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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미래의 제독을 위하여! (48/225)

48. 미래의 제독을 위하여!

48. 미래의 제독을 위하여!

일본이 만주국을 승인하고 만주 지배가 완성된 이후에는 만주의 주요 도시에도 태평양 항공사의 취항이 이뤄졌다.

상하이-경성-신징 노선과 상하이-베이징-하얼빈 노선을 개통했다.

이제는 역사가 변했기 때문에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불안하기는 했지만, 내가 처음 세웠던 계획을 급하게 서두르거나 바꾸지는 않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내 신조였기 때문이었다.

1933년 11월 상하이항.

미국 동양함대 기함 교대식에 초청을 받아서 상하이항에 조그마한 성조기를 들고 가족들과 함께 환영행렬에 서 있었다.

“이 사장님, 여기는 미군 함대 기함 교대식인데 나는 왜 데려온 겁니까?”

손원일은 나하고 종종 왕래를 하면서 내 나이가 한참이나 많은 것을 알고는 나를 깍듯이 대했다.

“오늘 도착하는 ‘오거스타’ 함의 함장을 손 형에게 소개할 생각이요.”

“그 사람이 누굽니까? 혹시, 이 사장님이 잘 아시는 분입니까?”

손원일은 물음에 나는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체스터 W 니미츠. 나는 이 사람을 정말 잘 안다.

하지만, 그는 나를 전혀 모른다.

그러나, 상하이 미국인 협회 임원 자격으로 손원일을 소개해줄 수는 있었다.

그래서, 손원일을 데리고 함께 환영식 자리에 나온 것이다.

“실은 나도 잘은 몰라. 하지만, 니미츠 함장은 알아두면 무조건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둬”

“그럼, 저도 니미츠라는 사람하고 어떡하든지 인연을 맺어 둬야겠군요.”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내가 자연스럽게 소개해줄게.”

동양함대 기함에서 교체되어 본국으로 돌아가는 ‘휴스턴’은 얼마나 광을 냈는지 삐까번쩍했다.

그런데, 외해에서 내항으로 들어서는 동양함대의 새로운 기함‘오거스타’는 한눈에 봐도 너무나 꾀죄죄했다.

“아버지, 저 해군이 되고 싶어요.”

아들 제이슨은 삐까번쩍 광이 나는 ‘휴스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어? 이러면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제이슨도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해서 육군 장교가 돼야 하는데···.

“아들! 너 진짜로 해군이 되고 싶어?”

“예, 아버지. 저런 군함을 타고 파도를 헤치고 바다를 달리고 싶어요.”

“야! 아들! 배는 못 달려.”

“아니요. 파도를 헤치면서 나아가는 모습이 너무 멋질 것 같아요.”

가장 믿을 수 있는 아들에게 나중에 큰일을 맡기려고 했던 내 계획은 벌써부터 실패할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정말로 저 배가 멋있게 보여? 저런 누런 바다가 멋있게 보이고?”

“예.”

“이야! 이 사장님 아드님도 사나이군요. 사나이는 바다죠.”

옆에서 내 속도 모르는 손원일은 제이슨을 향해서 엄지를 세우고 엄지척을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제이슨의 해군이 되고 싶다는 소리를 듣고 실망을 한 내 모습이 웃겼는지 샤본은 살짝 웃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럼, 이젠 누굴 맥아더 옆에 붙여야 하나?’

“상하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니미츠 함장님.”

나는 니미츠와 악수를 하면서 상하이 도착과 ‘오거스타’의 함장이 된 것을 축하해줬다.

“이렇게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지 씨.”

“니미츠 함장님, 여긴 내 가족들입니다. 그리고, 저 청년은 미래에 해군 제독이 될 사람입니다.”

“예?”

내가 손원일을 소개하면서 미래에 제독이 될 사람이라고 하자 니미츠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했다.

“아! 저 청년은 앞으로 10년 안에 아시아에 새롭게 탄생할 해군 제독입니다. 하하.”

“아···! 그렇군요. 저도 많이 응원하겠습니다.”

