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장제스 위원장이 두 번 그리고, 당신이 한번 하면 되잖습니까?
30. 장제스 위원장이 두 번 그리고, 당신이 한번 하면 되잖습니까?
나는 두웨성과 함께 쑹메이링을 만나기 위해서 난징에 도착해서 가벼운 몸수색을 당하고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중국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면담이 시작됐다.
“두웨성 고문님, 오랜만에 만나네요.”
“쑹 입법위원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별일은 없었습니까?”
사람이 사는 집과 입고 있는 옷 그리고 걸치고 있는 액세서리만 봐도 그 사람이 대충 어떤 사람인 줄 파악할 수 있다.
처음 만난 쑹메이링은 자신감 넘치고 도도한 여자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전해 들은 것처럼 사람들 위에서 군림하고 싶어 한다는 욕망도 눈에 보였다.
“나는 일본만 아니었다면 별일이 없었을 겁니다. 요즘은 그 문제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찻잔을 우아하게 들고 한 모금한 쑹메이링이 대답했다.
“아! 그렇습니까? 나도 그 문제 때문에 쑹메이링 입법위원님을 만나자고 한 겁니다. 그리고, 여기 이 친구는 요즘 내가 가장 신뢰하는 동생입니다.”
두웨성과 쑹메이링은 서로 안부를 주고받고 나서 두웨성은 쑹메이링에게 나를 소개했다.
“쑹메이링 입법위원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조지 리 라고 합니다.”
내 소개에 쑹메이링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두웨성에게 질문을 했다.
“두 고문님이 가장 신뢰하는 분은 양후 상하이시 입법부장이 아니었어요?”
“요즘은 양후보다 조지를 더 신뢰합니다.”
“아! 그래요?”
고개를 돌린 쑹메이링은 나를 한참을 쳐다봤다.
“그런데, 조지 씨는 미국에 유학하신 분인가요? 아니면, 미국에 사는 동포인가요?”
“저는 조선 출신 미국 영주권자입니다.”
“조지는 미국인입니다.”
쑹메이링의 질문에 두웨성과 내가 동시에 대답했다.
“아! 조선 출신이군요. 나는 우리 동포인 줄 알았어요.”
“쑹 위원님, 그게 무슨 상관있겠습니까? 나 두웨성의 동생이면 된 거죠.”
두웨성의 말에 쑹메이링은 씽긋 미소를 짓고는
“두 고문님께서 정말 아끼시는 분인가 보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여길 온 이유는 조지를 위원님께 소개하려고 온 것만은 아닙니다.”
두웨성이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상하이 ‘칭방’의 두목이지만, 중국에서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중국 최고 권력자의 부인 앞에서도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고, 쑹메이링 또한 그런 두웨성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요? 그럼 어떤 문제로 저를 만나자고 하신 건가요?”
“쑹 위원님은 일본을 어떡하실 생각입니까?”
“그렇지 않아도 정부에서는 골치가 아프네요. 장제스 위원장님 말씀에 따르면 공동조계 지역이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장제스 입장에서는 답이 없는 전쟁이었다.
죽고 살기로 한판 해보고 싶겠지만 전쟁을 하는 위치가 그럴 수 없는 위치였다.
상하이가 망가지는 순간 중국국민당 정부의 재정 수입은 반 토막이 난다.
그리고, 서양 열강들과의 관계는 최악이 된다.
“그래서, 장제스 위원장님은 손 놓고 구경만 하신다고 하던가요?”
“두 고문님, 그건 아닙니다. 정부는 지금도 각국 대사들과 접촉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보세요.”
쑹메이링은 두웨성이 상하이가 전쟁터가 되면서 수입이 줄고, 형제들과 제자들이 죽어가는 것 때문에 찾아온 줄 아는 모양이었다.
“음, 내가 장제스 위원장을 찾아가지 않고, 왜? 쑹메이링 입법위원을 찾아온 줄 혹시 아십니까?”
“아니요. 대충, 짐작은 가지만···.”
쑹메이링은 자신이 없는지 대답을 얼버무렸다.
“내가 하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쑹메이링 입법위원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미국에서 살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라서 쑹메이링 입법위원을 찾아온 겁니다.”
