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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다이리! 너 이리 와 봐! (33/225)

33. 다이리! 너 이리 와 봐!

33. 다이리! 너 이리 와 봐!

다이리, 이 자식을 가만히 놔뒀다가는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을 감시하고 내 일을 방해하기 시작하면 그날로 내 계획은 모두 엉망이 될 수 있었다.

‘이 새끼를 조용히 죽여버릴까? 아니지. 이 자식을 죽여버리면 국민당 정보 조직은 한방에 끝장이 나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아팠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해서 나를 감시할 것 같은데···.’

이 병신 같은 놈이 저하고 같은 편인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

더구나, 문제는 집안에서 일하는 여자가 다이리의 첩자라는 거다.

만약, 메이링이 독한 마음을 먹고 우리 가족에게 살수를 쓴다면 나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빌리, 메이링을 계속 감시하고, 혹시 이상한 짓을 할 것 같으면 그냥 죽여도 된다.”

빌리는 대답 대신 서늘한 웃음으로 대신했다.

“드미트리! 드미트리!”

“예, 형님.”

“지금 바로, 대형을 만나러 가자.”

“예, 형님.”

두웨성과 상의를 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두웨성을 찾아갔다.

“대형! 다이리가 계속해서 저를 감시하는데 어떡해야 할까요? 저는 일단 뭣 때문에 그러는지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다이리가 너를 감시하고 있었다고?”

“예”

“이 멍청한 놈은 공산당이나 잘 찾아내지, 너를 뭐 한다고 감시하고 지랄이지.”

“요즘은 집안에 감시하는 사람이 들어와 있으니까 너무 불안합니다.”

“그렇겠지. 누가 옆에서 지켜본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지. 그럼, 다이리를 한번 만나보겠느냐?”

“예,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습니다.”

“가자.”

* * *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온 두웨성은 다이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사람처럼 성큼성큼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징안스의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대형, 다이리를 만나러 가는 것 아니었습니까?”

나는 다이리가 장제스 위원장을 도우면서 난징에서 조직을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다이리를 만나러 가고 있잖으냐?”

“예? 아니, 그럼, 다이리가 상하이에 있었습니까?”

“그래, 다이리, 그놈은 내가 지금까지 한 십 년 정도를 도와준 놈이다.”

나는 두웨성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서 좀 멍청한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면서 두웨성이 걸음을 멈추고 불렀다.

“거기서 뭐 하냐? 다이리를 안 만날 거냐?”

“대형, 혹시 다이리하고 원래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

“춘펑이는 내가 장제스 위원장에게 소개해 줬다.”

“춘펑이는 누구···?”

“다이리의 옛날 이름이다. 10년 전에는 이름이 춘펑이었어.”

“다이리의 본래 이름이 봄바람이었어요?”

“그래. 다 왔다. 들어가자.”

다이리는 정보기관의 수장답게 일단 사무실의 위치 선정은 잘한 것 같았다.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번화가 한가운데에 간판도 없는 상점으로 교묘하게 위장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무실 안으로 들어선 나는 바로 실망하고 말았다.

위치가 아무리 번화가 한가운데라고 해도 실제는 정보를 다루는 곳이 아닌가?

그런데, 사무실 안은 상하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비밀도박장과 비슷했다.

이런 상태라면 정신이 산만해져서 제대로 된 정보와 첩보를 수집하고 정리하기 힘들었다.

“다이리!”

테이블에 앉아서 마작 패를 만지작거리고 있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서 두웨성에게 꾸뻑 인사했다.

“두 대형님 오셨습니까? 그런데 갑자기 어쩐 일이십니까?”

두웨성은 나를 불러서 다이리의 앞에 세웠다.

“다이리! 여기, 조지는 내가 가장 신뢰하는 동생이다. 일단, 서로 인사부터 해라.”

다이리와 인사를 하고 두웨성과 나는 다이리가 앉아 있던 테이블에 함께 앉았다.

“다이리, 너 요즘 보면 촉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여기, 조지는 내가 제일 아끼는 동생인데, 도대체 조지는 왜 감시하고 있는 거냐?”

