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 포석 깔기. (32/225)

32. 포석 깔기.

32. 포석 깔기.

열강들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일본은 상하이를 방어하는 중국군을 격퇴하려고 무지하게 노력하고 있었다.

천황을 암살하려고 시도한 김구가 난징에서 거창하게 기자회견을 하고, 중국 신문들이 기자회견 내용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일본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만주국을 열강들에 승인받으려는 일본으로서는 일본의 힘을 반드시 남들에게 보여줘야만 했다.

“조지! 그런데, 혹시 장웨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거냐?”

“아닙니다. 이젠, 저도 중국어를 할 수 있어서 통역이 따로 필요 없어서 보냈습니다.”

“그래?”

“예.”

두웨성은 상하이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면서 장웨이에 대해서 물었다.

“정말, 다른 일은 없는 거지?”

“예, 대형.”

“알았다. 그럼, 내가 다른 경호원을 보내마.”

“대형, 저는 이제 통역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아니야! 내가 불안해서 안 괜찮다. 내가 특별히 키운 아이니까 무슨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거다.”

“그것보다 대형, 19로 군의 장광나이 사령관은 좀 아십니까?”

“안면은 좀 있다. 그런데, 갑자기 장광나이는 왜?”

이때쯤 해서 장광나이의 19로 군이 가와시마 요시코의 공작으로 방어선에서 갑자기 철수했었다.

그것 때문에 5로 군이 상하이 전투에서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고, 국민당 정부는 한순간에 무능한 정부가 돼버렸다.

“장제스 위원장하고 사이는 어떻습니까? 만약, 사이가 안 좋다면 계속해서 자기 병력을 소모시키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장제스 위원장하고는 사이가 그저 그런데···. 그럼, 내가 장광나이에게 한번 가볼까?”

“대형이 가시면 장광나이가 대형의 말을 들을까요?”

“야! 이 자식이! 내가 바로 ‘상하이의 황제’ 두웨성이야.”

“아! 네네”

두웨성은 19로군 사령관 장광나이에게 만약, 상하이 전선에서 한 걸음이라도 후퇴한다면 이 세상 끝까지 좇아가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했다.

진짜 뭘 믿고 이렇게 박력이 철철 넘치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됐다.

장광나이 사령관을 협박하고는 미리 준비해놨던 식량과 의약품을 전달하고 전선을 잘 막아달라고 부탁하고 돌아왔다.

이제, 일본은 본국에서 10만 이상의 병력을 데려오든지 아니면 이쯤에서 전쟁을 멈추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시간이 됐다.

* * *

4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공세에도 중국군이 버티자, 이제 더는 시간이 없는 일본군은 난리가 났다.

그동안, 공격이 너무 지지부진해서 해군의 시오자와 고이치 사령관이 물러나고 육군의 시라카와 요시노리 사령관으로 교체까지 했지만, 결과는 중국군의 방어선을 뚫지 못했다.

“사령관님, 영국과 미국 그리고 프랑스, 이탈리아 경비대 병력이 전선 중간으로 투입되고 있습니다.”

공동조계 모든 열강의 병력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전선의 한 가운데로 들어간 것이다.

만약, 일본군이 중국군을 공격하려면 이제는 전 세계 모든 열강과 싸워야 할 판국이었다.

“뭐라고? 분명히, 우리는 안전을 책임을 못 진다고 했는데, 그래도 전선으로 병력을 투입했다고?”

보고하는 노무라 기치사부로는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해군이 주도한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결국 육군의 지원까지 받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천황폐하의 암살범은 잡았나?”

“실패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이게 뭔가? 도대체 해군은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나? 우리 관동군은 14,000명으로 30만 물리치고 만주를 점령했다. 그런데 너희···.”

“사령관님! 큰일 났습니다.”

해군을 한참 깎아내리던 시라카와 사령관에게 정보참모가 다가와서 급하게 보고를 했다.

“뭔가?”

“중국군이 증원되고 있습니다.”

“칙쑈!”

시라카와의 욕 한마디에 사령관실의 장성과 장교들은 쫄아서 한 명도 움직이지 않고 차려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현 상태에서도 방어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는데 중국군의 병력까지 증원된다면 이젠 정말 답이 없었다.

“본국에 바로 연락해라! 현재 상황을 빠짐없이 보고하고 결단을 요구한다고 전해라!”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서 외무대신 명의의 명령서가 도착했다.

요시자와 켄키치의 이름으로 날아온 명령서에는, 더 이상의 전쟁은 없다는 소리와 함께 상하이주재 공사는 중국군과 정전 협상을 시작하라는 명령이었다.

“창피한 놈들! 명령은 제 놈들이 내렸으면서 책임은 지기 싫으니까 외무대신을 시켜서 명령해?”

시라카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시게미쓰 공사를 보면서 명령했다.

“시게미쓰 마모루 공사, 중국과 정전 협상을 시작해라!”

“예, 사령관님.”

