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5. 광복군의 시작 3.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대회의. (45/225)

45. 광복군의 시작 3.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대회의.

45. 광복군의 시작 3.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대회의.

헨리 아놀드와 둘리틀을 만나고 바로 뉴욕에 도착해서 세르게이와 김규식 부부가 살 집을 먼저 마련했다.

그리고, 헤이우드를 만나서 은행을 인수하고 은행 한편에 김규식이 임시정부 외교 담당으로 활동할 수 있는 사무실을 마련해줬다. 

“일단, 이 사무실을 사용하십시오.”

김규식은 내가 마련해준 사무실을 둘러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김규식을 보면서 통장 하나를 내밀었다.

“자, 이것은 내 앞으로 은행에서 나오는 돈인데, 이걸로 한인 동포 자제 중에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십시오.”

김규식은 그렇지 않아도 큰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통장을 받으면서

“동포 자제들에게 장학금을 주라고요?”

“예, 누구처럼 애국 성금만 걷어가고 아무것도 해주는 것 없는 사람은 되지 맙시다. 그걸로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을 좀 도와주십시오.”

김규식은 누구보다 교육에 중요성을 잘 아는 사람이니까 아마 잘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은 대통령에 도전하는 루스벨트를 만나러 갈 겁니다. 만나서 별다른 이야기는 없겠지만, 나중에는 저 대신 자주 만나서 동북아시아 문제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십시오.”

“조지 씨는 확실히 루스벨트 주지사의 당선을 확신하는군요?”

“전에도 한번 말씀드렸지만, 후버는 지금 국민에게 인기가 땅바닥입니다. 이번에 루스벨트가 분명히 대통령이 될 겁니다. 그러니까 나중에 정말 잘 부탁하겠습니다.”

“그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김규식 선생, 당신의 두 어깨에 우리나라가 얼마나 유리하게 독립할지가 결정됩니다.

정말, 진심으로 잘 부탁합니다.

* * *

이 개월간의 급한 일정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상하이항은 아직도 중국과 일본 사이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다국적군의 중재로 승자가 정해지지 않은 전쟁으로 끝이 나면서 언제 후속 전쟁이 발생할지 몰랐다.

그리고, 언제 다시 전쟁이 시작될지는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형님, 어서 오십시오.”

윤봉길과의 연해주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드미트리가 나를 맞아 줬다.

“얼굴을 보아하니 별일 없이 잘 다녀온 모양이구나.”

“예, 시간이 좀 많이 걸려서 그렇지 별일은 없었습니다.”

“그래? 그럼, 사무실로 가면서 연해주에서 있었던 일을 한번 들려주라.”

“예, 형님.”

드미트리가 들려주는 연해주 동포들의 삶도 다른 곳에 사는 동포들만큼 듣기 힘들 정도의 고난이었다.

연해주를 개척할 당시는 한인들의 이주를 환영하고 지원도 했던 러시아였지만, 사회주의 소련으로 바뀐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럼, 아직도 연해주에 일본군이 사주한 마적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거냐?”

“예, 소련군도 중국인 마적들을 막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어금니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생 고생하면서 버텼는데 몇 년 후에는 미친놈 하나 때문에 추운 겨울에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끌려가겠지.

무슨 방법이 없을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았다.

“연해주 동포들의 생활 수준들은 어떻디?”

“다들 어렵죠. 제가 보기에는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서 많이 노력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연해주 동포나 간도 동포나 생각하면 가슴만 먹먹해질 뿐이었다.

도와주고는 싶은데 내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

“윤봉길이 만나 본 독립운동가들은 어떻디?”

“음···. 다들 고생을 많이 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윤봉길은 홍범도라는 분을 아버지로 모시기로 했습니다.”

“윤봉길이 홍범도 장군을 아버지로 모시기로 했다고?”

“예, 혼자 되셔서 외롭게 사시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면서 아들이 되겠다고 청해서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 잘 됐구나. 그럼, 다른 독립운동가들은 어떤 상황이었냐?”

“제가 보기에는 소련의 감시를 받는 것 같았습니다.”

“그랬어?”

“예.”

“이번에 홍범도 장군 말고 함께 오신 분들은 없고?”

“예, 저희는 홍범도라는 분만 모시고 왔습니다. 다른 분들께는 사정들이 있으셔서 바로 못 움직인다고 하셔서 나중에 상하이로 오실 때 쓰라고 충분한 여비를 드리고 왔습니다.”

“그건 잘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다른 분들도 모두 모시고 왔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미트리!”

“예, 형님.”

“너한테 정말 미안하지만, 연해주에 한 번만 더 다녀오겠느냐?”

“연해주 말입니까?”

“응, 바로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배를 타면 빠를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미안하다.”

“아닙니다.”

나는 드미트리에게 반드시 데려와야 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줬다.

그리고, 만약 그분들이 거절하면 일본과 전쟁을 할 광복군을 만들 생각이니까 바로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라고 했다.

