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이제 지옥을 맛볼 것이다
“꽝!”
“꽈 광!”
“꽝!”
해안선을 넘어서 만의 안쪽으로 깊숙이 진입한 일본군 10군 6사단 병력 그리고 일본군 6사단을 해변으로 밀어내려고 돌격을 하던 광복군 전차대와 보병이 싸우고 있던 곳으로 일본 해군의 전함과 순양함 그리고 구축함에서 쏜 함포 탄들이 날아들었다.
“뭐야? 저 새끼들 미친 것 아냐? 어떻게 자기네 병력이 있는데….”
“일본이라면 이보다 더한 짓도 가능하지 않을까?”
“와! 이러다 다 같이 죽겠는데.”
“엎드려!”
“으악! 시발놈들이 미쳤어!”
엄폐물이 거의 없는 해변에서 일본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던 광복군 병사들은 일본 해군의 함포 사격에 놀라서 지금까지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 진정들 해라!”
“다들 정신 차려라! 사령부에서 우리가 여기서 가만히 죽게 놔두지 않는다. 잠시, 엄폐물을 찾아서 빨리 숨어라!”
우왕좌왕하는 병사들을 다독이고 진정시키는 지휘관과 하사관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일본 해군 3함대의 함포 사격이 시작되자 전차 대대의 대대원들이 대대장인 김경천 중령에게 무전을 하기 시작했다.
“대대장님, 어떡합니까?”
“대대장님, 이러다가는 일본군과 함께 공멸하겠습니다.”
“대대장이 알린다. 모든 전차 대대는 지금 당장 현장을 이탈한다. 그리고, 이탈할 때 우리 보병들의 호위를 잊지 마라!”
“예, 알겠습니다.”
“예, 대대장님.”
김경천 중령은 전장에 같이 진입한 보병들을 호위하면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전장을 이탈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바로 그때, 일본 해군 3함대의 함포 사격 소식이 와이탄에 있는 광복군 지휘부에도 전해졌다.
“조지 대장님, 일본군이 진내 포격 비슷한 짓을 시작했습니다.”
“응? 뭐라고? 진내 포격?”
“예, 지금 상황이 아주 많이 급박합니다. 어떡할까요?”
상황을 알려주는 포병 대대장 박시창 소령을 보면서 잠시 전장의 상황을 그려 봤다.
“서로 병력이 뒤엉킨 상태에서 포격이 시작된 건가?”
“예, 그렇다고 합니다.”
“그럼, 박시창 소령이 지휘해서 상륙을 지원하는 일본 해군에 견제 사격을 시작하고 전차 대대와 보병 대대들을 지금 당장 후퇴를 시키고 나서 바로 다연장 로켓 포대들을 보네.”
“견제 사격과 함께 다연장 로켓 포대를 보냅니까?”
“함포 사격을 막아내고 해안에 상륙한 일본군의 두 개 사단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히지 않으면 우리가 나중에는 죽이지 못한 만큼 힘들 거야. 그냥, 지금 가스탄을 사용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상륙을 지원하던 놈들한테 왜 포격을 하지 않았는지 이제 이유를 알려줘야지. 이미, 좌표와 제원은 뽑아 놨잖아?”
“하하. 당연하죠. 제대로 맛을 보여주겠습니다.”
14인치 대포의 사거리는 의외로 엄청나다.
그런 사거리를 가진 대포를 가지고도 광복군 포병 대대는 겨우 해안선만 타격이 가능한 것처럼 철저하게 일본 해군을 기만했다.
그리고, 이제는 왜 그렇게 반쪽짜리의 사거리만 보여줬는지 그 이유를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박시창 소령은 14인치 포대와 다연장 로켓 포대에 공격을 명령했고, 전방에서 전투 중인 전차 대대와 보병 대대에 가스탄 공격을 알렸다.
일본군은 상하이 전투에서 중국군을 상대하면서 중국군이 가장 준비가 안 됐던 부분인 화학전 공격을 수차례나 시도하면서 중국군의 거센 공격을 막아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대로 우리가 일본군이 가장 취약한 시간에 화학전 공격을 시작할 생각이다.
