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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장제스 그리고 장쉐량 1. (37/225)

37. 장제스 그리고 장쉐량 1.

37. 장제스 그리고 장쉐량 1.

내가 오자키 호츠미와 친분을 쌓아가는 동안 장제스는 쑹메이링의 베갯머리 송사를 듣고 쑹메이링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쑹메이링이 건의한 두 가지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쓸만했다.

어차피 군벌들은 지금도 각자 차지한 지역을 실질적으로 지배를 하는 상황이고 연방제를 하자고 해도 다들 손해 볼 것이 없어서 따라올 것이다.

어떻게 보면 손해는 거의 없고 공식적으로 자기영역을 인정받을 기회였다.

그리고, 연방제를 거부하는 군벌이 있다면 그들은 바로 일본이나 공산당의 첩자가 되는 것이다.

쑹메이링의 두 번째 건의도 충분히 시도해볼 만했다.

베르사유 조약 때문에 군대를 10만 이상 늘릴 수 없고 전차와 전투기도 가질 수 없는 독일의 입장이라면 중국의 제의를 받아들일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돈을 벌 수만 있다면 뭐든지 다 하는 미국의 유대인 자본들은 혜택만 확실히 보장한다면 중국에 투자할 것이다.

장제스는 먼저 국민당에서 재정과 외교를 맡은 쑹쯔원을 불렀다.

“재정부장, 내가 요즘 들어서 계속 느낀 건데 우리 국민당군의 현대화를 더 빠르게 진행해야 할 것 같아.”

처남 장제스의 말을 쑹쯔원은 의자에 허리를 깊숙이 넣은 채 다리를 꼬고 앉아서 계속 듣고만 있었다.

“공산당 토비 무리를 토벌할 때도 그렇고 이번에 상하이를 침략한 일본군을 상대할 때도 그렇고 우리 국민당군의 장비가 너무 낙후돼서 제대로 전투 한번 하기도 힘들었어.”

장제스가 앓는 소리를 한다는 것은 쑹쯔원 자신에게 돈을 내놓으라는 소리였다.

장제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중화민국과 국민당을 위해서 돈을 내놓을 수는 있지만, 송씨가문이 가진 재산도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사실대로 말해서 송씨가문의 재산이 중국 건가 아니면 국민당 건가?

송 씨의 재산은 송 씨의 것이다.

“그래서 말이야···.”

장제스는 쑹쯔원에게 독일과 미국의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일 방법을 길게 설명했다.

쑹쯔원은 장제스가 송씨가문에 돈을 달라고 하지 않고 독일과 미국을 털 수 있는 신박한 방법을 알려주자 관심을 보였다.

“오! 나름 괜찮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그럽니까?”

쑹쯔원의 말에 장제스는 무슨 뒷감당이냐는 얼굴로

“뒷감당이라니?”

“독일군의 무장을 막아 놓은 곳은 영국과 프랑스인데, 우리가 독일을 도와주면 영국과 프랑스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쯧쯧”

쑹쯔원의 말에 장제스는 혀를 차면서

“재정부장! 벌써 늙었는가? 머리가 왜 그렇게 안 돌아가?”

“그게 무슨···?”

“우리가 독일군 무장을 돕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기껏, 독일군 장교들의 지휘를 받고 훈련해서 일본군과 싸우겠다는데 뭐가 문젠가?”

“독일군 장교들의 실력을 향상하려고 한다고 눈치채지 않겠습니까?”

“그럼, 반대로 영국이나 프랑스군 장교의 지휘도 받겠다고 해.”

“예?”

“대신, 독일이 우리 중국에 제공하는 것들을 제공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하란 말이야.”

쑹쯔원이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장제스의 제안이 꽤나 괜찮은 것 같았다.

미국발 경제 대공황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군대 문제가 가장 아쉬운 독일만이 중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말이야.”

“예, 위원장님.”

“우리가 어느 정도까지 혜택을 주면 미국 자본이 중국으로 더 들어올까?”

“그거야 우리가 어느 정도의 자본이 필요하냐에 따라서 다르지 않겠습니까?”

“음···. 나는 우리가 장악하고 있는 지역의 모든 노동자가 전부 일자리를 갖기를 원하고 있어.”

“아니, 그것이 말이 됩니까?”

다섯 개 성의 노동자에게 모두 일자리를 주자니 그게 말이 되나?

