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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메서 슈미트 BF 109를 위해서. (36/225)

36. 메서 슈미트 BF 109를 위해서.

36. 메서 슈미트 BF 109를 위해서.

김규식은 조지 리의 부탁을 받고 독일 바이에른에 도착했다.

그러나, 바이에른 항공사의 수석 엔지니어였던 메서 슈미트를 찾는 일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메서 슈미트가 BF 항공사를 차려서 독립한 후 루프트한자 항공사에 납품한 항공기가 추락하면서 루프트한자 항공사의 임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 사건으로 메서 슈미트의 항공사는 파산하고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엠마, 메서 슈미트를 만나봤습니까?”

“아니요. 메서 슈미트를 보지는 못했고, 그 사람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만났어요.”

“아무리 파산했다고 하지만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그런데, 같이 일했다는 사람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주말에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고 하던데요.”

“주말에요?”

“예, 좋은 일이 있다고 동료들과 같이 보자고 했데요.”

“혹시, 좋은 일이 정부와 계약을 맺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네요.”

“아! 그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랬으면 회사부터 다시 문을 열었겠죠.”

김규식은 메서 슈미트와 함께 일했다는 직원들을 만나고 온 엠마와 줄리아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혼자 왔다면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독일은 나치가 득세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차별을 받던 유색인종이 더 차별을 받고 있었다.

“참, 엠마는 일은 잘되고 있습니까?”

김규식의 질문에 엠마는 대답하기 난처한지 대답 대신 웃음만 살짝 보이고 말았다.

사실, 엠마가 해야 하는 일은 쉽고 간단한 일이었다.

히틀러의 문고리 권력자 마르틴 보어만은 여자를 미친 듯이 좋아했다.

조지 리와 엠마는 그것을 노렸다.

엠마 정도의 미모의 여자라면 아직은 무명인 마르틴 보어만의 입장에서는 좋아서 환장하고 눈 뒤집힐 정도의 여자였다.

“이번 주말에 같이 움직이시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실래요?”

“그럽시다. 나도 베를린에 한 번 다녀와야 하니까 그때 같이 움직입시다.”

김규식은 남는 시간 동안 베를린에 가서 조선 출신 유학생과 노동자들을 만났다.

독일에 거주하는 100여 명 정도의 조선인들을 일일이 만나서 조지 리가 부탁한 대로 설득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말이 되자 다시 바이에른으로 돌아왔다.

김규식은 신사클럽에서 동료들과 만나서 한참 웃고 떠들던 남자가 동료들을 보내고 우울한 얼굴로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메서 슈미트 씨.”

침울한 표정으로 술을 홀짝거리던 남자는 고개를 돌려서 김규식을 쳐다봤다.

“알지도 못하는 동양인이 말을 걸어서 놀라셨겠지만, 나는 당신과 사업을 해보고 싶어서 멀리 상하이에서 온 사람입니다.”

메서 슈미트는 같이 사업을 하러 왔다는 소리에 눈에 초점이 서서히 잡히기 시작했다.

“당신은 내가 누군지 아는 거요?”

정신을 차린 것 같은 메서 슈미트를 보면서 김규식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바이에른 항공사 수석 엔지니어 출신 메서 슈미트 씨가 맞지요?”

그리고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루프트한자의 에르하르트 밀히가 너무 심했죠?”

에르하르트 밀히를 거론하는 순간 메서 슈미트는 거칠게 반응했다.

“당신, 누구요?”

“좀 전에 말했잖습니까? 나는 당신과 사업을 해보고 싶어서 상하이에서 왔다고.”

메서 슈미트는 술은 취했지만 자기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남자를 보고 있자니 흥미와 두려움이 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볼 필요 없습니다. 사업을 하려면 상대를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당신에 대해서 좀 알아봤습니다.”

“흐음···.”

“사업을 같이해보자니까 뭘 그렇게 한숨까지 쉽니까? 당신이 나하고 사업을 하게 되면 에르하르트 밀히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메서 슈미트의 물음에 김규식은 엠마와 줄리아를 불렀다.

