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 1. 28 상하이 1차 사변 2. (25/225)

25. 1. 28 상하이 1차 사변 2.

25. 1. 28 상하이 1차 사변 2.

“일본은 만주를 중국에 반환하라!”

“반환하라! 반환하라! 반환하라!”

“일본은 만주를 반환하고 중국에 사죄해라!”

“사죄해라! 사죄해라! 사죄해라!”

1932년 1월 초에 있었던 일왕의 폭사 미수 사건 소식에 그동안 만주를 빼앗기고도 참아왔던 중국인들이 만주 반환 요구 시위에 나서기 시작했다.

“형님, 가와시마 요시코가 뒤에서 사주해서 중국인들이 시위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아시아라는 지역에서 민중이 자발적으로 시위하고 불만을 말할 수 있는 민족은 오로지 한민족뿐이다.

나머지 민족들은 죽는 것이 두려워서 또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불만도 말하지 않는다.

말한다고 해봐야 그것은 기껏 뒷담화일 뿐이다.

현재, 상하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인 시위는 일본의 공작에 의해서 만들어진 가짜 시위였다.

“장웨이, 중국인 시위대와 일본인들이 충돌하면 가와시마 요시코를 죽여라!”

“형님, 사람들 눈에 띄게 죽입니까? 아니면···.”

장웨이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저격하라는 것인지 확인을 했다.

“아니, 시위가 과격해지고 난폭해질 때를 노려서 가와시마 요시코와 다나카 류키치를 납치해서 묻어라!”

“예, 형님.”

장웨이는 명령을 받고 서둘러서 방을 나갔다.

이제까지는 역사가 변하지 않아야 했기때문에 나는 최대한 조심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 고삐가 풀린 것이다.

아니, 만주사변이 터졌을 때부터 두웨성을 통해서 장제스에게 한 가지 충고를 하면서부터 역사는 조금씩 궤도를 벗어나고 있었다.

가와시마 요시코와 다나카 류키치 소좌가 국민당 내의 ‘광둥파’ 인물들을 만나러 가는 도중에 납치돼서 살해되면서 역사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 시작은, 작년 여름에 있었던 김구와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되었다.

* * *

역사의 큰 줄기가 변하지 않게 하려고 만주사변과 1차 상하이 사변 때까지는 만남을 자제하려고 했던 임시정부의 김구를 결국 만나게 됐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해방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독립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남자.

하지만,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 때문에 희생당해야만 했던 남자.

“예, 조지 씨, 말씀만 듣다가 이렇게 처음 만나게 되는군요.”

“아! 혹시라도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내가 임시정부와 거리를 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였습니다.”

“아닙니다. 이미, 사분오열된 임시정부에 참여하기는 힘드셨겠죠.”

“뭐, 그런 이야기를 하시려고 나를 만나려고 오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뭘 도와주면 됩니까?”

“혹시, 돈과 무기를 지원해 줄 수 있다면 조지 씨가 우리를 좀 도와주십시오.”

결국은 그동안 내 고민거리였던 이봉창 때문이었다.

“이봉창을 시켜서 일왕에게 폭탄을 던질 생각이군요?”

“아니, 그걸 어떻게···.”

소스라치게 놀란 김구는 놀래서 커진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내가 임시정부와 함께하지 않는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왜 조직적인 투쟁을 하지 않습니까? 왜 함께하던 사람들이 모두 임시정부를 떠나갑니까?”

“그거야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고 자금이 부족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닙니까?”

김구와 임시정부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임시정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조직적으로 일본과 싸웠던 전력이 없었다.

만주에서의 전투는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독립군들이 임시정부 깃발 아래로 들어가서 일본군과 싸웠던 것뿐이었다.

“앞으로 임시정부를 진정한 대한민국의 임시정부로 만들고 싶다면, 내가 지적한 문제를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 오늘은 이봉창 때문에 나를 찾아온 것 같으니까 그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합시다.”

“조지 씨, 당신이 이봉창을 어떻게 아는 겁니까?”

“‘상하이의 왕’ 두웨성이 나의 대형입니다. 임시정부가 무엇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나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은 사정이 있어서 여러분과의 만남을 자제해왔을 뿐입니다.”

