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뭐야! 그럼,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야?
59. 뭐야! 그럼,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야?
1937년 8월 13일 오전, 일본 해군 육전대의 최초 공격으로 시작된 제2차 상하이 사변은 14일 15일 되면서 일본의 의도와는 다르게 일본군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었다.
“사령관님, 함대를 호위하기 경계비행 중이었던 96식 전투기 6대가 격추됐습니다.”
“사령관님, 타이완에서 출발한 하이난 항공대는 악천후 때문에 돌아갔습니다.”
하세가와 기요시는 지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일본 조차지의 콘크리트로 만든 견고한 방어 진지는 함포 사격 지원이 사라지자 중국군에게 하나씩 하나씩 점령되고 있었고, 경계와 정찰을 위해서 떠오른 전투기들은 벌떼처럼 달려드는 중국 공군에 의해서 계속해서 격추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자신의 함대는 적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받아서 더는 육상 지원을 하지 못하고 대잠수함 경계로 대형이 바뀌어있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승진을 막기 위해서 교묘하게 조작한 한편의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령관님! 해군본부(군령부)입니다.”
“예, 하세가와입니다.”
해군 군령부의 무전 연락에 하세가와는 처참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무전기를 들어 올렸다.
“하세가와, 상하이의 조차지 방어를 위해서 3사단과 11사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상하이를 방어할 수 있겠나?”
해군 대신 오사미의 말에 하세가와는 뭐라고 대답을 할까 고민했다.
지금과 같은 전투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상하이 일본 조차지는 결국에는 중국군에게 점령될 것이다.
현재 일본군과 중국군은 서로 비슷한 무장과 훈련 상태였고 병력은 중국군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었다.
“해군 대신 각하!”
“왜? 막기 힘들어?”
“그것이 아닙니다. 지금 상하이에서 벌어지는 일은 독일의 농간입니다. 독일 군사고문단이 아니라면 절대로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혹시, 독일 군사고문단이 전투를 지휘하고 있나?”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설명이 안 됩니다.”
“증거는? 증거가 있어야 독일에 항의라도 할 것 아니야?”
“제 함대가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받았습니다. 중국해군은 잠수함이 있어도 운용할 줄 모르는데 이건 분명히···.”
하세가와의 변명 같은 항변을 들은 나가노 오사미 해군 대신은 하세가와의 말이 어쩌면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맞아야만 했다.
두 척의 순양 전함의 격침은 중국군으로 위장한 독일 해군의 짓이라고 판단됐다.
그래야만 상하이에서 보여준 해군의 무능을 독일의 개입으로 덮을 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현재 전황이 불리하니까 지원 병력을 파견하지 말라는 말인가?”
“예, 두 개 사단의 병력이 지원 온다고 해도 격퇴를 장담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세가와! 정신 차려라! 상하이 조차지는 천황 폐하의 땅이다. 그런데 천황 폐하의 영토를 포기하겠다는 말이냐?”
“그것이 아닙니다. 저는 죽기를 각오하고 버티겠습니다. 그러니까···.”
코미디를 하는 것도 아니고 오사미 해군 대신과 현지 사령관인 하세가와는 불가능한 일을 눈을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그저 독일을 핑계 대면서 덮으려고만 하고 있었다.
“지금 바로, 독일 정부에 항의하고 너를 지원할 두 개 사단 병력도 보내겠다. 어떡하든지 버텨라!”
“예! 알겠습니다.”
하세가와 3함대 사령관은 오사미와 통화가 끝나자 어떡하든지 버티기 위해서 대잠수함 대형의 함대 대형을 풀고 다시 중국군에 대한 육상 포격을 시작했다.
하세가와와 통화를 끝낸 오사미 해군 대신은 바로 외무대신을 찾아갔다.
“외무대신! 외무대신!”
히로타 고키 외무대신은 갑자기 찾아와서 소리를 지르는 오사미 해군 대신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오사미 해군 대신, 갑자기 찾아와서 왜 소리를 지르십니까?”
“상하이에서 독일군이 우리와 중국 사이의 전투에 개입해서 우리 제국 해군에 엄청난 피해를 줬소. 당장 독일 대사를 불러서 항의하시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독일군이 파병됐습니까?”
군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것이 없는 전문 외교관 출신인 히로타는 오사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를 못햇다.
