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1934년, 중국공산당의 대장정 따위는 이젠 없다.
46. 1934년, 중국공산당의 대장정 따위는 이젠 없다.
일본 놈들이 심어 놓은 밀정은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군의 곁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김구 선생은 이번에도 장제스에게 호의를 베푸는 의미로 중국인으로 위장한 일본 밀정을 알려줬다.
상하이와 난징 그리고 무한과 난창, 베이징 일대에서 암약하던 일본 밀정들이 모조리 일망타진됐다.
“이보시오. 조지 씨!”
그리고, 장제스에게 일본 밀정을 찾아내지를 못햇다고 박살이 난 다이리가 나를 찾아왔다.
“예? 웬일이십니까?”
“나는 당신이 일본 첩자들의 명단을 알려줬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틀렸습니까?”
“아니요. 맞습니다.”
아직까지는 국민당의 모든 정보라인을 장악하지 못하고 C.C.단과 경쟁 중인 다이리는 내가 정말 미울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나한테서 뭔가를 얻을 생각이라면 다이리도 나한테 뭔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다이리 국장님, 우리 서로 도우면 어떻겠습니까?”
“나는 당신들을 많이 도와줬다고 생각하는데.”
이 새끼 또 웃기네.
지가 언제 우릴 도와줬다고.
“언제요?”
“내가 은연중에 임시정부 식구들을 보호한 걸 모르시오?”
“두웨성 대형의 제자들이 보호한 걸로 아는데요?”
“그중에 내 조직원들도 있소.”
웃기는 소리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다이리 국장님, 우리 서로 정보 공유를 하면 어떨까요?”
다이리는 내 눈을 노려보면서 인상을 잔뜩 썼다.
“싫어요? 이번 4차 초공작전에 앞서서 공산당 당 중앙 저우언라이의 숨겨놓은 부하들을 잡고 싶지 않아요?”
내 계획은 국민당의 4차 초공작전 기간에 관동군이 리허(열하)사변을 일으킨다.
이때, 국민당을 도와주고 쓰촨 바중을 국민당이 인정하는 확실한 광복군의 기지로 만들 생각이었다.
“당신이 잡고 싶어 하는 모든 공산당 간부들을 이번에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어때요?”
“확실하게 모두 잡을 수 있소?”
“전에 내가 알려줘서 무선 전신 요원 중에 숨어 있던 첩자들을 잡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확실합니다.”
“좋소. 협력합시다. 원하는 것은 뭐요?”
“우리가 쓰촨성 바중에 머무는 것을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인정을 해주십시오. 그래야 우리도 병력을 모을 수가 있으니까요.”
“좋소. 그렇게 합시다.”
제 땅 아니라고 냉큼 약속한다.
“분명히 약속했습니다.”
중국공산당도 머리를 써서 이번에는 작전국장의 비서로 첩자를 보내놨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다이리에게 난창 참모본부 작전국에 숨어 있는 첩자 세 명의 명단을 줬다.
‘뤄루구이, 류종콴, 양후청’
국민당 국방위원회 조사통계국장 다이리는 좀 전에 조지에게 전달받은 한 장의 쪽지를 펴놓고 만지작거리면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장칭! 장칭!”
다이리의 부름에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관이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예, 국장님!”
“출동할 준비를 해라.”
“예, 알겠습니다.”
다이리가 만지작거리고 있던 쪽지는 두웨성을 통해서 전해진 또 다른 공산당의 비밀 요원들의 명단이었다.
“그렇게 잡아 죽였는데도 아직도 이렇게 첩자 놈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니···.”
다이리는 적을 주로 참수하는 일을 하는 조사통계국 5과와 함께 국민 혁명군 난창 병영을 향해서 달려갔다.
* * *
1933년 3월, 관동군은 리허(열하)에 주둔 중인 장쉐량의 둥베이 군을 공격했다.
그리고, 역시나 민국 4 공자이자, 시대의 풍운아이고, 쑹메이링의 영원한 애인인 장쉐량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후퇴를 했다.
“우리는 그동안 아무것도 아닌 허깨비를 진짜로 믿고 있었다는 말이냐?”
장제스는 보고를 받고는 어이가 없다 못해서 할 말을 잃을 지경이었다.
15만 명의 둥베이 군은 3만의 관동군에게 또 졌다.
