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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역사의 변곡점. 역사는 변하기 시작했다. (29/225)

29. 역사의 변곡점. 역사는 변하기 시작했다.

29. 역사의 변곡점. 역사는 변하기 시작했다.

차이팅카이의 19로 군은 계속해서 증원되는 일본군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

시오자와 분함대장은 천황폐하 암살범을 잡겠다는 생각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이것은 군인으로서 자존심 문제였다.

쓰레기 같은 중국군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한 유일한 장군으로 역사에 기록이 될 판이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중국군 방어선을 뚫어라!”

길길이 날뛰고 있는 시오자와 소장에게 참모가 다가왔다.

“함대장님, 육군부에서 증원 병력을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얼마나 보내준다고 하더냐?”

“1개 여단 병력이라고 합니다.”

시오자와 소장은 들고 있던 지휘봉을 바닥에 던져 버렸다.

“뭐라고? 에이! 빠가야로!”

씩씩거리는 시오자와가 겁나서 참모들은 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

“1개 사단 병력을 증원하고도 돌파하지를 못하고 있는데 겨우 1개 여단을 보내준다고?”

“저···. 함대장님, 그것도 여러 부대에서 차출한 혼성여단이라고 합니다.”

관동군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해군도 뭔가를 해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 길은 이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 * *

“다행히 일본군의 증원 병력을 잘 막아내고 있습니다.”

장제스는 상하이에 들러서 19로군 총사령관인 장광나이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장 장군, 수고가 많습니다. 그리고, 장 장군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일단 일본군의 상하이 침략을 격퇴하고 나서 나중에 다시 이야기합시다. 혹시, 더 필요한 것은 없소?”

현재, 상하이에서 일본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국민당 19로 군은 장제스의 공산당 토벌 작전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공산당과 일본 관동군이 결탁했다는 장제스의 주장도 공작이라고 의심하면서 믿지 않고 있었다.

“위원장님, 전투를 어느 선까지 해야 합니까? 우리는 일본군의 침공을 저지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격퇴할 수는 없습니다.”

장광나이는 공동조계지 내에 있는 일본군 사령부를 공격하고 싶어도 국제적인 문제로 발전할까 봐서 공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동조계 안으로 병력의 진입은 절대 안 됩니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가 일본 편에 선다면 우리는 또 어떤 치욕을 당할지 모릅니다.”

“위원장께서는 외교적인 문제를 빨리 해결하시는 것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우리 19로 군은 지원해주신 5로 군과 함께 어떡하든지 일본군의 진격은 막아내겠습니다.”

장광나이의 말에 장제스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각국의 대사들과 접촉을 하고 있지만,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본국에서 훈령이 없다는 대답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제스의 걱정과는 달리 일본을 제외한 영국, 미국, 프랑스 조계지의 총영사들은 자국의 외교부에 일본의 침공을 규탄하면서 일본 정부에 강력히 항의를 해야 한다고 건의를 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조계지 경비 병력을 동원해서라도 일본과 중국의 전투를 중재하겠다고 보고했다.

영사들의 보고를 받은 각국 정부는 일본에 항의를 표시했고, 그중에서 미국 정부는 유독 더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었다. 

* * *

미국 국무부의 헨리 스팀슨 장관은 일본 내각 외무상 요시자와 겐키치에게 ‘중국 내에서 미국과 미국인들의 이익을 침해받는 행위를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라는 전문을 보냈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을 설득해서 일본이 만주와 상하이를 침공한 것을 공동으로 항의하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꽝!”

“빠가야로!”

미국 국무장관의 항의 전문을 접수한 요시자와는 빠르게 상하이의 중국군을 물리치지 못한 해군을 원망했다.

“이 멍청이 새끼들은 4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큰소리를 치더니 이게 뭐야?”

“각하,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너! 너도 똑같아! 너도 그때 뭐라고 했어? 상하이를 이용해서 만주국을 확실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지? 그런데, 이게 뭐야?”

요시자와 겐키치 외무대신은 군부의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미칠 것만 같았다.

“천황폐하께 해를 입힌 놈은 잡지도 못하고, 만주와 상하이 때문에 외국 정부들의 욕만 먹고, 거기다 그 하찮은 중국군도 못 뚫고 이게 도대체 뭐냐고?”

“죄송합니다. 이 모든 것이 군부를 제어하지 못해서···.”

시게미쓰 마모루 주중 공사는 고개를 수그리고 사죄를 했다.

“니가 무슨 힘으로 군부를 제어해? 너도 총 맞아서 죽고 싶냐?”

1930년대에 접어들면서 일본 군부는 이미 내각의 통제를 벗어난 상태였다.

군대를 늘려주지 않는다고 암살하고 예산 편성을 안 해준다고 암살하고 작전을 승인해주지 않으면 암살하겠다고 협박을 해서 내각 대신들은 군부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각하, 그래도 어떡하든지 해결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미국이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다른 나라들은 아무도 만주국을 승인하지 않을 거다.”

“그럼, 어떡합니까?”

“나도 모르겠다.”

시게미쓰 공사는 요시자와 외무대신의 자포자기한 것 같은 말에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처음부터 군부는 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너무 무리하고 있었다.

“후유···. 그래도 뭐라도 하기는 해봐야겠지. 어떡하면 좋겠나?”

요시자와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시게미쓰를 보면서 대책을 물었다.

“각하, 상하이에서 어떡하든지 중국군을 격퇴하고 상하이 밖으로 밀어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 황군이 중국을 봐준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 황군이 만주를 차지하더라도 외국 정부에서 이해를 할 겁니다.”