“아니, 그것이 아니고, 중국군을 독일군 군사고문단이 지휘하고 있고 중국해군으로 위장한 독일 잠수함들이 우리 해군을 공격했단 말이요.”
“예? 그것이 정말입니까?”
“내가 당신에게 그럼 없는 소리를 하겠소? 서로 방공 협정까지 맺은 동맹국 사이에 이럴 수는 없는 것 아니요?”
“오사미 해군 대신, 증거는 있습니까?”
“당신 바보요?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어디서 증거를 수집한다는 소리요? 독일의 개입이 아니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거요?”
오사미의 무시하는 듯한 말에 히로타는 발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군부가 정권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자신 역시도 일본의 외무대신이었다.
“바보요?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 내가 어째서 바봅니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그렇소. 총알이 빗발치고 포탄이 터지는데 어디서 증거를 찾아요?”
오사미의 말은 심정적으로 동의하지만 그래도 외교관계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
증거가 없다면 일본은 항의가 아니라 독일에 부탁하는 꼴이 된다.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는 겁니까? 만약, 물증이 없다면 우리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합니다.”
“그런 것 따지지 말고, 무조건 독일이 중국군을 돕고 있다고 우기시오. 분명히, 독일이 돕고 있는 것은 확실하오.”
막무가내로 자기 의견만 말하는 오사미를 보면서 히로타는 아무래도 외무대신 자리에 오래 있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독일 대사를 바로 불러서 사실을 확인해보겠소. 그러나, 이것은 우리 일본이 확실한 증거가 없이 독일에 부탁하는 것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뭐가 어떻게 됐든지 빨리하시오. 잘못하면 상하이 조차지가 중국군에게 점령될 수도 있소.”
히로타 고키 외무대신은 사실 확인을 위해서 도쿄주재 독일 대사를 불러들였다.
* * *
주중 독일 대사 오스카 트라우트만은 오이겐 오트 주일 대사의 확인 요청을 받고 팔켄하우젠 단장을 찾았다.
팔켄하우젠의 주중 독일 군사고문단을 찾은 트라우트만 대사의 눈에 보이는 모습은 일본의 항의처럼 팔켄하우젠이 상하이 전투를 지휘하는 것을 확인했다.
책상 위에 어지럽게 널린 명령서들과 전통문들 그리고 무선 장비를 붙잡고 열심히 무전을 날리는 모습은 전쟁 지휘부의 모습 그대로였다.
“단장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중국군과 일본군 전투를 참관하고 분석하고 있지 않소?”
팔켄하우젠은 트라우트만에게 천연덕스럽게 변명을 했다.
“지금 단장님 때문에 우리 독일과 일본의 외교관계가 깨질 처지가 됐습니다. 어렵게 맺은 방공 협정이 깨질 위기가 왔단 말입니다.”
“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니까 그래요?”
“그럼, 이게 뭡니까? 그리고, 저들은 누굽니까?”
팔켄하우젠은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연민의 감정 때문에 전쟁에 개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것도 한계가 왔다는 것을 느꼈다.
“저들은 대한민국이라고 일본에 강제로 합병당한 나라의 군인들이오?”
“단장님! 저들은 우리 독일의 동맹인 일본의 적입니다. 그런데, 저들과 함께 계신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이미 전투에 개입한 현장을 들킨 팔켄하우젠은 더는 뭐라 변명을 하지 못했다.
“베를린에 연락해서 단장님의 직위를 해제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권한으로 현 시간부로 단장님은 임무를 제한하겠습니다.”
팔켄하우젠은 트라우트만을 노려보면서
“내 직위를 해제하고 내 임무를 제한하겠다고?”
“그렇습니다. 지금 단장님 때문에 독일의 외교관계가 모두 망가지게 생겼습니다. 우리는 일본과 중국을 중재해서 싸우지 않게 만들려고 했는데, 이게 뭡니까?”
“흥! 독일이 일본과 중국 사이를 중재한다고?”
“예, 일본과 중국은 우리 독일의 모두 중요한 국가이지 않습니까?”
“트라우트만 대사는 아직도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 나는 직위 해제가 아니고 나 스스로 사직할 테니까 알아서 하게.”
“뭐라고요? 그 말씀 진심이십니까?”
