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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군은 30년째 일본과 싸우고 있습니다 (73/225)

광복군은 30년째 일본과 싸우고 있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결정으로 전쟁부에서는 육군과 해군의 정비를 서두르고 필요한 전쟁 물자 목록을 작성하고 보충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육군 항공대도 마찬가지였다.

“아놀드 장군님, 몇 년 동안 못 본 사이에 또 승진하셨네요. 이야! 벌써, 육군 항공대의 부사령관이라니”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인사 적체가 심했던 미국은 이제야 장교들을 승진시키고 있었다.

준장으로 승진한 헨리 아놀드는 나를 보며 반가워하면서도 그동안 얼굴을 통 볼 수 없었던 내가 워싱턴에 나타나자, 예전처럼 또 독일 전투기에 대한 정보를 가져온 줄 알았다.

“이게 모두 조지 씨의 후원 덕분입니다. 그동안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혹시 독일 전투기들을 알려 주시려고 오신 겁니까?”

아놀드 준장의 물음에 나는 손사래를 치면서

“아이고 아닙니다. 이번에는 대통령 각하를 뵐 일이 있어서 워싱턴에 들렀습니다. 그리고, 독일 전투기가 아니고 이번에 일본이 개발에 들어간 전투기 요구사양을 가져왔습니다.”

나는 아놀드 준장에게 일본 해군의 영식 함상 전투기 요구사양을 보여줬다.

내가 건네준 영식 함상 전투기의 요구사양을 쭉 훑어본 아놀드 준장은 다시 나를 보면서

“이런 전투기를 일본이 만들 수 있다는 겁니까? 아니 어떻게, 1,000마력도 안 되는 엔진을 가지고 이런 성능이 나온답니까?”

“그건 일방적인 일본 해군의 요구사양입니다. 나중에 결과물이 어떤 형태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 비슷한 성능은 나올 겁니다.”

대답을 들은 아놀드 준장은 다시 한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이게 가능하다고요? 이건 이전의 독일 전투기의 성능보다 더 놀랍군요.”

아마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런 전투기의 제작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일본의 미쓰비시 항공사에서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아마, 생산이 가능할 겁니다. 전투기를 최대한 가볍게 만들면 그런 성능이 나올 겁니다.”

“아니, 어떻게 이보다 더 가볍게 만들 수 있답니까?”

“그것은 이제부터 아놀드 준장님께서 알아보셔야죠. 내가 그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 쓴 돈이 어마어마합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모르겠지만 다른 미국의 조력자들에게는 철저하게 빚을 지울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내가 부탁하는 일을 절대로 거절하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아놀드 준장은 설마 내가 돈 때문에 거절할 줄은 몰랐는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조지 씨, 정보료가 비쌉니까?”

이쯤에서 또 못이기는 척 알려줄 생각이다.

“하하, 아놀드 장군님하고 나 사이에 정보료까지 받겠습니까? 장난 한번 쳤는데 그걸 또 믿으십니까?”

“아…. 장난이셨군요?”

“예, 장난입니다. 사실, 일본 해군의 그 전투기는 문제가 많은 전투기로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일본 해군의 요구사양만 보자면 성능이 장난이 아닐 것 같은데 문제가 많다고요?”

“예, 미쓰비시 항공사에 근무하는 정보원들에게 들은 정보에 따르면 항공기 내부의 무거운 철골구조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조종사 보호용 철판도 없답니다. 그리고, 급강하나 급상승을 무리하게 시도하면 전투기가 분해될지도 모른답니다.”

“예?”

아놀드 준장은 오늘 나를 만나고 가장 크게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중에 전투기가 실제 생산되고 시험 비행을 하게 되면 더 정확한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그때 가서 다시 자세한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조지 씨. 그런데, 일본 해군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문제가 많은 전투기를 만드는 겁니까?”

“일본 해군이 만드는 것이 아니고 미쓰비시 항공사가 돈을 벌겠다고 일본 해군의 요구에 맞춰준 거죠.”

살짝 고개를 갸웃한 아놀드 준장은

“그게 그거 아닌가요?”

“일본 해군이 그런 요구사양으로 주문을 해도 안되는 것은 안 된다고 해야 하는데, 일본의 재벌들은 전쟁을 통해서 돈을 벌 생각만으로 그런 쓰레기를 만들어 주는 겁니다. 전투기 조종사들이야 죽든지 말든지 생각도 없이 말입니다.”

