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너 스스로 진정 떳떳한가?
52. 너 스스로 진정 떳떳한가?
중국공산당은 서로 간의 무력 충돌 이후 저우언라이가 나서서 양측을 중재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중재의 결실을 볼 시간도 없이 또다시 국민당군의 기습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쓰촨성장 류상의 공격군은 전투기를 동원한 폭격과 함께 공산당이 주둔하고 있던 곳으로 병력을 밀어 넣었다.
“탕!”
“타당!”
국민당군의 갑작스러운 기습에 통합된 지도부가 없는 공산당군은 허둥대면서 간신히 국민당군을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막아라! 물러서면 다 죽는다. 막아!”
“타당!”
“꽈광!”
이 상태로는 국민당의 기습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공산당은 제각기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여기 있다가는 모두 죽습니다. 어서 이곳을 떠나야만 합니다.”
“주더 위원장, 국민당군을 막을 수는 없는 거요?”
“여기 있는 모든 병력이 합심해도 힘들 것 같습니다.”
주더는 너희들이 싸움박질하는 바람에 이 모양이 됐다고 은근히 돌려 까기를 하고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릅니다. 내 생각에는 각 방면군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한데 뭉쳐도 막기 어렵다면서 흩어지자는 말이요?”
“여기서 다 같이 죽자는 말이요? 만약, 국민당의 증원군이 오기 시작하면 끝장이오.”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공산당 간부들은 한숨을 내쉬면서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뭣들 합니까? 이대로 다 죽을 생각입니까? 어떡하든지 살아남아야 혁명도 할 것이 아닙니까?”
그나마 중국공산당 내에서 가장 중립적인 저우언라이가 나서서 방면군별로 빨리 흩어지라고 재촉을 했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한다는 말이오?”
“어디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들 빨리 서두르십시오.”
공산당 총 군사위원장인 주더와 저우언라이의 말에 무오에 모였던 중국공산당 각 방면군은 사방으로 도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국민당군은 중국공산당의 도주를 허용할 생각이 없는지 점점 더 사방에서 포위망을 좁혀왔다.
* * *
국민당 통계조사국장 다이리는 내가 넘겨준 첩자 정보를 가지고 첩자들을 모두 검거했다.
그리고, 그중에 하나인 서북 군벌이자 산시(섬서)성장인 양후청을 직접 심문하기 시작했다.
“양후청 성장님, 당신은 현재 간첩 혐의와 국가 반역 혐의로 여기에 오셨습니다. 당신은 더는 내 상급자도 아니고 산시(섬서)성장도 아닙니다. 아시겠습니까?”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던 양후청은 의외로 표정이 담담했다.
“내가 간첩 혐의와 국가 반역 혐의라고? 내가 일본과 협력이라도 했다는 말이냐?”
“당신은 중화민국의 적인 공산당과 협력을 했고 공산당에 중화민국의 중요 정보를 넘겼습니다.”
다이리의 심문에도 양후청은 떳떳하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언제?”
“당신 부대의 무선 전신병들이 이미 실토한 사실입니다. 당신은 공산당 당원인 저우언라이와 협력하는 관계가 아닙니까?”
“너는 저우언라이와 협력한 적이 없느냐? 우리 중화민국에서 저우언라이와 협력하지 않은 사람이 있냐는 말이다.”
“흥!”
뻔뻔하게 둘러대는 양후청을 보면서 다이리는 코웃음이 나왔다.
“당신은 저우언라이와 장쉐량과 협력해서 장제스 위원장과 국민당 정부를 전복시키려고 하지 않았나?”
시인하는 순간, 자신을 비롯한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것을 잘 아는 양후청이 쉽게 시인할 리는 없었다.
“난 그런 적이 없다.”
양후청의 대답을 들은 다이리는 부관에게 옆 방도 심문을 시작하라고 명령했다.
“악!”
“악!”
심문실 자체의 설계가 그런 건지 옆방에서 사람이 두들겨 맞는 소리가 모두에게 들렸다.
“양 성장님,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가 아닙니까?”
다이리의 물음에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 줄 몰랐던 양후청은 옆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자신의 아내 목소리라는 것을 깨닫고
“야! 개새끼야! 난 죄가 없다는데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다이리! 너 죽고 싶어?”
