 개인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시간을 더 지체하면 일본에서의 활동이 힘들어질 것 같아서 결단을 내렸다.
“드미트리와 유자명 선생을 지금 바로 불러라.”
“예,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