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1. 왜? 독일과 소련이 중국에 군사고문단을 파견한 줄 알아? (71/225)

왜? 독일과 소련이 중국에 군사고문단을 파견한 줄 알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옆의 작은 회의실에 루스벨트 대통령과 대통령의 조언자들인 코델 헐 국무장관과 해럴드 이커스 내무장관 그리고 해리 홉킨스 부흥부 국장이 앉아 있었다.

세 명의 조언자를 부른 루스벨트 대통령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헐 장관을 보면서

“헐 장관, 내가 우연히 개인적인 루트를 통해서 들은 정보인데 중국 상황이 우리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하는데 장관이 보기에는 어때요? 정말로 중국 상황이 심각한가요?”

상사가 공적인 루트로 정보를 얻은 것이 아니고 사적인 루트로 얻었다고 말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그런 말 자체가 바로 공적인 조직이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음, 일본과 중국이 현재 영국의 중재를 거부하고 강 대 강으로 맞부딪치고 있어서 한동안은 전쟁 상황이 심각하게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헐 장관은 자신이 중국 주재 대사와 영사들로부터 보고 받은 내용을 최대한 안 좋은 방향으로 보고했다.

그 이유는 낙관적인 보고보다는 비관적인 보고가 나중에 상황을 수습하기 편하기 때문이었다.

“헐 장관, 심각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겁니까?”

“그것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하루에 수백 명 이상의 병력이 사망하고 있고 상하이 북부는 포격과 폭격으로 엉망이라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상하이의 전쟁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헐 장관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한 말이 사업에 도움을 받고 싶어서 한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럼,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가장 먼저 영국대사가 양쪽 정부를 중재하려고 나섰지만, 효과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독일 대사가 나서서 중재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대사도 중재에 나섰다고요?”

“예, 현재는 독일의 트라우트만 대사가 양국을 중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는 모두들 중국과 일본의 전쟁을 말리고 나섰군요?”

“대통령 각하,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소련은 중국과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습니다.”

“그래요? 그럼, 헐 장관이 보기에는 소련이 무엇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합니까?”

“제 생각에는 예전의 앙금이 아직까지는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약, 일본이 중국을 완전히 굴복시킨다면 다음 차례는 자신들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헐 장관의 대답을 들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잠시 질문을 멈추고 뭔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헐 장관을 보면서

“헐 장관이 판단하기에는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까?”

코델 헐은 다른 조언자들의 얼굴을 보고 의견을 낼 사람이 있냐고 말없이 물었다.

그러나, 이커스 장관과 홉킨스 국장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음, 제 생각에는 그냥 놔두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중국이 일본에 완전히 굴복하게 된다면 우리는 4억 명의 인구를 가진 시장을 잃지 않겠소?”

“각하, 그것은 절대로 안 됩니다. 우리 미국도 중국에 투자한 자본이 꽤 많습니다.”

이커스 장관이 그런 상태로 발전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홉킨스 국장은

“대통령 각하,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일본을 어느 정도 선에서는 막아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그때, 헐 장관이 이커스 장관과 홉킨스 국장 그리고 루스벨트 대통령을 차례대로 보면서

“사실, 우리가 일본을 제어하고 싶어도 마땅한 대책이 없습니다. 그래서, 영국도 외교적인 중재만 하고 나선 겁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발생하기 전에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은 왜 히틀러의 나치 독일과 일본을 제어하고 통제하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세계 대공황과 제1차 세계 대전에서 겪은 전쟁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모두들 대공황 때문에 경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서 군비를 갖출 수도 없었고, 제1차 세계 대전의 피해가 워낙 컸기 때문에 전쟁이라면 무조건 피하려고만 했다.

“그럼, 우리가 일본을 제어할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는 소립니까?”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일본에 대한 경고와 중재 두 가지 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헐 장관의 대답이 끝나자 뉴딜 정책의 책임자인 이커스 장관과 홉킨스 국장은 혹시라도 루스벨트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경제 제재를 염두에 두는 것을 막기 위해 먼저 선수를 치고 나왔다.