“후훗”
“웃어? 넌 개새끼야 내가 나가면 너부터 죽여버리겠다!”
“병신 새끼! 야! 그냥 불어.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까.”
“뭐라고 이 XX···.”
한참 동안 양후청의 욕이 이어지자 다이리는 양후청의 기를 죽여놔야겠다고 생각하고 부관에게 다시 지시를 내렸다.
“옆방에 가서 좀 더 진하게 심문하라고 해라.”
“예, 국장님.”
“악! 악! 안 돼요. 안 돼요.”
“살려주세요, 뭐든 다 말할게요. 제발 옷은 그만 벗기세요”
조용한 가운데 옆방에서 아내의 외침이 들려오자 양후청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오! 살기 위해서 아내는 버리기로 마음먹었어? 그럼, 자식도 버릴 수 있는지 한번 보자고.”
다이리는 양후청이 아내 따위는 포기하고 자신의 목숨을 지키려고 하자 이번에는 양후청의 어린 자식들을 심문하라고 시켰다.
“자, 양후청, 마누라도 버린 놈이 이번에는 자식도 버리는지 한번 볼게.”
“나는 죄가 없다고! 이 개새끼들아!”
“진짜? 넌 국가 반역죄에 간첩죄에 거기에 국가수반 암살 죄에 국가 전복죄까지의 혐의를 받고 있어. 그냥 좋게 불어! 그럼, 너만 깨끗하게 죽을 수 있어. 네 마누라와 자식은 내가 살려줄게.”
그러나, 양후청은 어금니를 곽 깨물고 더는 말을 하지 않겠다는 듯이 입을 닫아 버렸다.
“오호! 양후청! 니가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고”
* * *
“위원장님”
급하게 보고할 것이 있다고 찾아온 다이리는 보고를 위해서 숨을 고르면서 장제스를 불렀다.
“위원장님을 납치하고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음모가 드러났습니다.”
뭣 때문에 다이리가 저렇게 호들갑을 떠나 싶었던 장제스는
“나를 납치하고 정부를 전복하려고 했다고? 누가?”
“저우언라이와 장쉐량 그리고 양후청입니다.”
“뭐라고? 내가 그렇게 믿고 도와줬던 놈들이···. 다이리! 니가 조작한 것이 아니고 모두가 사실인가?”
“예, 위원장님.”
다이리의 보고 속에서 저우언라이와 장쉐량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장제스는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치가 떨렸다.
“증거는 확실하게 확보했지?”
“예, 위원장님, 반역에 관련된 모든 증거는 확보된 상태입니다.”
장제스는 이 사건으로 저우언라이와 장쉐량 그리고 양후청을 처벌하는 선에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중화민국을 확실히 장악하고 통치하고 싶어졌다.
“다이리! 지금 당장, 국방위원회를 소집해라! 이번 기회에 끝을 보자!”
“예, 위원장님.”
다이리는 장제스가 드디어 결심을 굳혔다고 생각하고 이번 기회에 장제스의 집권에 방해가 되는 인간들을 모두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국민당 국방위원회 회의가 시작되자 각성에서 파견한 장군들과 중앙군 지휘관들이 회의실로 하나둘 입장했다.
“자, 모두들 모인 것 같으니까 몇 가지 논의해봅시다. 먼저, 앞으로 각성에 성 방위군을 창설하는 것이 어떤지 이야기를 해봅시다.”
“위원장님, 성 방위군 말씀입니까?”
“성장 휘하에 있는 병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성 방위군을 창설할 생각이오.”
장제스의 말에 성에서 파견된 장군들은 장제스의 저의를 몰라서 장제스가 나머지 이야기를 마저 해주기를 기다렸다.
“우리 중화민국의 안위를 가장 위협하는 적은 일본이다. 그렇지?”
“예, 위원장님.”
“일본군을 상대하기 위해서 각성의 방위군을 현대화하기로 했다.”
“저, 위원장님. 방위군을 현대화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게 됐을 때 성 방위군의 지휘권은 누가···?”
“성 방위군의 지휘권은 각 성의 성장에게 둔다. 단, 성장은 국방위원회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
“다들 불만들은 없는 건가?”
