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개미지옥에 발을 들이다
상하이 북부 지역에서는 중국군과 일본군이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점령하기 위해서 매일같이 피 터지는 공방전을 주고받고 있었고 하루에 수백 명이 넘는 병사들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상하이 북부 중화민국 관리 지역에서는 중국군과 일본군이 서로 치고받으면서 시간과 물자와 사람을 계속해서 소모하면서 전쟁 양상이 균형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민족의 영웅 무다구치 렌야의 골때리는 짓으로 시작하게 된 화베이 지역의 전투는 초반 한동안 일본군을 상대로 강력하게 저항하던 중국군은 이제는 사라지고 없었다.
일본군을 방어하던 화베이 주둔 중국군은 매일매일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 * *
장제스 국방위원장은 옌시산, 펑위샹, 리지선, 리쭝런, 청첸 등의 지방 성장들이 위원으로 있는 중화민국 국민정부 군사위원회를 소집했다.
군사위원회 위원들은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다들 심각한 얼굴로 화베이와 상하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상황을 보고 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서로의 책임 공방이 시작됐다.
“옌시산 성장님, 버티기가 많이 힘드십니까?”
군사위원회에 참석한 군사위원들은 연일 패배를 거듭하면서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화베이 전선 사령관 옌시산에게 물었다.
“우리 산시성 방위군도 문제지만 평위산 장군의 휘하 병력이 처음에는 잘 방어하는 것 같더니 갑자기 무너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걷잡을 수가 없었소.”
옌시산은 펑위샹의 병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핑계를 대자 그걸 듣고 있던 펑위샹도 발끈하며 나섰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우리가 중앙군과 같은 무장을 하고 있었다면 이렇게 처참하게 밀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허베이성 방위군은 빈약한 무장을 가지고도 나름 선방하지 않았습니까?”
“무슨 말씀입니까? 상하이에서는 벌써 석 달이 넘도록 일본군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데 허베이성 방위군은 한 달을 버티지 못했잖습니까?”
“우리도 중앙군과 같은 무장이 있었다면 이렇게 밀리지 않았을 거라고 내가 분명히 좀 전에 말하지 않았소?”
“옌시산 장군의 산시성 방위군은 그래도 아직까지는 산시성을 잘 방어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핑계일 뿐입니다.”
“그거야 산시성은 후방 보급이라도 잘되니까 그런 거지요. 타이위안의 군수공장에서 포탄과 탄약이라도 쏟아져 나오지만 우리는 그것도 없지 않습니까?”
장제스 휘하의 중화민국 중앙군 무장은 150mm SHF 18 곡사포, 독일제 중기관총 MG08을 중국에서 면허 생산한 28년식 기관총, 체코제 ZB v.26 경기관총, 스위스 SIG 사에서 독일의 MP18을 개량한 기관단총인 칭다오 MP18, 독일의 Gew 1898을 중국에서 면허 생산한 24식 보총에 독일제 1호 전차 등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방의 성 방위군은 장제스의 지시로 중앙군과 같은 무장을 갖추던 과정에서 일본과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상태였다.
화베이 전선에서 지리멸렬한 채로 후퇴만 거듭하는 군사위원들의 말에 장제스는 그들을 노려보면서 이빨을 갈았다.
처음 한동안은 자신의 주력 병력의 소모를 감수하면서 자신들의 성을 일본군으로부터 방어하는 척하더니 전세가 조금씩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하자 자신들의 주력 병력을 전선에서 빼버리는 그들의 모습에 전쟁에 끝나면 다시 한번 싹 쓸어 버리겠다고 속으로 다짐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펑위샹 위원은 무장이 열악해서 일본군을 막기 힘들었다는 거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일본군과 기본 무장에서부터 차이가 너무 심합니다.”
“이보시오. 펑위샹 위원, 내가 중화민국 연방을 선언할 때 당신보고 뭐라고 했소? 이제부터 성의 방위는 모두 성 장관의 책임이라고 하지 않았소?”
성에서 나온 지방세금을 흥청망청 사용하고 해외에 개인 비밀자금으로 은닉이나 하더니 결국에는 핑계가 중앙정부의 지원 부족이었다.
“허베이성도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성 방위군을 무장한 겁니다. 그런 식으로 나와 허베이성의 공무원들을 폄훼하지 마십시오.”
지금 군사위원회에서 허베이성의 펑위샹을 성토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화베이 전선이 급격하게 무너지게 되면 상하이 전선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펑위샹 위원은 화베이 전선의 방어와 상황 반전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는 거요?”