“그래, 나는 군사고문단장 직을 사직할 테니까 알아서 하게.”
팔켄하우젠의 의외의 반응에 트라우트만 대사는 한참을 어이없다는 눈으로 팔켄하우젠을 봤다.
“단장님의 그런 행동은 조국인 독일보다 중국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까?”
“알아서 편하게 생각하게. 나는 사직했으니까 이젠 더는 정부의 명령을 받을 필요도 없고 정부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지 않나?”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더는 단장님을 배려하지 않겠습니다.”
주중 독일 군사고문단 사무실을 떠난 트라우트만 대사는 바로 베를린에 연락을 했다.
그리고, 베를린에서는 팔켄하우젠의 직위를 해제하고 귀국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팔켄하우젠은 독일 정부의 명령을 거부했다.
그러자 독일로 돌아오지 않으면 가족들을 모두 체포해서 국가 반역죄로 재판에 부치겠다고 협박을 했다.
팔켄하우젠은 어깨가 축 처진 채 힘없는 걸음걸이로 장제스를 찾아왔다.
그런 팔켄하우젠을 보는 장제스의 표정도 힘이 없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떠나갈 팔켄하우젠을 보면서 장제스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중국이 뭔가를 줄 수 있을 때는 가까운 척하던 나라들이 막상 중요한 순간, 국가의 존망이 달린 순간에는 자국에 더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발을 빼는 것을 보면서 자신과 중국의 앞날이 막막해졌다.
“단장, 이제 우리 중화민국은 누굴 믿어야 할까요?”
“현재까지는 잘 막았지만, 다음이 문제입니다. 진정으로 중국을 생각한다면 일본과 협상을 하지 말고 끝까지 버티십시오.”
“일본의 본심을 아는데 어떻게 내가 일본과 협상을 하겠습니까? 그렇지만 과연, 일본과의 전쟁에서 버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장제스는 독일의 지원을 받아서 60개 정도의 현대식 사단을 편성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겨우 40개 정도의 사단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이렇게 전쟁이 터져 버린 것이었다.
“장제스 위원장, 끝까지 버티시오. 독일은 일본과의 관계 때문에 중국과 헤어지겠지만 다른 열강 중에는 일본과 적인 나라도 생길 수 있어요.”
“그때까지 버틸 수 있냐가 문제 아닙니까?”
“공간을 내주고 시간을 사시오.”
“예?”
“중국은 넓소. 넓은 영토를 최대한 활용해서 일본군을 막고 지구전으로 끌고 가시오. 중국을 도울 수 있는 동맹이 나타날 때까지 말이요.”
“그렇게 되면 인민들과 반대파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을 텐데···.”
“그런 것은 모두 필요 없소. 중국과 일본은 오래 버티는 자가 이기는 싸움이 시작됐소.”
“참고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장제스 위원장! 공간으로 시간을 사서 나중에 반드시 승자가 되시오. 결국, 승리는 오래 버틴 자가 얻게 될 거요.”
장제스와 팔켄하우젠은 마지막으로 뜨거운 포옹을 하고 헤어졌다.
* * *
나를 비롯한 광복군 항공대는 벌써 두 차례나 출격해서 일본군 전투기와 전투를 벌여서 타이완 항공대와 나가사키 항공대의 전투기들을 십여 기 이상 격추를 했다.
홍차오 공항에서 다음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데 두웨성이 화가 머리끝까지 난 채로 나타났다.
“시발! 독일이 우리 중국을 배신했다.”
“예? 벌써요?”
팔켄하우젠을 비롯한 독일 군사고문단은 아직 빠질 시간이 안 됐는데 벌써 뭔가 조치가 취해진 모양이었다.
내 대답을 들은 두웨성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조지! 넌 독일이 배신할 줄 알았다는 거냐?”
“어느 정도는요?”
“어떻게 그것을 예상했다는 거냐?”
“독일은 중국과 일본 모두와 협력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일본과 방공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보고 중국보다는 일본을 더 중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흠···. 그럼, 이제는 어쩌지?”
“상하이를 지키는 데까지 지켜보다가 안 되면 계획했던 대로 후퇴해야죠.”
‘그럼, 이제부터는 원래대로 돌아가는 건가? 아니지. 아니지. 돌아갈 때는 돌아가더라도 일본군에 최대한 피해를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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