두웨성이 나의 대형이라는 말에 김구는 상황을 이해했는지 더는 이봉창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지 않았다.

“한인애국단에서는 이봉창을 도쿄로 보내서 일왕을 암살하려고 합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나는 솔직히 짜증이 났다.

“일본에 이봉창 한 명만 보낼 생각이죠?”

“아니, 그걸 어떻게···.”

“내가 어떻게 알았냐고요? 한인애국단이 할수 있는 일이 딱 거기까지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그걸···.”

“한인애국단 단원이 누군지도 모두 아는데 그걸 모르겠습니까? 그리고, 지금 도쿄까지 이동할 경비도 없을 테지요?”

도대체 누가 임시정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임시정부는 어쩌다 이 모양 이 꼴이 됐을까?

어젯밤에 혼자서 고민한 결과 이런 식의 투쟁은 절대 아니었다.

“진짜로, 이봉창이 일왕을 암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이봉창은 일본에서 십 년 이상 살아왔으니···.”

“이봉창의 말을 들어보니까 가능할 것 같다. 이 말씀이죠?”

“얼마 전에는 일왕을 바로 앞에서 직접 보기도 했다고 하는데···.”

“허···. 참···. 그런 기회가 또 온다고 장담하실 수 있습니까?”

“도쿄에서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또 오지 않겠습니까?”

나는 김구에게 일왕의 이중삼중으로 이뤄진 경호 상황을 알려줬다.

“이걸 뚫고 일왕을 암살하겠다고요? 괜한 청년 하나 죽이지 말고 이봉창을 나한테 보내 주십시오.”

“내가 조지 씨에게 이봉창을 보내주면 일왕을 확실히 암살할 수 있습니까?”

“일왕이 옆집에 사는 장 씨입니까? 죽이겠다고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사람입니까? 옆집에 사는 장 씨도 쉽게 죽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냥, 되든 안 되든 우리가 하겠습니다. 무기와 자금만 좀 도와주십시오.”

지리멸렬한 임시정부와 김구의 상황도 이해하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이건 아니었다.

“내가 조만간 일왕을 암살하겠습니다. 하지만, 일왕이 죽을지 살지는 나도 모릅니다. 그리고, 암살을 시도하고 나면 결과에 상관없이 한인애국단의 이름으로 발표를 하십시오.”

김구는 내 제안을 듣고 긴 시간 동안 고민을 했다.

그리고, 나와 몇 가지 합의를 하고 떠났다.

* * *

다음날, 이봉창이 나를 찾아왔다.

“이봉창 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이봉창을 반갑게 맞이하고 자리에 일단 앉혔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를 좀 합시다.”

“김구 선생님이 가보라고 해서 오기는 했지만, 무엇 때문에 저를 보자고 하신 겁니까?”

나는 말없이 이봉창의 얼굴을 바라봤다.

한때는 철저하게 일본인이 되고 싶었던 남자.

그러나, 무슨 짓을 해도 조선인은 일본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 이번에는 반대로 철저하게 조선인으로 살고자 했던 남자.

그래서, 조선인들이 그토록 원하던 일왕을 암살하려고 했던 남자.

“지금도 영원히 조선인으로 살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죠?”

“당연하지 않습니까?”

대답하면서 순박한 웃음을 짓는 이봉창을 허무하게 죽어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봉창 씨, 계획이 바꿨습니다.”

“예? 아니, 그럼 저는 어떻게 합니까?”

계획이 바꿨다는 말에 이봉창은 당황한 표정으로 자기는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물었다.

“앞으로 십 년만 더 철저하게 일본인으로 살아주십시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나는 조선인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혹시, 사이판을 압니까?”

“알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이판 이야기는 뭡니까?”

“일왕 암살은 내가 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이봉창 씨는 사이판으로 가줘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일왕을 암살할 수 있다니까요? 저를 못 믿습니까?”

“아니요.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서 사이판으로 보내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내가 분명히 일왕을 죽일 수 있는데”

“암살을 시도하고 나면요? 당연히 당신도 죽겠죠?”

“그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러지 마십시오. 당신은 앞으로도 영원히 조선인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내 말을 듣고 십 년간만 일본인 행세를 좀 해주십시오.”

목숨을 바치고 앞으로 영원한 조선인으로 남을 생각이었던 이봉창은 내 제안에 대답이 없었다.

