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6. 시작부터 꼬이는 실타래. (56/225)

56. 시작부터 꼬이는 실타래.

56. 시작부터 꼬이는 실타래.

고노에 총리는 루거우차오교에서 벌어진 전투로 중화민국과 외교적인 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1937. 7. 11 일에 내각 회의를 열고 중화민국군의 행동을 용서할 수 없는 도전행위로 규정하고, 관동군 혼성 제1 여단과 제10여단 그리고 조선에 주둔 중이던 제20사단과 일본 본토로부터 제5 사단과 제6 사단, 제10사단을 지나로 파견한다는 스기야마 육군 대신의 제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장제스도 이미 일본의 의도를 알아채고 있었기 때문에 루거우차오교 사건이 벌어지자 바로 쑹저위안의 서북군과 자신의 심복인 펑즈안의 37사단에 비상을 걸었다.

그리고, 화중, 화남의 병력을 정저우에 집합시키고 바오딩으로 30개 사단과 쑨롄중의 2집단군, 류치의 7집단군을 북상시키는 등 일본군의 침략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1937. 7. 28. 그동안 숱하게 침략 의도를 드러냈던 일본군은 물밀듯이 비무장지대를 지나쳐 베이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츠지 마사노부가 나를 지원해준다고 했는데 여단장님은 왜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는 거지?”

지금까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 지도 모르는 무타구치 렌야는 오로지 빛나는 전공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면서 상관인 가와베 마사카즈 여단장을 원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연대장님! 연대장님!”

“뭐냐?”

“여단장님이십니다.”

서둘러 전화기를 받아든 무타구치는 차려자세를 하고 전화를 받았다.

“예! 여단장님.”

“무타구치 연대장! 도쿄 참모본부에서 베이징의 지나군에 대한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지금부터 전투를 개시한다.”

“예! 여단장님, 작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타구치! 믿는다.”

“예! 여단장님.”

가와베 마사카즈 여단장은 도쿄 육군 참모본부에서 내려온 공격 명령을 받고 언제나처럼 믿음직스러운 무타구치 렌야의 제1 보병 연대에 공격을 명령했다.

“제1보병 연대!”

“예!”

출전 전에 사기 진작을 위해서 전 연대원을 집합시킨 무타구치 렌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1시간짜리 짤막한 정신교육을 시작했다.

“나는 이런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우리 일본 제국은···. 어쩌고저쩌고···. 대일본제국의 자랑스러운 황군답게 우리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지나군을 지금부터 쓸어버린다.”

“예!”

“공격 개시!”

무타구치 렌야의 1연대뿐만 아니라 관동군에서 파견한 여러 부대가 동시에 베이징을 방어하는 중화민국군을 공격했다.

그러나, 전투는 일본군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야! 뚫으라고. 도대체, 뭣들 하는 거냐?”

“연대장님, 적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병신 같은 놈들! 너희는 자랑스러운 황군인데 저따위 지나군 하나를 못 이긴다는 말이냐?”

“중국군의 참호와 토치카가 너무 견고합니다. 그리고, 기관총 진지도 워낙 단단해서···.”

“그럼, 항공을 요청하든지 전차대를 부르든지 아니면 포병의 지원을 받으면 될 것 아니냐?”

항공지원을 요청받은 일본 육군 항공대 전투기 20여 대가 전장의 상공에 도착했다.

그리고, 신나게 중화민국군 진지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중화민국 공군 전투기들이 나타나자 하늘에서 공방전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 * *

장제스는 아직은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일본군을 어느 정도는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생각하고 기존의 대응과는 다르게 일본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중화민국 국민에게 호소하고 나섰다.

“자랑스러운 중화민국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대외적으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신의를 중시하지 않는 왜적들이 우리 중화민국의 영토를 침범했습니다···. (중략) 나, 장제스는 중국과 중국인을 지키기 위해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할 것임을 선언합니다.”

