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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꼬인 실타래는 아예 불타버리고···. (58/225)

58. 꼬인 실타래는 아예 불타버리고···.

58. 꼬인 실타래는 아예 불타버리고···.

“어서 오시오. 김구 국무령.”

장제스는 팔켄하우젠과의 만남 이후에 급하게 김구를 찾았다.

“예, 장 위원장님,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아, 이제 우리 중화민국은 일본과는 확실하게 적이 돼버렸소.”

김구도 일본군과 중국군이 화베이 일대에서 크게 격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우리 중화민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정식 정부로 인정하기로 했소이다.”

“예?”

김구는 장제스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를 못 했다.

“우리 중화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대한민국의 정부로 공식적으로 인정하겠다는 소리요.”

“예? 정말입니까?”

“그렇소. 중화민국과 대한민국은 이제부터는 항일전선의 동지요.”

김구는 갑자기 친한 척하는 장제스의 모습에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무지하게 아쉬운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김 국무령, 동지로서 내가 하나만 부탁하고 싶소.”

“어떤 부탁입니까?”

“주중 독일 군사고문단에 임시정부에서 가장 뛰어난 장교들을 파견 보내주시오. 독일어가 가능한 장교들이어야 합니다.”

독일어가 가능한 장교는 광복군에 아주 많았다.

독일군의 선진적인 군사 전술과 교리를 배우기 위해서 광복군 장교들은 뼈를 깎는 노력을 했었다.

주중 독일 군사고문단은 단장인 팔켄하우젠과 함께 상하이 중국군 사령부에서 조금 떨어진 진지에서 상하이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참관하고 있었다.

독일 군사고문단 안에는 독일 군복이 아닌 다른 군복을 입은 이질적인 장교 몇 명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중화민국군이 아닌 타국의 군인인 대한민국 광복군 소속의 장교들이었다.

“단장님, 일본군들이 주둔지 진지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쌍안경을 든 김홍일의 말에 팔켄하우젠은 

“전차나 장갑차도 같이 나왔나?”

“아닙니다. 전차는 없고 장갑차를 앞장세웠습니다.”

“아! 참, 상하이 주둔 일본 해군 육전대는 전차는 없었었지?”

“예, 단장님.”

“그럼, 장갑차를 날려버리고 해군 육전대 병력은 주둔지로 쫓아 보내라고 해!”

“예, 단장님.”

팔켄하우젠의 지시를 들은 박시창은 무전기를 들고 중국군 지휘관들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단장님, 일본군을 왜 주둔지 안으로만 밀어 넣는 겁니까? 이번 기회에 아예 일본군의 거점을 없애 버리는 것이 더 좋지 않습니까?”

김경천과 지청천은 기회를 잡았을 때 적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몰아쳐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에 팔켄하우젠 단장의 명령에 의문을 가졌다.

“현재 중국군의 훈련 상태로 보면 그것은 조금 위험해. 일본군의 되치기를 당하면 어쩔지 몰라서 그런 거다.”

팔켄하우젠 단장의 말에 김경천과 지청천은 그래도 한번 시도해볼 만하지 않냐는 표정이었다.

“내가 중국군을 훈련하면서 느낀 점은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정신을 못 차리고 자신들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만 노력한다는 사실이네.”

“아!”

그때, 광복군 해군의 최선학이 일본 해군 함정들의 동태를 물었다.

“이렇게 전투가 지지부진하고 밀리기 시작하면 함포로 반격이라도 할 만한데 일본 3함대 군함들의 이동은 어떻습니까?”

최선학의 질문에 팔켄하우젠도 그것을 바로 확인하라고 했다.

“일본 해군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즉시 확인해봐.”

“예, 단장님.”

박시창은 다시 무전기를 들고 황푸강 외곽에 정박 중인 일본 해군들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단장님, 해군은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합니다.”

“그래? 아직은 밀리는 것을 모르나? 그럼, 해군의 움직임이 보이면 바로 연락하라고 해.”

“예, 단장님.”

그러나, 이렇게 정신없이 돌아가는 참관단 진지로 장제스의 전화가 걸려오면서 군사고문단장인 팔켄하우젠의 작전이 바뀌게 됐다.

“예, 장제스 위원장님. 상하이 일본군 주둔지와 조차지를 점령하라고요?”

