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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돈이 필요해! 돈이 필요하다고! (50/225)

50. 돈이 필요해! 돈이 필요하다고!

50. 돈이 필요해! 돈이 필요하다고!

독일과의 협력은 중국 내에서도 철저하게 비밀로 감춰져 있었다.

장제스는 숨겨진 한방을 가지고 싶어 했고 두웨성은 상하이를 지킬 수 있는 군대를 가지고 싶어 했다.

그리고, 나도 광복군을 제대로 된 군대로 만들고 싶었다.

“줄리아, 그러니까 너희들 생각으로는 더 이상의 접근은 힘들다는 말이지?”

“예, 사장님.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접근할 명분이 없어요.”

줄리아와 엠마의 입장에서도 목숨이 위험한 일은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이젠 방법이 없었다.

전차와 잠수함을 어디서 누구한테서 구해야 할까?

“줄리아, 내가 일을 먼저 보고 나서 너희가 해야 할 일을 알려줄 테니까, 며칠 동안은 좀 쉬고 있어라.”

“그래도 돼요?”

“응, 편하게 쉬고 있어. 단, 어디 멀리 가지만 말고. 알았지?”

“예, 사장님.”

나는 줄리아를 보내고 황푸강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앞에 섰다.

도도히 흐르는 황푸강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예전에 우리 독립군들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 속에서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했던 동포들이 밥도 굶어가면서 십시일반 걷어준 돈으로 총을 사고 총알을 사서 일본과 싸웠다.

지금 나는 그에 비하면 수백 배 수천 배 나은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끝까지 노력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유보트가 1척당 가격이 대략 300만 달러 정도다.

그리고, 전차는 대략 5만 달러 정도면 만들 수 있었다.

그러니까 잠수함 한 척을 만들 수 있는 돈이면 전차를 무려 60대를 만들 수 있는 돈이었다.

그만큼 잠수함은 비싼 무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재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가격이었다.

‘결국은 독일밖에는 없는데···. 독일을 어떻게 꼬드겨야 할까?’

* * *

“대형은 안에 계시냐?”

두웨성의 호위하는 제자들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예, 형님, 사부님께서는 안에서 쉬고 계십니다.”

“그래? 내가 들어가도 되는지 안에 여쭤봐라.”

두웨성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큰 일이다.

아편중독으로 일찍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편을 좀 줄이라고 그렇게 말려도 말을 듣지 않았다.

“대형! 그것 좀 줄이던지 끊으라고 그렇게 말해도 왜 그렇게 말을 안 듣습니까?”

“왔냐?”

게슴츠레 눈을 뜬 두웨성이 그래도 내가 왔다고 정신을 차리고 아는 척을 했다.

“대형! 그거 너무 많이 하면 오래 못 살아요!”

“이미 습관이 된 것을 어떡하겠냐? 그런데, 넌 무슨 일이 있길래 오자마자 화부터 내고 그러냐?”

“대형, 전부터 제가 말했던 놈들은 좀 찾아보셨어요?”

“누구를 말하는 거냐?”

“위조지폐를 만들 놈들이요!”

“그거라면 나는 진즉에 준비를 끝내놨지. 난 너한테서 아무런 말이 없길래 계속 기다리고 있었지.”

“진짜요?”

“그래.”

와! 이러면 뭔가 일이 될 것 같다.

돈을 아무리 구하려고 해도 내 재산에 뤄리리 재단의 돈까지 탈탈 털어봐야 잠수함 몇 척을 사면 거지가 될 판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전부터 생각해왔던 위조지폐였다.

“전에 제가 말했던 대로 모사 전문 화가하고 인쇄전문가들 그리고 색조 전문가들을 모아 놓으신 거예요?”

“아니. 나는 그냥 중화민국 국민당 조폐인쇄국 직원들을 모두 데려왔다.”

“예? 대형! 그래도 돼요?”

“이 자식아! 나는 두웨성이다.”

맞다!

두웨성은 국민당 고문이자 장제스의 숨겨진 사부나 대형일지도 몰랐다.

들리는 말로는 장제스도 ‘칭방’의 제자라는 말이 있었다.

