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3.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적과 협조하지 마라! (63/225)

63.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적과 협조하지 마라!

63.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적과 협조하지 마라!

현재, 광복군은 독립군 출신인 김경천, 지청천 등과 중국군에서 복무했던 장교들은 주로 육군을 구성하고 있었고, 해군은 손원일과 최학선이 잠수함대와 구축함대를 각각 맡아서 훈련하고 현재 전투에 참여하고 있었다.

물론, 광복군의 공군은 내가 주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첩보 획득과 매국노 처단은 한인애국단과 의열단의 백정기와 유자명이 주로 담당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드디어 국내 작전이 시작되는 겁니까?”

그동안 국내 작전을 위해서 조직을 관리했던 유자명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아니 유자명뿐만 아니라, 백정기와 김원봉 모두 기대에 찬 얼굴들이었다.

“예, 이제부터 대한민국 공군은 상하이 전투에서 빠질 생각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현재 중국군이 의외로 잘 싸우고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상하이에서 후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비행장도 뺏기게 돼서 우리가 가진 전투기로는 우리나라 본토까지 날아갔다가 돌아오는 것이 불가능했다.

“지금이야 중국군이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전투를 지휘하는 바실리 추이코프가 암살되고 나면 중국군은 대규모 병력을 지휘할 능력이 없어서 얼마 버티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그전에 국내 작전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음···. 조지 씨, 그런데 소련 군사고문단장을 꼭 죽여야만 합니까?”

김원봉은 바실리 추이코프를 암살하는 것을 그다지 미더워하지 않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그를 죽일 기회가 없습니다. 나중에 우리나라에 큰 재앙이 될 수 있는 사람이어서 지금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련 군사고문단이 일본군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 우리에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겠지만, 중국군은 일본 해군과 항공대를 절대 당해내지 못합니다.”

“그럼, 조지 씨는 어차피 이 전쟁에서 중국이 진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예, 중국이 끝까지 항복하지는 않겠지만 전투는 계속해서 패배하고 후퇴를 거듭할 겁니다.”

김원봉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말에 동의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왜 바실리 추이코프를 죽여야만 하는지 의구심을 가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중국군이 항복하지 않고 오래 버틸 수 있게 만들려면 더욱 소련 군사고문단장을 살려둬야만 하는 것이 아닙니까?”

국내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이들을 이해시켜야만 할 것 같았다.

“음···. 일단, 세 사람 모두 세계정세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거창하게 세계정세까지 알아야 한다고요?”

“예, 여러분도 알다시피 지금 독일과 일본은 방공 협정을 맺었습니다. 자! 그럼, 이 세상에 독일과 일본이 막겠다고 하는 공산주의 국가는 어디를 말하겠습니까?”

“소련이겠죠···?”

“맞습니다. 사실상 소련을 제외한 모든 나라는 이 세상에서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이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방공 협정을 맺은 독일과 일본이 나중에 소련과 전쟁을 할까요? 하지 않을까요?”

“전쟁을 하지 않을까요? 아니 생각해 보니까···. 그럼, 더욱더 바실리 추이코프를 살려둬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김원봉과 다른 두 명은 일본과 소련이 전쟁한다면서 어째서 바실리 추이코프를 죽여야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일본은 아닙니다. 일본은 소련과 전쟁을 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럼, 조지 씨 말은 독일과 소련이 전쟁할 거라는 말인데 그것이 우리나라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세 사람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바실리 추이코프를 왜 죽여야만 하는지 이해를 시켜야 하는데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나중에 소련이 연합군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우리나라가 분단된다고는 말할 수는 없었다.

“만약에 말입니다. 독일이 일본처럼 유럽에서 전쟁을 일으킨다면 어디를 공격할까요?”

“프랑스?”

“프랑스?”

“소련?”

셋은 각자 생각나는 대로 독일과 전쟁을 할 가능성이 큰 나라들을 말했다.

“맞습니다. 독일은 먼저 프랑스를 공격해서 제1차 세계 대전의 원수를 먼저 갚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여러분도 알듯이 프랑스는 영국의 동맹입니다.”

“그럼, 독일과 소련은 전쟁하지 않잖습니까?”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영국은 제1차 세계 대전 때처럼 소련과 미국을 어떻게 하든지 전쟁에 끌어들일 겁니다.”

내 대답을 들은 세 사람은 순간 뭔가 깨달은 것이 있는지 표정들이 변했다.

“독일과 일본은 동맹이니까···. 혹시, 아시아에서도 일본이 소련, 영국, 미국과 전쟁한다는 겁니까?”

“아마도요.”

“그럼, 일본이 미국, 영국, 소련을 이길리가 없으니까 우리나라가 해방될 확률이 크다는 소린데···. 그런데, 소련 군사고문단장이 앞으로 우리나라에 재앙을 일으킬 사람이라고 했으니까?”

“예. 아마, 우리나라는 전쟁이 끝나면 소련과 영국과 미국의 손아귀에 놓이게 될 겁니다.”

그때, 머리가 영리하기로 소문난 유자명이 또 다른 뭔가를 깨달았는지 탄성을 질렀다.

“아! 이런···.”

백정기와 김원봉은 그런 유자명을 쳐다봤다.

“우리나라를 소련이 차지할 수도 있다는 소리죠? 그래서, 소련군 장군을 죽이는 거죠?”

“비슷합니다. 나는 소련과 독일이 오래 싸우기를 바라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미국과 영국만이 일본과 싸우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조지 씨, 그렇다고 해봐야 우리나라가 그들의 전리품이 되는 것은 어차피 똑같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지 않습니까?”