“그래, 병력은 얼마든지 지원할 테니까 이번 기회에 아예 일본군을 바다 밖으로 밀어버려.”

“예, 위원장님 알겠습니다.”

김홍일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팔켄하우젠을 바라봤다.

“왜? 일본군 주둔지를 점령하라고 하던가?”

“예, 병력은 얼마든지 지원할 테니까 일본군 주둔지와 조차지를 점령하랍니다.”

김홍일의 대답을 들은 팔켄하우젠 단장은 의자에서 일어나서 작전상황판에 걸려 있는 상하이 전도 앞으로 다가갔다.

“위험하지만 장제스 위원장이 그것을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렇게 하자고.”

그리고는 지도를 보면서 일본군 주둔지를 점령할 작전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지도를 보던 팔켄하우젠은 일본군을 섬멸할 작전을 하나씩 하나씩 지시하기 시작했다.

“제8 집단군은 일본인 거주지를 통과해서 해군 육전대 뒤를 치고, 제9 집단군은 전차대와 함께 정면 돌파를 하라고 해. 그리고, 클레어 세놀트에게 연락해서 공군은 상하이항의 일본군 해안 창고와 선착장을 폭격하라고 해.”

“예, 단장님.”

“그리고, 양쯔강 하구를 막을 수 없는지 한번 확인해봐. 만약, 양쯔강 하구를 막을 수 있다면 완벽하게 일본군을 토벌할 수 있다고 해라.”

“예, 단장님.”

팔켄하우젠의 명령이 떨어지자 광복군 항공대의 파견 장교로 온 오창호는 전화기를 들고 클레어 세놀트에게 폭격 명령을 전달했고, 박시창은 중화민국군 사령부에 전화를 걸어서 팔켄하우젠이 지시한 명령을 하나하나 지시했다.

그리고, 최선학은 중화민국 해군 사령부에 전화해서 양쯔강 하구를 막으라고 명령했다.

처음에 주둔지를 박차고 튀어 나갈 때만 해도 지나군 따위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본 해군 육전대는 끝없이 날아오는 총탄과 그리고 우렁찬 엔진 소리를 자랑하면서 등장한 전차에 밀려서 계속 밀리기 시작했다.

“막아라! 막아! 전차에 화염병을 들고 엔진에 불을 붙여!”

“수류탄이라도 까서 전차에 던져!”

“특공이 성공할 수 있게 어서 엄호해라!”

다가오는 전차를 막을 길이 없자 일본 해군 육전대는 언제나 하던 것처럼 수류탄과 화염병을 들고 전차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탕!”

“타당!”

“으악!”

“펑!”

“악!”

화염병을 들고 전차를 향해서 돌격하던 해군 육전대 병사들은 전차와 함께 전진하는 중국군 병사들의 사격에 하나둘씩 쓰러졌다.

“중대장님, 전차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칙쑈!”

“이제 어떻게 합니까?”

“모두 착검해라. 전차 뚜겅을 열고 우리가 직접 적을 제압하자.”

“예?”

“천황 폐하의 자랑스러운 군대답게 용맹스러운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 아니냐? 어서 착검해!”

어느새 처음 주둔지를 박차고 나갔던 횡병로까지 밀린 해군 육전대 중대장은 남은 중대원들에게 착검을 명령했다.

“준비됐나?”

“예.”

“텐노 헤이카! 반자이!”

“텐노 헤이카! 반자이!”

착검한 일본 해군 육전대는 전차를 향해서 돌격을 시작했다.

“타 타 타당!”

“타당!”

“탕!”

중국군 전차를 향해서 돌격하는 일본 해군 육전대 병사들에게 중국군의 기관총과 소총의 총알이 수없이 날아들었다.

하세가와 기요시 일본 해군 3함대 사령관은 계속되는 해군 육전대의 패퇴 소식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럴 수는 없었다.

어떻게 자랑스러운 대일본제국의 황군이 저따위 하찮은 지나군에게 밀릴 수 있다는 말인가?

“해군 육전대는 더는 주둔지 밖으로 나가지 마라.”

“예, 사령관님.”

“주둔지만 방어한다. 그리고, 지나군이 접근하면 함포 사격으로 방어한다.”