“얼마 전에 대통령 선거에서 아깝게 패배한 히틀러의 오른팔 왼팔이 우리와 상당히 친합니다. 이 두 아가씨 덕분에요.”

메서 슈미트는 김규식의 말을 듣고 엠마와 줄리아 그리고 김규식을 번갈아 쳐다봤다.

“아!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여기 두 아가씨는 상하이 모닝포스트지의 기자들입니다. 이 사업은 중국의 권력자들도 예의 주시하는 사업이라서 취재하러 온 겁니다.”

“그럼, 히틀러와 중국의 권력자들이 함께하는 사업이라는 말입니까?”

“아직은 아니지만, 곧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당신만 오케이를 한다면요.”

“나는 이미 파산한 사람인데 뭘 믿고 나한테 사업을 같이하자고 하는 겁니까?”

“당신이 지금도 파산한 회사의 직원들을 관리하는 것은 다시 시작할 생각이 있어서가 아닌가요? 그리고, 우리는 당신이 만들었던 비행기가 마음에 들었을 뿐입니다.”

“비행기라고는 겨우 한 대 만들었을 뿐인데 뭐가 마음에 들고 안 들고 합니까? 웃기지 말고 그냥 가십시오.”

메서 슈미트는 김규식과 일행에게 거절을 표시하고 맥주잔을 들어 올렸다.

“우리는 당신이 만든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추락해도 보상을 청구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메서 슈미트는 반응이 없었다.

“우리는 당신에게 제안만 할 뿐 그 어떤 간섭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제야 메서 슈미트의 고개가 다시 김규식을 향했다.

“우리는 당신의 시험기를 기꺼이 목숨 걸고 테스트해 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계약하면 당신의 비행기를 독일 공군이 사용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정말이요?”

“모두 사실입니다. 조만간, 히틀러의 나치당은 총선에서 승리할 겁니다.”

김규식의 제안을 모두 들은 메서 슈미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것은 무조건 해야만 하는 사업이었다.

손해를 볼 수가 없는 사업이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정말 나한테 조금 전에 말한 조건으로 사업을 하자고 제안하는 겁니까?”

“예.”

메서 슈미트는 ‘이런 미친놈들도 있구나.’ 생각하면서 손을 내밀고 악수를 했다.

그리고, 악수가 끝나자 술 정신에 계약서에 서명까지 했다.

메서 슈미트는 계약이 끝나고 김규식이 내미는 전투기의 요구 스펙을 보고는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게 말이 됩니까? 세상에 이런 비행기가 어디 있습니까?”

“없으니까 당신한테 만들어 달라고 찾아온 것이 아닙니까?”

“아! 이런···. 속았어!”

메서 슈미트가 들고 있는 종이에는 김규식이 원하는 전투기의 스펙이 적혀 있었다.

1. 단발 엔진을 탑재한 완전 금속제 단좌, 단엽 전투기. 기관총 2정과 20mm 기관포 2정을 장착할 것.

2. 6,000m 고도에서 400 kph 속력을 낼 수 있어야 하며, 적어도 1시간 반 이상 비행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한계 고도는 10,000m 이상이어야 할 것.

3. 최고속력으로 20분 이상 비행 가능해야 하고, 조종석 시야가 좋아야 하면 캐노피를 설치할 것. 

4. 위 세 가지 사항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속력, 다음은 상승력, 마지막으로 기동성 순으로 우선순위를 둘 것.

제안서를 받아들고 울상을 짓고 있는 메서 슈미트에게 김규식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당신이라면 충분히 개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그 전투기를 만들어 낸다면 독일 공군은 무조건 당신의 전투기를 살 겁니다.”

“아! 내가 미쳤지. 난 이제 완전히 망했어.”

“아! 내가 하나 빠트린 것이 있네요. 그 전투기는 삼 년 이내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말이 돼? 계약을 파기합시다.”