공군을 동원해서 일본 해군 3함대를 공격하면 될 텐데. 왜 일본 해군 3함대는 그대로 두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우리 광복군은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니라면 쓸 수 없는 방법이었다.
광복군 병사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전투기 조종사는 더욱 중요했다.
목숨을 잃기 쉬운 무모한 공격에 내세울 만큼 조종사가 여유롭지 못했다.
광복군의 현실상 전투기 조종사를 키워내기도 어려웠고 키울만한 대상도 한정적이었다.
“전 대대에 알린다. 5분 후, 우리 포대에서 반격을 시도한다. 5분 안에 최초 공격 개시선까지 후퇴해야 한다. 알겠나?”
지휘부의 무전 연락을 받은 김경천 중령은 마음이 급해졌다.
최대한 뒤엉켜 있는 일본군 병력과의 거리를 벌리지 못하면 이번에는 아군의 공격에 희생이 될 판이었다.
“예, 대대장님.”
“후퇴해라! 빨리 서둘러라! 혹시, 부상을 당한 동료가 있으면 챙기는 것을 잊지 마라!”
해안에 상륙한 6사단 병력을 한창 짓밟던 광복군들이 함포 사격에 놀라서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자 3함대 기함에서 그 모습을 확인한 야나가와 헤이스케 중장은 그제야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 그래야지. 모든 것은 역시 정신력이다. 다 같이 죽자고 달려들면 적이 무서워서 당연히 피하게 되어있어.”
“사령관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가스탄을 준비해. 저 중국 놈들도 이번에 가스탄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자.”
야나가와 헤이스케 중장은 중국군과의 전투 때 위기가 생길 때마다 언제나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됐던 가스탄 공격을 준비시켰다.
“예, 알겠습니다.”
“너희는 이제 지옥을 맛볼 것이다.”
그리고, 약 일이 분이 지났을까?
“꽝!”
“꽈 광!”
“꽝!”
“이게 뭐냐?”
야나가와 헤이스케 중장은 너무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중국군 포대에서 쏴대기 시작한 대포의 포탄들이 함대 주위에 거대한 물보라를 남기며 떨어지고 있었다.
“펑! 퍼 어 벙!”
“구축함 야나기 피격! 구축함 야나기 피격!”
“꽈 과 광!”
“펑!”
“구축함 하지 마루 피격!”
함대의 제 일선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던 구축함들이 중국군 포대의 공격에 하나둘씩 피격을 당하고 있었다.
“사령관님! 사령관님! 이대로 있다가는 함대 전체가 피격될 위험에 노출됩니다.”
야나가와 헤이스케 중장에게 기함의 함장인 야마시타 나나미 중좌가 중국군 포대의 사격에 놀라서 후퇴를 건의했다.
“지금 상황에서 함대가 뒤로 빠지면 상륙한 병력은 어쩌라는 말이냐?”
“사령관님, 병사들이야 다시 징집하면 되지만 함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모든 함선은 천황 폐하의 재산입니다. 어서 후퇴를 명령해 주십시오.”
“빠가야로!”
“사령관님!”
야나가와 헤이스케 중장이 후퇴를 고민하는 사이에도 구축함 한 척이 또 피격을 당했다.
“구축함 오오시마 피격! 구축함 오오시마 피격!”
“사령관님! 어서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에잇!”
화가 나서 지휘봉을 던져버린 야나가와 헤이스케 중장은 기함의 함장의 건의를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후퇴를 명령했다.
“후퇴해라”
10군 사령관 야나가와 헤이스케 중장이 함대를 후퇴시킨 그 시간 상륙 해안으로 이상한 원통형 물건을 잔뜩 실은 트럭 18대가 달려왔다.
“지휘부에서 이참에 아예 끝장을 볼 생각인가 보군.”
김경천 중령은 다가오는 트럭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는지 바로 무전기를 들어 올렸다.
“전차 대대원들에게 알린다. 지금부터는 화생방 상황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지금부터는 화생방 상황이다.”
“화생방! 화생방!”
“화생방 상황 전파다. 화생방!”