두웨성은 쑹메이링에게 말하고 고개를 돌려서 나를 쳐다봤다.
사실, 이 자리는 두웨성이 쑹메이링과 내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마련해준 자리였다.
“쑹메이링 입법위원님, 지금부터는 제가 이야기하겠습니다. 지금, 중화민국의 가장 큰 당면과제는 하나 된 중국을 만드는 것과 외세 척결입니다. 그렇죠?”
“예, 그렇죠.”
고개를 끄덕이는 쑹메이링의 두 눈을 보면서
“그중에서 어느 것을 우선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둘 중에서 하나 된 중국에 관해서 먼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중국인도 아닌 내가 중국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하자 쑹메이링은 두웨성을 한번 보고 다시 나를 봤다.
쑹메이링의 눈빛은 두웨성을 쳐다보면서 지금 이게 뭐냐는 표정이었다.
“쑹메이링 위원님께서는 미국에서 10년 이상 사셨고 미국의 역사도 배우셨습니다. 그렇죠?”
“십 대에 유학했으니까 10년도 훨씬 더 살았죠.”
“혹시, 위원님이 보시기에는 현재 중국이 미국이 독립하던 시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까?”
“미국이 독립할 때 하고요?”
“예, 차분히 중국과 미국을 비교하면서 생각해 보십시오.”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중국과 미국은 전혀 다른 것 같은데요.”
쑹메이링은 뭔가 기대를 하던 눈빛에서 실망의 눈빛으로 바뀐 채로 대답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렇잖아요. 우리 중국은 식민지에서 독립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죠. 미국은 영국의 지배를 받았지만, 중국은 만주족의 통치 아래 있었지 않습니까?”
“아! 아니 그것은···.”
중국인들 앞에서 만주족의 지배를 떠올리게 만들면 다들 화를 낸다.
그러나, 쑹메이링은 일반적인 중국인들과는 달랐다.
“후유, 그렇군요. 우리도 지배를 받았었군요.”
“여기서 중국과 미국의 큰 차이점이 하나 나옵니다. 미국은 독립을 위해서 지방 유력자들이 서로 협력했고, 중국은 지방의 유력자들이 서로 황제가 되려고 싸웠습니다. 이것도 맞지요?”
“예, 그러네요.”
“그나마 쑨원 선생 덕분에 겉으로는 통일된 것처럼 보이지만, 지방의 군벌은 여전히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이것도 인정하십니까?”
“예”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군사적인 문제는 사실 나는 잘 몰라요.”
“당장, 공산당만 봐도 중국이 망하든지 말든지 일본과 협력해서 만주를 침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래도 일본을 이길 수 있을까요?”
“그래서, 나한테 뭘 어쩌라는 거죠?”
“차라리 이럴 바에는 불안해하는 지방 군벌 정권을 인정해주는 겁니다. 그리고, 미국처럼 연방으로 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통일 방법이 될 겁니다.”
“연방제 중화민국요?”
“예”
“지금도 암묵적으로는 그렇게 하고 있잖아요?”
“암묵적으로 하니까 문제라는 겁니다. 이게 알고 보면 사실 좀 불안하거든요. 그리고, 언제든지 기회가 온다면 지방 군벌들도 황제의 자리에 도전하고 싶기도 할 테고요.”
“그래서, 차라리 공개적으로 군벌 세력을 인정해주라는 거에요? 그런 조치는 겨우 통합한 중국을 다시 분열시킬 텐데요?”
이쯤에서 일본군과 중국 군벌들도 국민당이 모르게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미래가 불안한 군벌들은 일본군의 공작에 계속해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제가 우연히 톈진에서 공산당과 관동군이 만나는 것을 보고 정부에 알려줬었죠?”
쑹메이링은 두웨성을 보면서 네가 말한 정보의 출처가 나였냐고 눈빛으로 확인을 했다.
“조지가 우연히 보고 나한테 알려준 거요.”
두웨성이 확인을 해주자 쑹메이링은 다시 나를 쳐다봤다.
“제가 톈진에서 본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관동군 특무대장인 도이하라 겐지의 사무실에서 옌시산과 왕징웨이가 관동군과 밀접하게 접촉하고 있다는 유력한 증거를 봤습니다.”