시게미쓰 공사의 대답을 들은 요시자와는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네가 생각하는 것이 겨우 그건가? 지금, 상하이를 공격한 지 얼마나 지났지? 황군이 상하이를 점령 할수 있었으면, 진즉에 점령했을 것이다. 그런, 헛꿈은 집어치우고 대책을 말해보라고!”

“저도 마땅한 대책이···.”

“집어치우고 영사관의 첩자들을 총동원해서 국민당 측과 접촉을 시도해봐”

“그게 무슨 말씀이시지?”

“서로 이간질을 하라고 멍청아! 상하이를 방어하고 있는 놈들은 광둥파라면서?”

“예, 그렇습니다.”

“장제스하고 광둥파를 서로 의심하게 만들라는 말이다.”

“예, 각하! 알겠습니다.”

* * *

홍콩 침사추이 주변에 몇 개월 전부터 상하이에서 넘어 온 중국인 같지 않은 중국인들이 점포를 내고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석유회사 홍콩지점과 함께 들어와서 홍콩 중심지에 하나둘 자리를 잡아나갔다.

“아이들은 학교에 갔니?”

“예, 어머님.”

“나는 홍콩에서는 좀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홍콩에 오신 분들은 다들 그러시더라고요. 모두가 얼마 만에 누리는 평안인지 모르겠다고들 하십니다.”

“너도 그러니?”

“저도 홍콩이 마음에 듭니다.”

조지 리는 이회영 일가와 임시정부 요인들의 가족을 현재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홍콩으로 피신을 시켰다.

전쟁으로부터 가장 안전할 수 있는 미국으로 피신을 시켰다면 좋겠지만, 미국은 1924년에 발효된 이민법 때문에 동양인의 이민이 사실상 막혀있었다.

“이번에 임시정부에서 오신 분들도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더니 다들 어리둥절하시더군요.”

“우리도 처음에는 그랬잖니?”

“그런데, 우리한테 다양한 직업을 가지라고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너희 아버님이 말씀하시기를 나중에 다 쓸모가 있으니까 은행이든지 학교든지 병원이든지 어디든지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우라고 하시더구나.”

“그러니까 왜 그렇게 다양한 직업을 가지라고 하시는 걸까요?”

“어른들이 하시는 일은 다 깊은 뜻이 있지 않겠느냐? 모를 때는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예, 어머님.”

조지 리는 ‘칭방’을 동원해서 이회영 일가와 임시정부 요인들의 가족들을 보호하면서 학업과 생업을 이어갈 수 있게 도와줬다.

그리고, 두웨성이 파견한 ‘칭방’의 가족들은 홍콩항에서 충칭까지 연결되는 보급선을 구축하기 위해서 정신이 없었다.

* * *

두웨성은 일본군의 상하이 침공 이후 그렇게 좋아하는 아편마저 끊고 중국군을 후방에서 지원하고 있었다.

“대형, 저를 찾으셨다면서요?”

“응, 그래. 조지야 이놈의 전쟁은 언제 끝날 것 같으냐?”

이제는 나도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역사는 이미 틀어졌고, 이 전쟁의 결말은 역사책에 나오는 내용과는 다를 것이다.

“곧 끝나기는 할 텐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러다가 상하이 노동자들이 다 굶어 죽게 생겼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전쟁이 벌써 한 달 가까이 진행되고 있으니···.”

이런 두웨성의 모습 때문에 상하이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지도 몰랐다.

“제가 영사관에라도 한번 들려서 알아보겠습니다.”

“아냐 관둬라. 나도 난징에 연락해봤는데 장제스도 쑹메이링도 다이리도 다들 모르겠다고만 하더라.”

이 전쟁에서 중국은 전쟁 당사자지만 우습게도 중국이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중국이 전쟁을 끝내고 싶다면 일본군이 있는 상하이 공동조계로 병력을 투입해야만 하는데 그렇게 되면 중국은 영국 미국 프랑스와 싸워야 한다.

그래서, 중국은 전쟁의 당사국이면서도 전쟁을 끝낼 수 없는 불쌍한 처지였다.

“대형, 전쟁은 곧 끝납니다. 이대로 전쟁이 지속되는 것은 다른 나라들도 부담이 될 겁니다.”

“그럼, 빨리 나서서 중재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니냐?”

“그 이유는 일본 때문일 겁니다. 일본이 계속 고집을 부리면 답이 없잖습니까?”

이번 일로 일본이 체면을 구긴다면 군부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일본은 중일전쟁을 생각보다 더 빨리 일으킬 것이다.

‘중일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일어나는 것은 내가 원했던 거지만 너무 빨리 일어나면 그것도 문젠데···.’

“조지! 안 되겠다. 나하고 난징에 좀 다녀오자.”

“난징은 왜요?”

“전쟁이 끝 난후에도 문제가 많을 것 같아서 안 되겠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지.”

“갑자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대로 전쟁이 끝나면 일본 놈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아서 그런다. 공산당 놈들이나 일본 놈들이나 워낙 음흉한 놈들이라서 이대로 절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러 가자는 말입니까?”

“쑹메이링! 꽉 막힌 것들보다는 이야기가 통하거든.”

“대형, 이야기가 통한다고 해서 대책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한 만큼 힘을 가지고 있어야죠.”

“걱정하지 마라! 국민당 안에서 쑹메이링의 말을 무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쑹메이링의 큰 언니는 중국 제일의 거부인 쿵샹시의 아내였고 작은 언니는 쑨원의 아내였다.

그리고, 본인은 장제스의 아내다.

그뿐만 아니라 오빠는 국민당 내각의 재정과 외교를 담당하고 있었다.

“대형, 알겠습니다. 어차피, 한번은 만나야 할 사람인데 이번 기회에 만나보죠.”

두웨성과 함께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상하이 북부지역을 피해서 난징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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