김경천 중령의 화생방 상황 발동 명령에 광복군은 그동안 화생방 상황에 대한 훈련이 있었는지 전차 대대원들뿐만 아니라 전차 대대를 지원하던 보병 대대원들까지 모두 옆구리에 차고 있던 방독면을 꺼내서 머리에 뒤집어쓰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방독면을 모두 착용했을 때 원통형 물체를 싣고 왔던 16대의 트럭들은 일렬로 정렬을 하고 조수석에서 내린 병사들이 32발의 원통형 물체들이 실린 발사대의 고각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16대의 트럭에서 32발의 로켓들이 쉴 새 없이 솟구쳐 해안과 해변에 숨어있던 일본군 6사단과 18사단 병력의 머리 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슈 우 웅!”
“슈 웅!”
“슈 우우웅!”
그날, 그렇게, ‘광복군의 오르간’이라고 불리는 무기가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이미, ‘까삼 ’로켓을 사용하고 있던 광복군은 몇 년 전에 합류한 독일 출신 유대인 과학자들과 기술자들과의 협력으로 스탈린의 카츄사 다연장 로켓을 여기서 선보인 것이다.
“꽝!”
“꽈 광!”
512발의 로켓은 일본군 상륙 지점인 항저우만의 진산웨이 전체를 완전히 불바다로 만들어 버렸고, 512발의 로켓 중에 숨겨져 있던 수십 발의 가스탄 로켓에서는 독가스가 흘러나와서 로켓의 폭발에서도 살아남은 병사들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으악!”
“악!”
“어머니….”
“여긴, 지옥이야. 여긴, 지옥이라고….”
광복군 전차 대대에 뚫리면서부터 시작된 살육의 시간은 3함대의 함포 지원으로 잠시 멈춘 것 같았지만, 마지막 대미는 512발의 로켓이 역시 화끈하고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배수의 진이라고 하는 진법처럼 상륙 작전은 등 뒤에 바다를 둔 채 퇴로가 없는 상태에서 목숨을 걸고 해안에 발을 디디는 것이다.
만약, 지금처럼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면 그대로 목숨을 잃어야 하는 작전이다.
일본군은 창군 이래 최초로 한 전투에서 두 개 사단이 동시에 괴멸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중국군 14인치 대포의 반격에 어쩔 수 없이 좀 더 먼 바다로 함대를 후퇴시켰던 10군 사령관 야나가와 헤이스케 중장은 다연장 로켓이 발사되고 해안에 흩어져 있던 자신의 휘하 사단 병력이 순식간 불바다에 휩싸이는 것을 보면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멍하니 해안을 보고 있는 야나가와 헤이스케 중장에게 참모장이 급하게 다가왔다.
“사령관님, 해안에 상륙한 6사단과 18사단 병력을 수습해야 하는데 어떡합니까? 지금 예비 사단을 투입합니까?”
“이봐. 참모장, 이거 꿈이지?”
“예?”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꿈이 아니냐고?”
“사령관님 정신을 차리셔야 합니다. 아직 해안에 상륙한 병력 중에 우리가 수습하고 챙겨야 할 병사들이 많습니다.”
“아니야. 이건 꿈일 거야.”
“사령관님! 예비로 놔뒀던 109사단을 투입해서 6사단과 18사단의 남은 병력을 수습해야 합니다.”
참모장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10군 사령관인 야나가와 헤이스케 중장은 결단하지 못했다.
“정규 사단인 6사단과 18사단이 저 모양이 됐는데 을종 사단인 109사단을 투입했다가 109사단마저 잃게 되면 그다음은 어떡할 생각인가?”
“하지만, 6사단과 18사단 잔존 병력을 수습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멍청아! 우리는 해안으로 접근하기도 힘든데, 뭘 어떻게 상륙하자는 거야? 당장 중국군 포대를 쓸어버리라고 항공지원을 요청해!”
“알겠습니다.”
“당장, 항공지원을 요청하고 함대를 상륙선까지 붙이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일본 육군 10군과 일본 해군 3함대의 전술적 행보를 마치 읽고 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항공모함 카가에서 중국군 포대를 공격하기 위해서 전투기가 출격하자 북쪽 하늘에서 bf 109 전투기가 구름 사이에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