“화베이 전선에도 중앙군을 투입해 주십시오.”
장제스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북벌 과정에서 발생했던 지난시 사건에 이를 갈면서 악착같이 마련한 40개 사단 40만 명은 현재 상하이 전선에서 일본군 10만 명과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었다.
“지금 그것을 말이라고 하는 거요? 상하이가 어떤 상태인지 몰라서 그런 거요?”
“위원장님! 상하이만 중화민국이고, 화베이는 중화민국이 아닙니까?”
펑위샹은 도리어 상하이 방어 병력을 빼서 자신들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눈에 쌍심지까지 켜고 반발을 했다.
“펑위샹 위원 당신 생각에 만약, 지금 상태에서 상하이에서 병력을 빼내서 화베이로 돌린다면 상하이와 화베이 양쪽 모두를 방어할 수 있을 것 같소?”
“그건 해봐야 아는 일이지 않습니까? 우리는 전력이 부족한데 그럼 어떡합니까?”
북벌이 끝난 지 10년, 그리고 중화민국 연방이 성립된 지 겨우 5년, 중화민국이라는 국가가 하나로 통합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중화민국은 연방제를 시행하면서 겨우 지방 군벌들을 통제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맞을 것이다.
군사위원회 회의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성토하는 장으로 변해서 한창 말다툼하고 있을 때, 갑자기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얼굴이 새까맣게 변한 다이리가 급하게 장제스에게 보고를 했다.
“위원장님, 일본군이 상하이 남부 항저우만에 상륙했습니다.”
“뭐라고?”
상하이는 황푸강을 끼고 있는 도시로 외국 조차지와 주요 도시시설은 황푸강 북쪽에 있었기 때문에 독일 군사고문단과 함께 마련한 방어계획에는 상하이 남부와 관련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다이리의 보고를 받은 장제스는 너무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그 여파에 의자가 뒤쪽으로 튕겨 나가면서 우당탕하면서 큰 소리가 났다.
“그쪽은 누가 방어를 하고 있지?”
“두웨성 고문님과 양호 상하이시 방어 사령관의 병력입니다.”
“얼마나 되는데?”
“두 개단(연대)입니다.”
“그럼, 일본군이 항저우만으로 상륙시킨 병력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최소한 두 개 사단은 넘는 것 같습니다.”
다이리의 보고에 장제스는 상하이가 이제 곧 일본군의 수중으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지금도 병사들의 경험 부족과 지휘관들의 역량 부족으로 중국 중앙군 2개 사단이 일본군 1개 사단과 간신히 전투를 벌이고 있는 판국인데, 겨우 2개 단 병력으로 어떻게 일본군 2개 사단을 막을까 눈앞이 깜깜해졌다.
“두웨성 고문과 양호는 이 사실을 알고 있나?”
“예, 위원장님. 이 사실도 두웨성 고문님이 알려줘서 저희도 일본군이 항저우만으로 상륙한 것을 알게 됐습니다.”
중화민국의 모든 정보를 책임지는 다이리가 모르고 있을 정도로 일본군은 중국군의 허를 제대로 찌른 격이었다.
장제스는 이제 상하이 남부가 일본군의 손아귀에 떨어지면 상하이 전선에 투입된 중앙군 전체가 괴멸할 수 있다는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 * *
“조지 대장님, 드디어 일본군이 항저우만으로 상륙했습니다.”
광복군과 두웨성의 상하이 자경단은 이미 일본군의 항저우만 상륙을 가정하고 상하이 남부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군의 상륙 소식에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우리 예상 시간보다는 조금 빨랐군요?”
“예, 아무래도 상하이에서 전선이 계속 고착되면 국제 사회에서 들어오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전쟁을 끝내야 할수도 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음…. 그래서, 무모한 결정을 하고 서둘렀다. 아! 그리고, 일본군의 상륙은 두웨성 대형에게도 알려 줬습니까?”
“예, 알려줬습니다.”
“그래요? 그럼, 일본군 환영식을 지금부터 시작해 봅시다.”
손원일과 최선학이 상하이에 있었다면 일본군이 항저우만에 상륙하기 전에 바다에서 격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손원일과 최선학은 지금 상하이에 없었다.
손원일과 최선학은 독일과 영국에서 잠수함과 구축함의 운용 훈련을 받고 있었다.
제대로 된 독일 잠수함 운용과 탁월한 영국 해군의 교육을 받은 후에 광복군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조지야! 조지야!”
