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장제스 그리고 장쉐량 2.
38. 장제스 그리고 장쉐량 2.
장쉐량은 만주를 관동군에 빼앗긴 이후로 권토중래를 꿈꿨지만, 만주를 상실한 이후로는 심각한 재정난에만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중화민국 국민대표자 회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신문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
자신만을 쏙 빼놓은 채 중화민국 연방이 탄생했고 동북군을 지원하기 위해서 중앙군이 허베이와 산둥으로 올라온다고 했다.
산둥과 허베이로 진군 중인 중앙군이 동북군을 지원할지 아니면 일본군의 막기 위해서 오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를 이제는 이런식으로 대하는군.”
장쉐량은 장제스와 그 외 떨거지들의 행동에 분노했다.
장제스가 허접한 북벌군을 이끌고 중국 통일을 부르짖을 때 기꺼이 동참해서 힘을 실어 줬건만 돌아오는 것은 이것이었다.
“대원수님!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우리가 대의를 따랐더니 이제는 우리를 물로 보는 것 같습니다. 대원수님, 더는 참지 마십시오.”
“대원수님 다 떨쳐 버리고 용감히 일어서야 할 때입니다.”
아버지 장쭤린의 시대에서부터 동북군을 유지하고 동북 군벌에 충성을 바쳐온 장군과 참모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때, 장제스가 보낸 연락장교가 도착했다.
“장제스 위원장님께서는 동북군의 만주국 승인을 도저히 묵과하실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동북군을 지원하기 위해서 중앙군이 올라오고 있는데, 하필이면 이때, 만주국을 승인했냐고 하셨습니다.”
중화민국 중앙정부는 동북군을 지원하기 위해서 병력을 파견한 상황에서 동북군 휘하의 열하성 성장이 만주국의 독립을 승인을 해버렸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 승인 때문에 만주는 이제 공식적으로는 중화민국의 땅이 아닌 것이 돼버렸다.
“우리가 만주국을 승인해주고 싶어서 해줬겠나?”
“장제스 위원장님께서는 승인한 이유를 분명히 밝히라고 하셨습니다.”
“진즉에 우리가 둥베이 삼성을 되찾을 수 있게 지원을 해줬으면 안 했을 것이 아니냐?”
“둥베이 삼성을 어떻게 잃었습니까? 대원수께서 ‘부저항’을 명령하시는 바람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빼앗긴 것이 아닙니까?”
장쉐량이 모든 동북군에 왜 부저항 명령을 내렸는지 지금까지도 아무도 이해를 못햇다.
관동군 14,000명의 공격을 30만 명이 넘는 동북군이 막을 생각은 하지 않고 저항을 포기한 것이다.
이 명령은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때는 관동군이 동북군에 그냥 위협만 한번하고 물러날 줄 알았다. 그때는 그랬다고···. 관동군이 이렇게 둥베이 삼성을 모두 점령하고 나올 줄은 나도 전혀 몰랐다.”
장쉐량의 모습은 재벌 2세들이 위기에 닥치면 수습을 못 하고 우왕좌왕하면서 흔하게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아버지 장쭤린의 후광으로 20대 초반에 이미 장군이었던 장쉐량.
원하는 모든 것을 마음껏 누렸던 장쉐량.
아버지 장쭤린이 관동군에 의해서 폭사한 것을 알았을 때부터는 관동군을 경계하고 대비했다면 이렇게 비참하게 몰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왕징웨이 총리께서도 탕위린 성장이 만주국을 승인한 경위를 밝히고 사퇴를 촉구하셨습니다.”
장제스가 보낸 연락장교는 장쉐량의 눈치 따위는 전혀 보지 않고 앵무새처럼 할 말만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왕징웨이 총리와 장제스 위원장이 나보고 탕위린을 사퇴시키라고 했다고?”
“두 분뿐만 아니라 각 성의 성장님들도 모든 경위를 밝히고 사퇴를 하라고 요구하셨습니다.”
“야! 여기가 어디라고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는 거냐? 우리 대원수께서 너희들 따위에게 이유를 설명해야만 하는 분이냐?”
“대원수님, 이쯤에서 국민당과 관계를 정리하십시오.”