“대통령 각하, 경제적인 제재를 가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우리 미국도 같이 피해를 보는 방법이라서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알아요. 나도 경제 제재까지는 생각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뭔가 좀 더 강력한 경고를 하고 싶은데….”

“혹시, 각하께서는 중국을 지원하실 생각이십니까?”

루스벨트 대통령의 의중을 눈치챈 헐 장관은 정말로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래야 하지 않겠어요? 중재는 이미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경고는 말로 하는 거라 무시당할 것이고…. 우리가 중국을 지원하고 나서면 일본이 우리 미국의 눈치라도 좀 보지 않겠어요?”

“대통령 각하, 우리는 전통적으로 다른 대륙의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관여하실 생각이십니까?”

홉킨스 국장은 웬만하면 개입하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루스벨트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다.

“나는 태평양을 일본과 나누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곧 필리핀을 독립시켜야 하는데 일본이 중국의 해안지역을 점령하게 된다면 태평양의 서쪽은 모두 일본의 차지가 됩니다.”

“아!”

“생각해보니 이제 곧 필리핀이 독립하는군요.”

루스벨트 대통령의 참모들은 대통령이 어째서 중국과 일본의 분쟁에 관여하려고 하는지 이유를 알게 됐다.

경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안보였다.

“각하께서는 이번만큼은 중국을 확실하게 지원하실 생각이시군요.”

“그래요. 나는 이왕이면 중국을 지원하는 쪽으로 하고 싶어요.”

이커스 장관의 물음에 루스벨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각하께서는 어떤 방법으로 지원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소련처럼 무기까지 지원할 생각은 없고 다만, 우리가 중국을 지원한다는 걸 일본이 느낄 수 있는 정도면 좋을 것 같아요.”

“대통령 각하! 차관을 지원해서 우리 무기를 사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재고 장비를 정리하고 군에서 원하는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홉킨스 국장은 이왕 중국에 차관을 지원할 거면 재고 처리라도 하자고 나섰다.

“홉킨스 국장의 의견도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각하, 중국에 군사고문단도 파견하실 생각이십니까?”

이커스 장관이 루스벨트 대통령을 쳐다보면서 묻자 루스벨트는 주제를 살짝 바꿨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독일과 소련이 군사고문단을 파견했어요. 그런데, 그들이 어째서 중국에 군사고문단을 파견했는지 알겠어요?”

루스벨트 대통령의 되물음에 지금까지 전혀 고민해본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주제여서 그런지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햇다.

“여러분, 내 생각에는 독일과 소련은 중국에서 전쟁 연습을 한 겁니다. 중국군을 이용해서 실제로 전쟁을 치르면서 전술과 전략을 가다듬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생각지도 못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에 다들 깜짝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했다.

“여러분들도 기억하겠지만 대규모 전쟁 경험이 없던 우리가 프랑스 전선에 병력을 파병하고 얼마나 많은 병사가 죽었습니까? 나는 우리 미국 장성들도 독일과 소련처럼 이번 기회에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각하, 좋은 생각이시기는 하지만 일본 정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아니에요. 우리는 반드시 군사고문단을 파견해야 해요. 우리가 일본 정부의 반발 따위는 무시해야 할 만한 이유가 있어요.”

“예? 각하, 그게 뭡니까?”

“내 생각인데 전쟁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예?”

폭탄선언을 한 루스벨트 대통령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은 왜 독일이 중국에 군사고문단을 파견하고 오랫동안 중국군을 지도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거야. 서로의 필요 때문이었잖습니까? 서로 필요한 물자를 교환하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닙니까? 군사고문단은 중국의 요청이었고요.”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이유이고, 사실 독일은 오랫동안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예? 각하, 독일이 전쟁을 또 준비하고 있다고요.”

“그래요. 내 판단에는 그래요.”