“저희가 결정할 사항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위원장님 말씀을 듣고 성장님께 보고하고 결정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하고, 내가 분명히 약속하지만 참여하는 성에는 도로 건설 자금을 지원할 것이다.”
“그것도 성장님께 전하겠습니다.”
“이것은 내가 구상하고 있는 사단과 군단 편제니까 이것도 알려주도록.”
장제스는 비서들을 시켜서 중화민국군 현대화 계획을 성에서 파견한 장군들에게 나눠줬다.
장제스가 나눠준 계획서를 읽은 장군들은 장제스가 구상하는 군의 규모와 장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현대식 군대였다.
3개 보병 연대에 1개 포병대대 그리고 통신 수송 의무 전차 중대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위원장님,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습니까?”
“각 성의 성장들이 내가 하자는 대로 잘만 따라온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위원장님, 그럼, 저희가 얼마나 부담해야 합니까?”
“너희들이 쓸데없이 안고 있는 병력을 감축할 생각만 있다면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진다.”
장제스의 호언장담에 각 성에서 파견된 장군들은 이대로만 실현된다면 일본이나 장제스의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의 성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장제스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이뤄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 그리고, 얼마 전에 아주 큰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화민국군의 부사령관이었던 장쉐량이 저우언라이, 양후청과 함께 모의해서 반역을 시도했다.”
장제스의 말에 회의에 참석 중이던 모든 사람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장제스 파벌이 아닌 장군들은 장제스가 또 정적을 제거하기 시작했다고 바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다이리가 산시(섬서)성장인 양후청을 포박해서 회의실로 끌고 왔다.
“위원장님, 저자는···.”
“위원장님, 설마···.”
그러나, 장제스는 양후청을 보면서
“양후청! 네 입으로 말해라!”
양후청은 장제스와 다이리 그리고 회의실 안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고는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나는 장쉐량, 저우언라이와 공모해서 장제스 위원장을 죽이고 국민당 정부를 전복시키려고 했습니다.”
양후청의 자백에 회의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웅성거리면서 이것이 장제스의 조작인지 아니면 정말로 사실인지 확인하려고 노력했다.
“이보시오. 양후청 장군, 정말로 당신이 배신을···.”
“양후청 성장님, 당신이 말한 것이 모두 사실입니까?”
“양 성장님, 혹시···.”
장제스의 조작이라고 생각했던 다른 군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양후청의 입에서는 예상 밖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나는 중화민국의 배신자입니다. 여러분께 미안합니다.”
* * *
“당신! 이럴 수는 없어요. 정말로, 장 공자를 죽일 생각인가요?”
쑹메이링은 장제스에게 화를 내면서 장쉐량의 충성심을 의심하지 말라고 말을 했다.
“쑹메이링,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장쉐량은 멋진 남자도 용감한 남자도 아니오.”
“무슨 소리예요. 장 공자는 상하이에 변란이 터졌을 때도 인명을 함부로 하지 않았어요. 장 공자가 얼마나 인민들을 사랑하고 중국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는데요?”
장제스는 성공을 위해서 쑹메이링과 결혼을 했지만, 쑹메이링이 가끔 보여주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누가 쑹메이링의 남편인지 헛갈릴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도 이혼은 안 됐다.
아직은 쑹메이링과 헤어질 수가 없었다.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겠소?”
“다른 것은 몰라도 장 공자만은 살려주세요.”
쑹메이링의 애원을 들으면서 장제스는 갑자기 어제와 그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장쉐량은 급히 귀국해서 이틀 연속 장제스를 찾아와서 비분강개하는 척하면서 눈물까지 흘리면서 변명을 해댔다.
"위원장님, 나는 절대로 위원장을 배신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나는 국가와 민족의 존망이 일본 때문에 마지막 갈림길에 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로 중화민국의 모든 내전을 멈추고 힘을 합쳐서 일본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을 했을 뿐입니다.“
장제스는 책상을 치면서 고함을 질렀다.
"이봐! 장쉐량 부사령관! 지금, 너 스스로 가슴에 손을 엎고 생각해봐도 진정으로 떳떳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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