“예.”

하세가와는 참모들에게 급하게 지시하고 도쿄와 타이완에 연락해서 빨리 지원 병력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여기는 지금 계속해서 밀리고 있습니다. 지원 병력이 없다면 상하이 조차지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됐길래 그래?”

“상하이의 중국군은 중국군이 아닙니다. 유럽의 웬만한 군대보다 더 무장이 좋습니다.”

“뭐라고? 진짜야?”

“예, 독일 미친놈들이 중국군을 독일군으로 만들어 놨습니다.”

“빠가야로!”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최대한 빨리 보낼 테니까 어떡하든지 버텨봐!”

“버티기는 해보겠지만···.”

“타이완 공군과 나가사키 공군을 보낼 테니까 조금만 버텨!”

“예, 알겠습니다.”

밀리기 시작하는 전황을 뒤집기 위해서 일본 해군 3함대는 일본군 주둔지로 접근하는 중국군과 중국군 전차를 향해서 무차별 포격을 시작했다.

“쑤웅 꽈 꽝!”

“쑤우 웅 꽝!”

“꽈 광!”

바다에서 날아오기 시작한 엄청난 함포 사격에 놀란 중국군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숙인 채 웅크렸고 전차도 전진을 멈췄다.

“함장님, 공격합니까?”

손원일과 중국 해군의 잠수함은 독일로부터 비밀리에 도입한 잠수함을 타고 함포 사격을 하느라고 정신없는 일본 해군 3함대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었다.

손원일이 타고 있는 잠수함은 제1차 세계 대전 당시의 유보트 UC3형을 기본으로 해서 핀란드 수출용으로 계획했던 베테히넨을 약간 개량한 잠수함이었다.

“어떻게 할까? 저것들을 잡고 푸저우 기지에서 어뢰를 보충할 시간이 될까?”

손원일에게 잠수함에 대해서 알려줬고 해군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만들어 줬던 니미츠 대령과 지금 타고 있는 잠수함을 가지고 와서 직접 훈련을 시켜준 권터 프린 대위는 적의 심장을 한 방에 날릴 수 없다면 끝까지 인내라고 말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손원일은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일본 해군 3함대를 노릴 것인지 아니면 상하이를 지원하기 위해서 올 일본의 지원군을 노릴 것인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한참 동안 시계를 보면서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던 손원일은 

“잠망경 심도로”

손원일은 3함대를 공격하기로 했다.

“표적 지정···.”

일본군 주둔지로 접근하는 중국군을 향해서 포격하느라 정신이 없던 3함대의 순항 전함을 향해서 어뢰 3발이 조용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3시 방향 어룁니다.”

“3시 방향 어뢰!”

지상 포격을 구경하느라 잠시 한눈을 팔았던 견시수의 눈에 어뢰의 궤적이 보이자 큰소리로 어뢰의 접근을 알렸지만 때는 이미 늦은 것 같았다.

“꽈 광!”

“꽝!”

“꽝!”

사실상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표적과 다름없었던 순항 전함의 옆구리에 세 발의 어뢰를 맞고 뚫린 구멍 속으로 바닷물이 뽀글거리면서 밀려들어 갔다.

갑작스러운 어뢰 공격에 당황한 일본 해군 3함대는 양쯔강과 황푸강의 좁은 수로에서 잠수함을 찾기 위해서 함포 사격을 멈췄다.

그리고, 그때 외곽에 있던 또 다른 순항 전함을 향해서 어뢰 3발이 달려들고 있었다.

“꽝!”

“꽝!”

“꽈 과 광!”

또 한 척의 순항 전함이 어뢰 공격을 받자 일본 해군 3함대는 지상 공격은 포기를 하고 대잠수함 대형으로 대형을 바꾸기 시작했다.

“약속했던 6발을 모두 사용했으니까 바로 푸저우 기지로 복귀한다.”

“예, 함장님.”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 해군 최초의 잠수함은 바닷속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하세가와 기요시 3함대 사령관은 지금 눈앞에서 펼쳐진 것들이 정말로 현실인지 믿기지 않았다.

미친 독일군이 중국군을 독일군과 똑같은 군대로 만들어 놔 버렸다.

이제, 이 전쟁에서 과연 일본이 승리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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