대답한 루스벨트 대통령은 재차 질문을 던졌다.

“그럼, 독일의 군사고문단이 빠져나가자마자 소련은 왜 군사고문단을 파견했을까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그것 역시도 겉으로 드러난 이유일 뿐입니다. 내가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소련은 독일군의 편제와 전투 교리 그리고 전술을 알기 위해서 군사고문단을 파견한 겁니다. 소련은 독일과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각하, 그건 너무 나가신 것 같은데….”

“아니에요. 중국군이 독일군에게 배운 것을 알아내기 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 안의 정적이 흘렀다.

또다시 전쟁이라니….

독일과 소련이 전쟁을 준비한다는 것은 미국도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소리와 같았다.

어떻게 보면 중국과 일본의 전쟁으로 세계는 이미 전쟁의 수레바퀴가 구르기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통령 각하, 각하의 추론은 제가 보기에도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도 각하의 예상이 어쩌면 맞을 것 같습니다.”

“각하, 그렇다면 우리도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루스벨트 대통령뿐만 아니라 헐 국무장관과 이커스 내무장관 그리고 홉킨스 부흥부 국장까지도 이제는 확실히 전쟁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대통령 각하, 중국에 차관을 지원해서 재고 무기를 정리하고 군사고문단을 파견하는 겁니까?”

홉킨스 국장의 말에 루스벨트 대통령은 다른 두 명의 장관을 쳐다봤다.

“어차피 말을 듣지 않겠지만 일단 일본에 전쟁을 중지하라고 경고를 하고, 그다음에 차관지원과 군사고문단을 파견하면 될 것 같습니다.”

헐 장관은 자기의 의견까지 보태면서 바로 동의를 표시했다.

“재정이 조금 악화하더라도 차관지원과 군사고문단의 파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커스 내무장관도 동의를 표시했다.

“저, 그런데, 대통령 각하, 군사고문단장은 누굴 생각하고 계십니까?”

“여러분은 누가 좋을 것 같습니까?”

루스벨트 대통령의 질문에 헐 장관이 먼저 나서서 대답했다.

“수백만 명의 중국군을 지휘하고 우리 장교단을 제대로 교육할 만한 장군은 맥아더 장군과 마셜 장군정도 밖에는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해도 맥아더 장군과 마셜 장군 정도는 돼야 하겠지요?”

“예, 각하.”

“대통령 각하, 두 장군을 중국으로 파견한다면 두 명은 우리 미국을 대표하는 장군들인데 둘의 위상에 걸맞게 적당한 지원도 해줘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는 지원을 해야 하겠지요.”

지위와 위상에 걸맞은 지원을 생각 중이라는 대통령의 말에 이커스 장관은

“각하, 그럼, 일본 정부의 반발이 심할 텐데 그것은 어떻게 해결하시려고 그러십니까?”

“그래서 여러분을 부른 겁니다. 내가 혼자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거기서 결론이 나오질 않더군요.”

“그런데, 각하, 맥아더 장군과 마셜 장군과 상의는 해보셨습니까?”

“아직 연락해 보지는 않았어요.”

“일단, 둘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둘 다 성격들이 장난이 아니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가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 아니, 각하, 왜요?”

“둘에게 동시에 연락할 생각입니다. 라이벌 관계인 둘에게 동시에 연락해서 대답이 늦으면 자리는 없다고 할 생각이에요.”

“그러다 둘 다 가겠다고 한다든지 아니면 반대로 가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설마, 그러겠어요? 나는 맥아더 장군이 중국으로 가주면 좋겠는데 누가 나서든 한 명은 나설 겁니다. 상대에게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누군가는 갈 겁니다.”

백악관 회의가 끝난 후, 코델 헐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서 일본에 경고를 보냈고, 일본 대사를 불러서 전쟁을 중지하지 않으면 미국이 중국을 지원할지도 모른다는 말도 전했다.

그리고, 일본의 반발 따위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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