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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쉬운 것이 하나도 없네. (44/225)

44. 쉬운 것이 하나도 없네.

44. 쉬운 것이 하나도 없네.

캘리포니아 마치 육군 항공대 기지.

“이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요. 그런데, 아놀드 소령님은 그사이에 진급하셨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하하.”

나는 밝은 표정으로 헨리 아놀드와 악수하고 진급을 축하해줬다.

“너무 평화로운 세상이라 계급 적체가 너무 심각한데, 조지 씨는 나를 놀리는 것 같습니다.”

“오! 이런, 아닙니다. 진급한 것을 축하하려는 의미였는데···. 하하.”

“압니다. 설마, 나를 후원하시는 분께서 그런 뜻으로 말했겠습니까? 나도 농담이었습니다. 하하”

내가 상하이에 있는 동안에도 헨리 아놀드와 약속 했던 것을 착실히 지키고 있었다.

헨리 아놀드를 후원하는 것도, 헨리 아놀드가 추천한 장교에 대한 후원도 지금까지 계속해주고 있었다.

“아이고, 이런 내가 감쪽같이 속았군요. 나는 아놀드 중령님이 진짜로 너무 진급이 안 돼서 화가 난줄 알고···. 하하”

아놀드 중령은 어색하게 웃음을 짓고 있는 나를 보면서

“그런 것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갑자기 연락도 없이 어쩔 일입니까?”

“아! 오랜만에 미국에 오게 돼서 중령님이 잘 지내는지 얼굴이라도 보러 왔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중요한 정보도 알려줄 것이 있어서 왔어요.”

헨리 아놀드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둘리틀이 운영하는 월로우스 한인 항공학교에 들러서 조언도 하고 참관도 하면서 한인 조종사 교육을 도와주고 있었다.

“먼저, 아놀드 중령님께서 한인 항공대를 많이 도와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아니···. 뭘, 그런 걸 가지고, 후원자가 운영하는 항공학교니까 가끔 한 번씩 찾아본 것뿐입니다.”

겸손한 아놀드 중령을 보면서 이 남자가 어떻게 나중에 별 다섯 개의 원수가 됐는지를 알 것 같았다.

남들 앞에서 항상 웃는 얼굴로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데 남들의 미움을 받을 리가 없었다.

“자! 중령님, 이게 만나자고 했던 이유입니다. 이것은 독일이 이번에 개발할 전투기의 사양입니다. 폭격기도 개발 중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아직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나는 bf 109 전투기의 자세한 사양과 성능이 적힌 종이를 아놀드에게 보여줬다.

내가 건넨 종이를 보고 놀란 기색의 아놀드는

“이게 앞으로 생산될 독일 항공대의 전투기 사양이라고요?”

“예, 맞습니다.”

“그런데, 독일 전투기 사양을 조지 씨가 어떻게 알고 있습니까?”

“그게···. 사연이 좀 있습니다.”

나는 숨길 것은 숨기고 현재 중국과 독일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설명했다.

“독일이 중국과 군사 협력을 하면서 전투기 공장을 만들고 중국에서 실전 테스트를 한다고 합니다.”

“예? 그게 정말입니까?”

“예. 내가 상하이에서 사업을 하면서 중화민국을 장악하고 있는 장제스의 측근인 두웨성과 우연한 기회에 친분을 나누게 됐습니다.”

“그런데요?”

헨리 아놀드는 독일 전투기에 관련된 이야기여서 그런지 귀를 쫑긋 세우고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두웨성은 내가 조종사 출신이란 것을 알고 나한테 동업을 제안하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내가 항공기 공장을 운영하는 중입니다.”

아놀드는 내 설명을 듣고 내가 건넨 정보가 확실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한번 bf 109의 사양과 성능이 적힌 종이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갔다.

“중령님, 아마 내년에는 시제기가 나올 겁니다. 그리고, 늦어진다고 해도 1935년 이전까지는 전투기가 생산될 겁니다.”

“하···. 이런 전투기가 나오면 우리 육군 항공대는 전멸인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한숨까지 내쉬는 아놀드를 보면서

“내가 지금 독일 전투기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미리 대비를 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일본군 전투기 사양도 알아내면 그것도 알려줄게요.”

대답도 없이 잠시 고민을 하던 아놀드는

“조지 씨, 차라리 이걸 윌리엄 빌리 미췔 준장님께 알리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미췔 단장님께서 무슨 말씀을 한다고 해도 육군의 수뇌부는 말을 듣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다시 한번 간첩으로 몰아갈지도 모릅니다.”

“아···!”