* * *

1월 28일부터 시작된 상하이 사변은 3월에 휴전하고 5월에야 겨우 국제연맹의 중재로 종전협정이 체결됐다.

이로써 중국과 일본은 서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양쪽 합쳐서 5만 명 이상의 사상자만 생긴 전쟁을 끝마쳤다.

“형님, 대형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내 키가 170㎝를 간신히 넘어가는데 두웨성이 보낸 경호원은 180㎝를 훌쩍 넘어가는 근육질 체격의 러시아인이었다.

“두 대형께서 보냈다고? 네 이름은 뭐냐?”

“예, 형님, 드미트리라고 불러주십시오.”

“드미트리? 이름이 너한테 진짜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멋지다!”

“감사합니다. 형님.”

나는 새로운 경호원인 드미트리와 함께 두웨성이 예전에 보내줬던 여성 킬러들을 만나러 갔다.

“그동안 잘 지냈니?”

“예, 오셨어요?”

“그냥, 편하게 대해도 된다.”

“예.”

킬러들은 일 년 전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확실히 표정이 많이들 살아나 있었다.

“너희처럼 예쁜 애들이 인상만 쓰고 있는 것도 죄악이다. 이쁜 아이들은 이쁜 척해줘야 남자들이 너희들 얼굴을 보고 마음이 설레고 그러지.”

“사장님, 습관이 돼서 그래요. 그래도, 전보다는 나아지지 않았어요?”

살짝 웃는 모습은 웬만한 남자들은 단번에 넘어갈 미소였다.

여자를 암살자로 쓸려면 일단 외모가 받쳐줘야만 한다.

일단은 예뻐야 남자들에게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다.

두웨성이 나한테 일 년 전에 보내줬던 여자 킬러들은 외모 하나만큼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 둘 다 내가 제안한 것은 생각해봤니?”

내 물음에 엠마와 줄리아는 서로 눈을 한번 마주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둘 중 누가 마르틴 보어만을 맡을 생각이냐?”

“제가 독일계니까 제가 하기로 했어요.”

“그럼, 줄리아가 백업을 하는 거야?”

“예, 제가 백업을 할 생각이에요.”

엠마는 독일계 러시아인이고 줄리아는 이탈리아 사회주의자가 싸지르고 버린 자식이었다.

나는 엠마와 줄리아가 제발 배신만 하지 않기만을 바랬다.

둘의 작전이 성공만 할 수 있다면, 독일은 소련과의 전쟁에서 모스크바와 스탈린그라드 전투까지는 승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유럽의 제2차 세계대전은 1945년에 5월에 끝이 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일본군의 미국 공격은 더 빨리하게 만들고, 독일군이 항복하는 시간을 늦추면 우리나라의 독립에는 훨씬 유리하다.

“앞으로 딱 십 년만 참고 일을 해준다면, 나는 너희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겠다.”

“정말요? 그럼, 공산주의자를 전부 죽여 줄 수 있어요?”

소련 공산주의자들에 모든 것을 잃은 엠마다운 요구였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지금 네가 하는 일 자체가 소련 공산당에는 엄청난 타격을 주는 일이다.”

“알아요. 농담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 나는 이 정도 해주시는 것도 고마워요. 만약, 나 혼자였다면 소련을 상대로 아무것도 못 했을 테니까요.”

“그래.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고. 줄리아도 백업을 잘 할수 있겠지?”

“걱정하지 마세요. 사장님은 나중에 약속이나 잘 지키세요.”

“알았다. 그럼, 같이 움직일 사람을 만나러 가보자.”

* * *

김구가 임시정부 사람들에게 임무를 나눠주고 일본의 시선을 끌면서 잠적하자 김규식은 부인을 통해서 나를 찾아왔다.

나는 김규식과 현안에 관해서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고, 조만간 벌어질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를 대신해서 루스벨트에게 후원금을 전달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투기 조종사인 내 욕심 때문에 김규식의 일정이 조금 변경됐다.

“김규식 선생, 협상은 잘하실 수 있으시죠?”

“내가 다른 것은 몰라도 협상 하나만큼은 자신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나라 독립군에게는 정말로 중요한 협상입니다. 반드시 성공해야만 합니다.”

“나도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규식이 맡은 역할은 독일에 들러서 전투기 생산에 관한 협상을 하고, 루스벨트 후원회에 참석해서 후원금을 전달하고 나를 대신해서 루스벨트와 면담하는 일이었다.

김규식에게 맡겨진 두 가지 일은 내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었다.

“혹시 모르니까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선생은 독일 바이에른에 가서 누구를 찾아야 합니까?”

“항공글라이더 제작자 메서슈미트를 만나서 중국에 항공기 생산 공장을 만들 수 있는지 협상을 한다. 맞지요?”

“그리고, 또 하셔야 할 일은요?”

“독일에 거주하는 조선인들을 모두 중국으로 귀환시킨다.”