그때 줄리아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당신은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그 비행기를 만들어 내야만 에르하르트 밀히의 핍박과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요?”

마지막 줄리아의 말이 메서 슈미트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알겠습니다. 개발 기간은 삼 년입니까?”

“예, 1935년 오늘 날짜까지 만들어 내십시오.”

* * *

메서 슈미트에게 bf 109 전투기의 개발과 생산을 맡기고 김규식은 재독 조선인들의 설득 작업에 다시 들어갔고 엠마와 줄리아는 계획대로 마르틴 보어만을 상하이에서 배운 모든 테크닉을 총동원해서 노예로 만들었다.

김규식의 설득 작업에 독일에서 노동자로 일하던 조선인들은 상하이로 가겠다고 했지만, 유학생들이 문제였다.

“지금 분위기를 보면 앞으로 독일 생활이 쉽지는 않을 텐데 아직도 결정을 못 한 건가요?”

재독 한인회 격인 유독 고려학생회의 회원들은 독일의 분위기가 극우 나치가 정권을 잡을 것 같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학업을 멈추고 일제 치하의 조선으로 귀국할 수는 없었다.

“우리가 조선으로 돌아가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김규식이 보기에도 맞는 말이었다.

독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귀국시키면 어쩌면 국가적으로도 손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독일은 너무 위험했다.

“그럼, 모두 학업은 끝까지 마칠 생각들입니까?”

“예,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모두 학업을 마치면 독일에 남지 말고 독일을 떠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십시오. 독일은 이제 사람이 살기 힘든 땅이 될 겁니다.”

* * *

황푸강을 내려다보면서 지금까지 내가 계획했던 일들이 잘되고 있는지 생각해봤다.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잘되고 있었다.

상하이에 자리도 잘 잡았고 사업도 생각 이상으로 잘되고 있었다.

그리고, 운도 솔직히 좋았다.

두웨성을 만나고 두웨성을 대형으로 모시면서 국민당과 관련된 일들은 말 그대로 술술 풀렸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 중에 남은 것은 일본군과 관련된 일들이다.

관동군과 해군에 공산주의자를 심는 일, 그 일까지 해낸다면 전쟁을 좀 더 빨리 일어나게 만들 수 있었다.

‘오자키 호츠미가 일본으로 귀국하기 전에 제대로 포섭해야 하겠군. 아! 그런데 중국공산당은 어느 선까지 죽여야 할까?’

전쟁이 끝난 상하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일상의 모습을 찾아 나갔다.

“아그네스, 취재는 많이 했어요?”

“제국주의 일본이 다른 제국주의자들에게 꼼짝 못 하는 모습만 봤네요. 그런데, 일본은 만주는 내놓지 않을 건가 보죠?”

“만주를 차지하고 싶어서 상하이에서 전쟁을 일으킨 건데 만주를 돌려주겠습니까?”

내 대답을 들은 아그네스 스메들리와 오자키 호츠미 그리고 리하르트 조르게는 각자 생각을 하느라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각자 다른 것을 꿈꾸고 있는 세 명의 공산주의자들을 지켜보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한 명은 중국공산당의 안전을 그리고 한 명은 일본공산당의 발전을 마지막 한 명은 소련 공산당의 이익을 생각하고 있었다.

“오자키 호츠미씨는 언제 도쿄로 돌아갑니까?”

“도쿄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어떡할까 고민 중입니다. 천황폐하가 암살당할뻔했고 상하이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전쟁이 끝났고, 분위기가 너무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상하이 전투 결과로 일본의 총리대신이나 육군부 대신이 암살을 당할지도 모른다.

일본 군부의 소장파 장교들은 일본이 이 세상에서 최고의 나라인 줄 알고, 세상 모든 일을 일본의 뜻대로 하지 못하면 내각이나 군 지휘부가 무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오자키 호츠미씨 도쿄로 가기 전에 자주 좀 만납시다. 내가 도쿄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도움이 좀 필요합니다.”

“그래요? 뭐 어차피 시간도 남는데 그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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