“왜 안돼? 우리는 임금이 미국 노동자의 10분의 1도 안 되잖아?”

“위원장님, 우리 노동자들은 거의 기술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봐! 매부,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건가? 일단, 싼 임금이라도 일을 하게 하고 기술학교라도 만들어서 기술을 가르쳐야 할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나도 이번 기회에 집회나 파업을 금지할까 생각 중이야.”

“위원장님, 그렇게 하면 인민들과 외국 자본 모두에게 미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신, 정부가 임금의 하한선을 정해 주는 거야. 그리고, 우리만 이러나? 소련은? 독일의 나치는? 일단, 살고 봐야 할 것 아냐?”

“그 정책은 잘못하면 다른 정치 세력들에게 이용당할 수 있습니다.”

장제스는 쑹쯔원을 보면서 비웃음을 보었다.

“매부, 나하고 내기할 텐가? 과연 그럴까? 인민은 개돼지일 뿐이야. 당장, 제 놈들의 주둥이에 밥을 처넣어주면 나를 칭송하고 찬양할걸.”

“위원장님! 하지만, 그런 생각은 위험합니다.”

“아니, 아니야. 이제야 내가 뭘 좀 깨달은 것 같아. 공산당을 봐봐. 창당한 지 불과 10년이야. 그런데, 당원이 수백만이야. 왜 그럴까? 왜 그런 것 같아?”

“.....”

“딱 한 가지야. 거지들한테 땅을 나눠 준다니까 세상의 온갖 거지들이 전부 몰려간 거야.”

쑹쯔원도 공산당의 무서운 성장세의 비밀을 잘 몰랐다.

그런데, 장제스의 말을 들으니까 뭔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내가 왜 공산당을 잡아 죽이는 줄 아나? 중국에 땅이 없는 것들이 2억 명이야.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십 년 이내에 2억 명을 적으로 마주해야 해! 그래서, 내가 보이는 대로 다잡아 죽이는 거야.”

장제스의 지지층은 중국의 지주와 자본가들이다.

장제스는 집권을 위해서라도 지지층의 요구에 부응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공산당을 끝장낼 때까지 토벌할 생각이니까 어떡하든지 독일과 미국의 지원을 받아와야 해! 할수 있겠어. 매부?”

“위원장님께서 협상에 대한 전권을 준다면 한번 해보겠습니다.”

“전권을 주지. 다만, 매부가 너무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이번에는 조국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조금만 먹겠습니다.”

“좋아! 반드시, 협상을 성공시키길 빌겠네.”

* * *

장제스는 쑹쯔원과 면담을 끝내고 바로 중화민국 국민대표자 회의를 소집했다.

소집대상은 국민당의 중국 통일을 위한 북벌에 동조하고 협조했던 모든 군벌이었다.

거대한 원탁이 놓인 회의실 안으로 중국을 장악하고 있는 군벌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자리에 편하게들 앉아서 차라도 한 잔씩 하면서 나머지 분들이 오기를 기다려 봅시다.”

장제스 위원장은 회의의 주재자답게 다른 군벌들을 하나하나 반갑게 맞이했다.

그런데, 회의장에 모인 군벌 중에 국민당군의 이인자인 장쉐량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장쉐량 장군의 모습이 안 보이는데 관동군을 막느라 오지 않는 겁니까?”

장쉐량과 친한 산시성 군벌 옌시산이 장제스에게 물었다.

“아니요. 이 자리에 모이라고 한 분들은 현재 성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분들이요.”

“장쉐량 장군도 둥베이 삼성을 장악하고 있는 분이 아닙니까?”

“관동군이 둥베이 삼성을 장악한 지 벌써 반년이나 되지 않았습니까?”

“위원장님!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 아닙니까? 장쉐량 장군과 동북군이라면 둥베이 삼성을 반드시 탈환할 겁니다.”

옌시산은 장제스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강하게 항의했다.

그런, 옌시산을 보면서 장제스는 속으로 비웃었다.

“푸이가 만주국 집정관 자리에 올랐다고 하더군요. 진짜로, 장쉐량 장군이 둥베이를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은가요?”

“그럼, 위원장님은 둥베이를 관동군의 손에 영영 넘겨줄 생각입니까?”