일본군의 상륙 소식을 들은 두웨성은 애타는 목소리로 나를 부르면서 광복군 사령부가 마련되어 있는 와이탄의 내 회사로 찾아왔다.
“대형, 오셨습니까?”
“그래. 너도 소식을 들었지? 네 말처럼 일본군이 정말로 항저우만으로 상륙했다. 그런데, 지금부터 일본군을 어떻게 막아야 하느냐?”
“이미 방어계획이 있잖습니까?”
내 대답에 두웨성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야! 그때는 겨우 1개 사단 정도가 상륙할 줄 알았었지, 누가 2개 사단 이상이 상륙할 줄 알았냐? 지금 상륙한 일본군은 2개 사단 이상이라면서?”
“대형, 상륙이라는 것이 대형의 생각처럼 한꺼번에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륙이라는 것은 우리가 길을 가는 것과 같습니다. 앞이 막히게 되면 뒤에 들어오는 병력도 투입이 되지를 못합니다.”
두웨성은 내 말을 듣고 조금은 안심이 됐는지 본래의 얼굴색을 회복해 갔다.
“그럼, 막을 수 있다는 소리지?”
“예, 우리는 일본군을 막을 수는 있습니다.”
내 대답이 뭔가 좀 이상했는지 두웨성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우리는 막을 수는 있다는 말이 뭐냐? 그럼, 다른 곳이 뚫린다는 소리냐?”
“아마 그렇게 될 겁니다.”
“니가 생각하기에는 어디가 뚫린다는 소리야?”
“내 생각에는 이번 일본군의 상륙 작전 때문에 장제스 위원장과 군사위원회는 겁을 집어먹고 전선을 조정할 것 같습니다.”
“아니, 왜?”
“일본군이 너무 뜻밖의 공격을 했거든요. 이러다가 방어선이 한 곳만 뚫려도 상하이에 투입된 모든 병력이 사라집니다. 장제스 위원장의 모든 힘이 사라지는 겁니다.”
일본군은 중국군의 의표를 찌르는 특공작전으로 항만 시설이 전혀 없고 모래사장과 늪지대만 있는 곳에 병력을 투입했다.
“야! 그게 말이 돼? 우리가 잘 막아내면 되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짓을 한다는 거냐?”
“대형께서는 상하이만을 생각하시지만, 장제스 위원장은 중국 전체를 생각해야 하니까요.”
상하이를 방어하기 위해서 상하이 주변에 모인 사단 병력이 무려 40개 사단이다.
장제스가 애지중지 키운 40개 사단이 상하이에서 포위된 채로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럼, 결국에는 네 말처럼 상하이를 포기해야 하는 거냐?”
“대형, 대형께서 끝까지 상하이 인민들과 일본군과 싸우실 건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상하이를 탈환하기 위해서 싸울 것인지는 대형의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두웨성이 원래처럼 자신의 모든 것이 있는 상하이를 과연 포기하고 떠날 수 있을까 싶었다.
“대형, 일단 지금은 일본군과 싸워야 할 시간입니다.”
나는 포병 지휘관인 박시창 소령에게 상륙한 일본군에게 환영 인사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박시창 소령, 좌표들은 이미 확보해 뒀죠?”
“예, 조지 대장님.”
“그럼, 화끈한 환영식을 시작해 봅시다.”
박시창에게 지시하고 두웨성을 보면서
“대형, 대형도 같이 구경하러 가시겠습니까?”
“구경?”
상하이를 떠나야 하는지 아니면 상하이에서 제자들과 끝까지 일본군과 싸워야 하는지 고민하던 두웨성은 고개를 들고 되물었다.
“예, 상하이를 노리는 일본군이 어떻게 죽는지 구경이라도 하시죠?”
그때, 박시창의 명령이 전방의 포대에 무전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포병대장이다. 지금부터 전 포대는 입력된 제원대로 사격을 시작한다. 전 포대 사격 개시!”
이미, 사격 좌표를 뽑아 놓았던 14인치 해안 포대에서는 상륙한 일본군의 머리 위로 인정사정없는 불벼락을 쏟아냈다.
“꽈 광!”
“꽈 광!”
중국군의 아무런 저항도 없이 편안하게 해안에 상륙하던 일본군은 난데없이 날아든 포격에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면서 나자빠졌다.“
“으악! ”
“포격이다! 모두 엎드려!”
“꽝!”
“으악!”
일본군의 상륙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서 따라왔던 일본 해군 함정들도 함포를 쏘면서 저항을 했지만, 두꺼운 콘크리트 토치카 안에 숨겨진 해안 포대에는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