내가 한 말을 골똘히 생각하던 아놀드 준장은

“생각해 보니까 조지 씨의 말이 맞는 것 같군요. 문제가 많은 전투기는 결국 조종사들의 희생을 강요할 텐데, 조종사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도 아니고…. 조종사를 양성하려면 얼마나 긴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데 그런 것은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니….”

아직은 일본군의 실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아놀드 준장에게 일본 군부의 특성을 살짝 알려줄 생각이다.

“아놀드 장군님, 일본군은 말입니다. 모든 것을 정신력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군인이라면 정신력이 중요하죠.”

“내 말은 그 말이 아닙니다. 부족한 장비와 성능을 무조건 정신력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혹시, 나중에 일본군과 만나게 되면 자살 공격을 조심하십시오. 일본군은 자실 공격을 해서라도 적을 막는 것을 자랑스러워합니다.”

미국인들의 관점으로 일본군을 바라봤기 때문에 태평양 전쟁 기간 내내 일본군에 고전을 한 미군이었다.

군 수뇌부가 될 사람들에게 미리 일본군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일반적이지만 중국군은 전투에 질 것 같으면 도망쳐서 넓은 대륙 아무 곳이나 도망가서 숨어 삽니다. 그런데,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도망을 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항복하지 않고 결국 마지막에는 자살을 선택합니다.”

“일본군은 항복을 하지 않는다고요?”

“예, 일본군은 항복이라는 단어를 처음부터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일본군을 항복하도록 만드느니 차라리 모두 죽이는 것이 더 빠를 겁니다.”

항복하게 만드는 것보다 전멸시키는 것이 더 쉬울 거라는 말에 아놀드 준장은 세상에 그런 군대가 어디 있냐고 기겁했다.

“설마요? 정말 그렇습니까?”

“예.”

내 말을 전혀 믿으려 들지 않는 아놀드 준장을 보면서 나중에 직접 겪으면 깨닫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오늘 아놀드 준장을 찾아온 본론을 꺼냈다.

“아놀드 장군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전쟁 소식은 들으셨죠?”

“예, 나도 들었습니다.”

“내가 워싱턴까지 와서 대통령을 찾아뵌 이유가 바로 그 전쟁 때문인데요. 아마 조만간 대통령께서 중국으로 조종사들과 전투기를 파견하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조지 씨, 우리 미국이 설마…. 중국과 일본의 전쟁에 개입한다는 말입니까?”

나는 미국의 공식적인 참전이 아니라는 것을 아놀드 준장에게 알려줬다.

“예, 만약에 대통령께서 개입하시겠다고 결심을 하신다면 공식적인 개입은 아니고 의용군 형식의 용병이 될 겁니다.”

“의용군이군요. 흠…. 그런데요?”

“만약, 그런 지시가 내려오면, 중국 항공위원회 고문인 세놀트 중령에게 제대로 된 조종사와 전투기를 보내 주십시오.”

“그게 무슨 말이죠? 의용군인데, 왜?”

“일본군을 상대하면서 전투 경험을 쌓으시라는 말입니다. 지금, 미국 조종사 중에 전투 경험이 있는 조종사가 있습니까?”

“.....”

“이미, 독일과 일본은 실전을 경험한 조종사들이 넘쳐납니다.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손 놓고 가만히 있다가는 나중에 미국이 크게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이건 미국에 대한 내 충성심입니다.”

“조지 씨의 뜻이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아! 참, 그런데, 신형 전투기들은 개발하고 있습니까? 이번에 상하이 상공에서 중국군과 일본군의 전투를 보니까 미국 전투기의 성능이 너무 떨어지던데 어떻습니까?”

“내가 작년에 육군 항공대 부사령관으로 부임하고 항공기 제작사들에게 독일 전투기의 정보를 나눠줬는데, 어느 정도나 개발을 했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까? 큰일이군요. 잘못하면 경험을 쌓으려고 중국에 왔다가 모두 죽어 나가겠군요.”

“조지 씨가 보기에는 기체들의 성능 차이가 그 정도로 심합니까?”

“기체의 성능도 조종사의 기량도 차이가 너무 심합니다.”