* * *

쓰촨성 바중의 건국 대학으로 중국 관내와 허베이 그리고 만주에서 활약하고 있는 독립운동가들이 속속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미트리를 통해서 연락을 받고 소련을 탈출한 독립운동가들은 태평양 항공사의 여객기를 타고 바중으로 날아갔다.

건국 대학 강당에는 모여든 독립운동가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여러분들께서 모두 무사하신 모습을 보니까 다시 한번 감개무량합니다.”

김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끄는 수장으로써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오늘 이렇게 자리를 만든 것은 우리 대한인들이 이제는 정말 하나가 돼서 일본과 싸워서 조국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군대를 결성하기 위함입니다.”

김구의 말이 끝나자 함께한 모든 사람은 힘차게 소리를 지르면서 광복군 결성에 환호했다.

“와! 드디어 광복군이 생긴다.”

“이제야 제대로 일본 놈들하고 싸우겠구나.”

“와! 만세! 대한독립 만세! 광복군 만세!”

벌써, 만세를 외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만세를 외치고 환호를 하는 이들은 대부분은 젊은이들이었다.

“잠시만 조용히 좀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여기 이곳 바중에는 이미 광복군의 토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김구가 말을 시작하자 다시 사람들은 김구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이곳 바중에서는 우당 선생과 미국 동포 한 명이 노력해서 일 년 전부터 훈련을 시작한 광복군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임시정부가 만든 군대여서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씀은 하지 말아주시기를 바랍니다.”

“백범! 혹시, 전처럼 사회주의자라고 탄압하고 배척하는 것은 아니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임시정부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우리가 서로 믿을 수 없는 사이가 된 것은 바로 백범 때문이 아니오?”

“뭐가 백범 때문입니까? 그때는, 서로 의심할 만하지 않았습니까?”

상하이 임시정부가 깨졌던 원인, 사회주의와의 갈등 그리고 진영 간의 오해가 다시 재연될 수 있는 분위기에서 홍범도 선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여기 계신 분들한테 하나만 물어봅시다. 우리는 서로 적입니까?”

“그래도 전처럼 공금을 유용했다고 뒤통수를···.”

“무슨 소립니까? 뒤통수는 당신들이 자유시에서···.”

“탕! 탕!”

어느새 빼 들었는지 홍범도 선생은 권총을 꺼내서 하늘을 향해 두 발을 쐈다.

“나는 말입니다. 우리 조선이 독립할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라도 내 영혼을 팔 수 있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젭니까? 여러분들 마음속에 들어있는 사심은 이제 버리십시오.”

큰 키에 위압적인 노장의 일갈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일단은 내 나라부터 찾고 난 다음에 우리끼리 다투는 것은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우리를 이간질 하려고 일제가 보낸 밀정까지 판을 치는 상황에 우리끼리 알아서 갈라져서 싸워야 합니까?”

이때, 이회영 선생도 홍범도 선생을 거들고 나섰다.

“나라가 있고 난 다음에 우리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것이, 우리 동포들이 사는 것이 사람들의 삶입니까? 이것은 노예의 삶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노예처럼 살아야 합니까? 일단, 이것 먼저 해결하고 그다음에 사상이니 뭐니 하고 다툽시다.”

이회영 선생의 말이 끝나고 분위기가 숙연한 가운데 홍범도 선생이 한발을 앞으로 내딛으면서

“나는 좀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내 나라만 다시 찾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소. 그래서, 한때는 공산당에도 가입했지만 나는 사상 따위는 모르오. 내 머릿속은 오로지 독립이라는 두 글자뿐이오.”

“나도 마찬가지요. 내가 죽기 전에 제발 독립된 내 나라를 보고 싶소.”

독립 투쟁을 하면서 전 가족을 잃은 홍범도와 독립 투쟁을 하기 위해서 전 재산을 바친 이회영. 

독립된 조국에서 죽고 싶다는 두 노인.

이미 환갑이 지나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홍범도와 이회영의 설득에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은 눈물을 훔치며 독립하는 그 날까지 서로 힘을 합치기로 했다.

광복군과 함께하게 된 공산주의 이론가들은 조소앙과 함께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의 헌법과 법을 기초로 진정으로 인민을 위하는 법을 만들기 시작했고 간도와 연해주에서 넘어온 전사들은 부대를 새롭게 편성해서 훈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중에 광복군이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나면서 만주에서 합류하는 우리 동포들이 늘어났다.

내가 이렇게 광복군 창설을 서두르는 이유는 나도 이젠 다가올 미래를 정확히 알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 * *

바중에서 광복군 창설이 있고 난 이후에 몇 가지 변한 것이 있었다.

홍범도의 양아들 윤봉길은 홍범도의 도움을 받아서 경보병 저격 여단을 만들었고, 김원봉은 해안침투를 주로 하다 보니 이제는 해군 특수전여단이라고 스스로 칭하고 다녔다.