동북군 지휘관들과 참모들은 국민당과 관계를 끊자고 난리였다.
그런 참모들을 보면서 장쉐량이
“국민당과 관계를 끊고 관동군에게 항복이라도 할까?”
눈치가 있는 동북군 참모가 서둘러서 장제스의 연락장교를 밖으로 내보냈다.
“대원수님, 이제는 진짜로 국민당과 결별할 때입니다. 더는 이런식으로는 함께 할수 없습니다.”
“대원수님, 결단을 내리십시오.”
장쉐량은 장제스와의 결별을 요구하는 동북군 지휘관들과 참모들을 보면서 이제는 정말로 파국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몇 년의 시간이 더 지나간다면 자신은 잊혀가는 군벌 중 한 명으로 남으리라는 것을 짐작했다.
“탕위린을 파면할 생각도 없고 중앙정부에 경위를 밝히기 위해서 소환 조사에 응할 생각도 없다. 그리고, 관동군을 방어하기 위해서 중앙군의 지원 따위는 필요 없다. 방어선에는 내 직속 병력을 파견한다.”
이번에도 장쉐량은 바보 같은 선택을 하고 말았다.
만주국을 승인하면서 국민당과 중화민국 인민들의 원성을 듣고 있는 탕위린을 보호하고 자신의 병력만으로 관동군 방어에 나서고 말았다.
* * *
장쉐량을 만나고 온 연락장교는 동북군 상황과 동북군 지휘관과 참모들의 성향 그리고 장쉐량의 결정 과정을 하나하나 다이리에게 보고했다.
다이리는 그 외의 여러 정보를 조합하고 정리해서 장제스를 만나러 갔다.
“교장 선생님, 결국, 장쉐량이 좋지 않은 선택을 했습니다.”
제4차 공산당 토벌 작전을 짜기 위해서 지도를 보고 있던 장제스는 고개를 들고 다이리를 봤다.
“그 꼬마가 뭐라고 했다고 하는데?”
“저희의 병력지원 따위는 필요가 없답니다. 그리고, 저희가 요구했던 탕위린의 사퇴와 조사요구도 거절했습니다.”
“이젠 아예 죽을 길로 걸어 들어가는군. 죽더라도 제발 저 혼자 죽어야 할 텐데.”
장제스는 관동군과 동북군 그리고 장쉐량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춘펑아! 우리가 관동군과 본격적인 전투를 할 정도의 전력이 되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독일의 군사 고문단의 말로는 앞으로 5년 이상의 시간과 물자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장쉐량이 5년을 버틸 수 있을까?”
“단 한 번의 전투도 견디지 못할겁니다. 결국은 관동군이 언제 공격하느냐에 따라서 동북군의 패퇴가 결정될 겁니다.”
“제 아비의 반의반도 안 되는 놈!”
“교장 선생님! 장쭤린도 그리 뛰어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춘펑아! 장쭤린은 희대의 걸물이었다. 정보를 책임진 너는 절대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면 안 된다. 언제나 객관적으로 사람을 분석하고 관리해야 한다.”
“예! 교장 선생님. 알겠습니다.”
자신에게 충고하는 장제스를 보면서 다이리는 무한한 존경심을 표시했다.
장제스는 공산당 토벌 작전을 짜던 지도를 치우고 이번에는 둥베이와 허베이 일대의 지도를 보기 시작했다.
“쑹저위안이 허베이에서 관동군의 진격을 막을 수 있을까?”
“쑹저위안의 군대는 관동군과 비교해서 항공 전력과 기갑전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그래? 그럼, 장쉐량이 쑹저위안과 협력을 할까?”
“절대로 그럴 일은 없습니다. 장쉐량은 그나마 남은 동북군 병력을 보존하느라 급급할 겁니다.”
“병신같은 새끼! 30만 명의 병력을 가진 놈이 14,000명에 쫓겨나다니, 세상 모든 사람이 전부 비웃을 것이다.”
대부분의 재벌 2세들은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을 지키기보다는 더욱 늘리려고 노력한다.
돈을 어렵게 벌어본 적은 없고 돈이 눈앞에 쌓여 있으니까 돈 버는 것이 쉬운 줄 알고 다들 그렇게 한다.