장제스는 쑹저위안과 펑즈안에게 죽어도 후퇴하지 말라고 명령했고 뒤를 받치기 위해서 산시의 옌시산군과 중앙군을 전진시켰다.

“힘들지는 않나?”

“조금 힘드네요.”

간쑤성에서 상하이까지 수천 km를 날아온 박하성과 광복군 항공대를 맞이했다.

“간쑤성의 홍군 토벌은 요즘 어떠냐?”

“홍범도 장군님께서 지휘하시고 난 다음부터는 홍군은 계속해서 쫓기고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소련 국경을 넘어갈 것 같습니다.”

“소련?”

“예. 더는 도망갈 곳이 없잖습니까?”

“그래,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항공대가 빠지고 나면 토벌은 더는 힘들지 않을까?”

“뭐, 정찰기를 남겨 두기는 했지만, 완벽한 토벌은 어려울 것도 같습니다.”

박하성과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황푸강에 띄워놓은 무선 감정선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재작년 1935년에 가장 먼저 한 일 중의 하나가 영국으로부터 무선 감청장비를 갖춘 선박을 구매한 것이었다.

내 기억에 일본군은 통신 보안에서만큼은 너무나 개념이 없었다.

나는 그것을 이용하려고 마음을 먹고 영국에서 다른 이유를 핑계로 대고 무선 감청선을 도입할 수 있었다.

“무슨 연락이 왔는데 표정이 그래?”

언제나 내 옆에서 나를 호위하고 나와 함께하고 있는 드미트리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형님!”

“그래, 뭔데 그래?”

“일본군이 다음 달 초에 상하이를 공격한답니다.”

나는 이미, 일본군의 상하이 침공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전쟁이 눈앞에 닥쳐오자 마음이 착잡했다.

이제는 진짜로 상하이가 피 튀기는 전장으로 바뀐다는 소리였다.

“상하이 주둔 일본군 해군 육전대의 무전을 도청한 건가?”

“예, 형님.”

나는 솔직히 이 순간에 고민을 많이 했다.

광복군 해군과 해병대를 전투에 참여시켜서 전투 경험을 쌓게 할까 아니면 광복군은 인원은 보충하기 어려우니까 한 명의 인원이라고 소중하게 아끼고 숨겨둘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고민은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광복군 해군의 지휘관과 해병대의 지휘관이 나를 찾아와 버렸다.

지금, 이 자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의 공군과 해군 그리고 해병대의 지휘관이 모두 모인 자리였다.

“둘이 어떻게 같이 온 겁니까?”

김원봉과 손원일이 함께 사무실을 찾아온 것을 보고 둘이서 왜 같이 왔는지 짐작은 갔지만, 나는 아직까지 해군과 해병대를 어떡할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이 베이징을 공격했다는 소리를 듣고 왔습니다.”

전부터 김원봉, 손원일하고는 중국과 일본은 언젠가는 전쟁을 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우리에게는 기회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었다.

“일본군의 대대적인 공격인 것을 보니까 우리가 예상했던 전쟁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도 이번 기회에 전쟁에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요?”

둘은 전쟁 참가를 원했지만 나는 아직은 아니었다.

“아니요. 아직은 아닙니다.”

“중국군과 함께 싸워야 나중에 뭐라도 중국에 주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둘의 태도를 보아하니 중국 측에 미안한 감정과 고마운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 김 형은 천샤오콴 해군부장에게 고마운 마음이라도 있어서 그런 겁니까?”

“뭐, 그런 것도 있고 우리의 적은 일본이니까···.”

김원봉이 내 눈치를 보면서 슬쩍 던지듯이 이야기를 하다가 내 표정이 점점 굳어가자 말을 얼버무렸다.

“김원봉! 손원일! 둘 다 정신 차려라!”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반말까지 해가면서 둘이 정신을 차리기를 바랬다.