나와 두웨성을 곁눈질로 관찰하던 다이리는

“저···.”

다이리는 국민당 최고의 정보책임자였지만 여전히 두웨성을 두려워하는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괜찮으니까 말해봐”

“조지 씨가 조선인들과 접촉을 하는 것 같아서 감시를 붙여놨습니다.”

“조선인들이라면 임시정부 사람들 말이냐?”

“예, 대형. 그들 중에 공산주의자들이 몇 명 섞여 있어서 우리 정보가 새 나가지 않을까 해서···.”

다이리의 대답을 들은 두웨성은 나를 쳐다봤다.

쳐다보는 이유는 다이리의 말이 사실이냐는 표정이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에 공산주의자가 섞여 있는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른다.

아니, 몇 명은 알지만, 공산주의자가 맞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두 대형, 저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쪽은 잘 모릅니다.”

“하긴, 조지 너는 조선 쪽보다는 미국 쪽하고 더 친하지.”

두웨성은 나한테 붙여 놓은 경호원들 때문에, 나에 대한 정보를 꽤나 많이 알고 있었다.

“다이리, 조지는 공산주의자들과는 관련이 없으니까 조지 옆에 붙여둔 사람들은 모두 철수시켜라.”

강압적인 두웨성의 명령에 다이리는 눈만 껌뻑거리면서 대답을 안 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책임질 테니까 사람들을 빼라고.”

“저···. 대형 하지만···.”

“너한테 무선국 기사들을 조사해보라고 한 것도 바로 조지다. 만약, 조지가 공산주의자였다면 그런 정보를 주겠냐?”

다이리는 아직은 나를 믿지 못하는지 두웨성의 명령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이리, 너하고 조지는 서로 협력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조지는 미국과 만주에 상당한 정보망을 가지고 있으니까 니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야.”

“하지만, 대형···.”

내가 보기에 다이리는 아직은 정보기관의 대장 노릇을 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정보를 얻을 때 어떤 방식으로 얻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나처럼 첩자를 눈치챈 사람의 옆에서는 첩자를 빨리 빼야 한다.

그리고, 적을 안심시키고 나서 나중에 다시 첩자를 보내야만 한다.

그런데, 다이리는 이미 첩자가 노출됐는데도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다이리 씨, 노출된 첩자는 이미 죽은 목숨이거나 상대의 역정보 대상이 됩니다. 내가 만약 당신에게 역정보를 흘리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역시나 경험 부족이었다

아니라고 생각되면 바로 작전을 멈추고 다음 작전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다이리는 순발력과 적응력이 떨어졌다.

“다이리 씨, 정보를 획득하는 방법은 많습니다. 그런데, 다이리 씨처럼 정보를 얻는 것은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내 눈에 비친 둘의 표정은 보니까 두웨성은 내 말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고 다이리는 내 말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민당과 공산당은 처음에 황포군관학교에서 함께 교육을 받았다는 것이 지금에 와서는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다이리 씨가 보기에도 그렇죠?”

“사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요.”

“그런데, 여기서 장제스 위원장의 지시로 공산당을 색출하는 당신과 국민당의 정보를 훔치는 저우언라이의 차이가 뭔지 압니까?”

“....”

모를 것이다. 

만약, 알았다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800만 명이라는 미친 숫자의 정보원을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신은 정말 미련스럽게 공산당 한 명 한 명을 찾고 있고 저우언라이는 정보가 나올만한 곳에 첩자를 침투시키더군요.”

“내가 저우언라이 주임보다 못하다는 거요?”

“예, 당신은 참 바보 같은 방법을 쓰더군요. 그러니까 나한테도 감시하는 사람을 붙였겠죠.”

“조지야, 다이리도 나한테는 동생인데 너무 비꼬는 것 같은 말은 하지 말고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해줘라.”

내가 다이리를 살살 약을 올리는 것 같으니까 두웨성이 말리고 나섰다.