“대형, 아무리 생각해봐도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 싸울 군대를 무장할 돈이 없네요. 그래서 그냥, 빠르게 위조지폐를 만들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난 언제든지 준비돼 있으니까 너만 준비되면 바로 시작해도 된다.”

“대형, 조폐인쇄국의 직원들은 끝까지 비밀을 지키겠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너도 잘 알지?”

두웨성은 피식하면서 싸늘한 웃음을 보였다.

그래, 나도 잘 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이 비밀은 영원히 세상에 드러나면 안 된다.

만약, 내가 위조지폐 생산을 주도한 것이 알려진다면, 나는 영국과 일본 정부의 제일 순위의 척살 대상이 될 것이다.

“줄리아, 이번에 독일로 돌아가면 베를린에서 주로 활동하는 살로만 소로비치라는 유대인을 찾아서 상하이로 보내.”

“사장님, 그 사람 유명한 사람이에요?”

혹시, 유명한 사람이면 이것도 엠마나 줄리아에게는 부담일 것이다.

“아니, 범죄자야. 하지만, 나한테는 꼭 필요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다치지 않게 조심히 잡아서 보내줘.”

“그래요?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히히”

엠마와 줄리아는 목숨이 걸린 일만 아니라면 최대한 내 부탁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독일 해군에 끈을 하나만 만들어봐.”

“독일 해군요?”

“응, 뭘 좀 구해야 하는데 거기서 밖에는 구할 곳이 없다.”

“알았어요. 사장님.”

“아! 참, 니가 독일로 돌아갈 때 드미트리와 함께 가서 살로만 소로비치를 보내주면 된다.”

“예.”

* * *

베를린의 한 경찰서.

살로만 소로비치는 자신이 직접 위조한 지폐를 이용해서 자주 다니던 도박판에서 크게 한몫을 챙겼다.

하지만, 평소 소로비치의 씀씀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오늘따라 돈을 물 쓰듯이 써댔던 소로비치가 의심스러워서 돈을 확인해봤고, 소로비치가 사용한 돈이 위조지폐라는 것을 알게 됐다.

소로비치는 도박판에서 딴 돈으로 콜걸을 불러서 기분 좋은 뜨거운 밤을 한창 보내다가 재수 없이 경찰에 붙잡혔다.

“퍽!”

“악! 왜 때리고 그러십니까?”

“맞을 짓을 했으니까 때리지. 새끼야! 이름?”

“살로몬 소로비칩니다.”

“유대인?”

“예, 왜요? 유대인이면 안 됩니까?”

“퍽!”

“으악! 아니 왜 때려요?”

“맞을 짓 했으니까 팬다고 했지?”

살로몬 소로비치를 조사하던 경찰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관에게 총통부에서 수배한 유대인을 드디어 찾았다고 보고를 했다.

“저놈이 총통부 비서실에서 찾던 살로몬 소로비치가 맞는 것 같습니다.”

“유대인 범죄자?”

“예.”

“위조 전문가가 확실하게 맞아?”

“예, 이번에도 위조 달러를 만들어서 사용하다가 걸려서 잡혀 왔습니다.”

“좋았어. 그럼, 빨리 연락해서 넘겨드려.”

“예.”

살로몬 소로비치는 경찰서를 나와서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갔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전신에 석고로 깁스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저···. 제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한참, 소로비치의 몸에 깁스하던 남자들이

“야! 입 닥치고 조용히 좀 있어라! 한 번만 더 떠들면 주둥이도 깁스한다.”

“아니, 그것이 아니라···.”

협박을 안다고 가만히 있을 소로비치가 아니었다.

“그냥, 저 새끼 주둥이도 막아버려.”

“예. 형님.”

전신에 깁스를 한 살로몬 소로비치는 십여 일이 넘는 시간 동안 배를 타고 상하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살로몬 소로비치는 눈이 가려진 채 또 어디론가로 끌려갔다.

“누가 이 녀석 안대 좀 벗겨줘라!”

“예, 형님.”

‘칭방’의 제자들이 바로 소로비치의 안대를 벗겨냈다.

안대가 벗겨진 소로비치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이곳이 어딘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봐야 여기가 어딘지는 알 수 없겠지만.

“베를린에서 잘살고 있던 너를 왜 납치했는지 궁금하지?”