독일 군사고문단의 지원과 지휘를 받으면서 루이진의 공산당을 끝장내려는 순간 관동군의 침략이 시작됐고, 그렇게 자신 있게 막을 수 있다던 장쉐량이 한방에 나가떨어져 버린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초공작전을 중지하고 빨리 증원병을 베이징 쑹저위안의 부대로 보내라!”
장제스는 관동군의 만리장성 월경을 막기 위해서 급하게 증원병을 보냈고
“그리고, 장쉐량 부사령관의 직위를 해임한다. 오늘부로 모든 지휘권을 박탈한다고 가서 전해라!”
“사령관님, 장쉐량 부사령관을 아예 직위 해제해서 외국으로 보내 버리시죠? 그가 있어 봐야 민국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장제스의 참모 양융타이는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장쉐량에게 더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동군의 진격을 어찌어찌 막고 탕구정전협정을 체결한 장제스는 1933년 6월 미국에서 5천만 달러의 차관을 빌려서 항저우에 전투기 공장을 건설했고, 독일의 군사고문단을 초빙하였으며 독일과도 기술제휴를 하고 자금원조를 받았고, 소련과도 경제협정을 체결했다.
이때, 김구는 장제스에게 한인 장교들의 독일 군사고문단 참관을 보장받았고, 항저우와 상하이 일대에 건설한 공장에 일하면서 한인 청년들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혜택을 얻었다.
* * *
1934. 제5차 초공작전.
쓰촨성에서 구이저우성으로 넘어가는 경계 지역 부근의 협곡 사이로 전투기 수십 대가 줄을 지어서 날아가고 있었다.
쓰촨성 대도하 유역 협곡의 오솔길은 산을 따라 꾸불꾸불하게 뻗어 있었고, 협곡을 감싸고 있는 산은 마치 곧게 뻗은 칼같이 구름을 쪼개듯 수직으로 날카롭게 솟아나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을 보면 절벽의 몇백 미터 아래로는 물살이 거센 강에 하얀색 물보라가 용솟음치고 있었다.
여기서 한 걸음이라도 잘못 디디면 끝장인 길을 중국 공산군 제1 방면군 패잔병들이 힘겹게 걸어가고 있었다.
“다들 조금만 힘내라! 조금만 더 가면 루딩교가 나온다. 루딩교만 건너면 우리는 당분간 국민당의 추적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홍군 제1 방면군 총사령관인 주더의 독려와 외침에도 병사들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 * *
“사령관님! 교장님! 쓰촨성 초비군 사령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바중 대한민국 광복군 사령부 통신장교는 쓰촨성의 성장인 류상의 협조 요청을 받고 이를 바로 이회영 교장과 지청천 사령관 김경천 부사령관에게 보고했다.
“류상 성장이 공산당 잔당 토벌을 지원해달라고 하던가?”
“예, 사령관님.”
지청천 사령관은 이회영 교장을 보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
“상하이의 조지가 그동안 신신당부했던 일인데 홍군 토벌에 최대한 협조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야 하겠죠? 저는 혹시라도 나중에 중국공산당과 문제가 생길지 몰라서 그랬습니다.”
“우리 처지에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쓰면서 살 필요가 있을까? 나중에 문제가 되면 장제스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 뭐.”
이회영의 꼼수 아닌 꼼수에 지청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통신장교, 나가서 박하성 항공대장을 불러주게.”
“예, 사령관님.”
항공대장 박하성은 사령관의 부름에 바로 사령관실을 찾았다.
“광복!”
“광복!”
“찾으셨다는 말씀 듣고 왔습니다.”
“박 대장, 어서 오게. 쓰촨성 초비 사령부의 지원요청으로 중국공산당 잔당 토벌에 나가야 할 것 같은 데 출동에 문제는 없겠지?”
“예, 지금 당장 바로 출동할 수 있습니다.”
“출동 가능한 기종과 인원은?”
“전부터 계속해서 훈련했던 장소이기 때문에 모두 출동이 가능하지만, 기종 전환 중이기 때문에 2개 대대 정도만 가능합니다.”
“아! 맞아. 지금 기종 변경 중이지?”
“예, 메서슈미트 bf 108에서 메서슈미트 bf 109로 교체하려고 대기 중이라서···. 출동할 기체가 없습니다.”