“그러니까 독일 전투기는 그 정도 사양이라는 것을 알고 준비를 하십시오.”

내가 거듭 충고를 해줘도 헨리 아놀드는 가타부타 대답이 없었다.

“왜요? 너무 어려운 일인가요?”

“이걸 누가 믿겠습니까? 그리고 설령 항공대 수뇌부가 믿는다고 해도 정치가들이 예산을 편성해 주지 않을 겁니다. 후유.”

한숨을 쉬는 아놀드를 보면서 더 도와주고 싶었지만 내가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중령님, 지금 당장은 생산이 어렵다고 해도 나중에 예산이 편성되고 오더가 떨어지면 바로 생산할 수 있게 준비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 말에 아놀드는 뭐라 말이 없이 씁쓸한 미소만 지었다.

“왜요? 그렇게는 안 되나요?”

“조지 씨, 땅을 달리는 자동차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그럼, 하늘에서 싸워야 하는 전투기는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까요? 조지 씨 말처럼 그게 쉽지 않습니다.”

“아···. 그게 그렇군요.”

아놀드는 나를 붙잡고 전투기의 생산 과정을 꼼꼼하게 알려줬다.

그리고, 아놀드의 설명 덕분에 나중에 큰일 날뻔한 일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나는 bf 109를 만들어서 일본과의 전쟁에 사용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놀드의 말에 따르면 전투기만 있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부품도 필요하고 전투기에 맞는 탄약과 폭탄도 필요했다. 

모든 소모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해서 보급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전투기라고 해도 고철덩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면 그냥 쑹메이링의 항공 위원회에서 만든 미국 전투기를 타야 하나?’

그것은 절대 안 될 말이었다.

두웨성에게 전해 듣기로는 쑹메이링의 항공 위원회는 시대에 뒤떨어진 복엽기를 생산하는 공장을 항저우에 건설한다고 했었다.

“그럼, 전투기를 만들려면 여러 회사가 협력해야 하는 거군요?”

“예, 엔진, 날개, 무장에 탄약까지 그리고 하다못해 타이어까지 끝이 없죠.”

아놀드가 말한 것은 미국 기준이고, 중국의 기준으로 보자면 전투기를 만드는 수많은 부품 공장이 전부 필요했다.

‘제길! 전투기 하나 만들자고 공업단지를 만들게 생겼네.’

* * *

뉴욕에서 날아온 전보를 암호로 해석한 엠마는 전보 내용을 한참을 쳐다봤다.

‘엠마! 중국에 독일의 무기 공장 및 시험장 건설을 추진해봐.’

“엠마, 무슨 전본데. 그래?”

“줄리아도 이거 한번 봐봐.”

실행이 힘들 것 같은 전보의 내용을 보고 줄리아는 혀를 내둘렀다.

“이게 너하고 나하고 둘이서 가능해?”

“사장님은 불가능한 일을 시키지는 않으니까 가능하다는 소린데,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를 모르겠네?”

둘의 고민을 알기라도 하듯이 다음날 다시 한 통의 전보가 도착했다.

‘라팔로 조약 종결, 아리아인의 영광, 슬라브인의 지배’

“이건 또 뭐야?”

새롭게 온 전보는 어제 받았던 전보 내용보다 더 이해가 안 됐다.

“이게 뭐지? 아리아인의 영광이면, 이건 나치당의 주장이고···. 슬라브인의 지배는 독일 보고 소련을 지배하라고 부추기라는 건가?”

전보 내용을 보고 고민을 하고 있는 엠마를 보고 줄리아가 전보를 뺏어서 들고 한참 들여다봤다.

“엠마, 네 생각이 맞는 것 같은데. 내가 알기로는 라팔로 조약은 바이마르공화국하고 소련 사이의 조약이야.”

“그럼, 조약을 파기하게 만들고 나치당 수뇌부들을 회유해서 중국에 무기 시험장을 만들게 만들면 되는 건가?”

“그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런데, 언제까지 하라는 기한이 없네?”

“그럼, 천천히 해도 되는 것 아닌가?”

“그래도 될까? 혹시, 급한 것은 아닐까?”

“만약, 급한 일이었으면 언제까지 하라고 날짜를 정했겠지.”

어젯밤에도 자기 집이 아닌 엠마의 집에서 잠을 잔 마르틴 보어만은 묵직한 아랫도리를 느끼면서 눈을 떴다.

그리고, 아침 방어전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엠마가 거절하고 나섰다.

“오늘, 히틀러 씨하고 중요한 회의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 그렇지. 오늘 우리 당 지도자 회의가 있었지.”