“정보는 움직이는 통로가 있습니다. 정보는 윗사람이 결정하고 그것을 전달하고 전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죠?”

다이리는 기분이 상했는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적을 암살할 것이 아니라면, 바로 이 두 곳에 첩자를 침투시켜 놓으면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무작정 의심이 된다고 해서 사람을 붙이지 마십시오. 그것은 돈 낭비고 사람 낭비입니다.”

“그것은 저우언라이 주임의 방식이잖소?”

“맞습니다.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저우언라이도 이 방법을 쓰는 겁니다.”

이왕 조언해줄 거면 확실하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처럼 황포군관학교 출신 중에서 사람을 구하지 마십시오. 당신이나 장제스 위원장 그것도 아니면 국민당에 충성하는 사람으로 조직을 다시 꾸리십시오.”

“황포군관학교 출신은 믿을 수 없다는 말이요?”

“교장은 국민당의 장제스 위원장 그러나 정치 주임은 공산당의 저우언라이, 당신은 황포군관학교 출신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황포군관학교 출신들은 교장 선생님께 충성을 다하는데 무슨 헛소리를···.”

“그것은 다이리, 당신의 착각이고 황포군관학교 출신들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절대 그들을 믿지 마십시오. 언제든지 말을 갈아탈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황포군관학교 출신들은 양다리를 걸친 장교들이 많았다.

“이번에 3차 초공작전에서 공산당 간부들의 검거가 어째서 실패한 줄 아십니까?”

“아니,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다이리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우언라이는 내가 말한 방법처럼 첩자를 심어 놨기 때문에, 정보가 노출된 겁니다. 그리고, 이미 황포군관학교 출신들은 서로서로 돕고 있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나는 당신과 같은 편입니다. 나도 당신처럼 두웨성 대형의 동생입니다.”

내 말이 끝나자 두웨성은 크게 웃으면서 나와 다이리의 어깨를 두들겼다.

“암! 암! 너희들은 나 두웨성의 자랑스러운 동생들이지.”

* * *

다이리는 저우언라이가 침투시켜 놓은 첩자가 누군지 물었지만 나는 직접 찾아보라고 했다.

이 정도 알려줬으면 나머지는 다이리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

정보를 담당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정보에 의존하는 순간부터는 정보책임자로서의 운명은 끝이 나는 것이다.

수집된 정보는 반드시 본인이 직접 분석하고 정리를 해야 한다.

“저···. 대장님, 임시정부 사무실로 사람이 몇 명 찾아왔다고 합니다.”

두웨성과 함께 다이리를 만나고 돌아온 나한테 백정기가 조심스럽게 보고를 했다.

“임시정부로 사람이 찾아온 것을 왜 나한테 보고를 합니까?”

“그게···. 의열단의 김원봉 단장이 김구 선생을 만나러 왔던 모양입니다.”

“김원봉 단장이요?”

“예, 혹시 대장님도 김원봉 단장을 아십니까?”

“뭐 안다고 하기도 그렇고 모른다고 하기도 그러네요. 이름만 들었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이번에 김구 선생이 일왕을 암살하려고 했던 일 때문에 찾아온 것 같습니다.”

김구의 한인애국단은 김원봉의 의열단 활동을 보고 모방해서 만든 것이다.

김원봉은 김구가 일왕을 암살하려고 했다는 소리에 어떻게 된 일인지 만나 보려고 한 것 같았다.

“음···. 그럼, 김원봉 단장을 밤에 조용히 한번 만나보죠.”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구 선생의 의거 소식이 조선에도 소문이 났는지 조선에서 청년들이 몇 명 넘어왔습니다.”

“김원봉 단장을 먼저 만나고 나중에 시간이 되면 한번 봅시다.”

조선에 왔다는 청년들은 아무나 함부로 만날 수가 없었다.

임시정부를 찾아온 청년 중에 누가 일제가 보낸 밀정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한 명씩 관찰하면서 밀정인지를 파악해야 했다.

그러나저러나 조선에 들어간 빈센트 신부가 너무 연락이 없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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