“말의 관점을 흐리지 마시오. 지금, 이 자리는 둥베이 삼성 회복을 위해서 마련한 자리가 아니고 연방제를 위해서 실질적인 영역을 통치하는 장군들만 모이는 자리요.”

“그러니까 둥베이 삼성을 지배하는 장쉐량 장군이 참여하고 우리가 장쉐량 장군을 도와야 하지 않습니까?”

“지금 이 자리는 실질적인 영역을 통치하는 장군들이 모여서 연방제를 논의하는 자리라고 몇 번을 말해야 하나?”

장제스는 논쟁을 그만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군벌들을 보면서

“여기 모인 장군들과 연방제 논의를 끝내고 그다음에 둥베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회의를 하면 되지 않나? 모두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장제스가 모이라고 했을 때 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군벌들은 모두 환호성을 지르면서 기쁘게 모였다.

이 회의는 공식적으로 영토를 인정받는 자리였다.

까놓고 이야기해서 영토를 뺏긴 장쉐량을 위해서 자기들의 병력과 물자를 소모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위원장님, 일단은 회의 소집 주제에 맞게 연방제를 논의하고 위원장님의 말씀처럼 둥베이 문제는 그 후에 의논해 봅시다.”

“맞습니다. 먼저, 소집 주제에 맞게 연방제를 의논합시다.”

다른 군벌들의 말을 들으면서 장제스는 옌시산을 쳐다봤다.

‘너는 어쩔래?’라고 묻는 표정이었다.

“에잇!”

옌시산은 다른 군벌들과 장제스의 얼굴을 보고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장제스의 주재로 시작된 회의는 거의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각성을 지배하는 군벌들의 실질적인 권한을 법에 명시해서 인정하고, 미국처럼 각 성의 정부는 재정과 방위를 위한 권한을 가지게 됐다. 다만, 대외적인 문제 외교와 국방은 연방정부에 권한을 일임했다.

그리고, 연방세와 연방 국방세, 연방군 징집권을 연방에 주고 연방은 각 성의 발전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세워서 각 성의 경제 발전에 세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드디어, 우리 중화민국이 완전하게 하나가 되는 순간입니다. 여러분 박수라도 한번 칩시다.”

“짝짝짝!”

“짝짝짝!”

회의에 참석한 군벌들은 회의 결과에 모두가 진심으로 만족하는지 표정들이 환했다.

시작할 때는 불만이 가득했던 산시성 군벌 옌시산의 표정도 무척이나 밝았다.

이제부터는 중화민국 연방에 소속되면서 연방군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는 옌시산 장군의 제안인 동북군에 대한 지원과 동베이 삼성 회복을 위한 이야기를 해 봅니다.”

장제스가 말한 내용은 일본과 전쟁을 의미했다.

장제스의 말이 떨어지자 군벌들의 눈동자는 다른 군벌들의 눈치를 보느라 눈동자의 움직임이 어지러웠다.

눈치만 보던 군벌들은 누구 하나 먼저 나서서 일본과의 전쟁을 말하지 못했다.

맨 처음, 장쉐량을 지원하자고 말했던 옌시산마저도 입을 닫고 조용했다.

“아무도 의견이 없습니까?”

먼저 나서서 동북군에 대한 지원을 외치고 일본군과의 전쟁을 주장하면 당연히 앞장선 사람이 많은 것을 지원해야 한다.

그것은 결국, 본인에게도 군벌에도 손해였다.

그러니까 아무도 나서지 않는 것이다.

장제스는 다른 군벌들을 보면서 속으로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인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싶어서 겉으로는 일본과의 전쟁을 주장하고 나서지만, 속으로는 손해를 볼까 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었다.

“그래도 이왕 동북군에 대한 문제가 나왔으니까 뭐라도 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위원장님께서는 어떤 지원을 하실 생각입니까?”

“나는 장쉐량 장군을 지원하기 위해서 산둥과 허베이에 병력을 주둔시킬 생각입니다.”

장제스의 말이 끝나자 옌시산이 나섰다.

“그럼, 나도 위원장님의 병력지원에 병력을 보태겠습니다.”

“그럼, 나는 물자를···.”

“다들 그러시다면, 저는···.”

장제스는 옌시산이 관동군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지켜볼 생각으로 가만히 놔뒀다.

“동북군에 대한 여러분들의 지원에 감사하고, 다들, 함께 나가서 밖에서 회의 결과를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오늘의 역사적인 결정을 알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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