유자명은 내가 소련이나 공산주의를 아주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소련이 우리나라 독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그럼, 소련을 제외한 다른 나라, 중국이나 미국이나 영국과 힘을 합칠 생각이군요?”

“예, 맞습니다. 소련이 일본과의 전쟁에 뛰어들면 어쩌면 우리나라에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그래서 좀 전에도 말했지만, 소련은 독일과 죽을 때까지 싸우게 만들고 싶은데···.”

“아! 여기 중국에서 소련군이 전쟁 연습을 하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군요? 그래서, 전에는 독일군의 훈련을 열심히 도운 것이고?”

“비슷합니다.”

스탈린그라드에서 바실리 추이코프의 미친 활약만 없다면 독소전은 훨씬 더 길어질 것이다.

나는 독일이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하게 되면 남부 러시아가 위험해지고 전쟁의 판도가 분명히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원봉은 내가 지금까지 한 행동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서 내가 왜 그랬는지를 알게 된 모양이었다.

세 사람이 내 의도를 알아챈 순간부터는 대화하기가 편해졌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영국과 협력을 하겠다는 말이군요?”

“예. 그래서 그동안 영국과 미국의 외교관들과 관계를 맺었던 겁니다.”

“이제 모든 것이 이해가 됩니다.”

세 사람은 내 의도를 깨닫고 내가 계획한 국내 작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자명 선생, 전에 내가 소개했던 청년들은 이번에 작전에 참여할 수 있겠습니까?”

유자명은 내가 운영하는 고무신 공장 출신의 청년들을 주축으로 점조직 형태로 국내 정보망을 만들었었다.

“현재, 국내 170여 개 모든 군에 최소한 한 명 이상은 침투를 시켰습니다.”

“혹시, 자금은 부족하지 않던가요?”

“나진항 개발 사업에서 나온 부동산 이익금으로 모두 처리했습니다.”

“다행이군요. 혹시라도 국내 활동 자금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예.”

일본 엔화와 영국의 파운드화는 내가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찍어 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일본에 침투시켜놓은 정보원들도 자금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게 활동하고 있었다.

“나는 이번에 대대적으로 매국노들을 처단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매국노를 때려잡는 날 광복군 공군을 동원해서 전국에 삐라를 뿌릴 생각입니다.”

나는 백정기와 김원봉을 보면서 이번에 펼칠 작전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주로 노리는 대상은 누굽니까?”

“특정 유명 인물을 노리기보다는 일본에 협조하고 있는 경찰들과 경찰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냥, 경찰서들만 날려버리자는 말입니까?”

“예, 그래야 침투한 대원들이 모두 무사하지 않겠습니까?”

김원봉과 백정기는 경찰서 폭파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경성의 매국노 중에 한두 놈은 반드시 같이 처단해야 합니다.”

“그러면 침투한 대원들이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안 됩니다. 대원들의 목숨을 걸더라도 반드시 인민들 앞에서 매국노를 처단해야만 합니다.”

처음에는 나도 일본이 경성에 설치한 총독부나 다른 일제의 식민 통치 기관을 노렸지만, 침투한 대원들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음···. 그럼, 두 분은 누굴 없앨 생각입니까?”

“일본 총독 놈과 최린입니다.”

“미나미 지로 하고···. 최린이라···.”

미나미 지로와 최린은 죽여 없애야 할 대상이 맞기는 하지만 대원들의 안전이 걱정됐다.

“둘을 죽이고 무사하게 빠져나올 수 있겠습니까?”

“우리를 믿으십시오. 우린 반드시 둘을 암살하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 작전 때 둘을 죽이는 것으로 합시다.”

“그런데 날짜는 언제로 할 생각이십니까?”

유자명 선생이 나를 보면서 작전 날짜를 물었다.

“조금 조급하기는 하지만 8월 29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치일을 택하셨군요?”

“예, 우리가 나라를 뺏긴 날, 인민들에게 일제와 협력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고 우리가 지금도 싸우고 있다는 희망을 줄 생각입니다.”

내 대답을 들은 세 사람은 결의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날짜가 참 좋습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작전을 성공시키겠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대대적인 처단을 하면 무서워서라도 일제에 협력하지 않겠죠?”

“설마, 그렇기야 하겠습니까? 다만, 일제에 협력하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에 만족해야죠.”

우리는 김원봉의 해병대와 백정기의 대원들이 침투와 퇴각을 편하게 하려고 주로 해안을 끼고 있는 군들을 선택했다. 

정확히, 30개 군에 설치된 일본 경찰서를 폭파하고 일본 총독 미나미 지로와 변절한 매국노 최린에 대한 암살계획이 밤새 만들어졌다. 

“후유, 이제 작전 전날 침투만 제대로 한다면 역사적인 일이 벌어지겠군요.”

우리는 ‘국치일의 복수’라는 작전 계획을 세우고 지친 얼굴로 다가올 국치일에 벌어질 작전이 성공하기만을 기도했다.

“아! 그런데, 우리가 미국, 영국과 협력하려면 나중에 영국군이나 미국군들과 같이할 생각입니까?”

김원봉은 얼마 되지도 않는 광복군이 영국과 미국과 함께하다가 희생될 것을 걱정했다.

“아니요. 우리는 따로 움직일 생각입니다.”

“우리가 따로 움직이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얼마 되지도 않는 광복군으로 일본군과 싸울 수 있겠습니까?”

“조국의 광복을 위해서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일본군과 싸워야 하겠죠.”

내 대답을 들은 세 사람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봤다.

“베이스캠프요?”

“예.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일본군과 싸울 생각입니다.”

“광복군은 병력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섬이라면 가능하겠죠? 섬이라면 충분히 일본군을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 광복군을 해군과 공군 위주로 광복군을 키운 겁니까?”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