“장제스도 천샤오콴도 그리고 그 어떤 중국 놈도 우리 처지를 제대로 알고 위해주는 놈은 한 놈도 없다.”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는 둘을 보면서

“내 대형인 두웨성도 믿지 마라!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사는 것뿐이다. 단지, 자기들이 살아남는 과정에 우리가 도움이 되니까 우리를 돕는 것뿐이다. 알겠나?”

내가 설마 그렇게 따르는 것처럼 보였던 두웨성마저도 자기 이익을 사는 사람이니까 믿지 말라고 할 줄은 몰랐는지 둘은 눈만 깜빡거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반말에 큰소리까지 치자 조금은 놀란 표정들이었다.

“나도 솔직한 마음은 전투 경험을 쌓을지 아니면 전투를 피해서 숨어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둘의 눈을 보면서 호소하듯이

“하지만, 우리 광복군은 2만 명, 이게 전부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본격적인 전쟁까지 터진 마당에 어디서 병력을 보충할 수 있겠나?”

그때, 손원일은 내 옆에 서 있는 박하성을 보고

“그럼, 항공대는 왜 이곳으로 불렀습니까?”

“내가 항공대를 전쟁에 참여시키려는 이유는 항공대는 죽더라도 경험을 쌓아야 하고 일본군에게 공포를 심어 주기 위해서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전투기와 폭격기는 서로가 상대를 보면서 싸워야 하므로, 우리 전투기를 상대하다가 계속 적이 죽어 나가게 되면 공포심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잠수함 전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온 어뢰에 죽어 나가다 보면 우리를 무서워할 겁니다.”

“아니지. 그것은 우리 해병대도 마찬가지지.”

군인에게 있어서 전투 경험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전투기들은 드러난 채로 싸우는 존재고 잠수함은 드러나면 죽는 존재였다.

그리고, 잠수함은 피해를 보게 되면 중국에서 수리도 힘들었고 혹시, 침몰이라도 하게 되면 보충은 더 힘들었다.

“음···.”

“단 한 명의 인원 손실도 단 한 척의 장비 손실도 없게 하겠습니다. 전투에 참여하게 해주십시오.”

결연한 태도로 말하는 손원일을 보면서 김원봉이 앞으로 나섰다.

“우리 해병대도 전투에 반드시 참여하고 싶습니다.”

잠수함은 은밀하게 숨어서 공격하고 조용히 빠지면 다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해병대는 또 달랐다.

“하아! 미치겠네.”

김원봉과 손원일의 눈빛을 보면 도저히 말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는 우리의 전장이 아니었다.

우리가 진짜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전장은 여기가 아니었다.

“정말로 해병대와 잠수함 전대의 동지들을 단 한 명도 희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무적 해병대입니다.”

“당연하죠. 우리는 귀신 같은 잠수함 전대입니다.”

환하게 웃으면서 자신감을 드러내는 둘을 더는 말릴 수가 없었다.

‘그래, 언제까지 소중한 자원이라고 싸고 감싸고 지낼 수만은 없잖아. 이번에 제대로 된 전투 경험을 갖게 하자.’

그래도 대신 최대한 보호 하고 싶어서 작전에 리미트를 걸었다.

“잠수함 전대는 함포 사격 금지. 어뢰 6발을 쏘면 귀환. 할 수 있나?”

“예.”

“그럼, 우리 해병대는···?”

“해병대는 두웨성의 상하이 자경단과 함께 작전할 것. 그리고, 반드시 방독면을 챙길 것. 그리고, 전차대의 호위를 받고 대전차 무기를 휴대할 것.”

“좋습니다. 그 정도야 뭐, 하하.”

김원봉의 해병대를 두웨성의 상하이 자경단과 함께하도록 만든 이유는 두웨성의 자경단이 중화민국 정규군보다 훨씬 더 뛰어난 장비와 의료진의 보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전투 경험을 쌓다가 죽어 나가는 광복군 동지들을 볼 수가 없었다.

내 이런 조치 때문에 일본군은 미국과의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해군이 개 박살이 나는 수모를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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