엠마는 보어만이 입을 입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고 밖으로 나갈 때 가볍게 키스해서 보냈다.

히틀러와 측근들은 대통령 선거에서 힌덴부르크 대통령에게 크게 패하자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 모였다.

뮌헨 맥주 홀에서 첫 봉기를 하고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의원 선거에서 40% 이상 득표하고 대통령 선거에서 2등을 하는 단계까지 성장했지만, 요즘 들어서 당의 성장세가 점점 둔화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한 것 같은데···. 한동안 당의 지지세가 가파르게 상승하다 요즘 들어서는 정체된 느낌이니···.”

나치당 수뇌부들은 요즘 이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더는 당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가지를 않았다.

나치당이 워낙 극우 정당이라서 연립 내각을 만들고 싶어도 함께하자는 정당도 전혀 없었다.

그래서, 집권의 꿈이 서서히 멀어져 가는 느낌이었다.

“총재님, 돌격대를 동원해서 쿠데타를···.”

“이봐! 정신 차려!”

“룀! 지금 제정신이야?”

“룀! 그럼, 군대는 어쩌고?”

돌격 대장은 십여만 명의 돌격대를 동원한다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쿠데타 이야기를 꺼냈다가 당의 다른 간부들에게 몰매를 맞았다.

나치당 간부 회의는 별다른 대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당 간부 회의를 끝낸 히틀러는 상황이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 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나치 당이 이 정체기만 넘어서면 집권의 꿈이 이뤄질 것 같은데 그 마지막 수가 보이지를 않았다. 

너무나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때,

“저···. 총재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언제나 히틀러의 옆을 수행하면서 비서 역할을 하는 마르틴 보어만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말해봐.”

“총재님, 지지율의 정체는 우리 당의 지지층 이외의 다른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잖습니까?”

“그렇지. 현재 우리가 그런 상황이지.”

“제 생각에는 한 가지 돌파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수행비서 역할이나 하던 보어만이 뜻밖에 당의 지지율을 상승시킬 수 있는 대책이 있다고 말하자 히틀러는 사실 조금 놀랐다.

보어만의 상관인 헤스가 창당멤버이고 당의 원로지만 무능함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헤스의 부하인 보어만은 헤스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대책이 있다고? 그럼, 그 대책이 무엇인지 한번 말해봐 봐”

“우리 당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제시하고 그 정책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그러니까, 어떤 정책을 제시하고 시행하자는 말인데?”

“외국인의 자본 투자를 쉽게 만들어주는 법을 만들고 자본가들이 싫어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잠정적으로 중단을 시키면 됩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공산당원이잖습니까?”

보어만의 조언을 들은 히틀러는 머릿속으로 보어만의 조언대로 한다면 어떻게 일이 전개될지 상상을 해보고는 

“그렇군. 외국 자본 유치도 하고 공산당원도 탄압하고···. 음, 이거 일단 한번 해볼 만하겠는데?”

“이 정도만 하시면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집권이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만약 바로 집권 하시기를 원하신다면 힌덴부르크 대통령과 파펜 총리 그리고 슐라이허 국방장관의 힘의 역학 관계를 이용하십시오.”

“그게 무슨 소리지?”

“제가 듣기로는 조만간 총재님께 입각 제안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때 거절을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총리직을 제안하면 파펜 총리를 부총리로 끌어들여서 함께 내각을 구성하면 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겠지.”

히틀러는 보어만이 말하는 대로 된다면 선거를 통하지 않고도 집권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아돌프 히틀러는 총리가 됐고 파펜 부총리와 협력해서 힌덴부르크 대통령 아래에서 내각을 구성했다.

히틀러가 총리가 된 이후, 간혹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보어만과 상의를 했고 보어만은 어쩌다 한 번씩은 명쾌한 해답을 줬다,

매번 보어만이 히틀러에게 조언해준다면, 나치당 내부의 견제를 받을 수도 있었고 히틀러의 의심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어쩌다 한 번씩만 확실하게 조언을 해줬다.

보어만이 히틀러에게 조언해준 내용 중에 하나를 들자면, 그동안 바이마르공화국과 소련은 1922년에 맺어진 라팔로 조약에 따라서 소련의 카잔에 전차 훈련장을, 리페츠크에 공군 훈련장을 비밀리에 운용하면서 무기 개발과 훈련을 하고 반대로 시설을 제공한 소련은 반대급부로 독일의 앞선 기술 등을 전수받고 있었다.

그런데, 히틀러는 이렇게 하면 소련에 독일군의 전력이 노출된다는 이유로 소련과의 연결을 끊어 버리고 중국과의 협력으로 방향을 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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