그리고, 박하성을 중심으로 한 광복군 항공대는 중국에서 교육받은 조종사들까지 포함해서 규모를 더욱 키웠다.

1933년 3월. 신징 관동군 사령부 특무대.

“특무대장님,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에서 ‘특1급’ 정보가 전달됐습니다.”

도이하라 겐지는 건네진 서류 봉투를 열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우리 관동군 헌병대의 밀정들이 올린 정보 보고서 가져와 봐! 빨리!”

정보 보고서 가지러 가기 위해서 급하게 방을 나가려는 부하의 등에 대고

“야! 경찰서의 밀정들이 보고한 정보 보고서도 가져와!”

“예! 대장님!”

부하가 챙겨온 헌병대와 경찰서의 밀정들이 올린 정보 보고서를 모두 살핀 도이하라 겐지는

“빠가야로! 이 불령선인 놈들이 쓰촨에서 무슨 짓을 하려고 모였지?”

욕을 내뱉으면서 서류철들을 책상에 몇 번 내려치더니

“부관!”

“예, 대장님.”

“밀정들의 정보 보고서는 이거 말고 더는 올라온 것이 없나?”

도이하라 겐지의 책상에는 밀정들이 올린 최소 십여 장의 정보 보고서가 쌓여 있었다.

“예, 대장님. 그 보고서 이후로는 아직 아무런 보고가 없습니다.”

“혹시, 이놈들 거기에 가서 모두 죽은 것 아냐?”

“설마 그랬겠습니까?”

“그럼, 왜 한 놈도 정보 보고서를 안 올려?”

“만주에서 쓰촨까지 거리가 있으니까 그렇지 않겠습니까?”

부관의 대답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이하라 겐지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뭔가 심상치 않은데···. 연해주에 있던 놈들하고 만주에 있던 놈들이 한곳에 모였단 말이지···.”

* * *

건국 대학 기숙사 이회영의 방 안에는 이회영과 홍범도 그리고 김구와 지청천, 김경천, 김원봉이 모였다.

“여러 선생님들을 이곳으로 모신 것은 제가 아직은 밀정들에게 노출되면 안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모이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아닐새. 그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뭔가?”

“이것은 제 예상이지만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일본 놈들하고 전투를 치를 것 같습니다.”

“그거야 우리가 원하던 바가 아닌가?”

“저는 그전에 우리 옆에 숨어 있는 밀정부터 일단 제거할 생각입니다.”

“어떻게 말인가?”

방안에 모인 여러 선생님들은 어떤 방법으로 꼭꼭 숨어 있는 밀정을 제거하겠다는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광복군 대원들에게 월급을 줄 생각입니다.”

“이번에 모인 숫자가 못해도 이천 명은 넘어가는 것 같던데 모두 월급을 줄 생각이라는 말인가?”

“본인들에게 주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들에게 전달할 생각입니다.”

“그럼···?”

“아! 신원 파악을 확실하게 하겠다는 말이군.”

“임시정부 내의 교통국 조직이 모두 망가졌는데 어떤 방법으로 그걸 확인하겠다는 말인가?”

“인천과 부산에 있는 제 고무신 회사에서 매년 애국심이 강한 청년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조직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전국을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을 텐데?”

“일본 놈들이 쓰는 방법을 저도 쓰는 중입니다. 장터를 돌아다니는 트럭 행상과 원동기 면허를 가진 농기구 수리공 그리고 농업 종자 연구원으로 위장하고 있습니다.”

“이야! 그거 기가 막히네. 그런데, 그럴 돈이 있는 건가? 트럭도 가격이 만만치 않을 텐데.”

“나진항이 개발되면서 제가 떼돈을 벌었습니다. 그 돈이면 170개 군 소재지마다 정보원을 둘 수 있습니다.”

“모두가 고무신 공장 출신이라면 의심을 안 받을까?”

“초기 조직원만 고무신 공장 출신입니다. 그리고, 모두 점조직이라서 조직원들끼리는 서로 모릅니다.”

“그래? 이거 듣던 소리 중 최고로 반가운 소리네. 국내에 조직을 둘 수만 있다면 임시정부가 할수 있는 일이 많지.”

“그럼, 우리가 어떡하면 되겠는가?”

“앞으로 훈련받는 삼 개월 동안은 누구도 ‘건국대학’ 훈련소의 밖을 나갈 수 없습니다. 만약, 무단으로 나가다 걸리면 밀정으로 여기고 즉결 처형하겠다고 해주십시오.”

“조지, 자네, 정말 칼을 갈았군.”

“친일파 놈들보다 밀정새끼들이 백배 천배는 더 나쁜 놈들이잖습니까?”

“그래. 그렇지. 밀정 놈들이 친일파보다 훨씬 더 한 놈들이지. 잘됐네! 이번에 한꺼번에 정리하세!”

총알이 한 발 있다면 밀정을 죽이고 싶다고 말했던 분들이라서 그런지 내 의견에 찬성을 하고 밀정 색출 작업에 나섰다.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