소로비치는 살벌하게 생긴 동양인들이 날카로운 칼을 들고 위협하는 상황 속에서 대답을 하는 것도 두려웠다.

“내가 물으면 대답을 해야지. 앞으로 내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난 널 죽일지도 몰라.”

“예···? 예! 제가 왜 여기로 오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그래 잘했어. 나는 니가 필요해서 여기로 데려온 거야. 니가 왜 여기 오게 됐는지 이젠 알겠지?”

“예. 제가 필요해서···. 왔습니다.”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소로비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을 했다.

“자, 이건 니가 위조한 달러지?”

나는 소로비치에게 소로비치가 위조해서 사용하다 걸린 지폐를 던져 줬다.

“예···! 제가 만든 것이 맞습니다.”

“그따위로 형편없이 위조를 하니까 잡히지. 병신아!”

“아닙니다. 제가 제대로 장비를 가지고 작업을 했으면 절대 걸릴 일이 없습니다. 제대로 된 장비를 살 돈이 없어서···.”

“웃기고 있네. 동양에선 진정한 고수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고 한다. 소로비치! 넌 실력이 안 되는 놈이라서 장비를 핑계 대는 거야. 그렇지?”

“아닙니다! 그건, 절대 아닙니다. 제가 진짜로 마음먹으면 은행에서도 구분을 못 합니다.”

내 손에 자기의 목숨에 달렸다고 생각한 소로비치는 어떡하든지 내 눈에 들기 위해서 무릎까지 꿇고 양손을 비비면서 눈물 나게 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소로비치, 살고 싶나?”

“예,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저 진짜 잘 만들 수 있습니다.”

나는 지갑에 1파운드 5파운드 10파운드 지폐를 꺼내서 소로비치에게 던져줬다.

“그걸 똑같이 만들어내는 데 얼마나 걸리겠나?”

“저 혼자 말입니까?”

“아니. 너를 위해서 한 국가의 조폐국 직원들과 인쇄소를 사용하기로 했다. 너한테 얼마나 시간을 주면 똑같이 만들 수 있겠나?”

소로비치는 한 국가의 조폐국과 인쇄소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놀랍기도 했지만, 이 일이 성공한다고 해도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저···. 정말로 성공하면 살려 주실 건가요?”

“당연하지. 니가 완벽하고 빠르게 물건을 만들어만 낸다면 나는 너한테 선물도 줄 생각이다.”

“선물은 필요 없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내가 말한 선물이 니가 생각하는 그런 것은 아냐. 넌 혹시 네 동족을 사랑하나?”

“동족이라면 유대인 말입니까?”

“그래.”

“사랑한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동족이라서 그런지 마음이 쓰이기는 합니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처단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농담이 아니다. 몇 년 안에 유대인들은 엄청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때, 니가 성공한 지폐의 종류만큼 유대인을 구해주겠다.”

“정말로 히틀러가 유대인들을 쫓아낼까요?”

“쫓아만 내면 다행이지. 모두 죽일 것이다.”

“정말입니까? 히틀러가 정말로 독일의 유대인들을 죽인다고요?”

“그래, 얼마나 죽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대신, 난 네가 일을 잘해주면 그만큼 유대인을 구해주겠다.”

소로비치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듣고 이젠 자기 목숨보다 히틀러에게 죽는다는 유대인들의 목숨이 더 걱정됐다.

“지폐, 한 종류당 우리 동족을 얼마나 구해주실 겁니까?”

소로비치는 이젠 일만 성공하면 자기는 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을 한 모양이었다.

“1파운드에 100명 5파운드에 500명 10파운드에 1,000명 1엔에 100명 5엔에 500명 10엔에 1,000명 이 정도가 내 한계다. 할수 있겠나?”

“제가 빨리 만들어내면 더 구할 수 있습니까?”

“올해안에 만들어내면 곱하기 2 내년까지 만들어내면 곱하기 1.5 내후년이면 보상은 없다.”

소로비치는 눈을 빛내면서 잠시 생각을 하더니

“약속은 지키시겠죠?”

“난 지금까지 약속을 어겨본 적이 없다. 분명히 약속하지만, 네가 한 만큼 나도 보상을 주겠다.”

“하겠습니다! 올해 안에 원하시는 것을 반드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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