아놀드 준장은 미국 육군 항공대의 암담한 현실에 어두운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일단, 우리 광복군 전투기와 협동으로 일본군과 전투를 치러 봅시다.”

이것이 육군 항공대 부사령관인 아놀드 준장에게 내가 던진 떡밥이다.

지금부터 미군과 함께 전투를 하다보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미군과 협동 작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그때, 캘리포니아 월로우스 항공학교에서 훈련받은 조종사들입니까?”

“예, 미국 최고의 조종사라는 둘리틀 대위에게 훈련받은 조종사들입니다. 내 자랑 같지만, 기량 하나만큼은 세계 최고 일 겁니다.”

이 정도 떡밥이면 바로 물을 것이다.

경험이 부족한 초보 조종사에게 가장 좋은 스승은 경험이 풍부한 조종사와 함께 치르는 전투였다.

전투를 치르다 보면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우고 깨우칠 수가 있다.

“만약, 대통령께서 명령하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리 조종사들에게도 어쩌면 좋은 경험이 되겠군요.”

“그럼, 조종사들의 경험 문제는 해결된 것 같고, 남은 문제는 전투기의 성능이군요. 그 문제도 아놀드 장군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야만 할 겁니다.”

“그래야 하겠습니다. 손 놓고 맡겨만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 * *

내가 헨리 아놀드를 상대로 공작을 펼치고 있을 때 손원일과 최선학도 체스터 니미츠를 상대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니미츠 준장님, 승진을 축하드립니다.”

“아니, 이게 누구야? 손원일, 니가 어떻게 워싱턴에 온 거야?”

워싱턴 해군본부의 항해국 부국장으로 공석인 국장의 역할과 자주 아파서 출근하지 않는 해군 장관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니미츠였다.

“조지 사장님께서 루스벨트 대통령을 뵐 일이 있다고 워싱턴에 가자고 해서 따라왔습니다.”

“조지 사장이 대통령 각하를 알고 있었어?”

“예, 듣기에는 꽤나 친하시고 후원도 많이 하셨다고 하던데요.”

“아, 그랬었군. 그리고, 진급을 축하해줘서 고맙다.”

“아닙니다. 이제 제독이 되실 날이 머지않으신 것 같습니다. 하하”

니미츠 장군은 상하이에서 스쳐 지나간 인연이었던 내가 대통령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라워했지만, 바로 인사차 들렸다는 손원일을 환영해줬다.

“장군님, 그리고, 이것은 조지 사장님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전쟁에 참여하면서 얻은 정보들입니다.”

“조지 사장하고 손원일 네가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예, 조지 사장님은 항공대를 이끌고 계시고 저는 잠수함대를 이끌고 있는데 이번 전투에서 저는 구축함과 순양함을 잡았습니다.”

손원일은 사실상 자신의 스승 격은 니미츠 장군에게 자기가 쌓은 전공을 자랑하듯이 말했다.

“정말이냐?”

“예, 장군님. 그리고, 조지 사장님이 그 서류는 바로 보시라고 하시던데요.”

손원일의 말에 니미츠는 서류 봉투에서 서류들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서류 안에는 일본 해군이 개발한 산소 어뢰의 재원과 성능이 자세하게 적혀있었고, 이번에 참가한 전투에서 자기반응 어뢰가 일으킨 수많은 문제점도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그리고, 일본 해군이 가진 항공모함의 사진과 탑재 항공기의 종류와 숫자, 일본 전함과 순양함 그리고 구축함의 사진과 재원들뿐만 아니라 현재 개발 중이거나 제작 중인 해군 항공기와 함선까지 모두 있었다.

“이게 다 뭐냐?”

놀란 눈으로 니미츠가 손원일에게 물었다.

“그거 니미츠 장군님께 꼭 필요한 정보라고 하시면서 전해 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이렇게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냐는 말이야?”

해군본부 정보국에서도 모르는 일본 해군의 정보가 자세하게 기록돼 있었다.

“장군님, 우리 대한민국임시정부 광복군은 일본과 30년째 싸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일본이 우리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우리를 공격했지만, 이제는 반대 입장입니다. 우리는 일본의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손원일의 말에 니미츠 장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입이 벌어졌다.

일본 해군을 상대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손원일 가져온 정보는 천금과도 같은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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