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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어서 와! 이런 곳은 처음이지? (61/225)

61. 어서 와! 이런 곳은 처음이지?

61. 어서 와! 이런 곳은 처음이지?

왕징웨이를 필두로 한 ‘광둥파’는 장제스의 87, 88사단과 교대하고 광둥성 성 방위군을 무려 5만 명이나 투입했지만, 일본 해군 특별 육전대와 훙커우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의 자경단의 강력한 저항과 3함대의 지상 포격에 병력의 태반을 잃고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위원장님, 큰일 났습니다.”

상하이 전선을 참관하고 돌아온 장시성 성장인 슝스후이의 보고에 자신이 판단 실수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과의 전쟁은 결국 자신과 독일 군사고문단이 키운 정예사단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초반에 이렇게 의미 없이 소비해도 되나 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두웨성의 말을 듣고 병력을 교체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차라리 상하이를 완전히 수복하는 것이 나은 것은 아닌 건가 하고 고민이 됐다.

“상황이 그렇게 안 좋은가?”

“안 좋은 정도가 아닙니다. 위원장님의 병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일본군의 반격에 큰일이 날 것 같습니다.”

장제스는 ‘칭방’의 사부인 두웨성의 말을 듣지 말 것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장제스는 계속해서 마음이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이런, 제길···.”

* * *

“형님, 두 사부님께서 형님을 급하게 찾으십니다.”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두웨성이 드미트리를 통해서 아침 일찍부터 나를 찾았다.

“혹시, 뭣 때문인지는 모르는 거냐?”

“예, 저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알았다. 가보자.”

두웨성은 자신의 본거지에서 상하이 자경단을 지휘하면서 상하이를 어떡하든지 지켜보겠다고 노력하고 있었다.

“대형, 찾으셨습니까?”

두웨성은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지 표정이 매우 좋지 않았다.

“그래, 조지 왔냐?”

“예, 형님.”

“이리 와봐라.”

두웨성은 아침부터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지 목소리마저도 잠겨 있었다.

“아무래도 장제스가 나보고 죽으라는 것 같다. 아니, 상하이 자경단을 죽일 생각인지 마지막까지 발악하는 일본군을 토벌하라고 명령했다.”

“정말입니까?”

“응.”

이런 미친놈!

드디어, 장제스가 미쳤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명령을 내린단 말인가?

막다른 곳에서 웅크린 채로 결사 항전을 외치는 적을 왜 공격하라고 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상하이를 수복하는 영광을 그렇게 누리고 싶은 건가?

“아니, 대형! 어떻게 갑자기 그런 명령이 내려온 겁니까?”

“내가 다른 군벌들의 병력을 소모하게 하라고 조언했던 것을 상하이에 주둔하는 일본군을 몰아낼 기회를 놓친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것은 제가 대형께 조언했던 일이 아닙니까?”

“그래, 아무래도 장제스는 이제는 나도 견제를 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건 아니었다.

내가 두웨성에게 상하이 남부를 지키라고 한 것은 일본군의 마지막 공격 때 항저우만으로 상륙한 일본군을 막지 못해서 상하이를 잃고 난징 대학살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그것을 막으려고 한 것인데 이제는 그것을 막을 수 없게 돼버렸다.

“그래서 병력을 이동시킬 생각이십니까?”

“장제스의 가장 큰 지지자인 내가 장제스의 명령을 무시하면 누가 장제스의 말을 듣겠냐? 별수 없이 가야지.”

“대형의 자경단만 동원되는 겁니까?”

“아니, 87사단과 88사단이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대형! 가봐야 개죽음입니다. 일본 해군 3함대를 해결하지 못하면 일본 해군 육전대 근처도 못 가고 포격에 모두 죽어 나갈 겁니다.”

“뇌격기로 폭격하면 안 될까?”

현재, 일본 해군 3함대는 타이완과 본토에서 날아온 전투기의 호위를 받고 있어서 초반 며칠간 보여줬던 허술했던 대공 방어 상태가 아니었다.

그리고, 문제는 중국군 조종사들의 기량이 형편이 없다는 것이었다.

“대형, 병력을 그대로 밀어 넣으면 정말 개죽음입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 보는 것이···.”

그때, 내 머릿속을 스치는 하나의 생각이 있었다.