“뭐라고요? 두웨성 고문님! 이 사람을 어디까지 믿어야 합니까?”
옌시산과 왕징웨이가 거론되자 깜짝 놀란 쑹메이링은 두웨성을 보면서 나를 정말로 믿어도 되는지 확인했다.
“내 동생은 절대 거짓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 동생이 거짓말을 해서 얻을 이익도 없습니다.”
국민당의 장제스 반대 파벌들이 모두 관동군과 밀접하게 접촉하고 있다는 것은 중국 내에는 장제스와 같은 편은 하나도 없다는 소리였다.
“정말로, 당신이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이라는 거죠?”
“분명한 사실입니다. 장제스 위원장을 제외한 다른 모든 군벌은 장제스 위원장을 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아···!”
쑹메이링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로 몰랐던 모양이었다.
“다른 군벌이 왜 관동군과 접촉하고 장제스 위원장의 반대편이 됐을까요?”
“당신 말처럼 생존이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말인가요?”
“예, 그들은 중국 인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쑨원 선생의 사상을 겉으로만 내세우고 실제로는 자신들의 부귀영화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죠.”
“나도 알아요. 하지만, 해도 너무 하네요. 중국을 침략하고 있는 일본과 협력하다니···.”
중국인은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하는 족속이다.
그것은 장제스도 쑹메이링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 상태가 계속 지속되면 중국은 일본에 나라를 잃게 될 겁니다.”
“설마? 나라를 잃게 되면 자기들도 부귀영화를 잃을 텐데 계속해서 일본과 협력할까요?”
“처음에는 일본군이 선전을 위해서라도 잘해주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당신은 미국식 연방제로 모든 군벌을 아우르자는 말이죠?”
“예, 그래야만 하나 된 반일 전선이 형성되지 않겠습니까?”
“일본과 협력한 군벌은 공동의 적으로 만들고요?”
“그렇죠. 장제스 위원장은 반역자의 세력을 차지하지 말고 다른 군벌에게 전리품으로 나눠 준다면 더욱 환장하고 달려들 겁니다.”
“그런데, 겨우 그런 이유때문에 진심으로 반일 전선에 함께 할까요?”
“5년마다 총통 선거를 하고 3연속 총통 연임은 할 수 없게 하면 됩니다.”
“예? 아니 그럼···.”
“다른 군벌들에게 달콤한 사탕을 보여줘야 하잖습니까?”
“장제스 위원장님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거예요.”
“장제스 위원장이 총통을 두 번 하고 그다음에는 쑹메이링 위원님이 한번 하면 되잖습니까? 그리고, 다시 장제스 위원장님이 하시면 되죠.”
“아!”
“이야! 그거 기발하구나.”
“저들에게는 중앙정부에 협력하면 중화민국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만 주자는 소리죠?”
“그렇습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잖습니까? 만약에 경우에도 선거 인단으로 투표하면 얼마든지 조작도 가능하고요.”
“아! 그렇죠. 선거 인단.”
국민당의 장제스는 겨우 양쯔강 중 하류 지역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눈을 가리고 아웅 하는 것처럼 국민당 천하를 외치고 있었다.
“연방제 중화민국이라···. 확실히, 중국을 실질적으로 통합할 방법이 될 수도 있겠군요.”
“군벌들을 성장으로 임명해서 합법적으로 성 방위군을 만들고 성을 통치할 수 있게 해주고 대신 연방군과 연방 세금을 책임지게 해야겠죠.”
권력을 사랑하는 여자, 쑹메이링은 내 의견을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중화민국이라는 깃발 아래 있는 모든 세력이 연방제에 동의만 한다면 실질적으로 중국을 하나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장제스와 자신의 권력은 영원히 유지 될 수 있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쑹메이링은 다 좋은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게 하려고 하면 많은 자금과 군대를 무장할 무기가 필요해요. 일단, 중앙정부에 강력한 힘이 없으면 통합하기는 힘들 거에요.”
“독일과 미국의 도움을 받으십시오.”
“지금도 독일과 미국과는 이미 협력하고 있는데요?”
“이 정도의 협력으로는 부족합니다. 상대국들이 진짜로 원하는 걸 주고 더 큰 것을 받아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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