니미츠는 내 말을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내 가족들과 인사하고 손원일과도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니미츠 함장님. 자랑스러운 미군 병사들을 위해서 상하이에 주재하는 미국인을 대표해서 환영식을 열어 드리고 싶은데 오늘 저녁에 시간이 되십니까?”

“환영식이 오늘 저녁입니까?”

“아니요. 시간은 편할 데로 잡으십시오. 그리고, 장교분들만을 위한 환영회가 아닙니다. ‘오거스타’ 함의 모든 병사를 위한 환영식입니다.”

니미츠는 그동안 여러 곳에 파견 다녀 봤지만, 나처럼 통 큰 환영식을 준비한 사람은 만나지 못했던 것 같았다.

장교들만의 환영회가 아닌 모든 수병을 위한 환영식이라고 하니까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았다.

“정말입니까?”

“예, 그러니까 니미츠 함장님이 시간이나 일정을 잘 조절해서 연락을 주십시오. 이건 제 명함입니다.”

사람을 대접할 때는 상대방이 깜짝 놀랄 정도로 화끈하고 거창하게 대접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의 기억에도 오래 남고 나한테 한번 신세를 졌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게 된다.

“알겠습니다. 병사들도 오랜 항해 끝에 많이 지쳐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제집에서 준비한 작은 만찬에 함장님 가족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계속되는 내 호의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은 니미츠를 보고 샤본이 옆으로 다가와서

“가족분들도 오랜 시간 힘든 항해를 하셨을 텐데. 함께 오세요. 오랜만에 제 고향 뉴욕의 음식으로 대접할게요.”

예쁘고 화려한 한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내 아이들과 샤본은 집을 찾은 니미츠의 가족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화려한 한복으로 갈아입은 샤본은 니미츠 가족이 낮에 봤던 모습과는 다르게 귀하고 우아함이 느껴지는 귀부인으로 변신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봐도 아이들이 정말 이뻤다.

“부인도 아이들도 정말 아름답고 이쁘네요.”

니미츠의 부인 캐서린은 준비해 온 선물을 샤본에게 건네며 칭찬을 했다.

“어머! 그래요? 그렇지 않아도 제가 부인과 따님들 선물로 저희가 입은 한복을 준비했는데, 그럼 지금 한번 입어 보실래요?”

“정말로 저희를 위해서 선물을 준비하셨어요?”

“예. 제 남편 고향의 예절이 찾아온 사람을 절대 빈손으로 보내지 않는 거거든요. 그럼 같이 가실래요?”

“여보, 아이들하고 잠깐 자리 좀 비울게요.”

샤본은 니미츠의 부인과 세 딸을 데리고 이 층으로 옷을 갈아입으러 올라갔다.

혼자 남은 니미츠는 아직도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감을 못 잡고 멍하니 서 있었다.

“함장님, 가족분들은 금방 내려 올 겁니다. 기다리는 동안 간단하게 한잔하시겠습니까?”

나는 포도주병을 들어 보이면서 만찬 전에 가볍게 한잔하겠냐고 물었다.

이 층을 한번 쳐다본 니미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군요.”

나는 니미츠를 데리고 접객실로 안내했다.

“자, 편하게 앉으십시오.”

그리고는 자리에 앉아서 올해 치러졌던 대통령 선거 이야기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미국 경제 이야기 그리고 화려한 상하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세 명의 천사들이 나타났다.

“오! 이런! 어디서 이런 아름다운 공주님들이 나오셨나요?”

니미츠는 확실히 딸 바보 아빠였다.

그런데, 내가 봐도 백인 여자아이들이 한복을 입으면 독특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아빠! 정말 이뻐요?”

“그럼, 이야! 세상에 이렇게 예쁜 공주님들이 있다는 것을 내가 왜 이제야 알았을까?”

딸아이들에게 칭찬을 늘어놓던 니미츠는 나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선물로 준 옷이 참 예쁘군요.”

“한복은 제 고향의 옷입니다.”

“일본입니까? 아니면 다른···?”

니미츠는 아시아에서 일본과 중국 그리고 타이랜드를 제외하면 모두가 식민지인 것을 말하다가 말고 깨달은 모양이었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코리아입니다.”