“다른 지원은 필요 없나?”
“홍범도 장군님의 경보병 저격여단을 보내서 야간 공격도 가능하게 해주십시오.”
“자네도 홍군을 아예 씨를 말릴 생각이군.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이참에 아예 중국공산당의 씨를 지워버리자고.”
“예. 알겠습니다.”
박하성 항공대장은 출동 준비 중인 조종사들에게 전술 브리핑을 하기 위해서 조종사들의 앞에 섰다.
“우리 광복군 항공대의 실질적인 첫 출격인데 기분들은 어떤가?”
출동을 준비 중인 항공대원들은 정말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의자에 편하게 앉아서
“그동안 매일 훈련하던 장소인데 걱정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출동할 곳은 광복군 항공대의 훈련 코스 중의 한 곳으로 조종술 훈련을 위해서 매일 날아다니던 곳이었다.
“이야! 우리 조지 대장님, 진짜 대단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여기로 홍군이 들어올 줄 알았을까요?”
“난 조지 대장님이 좀 무섭다. 내 모든 것을 아는 사람처럼 가끔가다 한 번씩 던지는 말이 항상 이뤄지는 걸 보면 진짜 겁난다.”
“아! 조지 대장님이 하시는 말씀은 진짜 새겨들어야 합니다. 지나가는 소리로 하셨던 말씀이 지금 와서 보면 모두 이뤄지지 않았습니까?”
“그럼, 우리가 일왕 대가리를 폭격할 수 있다는 것도 이뤄진다는 소리네.”
“탁! 탁!. 잡담 그만!”
항공대원들이 잡담을 멈추고 박하성을 주목하자
“아무리 쉬운 작전이라고 해도 집중하자! 일왕 대가리를 폭격할 때까지는 다치지 않아야 할 것 아니냐?”
“예, 알겠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작전을 설명하겠다. 잘 듣고 절대 후회할 짓은 하지 말자.”
“예.”
박하성 항공대장은 대원들 한 명 한 명에게 작전을 꼼꼼히 지시하고 건투를 빌어 줬다.
“자! 출동하자! 모두 첫 출격의 성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자!”
“광복!”
* * *
bf 108은 독일 공군에서는 정찰기와 연락기를 쓰였지만, 광복군 항공대는 기관총을 달고 전투기로 사용하고 있었다.
1진으로 출발한 광복군 항공 1대대는 협곡을 타고 루딩교 앞까지 날아왔다.
그리고, 협곡을 사이에 두고 국민당군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는 홍군 진영에다 기관총을 퍼붓기 시작했다.
“두 두 두 두!”
“다 다다다다 다탕!”
“쉬 윙! 타 타다다다!”
“으악! 반항공! 반항공!”
협곡 밑에서부터 날아온 전투기 십여 기가 홍군을 향해서 기관총을 난사했고, 루딩교를 건너기 위해 애쓰고 있던 홍군 병력을 강물 아래로 우수수 떨어뜨려 버렸다.
“반항공! 반항공! 다리 건너는 것은 신경 쓰지 말고 전투기들을 쏴라!”
10여 기의 bf 108이 지나가고 몇 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협곡 밑에서 다시 항공기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서둘러 엄폐해라. 어서, 다친 동지들을 챙겨서 몸을 숨겨라! 어서 서둘러!”
“반항공! 반항공!”
엄폐하는 홍군들은 몸을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두 번째로 덮친 bf 108 십여 기는 기관총 공격이 아닌 폭격을 시작했다.
“쉬 웅! 꽈 꽝!”
“쑤 우 웅! 꽝!”
“꽈 광!”
“꽈 과 광!”
두 번에 걸친 항공 공격을 받은 홍군 제1 방면군은 더는 루딩교를 건널 엄두도 내지 못하고 몸을 숨긴 채 건너편 국민당군만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밤이 깊어지자 설마 이렇게 위험한 협곡으로 전투기가 다시 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루딩교를 건너기 위해서 움직였다.
그러나, 루딩교 도하를 위해서 많은 병력이 다리 한가운데를 몰렸을 때 협곡 아래에서 또다시 항공기 엔진 소리가 저승사자의 목소리처럼 들려왔다.
저승사자들은 국민당 중앙군이 홍군 제1 방면군을 완전히 포위할 때까지 삼일을 더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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