“예, 메서슈미트와의 협상도 중요하지만, 독일에 사는 조선인들의 귀환도 정말 중요합니다. 이 조선인들이 있어야만 독일제 전투기와 전차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내가 어떻게 하든지 모든 동포가 귀국하도록 노력하겠소.”

“좋습니다. 독일에서는 그 정도만 해주시면 되고, 미국은 뉴욕에 도착하면 누구를 만나야 합니까?”

“허스트의 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는 헤이우드 부른을 만나서 조지 씨의 편지를 전달합니다.”

“예, 맞습니다. 헤이우드를 만나서 제 편지를 주면, 선생을 루스벨트 뉴욕지사와 만날 수 있게 해줄 겁니다. 루스벨트는 다음 미국의 대통령이 될 사람이니까 그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시면 됩니다.”

“조지 씨는 루스벨트가 대통령이 된다고 확신을 하는군요.”

“예, 후버가 멍청한 짓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뉴딜 정책으로 미국 실업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어서 대통령 당선은 무난할 겁니다.”

“그럼, 내가 루스벨트를 만나서 어떤 인상을 남기라는 말입니까? 우리 조선을 독립시켜달라는 말이라도 해야 합니까?”

“아뇨.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나중에 미국이 일본과 전쟁을 하게 되면 바로 선생을 떠올릴 수 있게 인상적인 기억을 남겨주십시오.”

내 대답을 들은 김규식은 루스벨트를 내가 만나는 것이, 더 낫지 않냐는 표정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조지 씨는 이미 루스벨트를 아는 것 같은데, 차라리 나보다 조지 씨가 만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아! 저는 중국에서의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될 때까지는 떠날 수가 없습니다. 중국에서 일도 미국일 만큼 중요하거든요.”

“음···.”

“그리고, 선생은 중국으로 돌아오실 필요 없습니다. 가족분들을 모두 미국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조지 씨, 나도 중국에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아닙니다. 선생은 뉴욕에서 임시정부 외교부를 이끌어 주십시오. 미국 정부가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임시정부 간판을 내걸고 활동을 하십시오.”

“미국과 일본이 전쟁할 때까지 말이요?”

“예. 맞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전쟁한다고 어떻게 그렇게 장담하는 거지요?”

“미국과 일본은 반드시 전쟁합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내가 나서서 전쟁이 일어나게 할 겁니다. 그러니까, 나를 믿고 뉴욕에서 임시정부 외교부를 이끌어 주십시오.”

“이미, 미주에는 구미위원회가 있는데 굳이 나까지···.”

“그 사람에게 미국 정부의 연락이 가는 것을 어떻게 하든지 막으십시오. 그 사람은 아주 위험한 사람입니다.”

“조지 씨도 우남을 압니까?”

“알아도 너무 잘 알아서 탈이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미국 정부가 그 사람을 찾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그리고, 그 사람을 독립운동에서 아예 배제하십시오.”

“한 사람의 인재가 아쉬운 판국에 굳이 그래야 합니까?”

“함께해도 좋은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내 말을 명심하십시오.”

“조지 씨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도 거리를 두겠습니다.”

나는 김규식과 이야기를 끝내고 밖으로 나와서 엠마와 줄리아를 소개했다.

그런데, 집에서 일을 도와주는 중국인 여자 메이링의 태도가 좀 수상했다.

평소였다면 주방에서 나오질 않을 텐데, 오늘은 밖으로 자주 나와서 내가 누구를 만나는지 계속 확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 둘은 상하이 모닝 포스트의 기자들입니다. 이번에 독일에 갈 때 데리고 가시고 메서슈미트를 만날 때는 사업의 성사 여부를 취재하러 왔다고 소개하십시오.”

“상하이 모닝 포스트의 기자분들이군요.”

김규식도 엠마와 줄리아를 보고 둘의 외모에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샌님으로 소문난 김규식까지도 둘의 미모에 놀란 정도라면 내가 꾸미는 작전이 성공할 확률은 높았다.

“엠마와 줄리아는 여기 이분하고 같이 독일로 가서 내가 시킨 일을 하면 된다. 잘 좀 부탁한다.”

“사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성공시킬게요.”

“김규식 선생도 일이 잘되기를 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김규식과 엠마 그리고 줄리아를 배웅하고 들어와서 집에서 가족들을 경호하는 빌리를 찾았다.

“빌리, 메이링 저 여자가 누굴 만나고 무슨 일을 하는지, 감시를 좀 해줘.”

“메이링이 요즘 수상하더니 조지도 눈치를 챘군?”

“저 여자가 요즘 수상했어?”

“응, 시장을 가서 돌아오는 시간도 늦어지고 주방보다는 조지의 일에 신경을 더 쓰더군.”

나는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이런 개새끼가! 나는 감시하지 말라니까. 아유! 이 새끼를 확 죽여버릴까?”

“누군데, 그래? 내가 죽여줄까?”

“아냐. 그렇게 쉽게 대할 놈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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