그런데, 장쉐량은 그와는 정반대였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고 누리려고만 했다.
그래서, 장제스가 북벌을 시도했을 때도 동북군 병력이 전투로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해서 장제스 아래로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웃기게도 중화민국의 통일을 위해서 대단한 결심을 한 것처럼 포장이 돼서 신문에 실렸다.
“본인 자신도 동북군 일인자가 중화민국 이인자가 돼도 상관없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시대에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지. 아! 혹시라도 장쉐량이 궁지에 몰려서 남들은 생각지도 못 할 짓을 저지를지도 모른다. 감시를 철저하게 잘해라!”
“예! 교장 선생님.”
“그러나저러나 항공과 기갑전력이 부족하다면 우리 재정 사정상 둘 다 모두 가질 수는 없고 둘 중 뭘 가져야 할까?”
장제스는 쑹저위안의 병력을 지원하기 위해서 항공과 기갑 중에 어느 것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전투기 가격이나 전차의 가격이나 어차피 거기서 거기였고 차라리 어찌 보면 전투기 가격이 더 쌌다.
“항공 전력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드넓은 허베이 평원에서의 전투를 가정한다면 적을 빨리 발견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합니다.”
“전차야, 병사들이 달려들어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지만, 전투기라면 다르겠지?”
“예, 교장 선생님. 하늘에서의 공격은 정말 답이 없습니다.”
“그래. 그럼, 항공 전력을 보강하자. 그런데, 누구한테 이 일을 맡기지? 다들 돈만 빼먹을 줄 알지, 제대로 일은 할 줄 모르니···.”
“교장 선생님, 사모님은 어떻습니까? 사모님께서는 항공과 교육에 관심이 많으시잖습니까?”
“쑹메이링?”
“예.”
“하긴 계속해서 송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쑹메이링의 기분도 맞춰줘야겠지. 국민당에 항공 위원회를 만들어서 위원장 자리를 주면 되려나?”
“좋아하시는 일이니까 아마 잘하실 겁니다.”
“이 일은 진짜 잘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두웨성 대형의 동생 중에 조지 리라는 조선계 미국인 조종사가 있습니다. 그 사람을 옆에 붙여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조지 리? 조선계 미국인?”
“예, 제 조사에 따르면 훈장까지 받은 사람이고 미국 정부와도 모종에 접촉이 있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다이리의 보고가 끝나고 다이리가 왜 조지 리를 추천 한지 알게 된 장제스는 마음을 굳혔다.
“네 생각에는 미국의 도움을 받아보자 이 말이지?”
“예, 교장 선생님.”
“두웨성의 동생이라면 배신 따위는 없을 것이고. 그래, 그럼 한번 맡겨보자.”
다이리는 정보 보고를 모두 마쳤지만 무언가 더 이야기할 것이 남았는지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왜? 춘펑아.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냐?”
“저···. 교장 선생님, 새로운 정보장교 양성 시설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보장교 교육을 위한 새로운 시설?”
“예, 교장 선생님께서 고른 동료들은 모두 능력 있고 훌륭한 대원들이지만, 저우언라이 정치 주임과도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라서···.”
다이리는 차마 장제스 교장 선생님이 고른 사람 중에 이중 첩자가 있는 것 같다는 소리를 하지 못하고 돌려서 말을 했다.
“저우언라이 정치 주임이라···. 춘펑이 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내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지나갈 뻔했다. 저우언라이라면 분명히 이중 첩자를 심어놨겠지?”
“예, 교장 선생님, 의심은 가지만 아직까지는 행동으로 보이지는 않고 있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그래서 너는 전혀 새로운 인물들로 우리 정보조직을 감시하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자는 소리냐?”
“예, 교장 선생님. 군인이면서 황포군관학교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장제스는 다이리의 건의를 듣고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이리의 건의처럼 그런 군인을 찾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모은 군인들이 장제스 자신에 대한 충성심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였다.
새로운 정보원들이 장제스 자신이 아닌 그들의 상관 다이리에게 충성을 하게 된다면 그것 또한 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었다.
“춘펑아! 그 문제는 내가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알려주겠다. 그래도 되겠지?”
“예, 교장 선생님,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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