“대형! 혹시 일본군 방어 진지 지도가 있습니까?”

“일본군 진지 지도?”

“예, 대형.”

장제스는 두웨성의 자경단을 소모품 정도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지 현재 일본군 방어 진지에 대한 지도와 명령서를 함께 보내 줬다.

“이것이 일본군 지도다.”

두웨성은 부하들을 시켜서 작전 지역 지도를 바로 가져왔다.

“형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나는 두웨성을 잠시 기다리게 하고 드미트리를 불렀다.

“드미트리! 드미트리!”

“예, 형님.”

“넌 지금 바로 가서 최선학을 데려와라!”

“예.”

“최선학은 누구냐?”

“소련 정규 사관학교를 나온 해군 포병 장교입니다.”

“오! 그래?”

중국군이 제일 취약한 병종이 바로 포병이었다.

중국군 대부분이 사관학교나 군사학교 출신이 아니고 배를 곯지 않기 위해서 군대에 입대한 병력이기 때문에 학력이 너무 낮았다.

그게 발목을 잡아서 계산하고 관측해야 하는 포병 병과에는 쓸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 * *

두웨성이 위조지폐로 결제하고 구매한 독일제 88mm 대공포가 하늘을 향하고 있던 포구를 일제히 일본군이 방어하는 진지 쪽으로 돌렸다.

갑자기 불려온 최선학은 내 설명을 듣고 지상 포격 지원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대답을 했고 두웨성은 자경단을 일본군 방어 진지 앞에 대기를 시켰다.

“발사!”

상하이 시내 높은 빌딩 꼭대기마다 설치돼 있던 대공포 중 한 대가 불을 뿜어냈다.

“꽝!”

“각도 수정···.”

“재장전! 발사!”

“꽝!”

몇 번에 걸쳐서 각도와 거리를 수정하던 대공포들이 일제히 일본군 주둔지를 향해서 각도와 거리를 맞추기 시작했다.

일본군 진지를 포격할 준비가 끝난 최선학은 나를 보면서 명령을 기다렸다.

“대형, 공격을 명령하십시오.”

“준비가 다 끝난 거냐?”

“예, 지금부터 포격하고 포격이 끝나면 전차를 앞세우고 천천히 전진 하십시오.”

“공격해라!”

“꽝!”

“꽈 광!”

“꽈 광!”

상하이의 빌딩마다 설치된 대공포들이 일제히 일본군 주둔지와 해군기지를 향해서 포격을 하기 시작했다.

포격하는 장면을 한참 보던 두웨성이 나를 불렀다.

“조지야!”

“예, 대형.”

“너는 왜 계속해서 웬만하면 병력을 투입하지 말라고 하는 거냐?”

“제가 계속해서 말하지만, 일본군 방어진 안으로 들어가면 다 죽습니다.”

“함포가 그렇게 무서운 거냐?”

“예.”

“그럼, 다른 대포들도 일본군을 공격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하는 것이 더 나은 것 아니냐?”

“자경단에는 12인치 대포를 관리하고 사격을 통제할 장교가 없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항구도 없는 남쪽 해안가에 설치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

“대형, 그게 아닙니다. 지금 상하이의 중국군 방어선은 일본군이 절대로 뚫지 못합니다. 그러나, 단 한 곳 뚫릴 가능성이 있는 곳이 바로 항저우만입니다. 그래서, 12인치 대포를 거기에 설치한 겁니다.”

88mm 대공포들이 일본군 진지를 때리기 시작하자 중국군 전투기들이 일본군 주둔지와 항만 시설을 폭격하기 위해서 서쪽 하늘에서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중국군 전투기를 막기 위해서 동쪽에서 떠 오른 일본군 전투기의 숫자가 훨씬 더 많았다.

“조지야! 너희들은 출격하지 않는 거냐?”

“죄송합니다. 대형, 저희는 어제 하루에 최대 얼마나 출격할 수 있는지 실험을 하느라고 계속해서 출격을 했더니···. 오늘은 도저히 전투기를 못 탈 것 같습니다.”

나는 소중한 광복군 조종사와 병사들을 남의 나라 전쟁에서 희생시키고 마음이 없었다.

이 전쟁은 단지 우리 광복군에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훈련 장소일 뿐이었다.

“크흠···.”