내 대답에 니미츠는 괜한 말을 한 것은 아닌가하고 조금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내가 실례를 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조지 씨는 지금도 고향을 많이 사랑하시나 보군요.”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하와이로 가면서 부자가 되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쉽게도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지 씨 정도면 부자가 아닌가요?”

니미츠의 물음에 나는 씁쓸한 미소를 보이면서

“나라를 잃어버렸잖습니까?”

내 대답에 니미츠와 나 사이에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져 버렸다. 

그때, 사랑스러운 아들 제이슨이 분위기를 바꿔줬다.

“안녕하십니까? 제독님!”

니미츠는 아직은 제독이 아닌데 제이슨이 제독님이라고 부르면서 경례를 하자 어쩔 줄 몰라 했다.

확실히, 이런 것을 보면 니미츠는 고지식한 면이 있었다.

“제독님, 인사를 받아주셔야죠. 하하. 제 아들도 나중에 해군 장교가 되고 싶답니다.”

니미츠는 제이슨이 해군 장교가 되고 싶다는 말에 그제야 굳었던 표정이 풀리고 제이슨을 마주 보면서 경례를 해줬다.

“미래의 제독, 나도 만나서 반갑다.”

“미래의 제독은 제 별명인데···.”

언제 왔는지 손원일이 접객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손원일은 내가 가끔 만나서 이야기할 때마다 ‘미래의 제독’이라고 불렀더니 정말로 제독이 되고 싶다고 항상 입에 달고 살았다.

“손 형도 이리 와. 같이 한잔하지.”

“예, 감사합니다.”

나와 니미츠 그리고 손원일은 가볍게 포도주를 한 잔씩 들고 마시면서 이야기를 함께했다.

“아까부터 계속 새롭게 제독이 될 사람이라고 하는데 손원일 씨도 코리아 사람인가요?”

“예, 저도 한국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독립할 때까지 일본과 끝까지 싸울 겁니다.”

결연한 손원일의 대답에 니미츠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조지 씨도 그렇고 손원일 씨도 그렇고 정말로 코리아가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예, 우리는 반드시 독립할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독립이 될 때까지 일본과 싸울 거니까요.”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미국과 일본이 사이가 좋은 줄 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가상 적국으로 생각하고 서로를 향한 전쟁 계획까지 만들었던 나라들이다.

특히, 1차 세계대전 이후로 일본이 독일의 태평양상에 있던 식민지들을 차지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게 서로에게 더욱 적대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처음 만난 니미츠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주다가 괜한 오해받을 수 있겠다 싶어서 이쯤에서 주제를 바꿨다.

“니미츠 함장님, 여기 손 형은 진짜로 군인이 되고 싶었는데 중국에 사관학교가 없어서 군인이 되지 못한 청년입니다. 하하”

“아! 그래요?”

“예, 그 대신 아나폴리스와는 비교도 안 되지만, 중국 정부 국가 장학생으로 유럽에서 2년간 선원학교 고급반을 다녔습니다.”

“아! 그래서···. 손원일 씨는 정말로 제독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군요?”

니미츠의 말에 손원일은

“저는 바다가 저의 또 다른 고향 같습니다.”

진정으로 바다를 사랑하는 것 같은 손원일의 모습에 니미츠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보니까 이방에는 미래에 제독이 될 사람이 무려 세 명이나 있었군요. 하하”

니미츠와 손원일은 제독이 되는 것은 확실하고 내 아들 제이슨도 이왕 해군 장교가 될 거면 제독이 되기를 빌면서 은근히 끼워 넣었다.

“자! 그럼, 미래의 제독을 위하여!”

나는 들고 있던 포도주잔으로 건배를 청했다.

“제독을 위하여!”

“제독을 위하여!”

“제독을 위하여!”

니미츠와 손원일 그리고 제이슨까지 모두 건배 구호를 외치고 포도주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하하하”

장난 같은 건배 한 번으로 분위기가 다시 변했고 화기애애해지자 나는 니미츠에게 내가 원하는 걸 말했다.

“니미츠 제독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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