“정말, 죄송합니다. 대신, 내일은 꼭 출격하겠습니다.”

두웨성은 이런 내 모습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였다.

내가 아무리 두웨성의 동생이라고 하지만 잃어버린 나라를 다시 찾겠다고 이역만리에서 피땀 흘리는 광복군은 두웨성보다 나한테 더 소중한 존재였다.

망원경을 통해서 전장 상황을 지켜보는 두웨성의 표정은 점점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아니, 독일군이 지휘할 때는 손쉽게 돌파를 하더니 저게 뭐야?”

전차를 앞세우고 전진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전차를 보호해야 할 보병들이 따라붙지 않자 일본군은 전차 엔진을 화염병으로 공격해서 전차를 하나씩 멈춰 세웠다.

“대형, 그만 후퇴를 시키시죠? 전차를 모두 잃으면 우리는 더는 보충하지 못하잖습니까?”

여전히 못마땅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 두웨성은 

“그만 후퇴하라고 해라!”

* * *

독일 군사고문단이 떠나고 일본군과 전투에서 병력과 장비만 소모하고 상황이 지지부진해 보이자 장제스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처럼 소련과의 접촉을 급하게 서둘렀다.

“이렇게 소련에서 우리 중화민국을 돕기 위해서 지원을 해줘서 고맙소.”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실리 추이코프 장군이 장제스의 표정을 살피면서 대답하자

“장군, 우리 중국군과 일본군이 현재 교착상태인데 지금 바로 우리를 도와줄 수 있겠소?”

“위원장님, 저희가 중국에 온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지 않습니까? 바로 전장을 파악하겠습니다.”

“그래요. 잘 좀 부탁하겠소.”

8월 21일 중국은 소련과 불가침 조약을 체결했고 소련은 바실리 추이코프 장군을 비롯한 3백여 명의 군사고문단을 파견했다.

그뿐 아니라, 소련은 1억 달러의 차관과 1억 5천만 달러에 해당하는 무기들도 지원했다. 

그리고, 장제스는 중국공산당을 정식으로 인정하고 앞으로는 중국공산당에 대해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 * *

“형님, 소련 군사고문단이 도착해서 장제스 군의 참모본부에 합류했습니다.”

드미트리의 보고를 받으면서 나는 홍범도 장군을 쳐다봤다.

“장군, 드디어 목표가 상하이에 온 모양입니다.”

“소련 군사고문단의 바실리 추이코프가 목표라고 했소?”

“예, 장군님.”

“그런데, 바실리 추이코프를 왜 암살해달라고 하는 거요? 지금 당장 상하이에서 일본군을 몰아내려면 소련군이 필요하지 않겠소?”

스탈린그라드 공방전에서 소련군을 지휘했던 바실리 추이코프를 죽여버린다면 역사는 어떻게 변할까?

독일이 최대한 늦게 항복하고 일본은 최대한 빠르게 항복한다면 우리나라의 비극은 없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지금은 동료지만 나중에는 분명 우리나라의 적이 될 사람입니다.”

“음···. 그렇다면, 반드시 죽여야 할 자겠군.”

“예, 장군님. 꼭 죽여야 합니다.”

8월 23일 일본군은 상하이 내의 조계지를 간신히 방어 중인 해군 특별 육전대를 지원할 목적으로 3사단과 11사단을 각각 우쑹과 촨사전에 상륙시켰다. 

그러나 일본 육군 3사단과 11사단은 상륙 초반에 중국군의 맹렬한 방어선에 막혀서 엄청난 피해를 봤고, 특히 3사단은 불과 1달 사이에 전 병력의 30%가 넘는 사상자를 낸다. 

일본군은 자폭 공격까지 하면서 어찌어찌 조금씩 전진해 나갔지만, 그것도 곧 한계에 이르고 상하이 전선은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에 놀란 일본 수뇌부는 3개 사단을 다창전에 증파하기로 결정, 그 3개 사단 역시 상하이 북부에 상륙했지만, 중국군의 방어에 막혀 더 나아가지 못한다. 일본의 제공권, 제해권 우세에도 불구하고 중국군은 분투해 3달 넘게 상하이를 일본으로부터 지켜냈다. 하지만 이것도 11월에 일본군 수만 명이 항저우만으로 우회해서 상륙하면서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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