“당신이 사이판에 가서 해야 할 일은 당신이 일왕을 암살하려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힘든 일입니다.”

“김구 선생님이 나를 여기로 보낸 것은 이미 계획이 바뀌었다는 거군요. 나는 일왕을 죽일 수 있는데···.”

이봉창은 가슴속에서 서러운 감정이 올라왔는지 눈물을 짓기 시작했다.

“이봉창 씨, 만약, 김구 선생과 내가 당신을 믿지 못했다면 십 년짜리 작전에 당신을 보내겠습니까? 이일은 그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서러움에 복받쳐서 눈물짓던 이봉창이 잠시 후 진정이 됐다.

“내가 사이판에 가서 뭘 해야 합니까?”

“이봉창 씨는 이번에 도쿄에 가면 먼저 일본인 처부터 구하십시오. 그리고, 사이판에 일본인 기생집을 만들고···.”

이봉창에게 내 계획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첩보원이 갖춰야 할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몇 개월 동안 첩보원교육을 해서 도쿄로 보냈다.

* * *

이봉창과 만남 이후로 나와 암살자들은 다른 일들은 뒤로 미루고 도쿄에 머무를 때마다 일왕의 일정에 대한 소식을 모았다.

아그네스 스메들리가 일본인 공산주의자들을 소개해줬으면 고생이 덜했을 텐데 아직 일본인 공산주의자를 소개받지 못하고 있었다.

“사장님, 요요기 연병장 주위에서는 일본군 박격포 사거리가 워낙 짧아서 쏠만한 곳은 없습니다.”

“쪽발이 새끼들은 박격포 하나도 제대로 못 만들어서···.”

“사장님, 일왕의 순행 코스에도 경찰들과 군대가 철저하게 경계하고 있어서 폭탄을 설치할 곳도 없습니다.”

“씨발! 그럼, 일본군 무기로 일왕을 죽일 방법은 없다는 건가?”

일왕이 고정된 위치에 머물러야 암살하기가 좋았다.

그런데, 요요기 연병장 근처에서는 암살을 시도할 방법이 없었다.

더군다나 일본으로 무기 반입이 쉽지 않아서 일본군 무기로 암살을 시도해야 하는데 일본군 무기가 워낙 허접해서 그것마저도 쉽지 않았다.

“제길! 방법은 결국 하나뿐인가? 이러면, 죽이기는 힘들겠는데”

나는 일왕을 죽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고 그 준비를 차근차근해나갔다.

상하이 외곽으로 나가서 몇 번에 걸친 시험까지 하고 모든 준비를 끝냈다.

1932년 1월 8일 오전 10시부터 일왕 히로히토와 만주국의 괴뢰 황제 푸이가 도쿄 요요기 연병장에서 관병식을 거행했다.

일본군과 만주군이 연병장에 도열한 가운데 일왕 히로히토의 치사가 끝나갈 때쯤 먼 하늘에서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쉬이윅!”

“쉬익!”

“저게 뭐냐? 어서, 천황폐하를 다른 곳으로 모셔라!”

하늘 위에서 우박이 쏟아지는 것처럼 수없이 많은 점이 연병장으로 날아들었다.

“쒸이익 꽝!”

“쒸익 과광!”

“꽈과광!”

“으악! 천황폐하를 보호해라!”

“꽝!”

내가 일왕 암살을 위해서 선택한 방법은 바로 까삼 로켓이었다.

싸고 빠르게 만들 수 있고 재료를 어디서든지 구할 수 있는 까삼 로켓은 설탕, 초석, 비료 등을 섞어서 추진체를 만들고 탄두는 TNT와 질화 요소, 비료를 섞어서 만들 수 있었다. 

100여 발 이상의 까심 로켓이 요요기 연병장을 덮쳤고 히로히토와 푸이의 안전은 확인이 되지 않고 있었다.

* * *

그 시각, 난징의 민국일보, 신보, 시보, 중앙일보 등의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대한민국임시정부 한인애국단장인 김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오늘 오전 10시 도쿄 요요기 연병장에서 있었던 일왕에 대한 공격은 우리 한인애국단에서 한 일이다. 우리 한인애국단은 불법적으로 조선을 차지한 일본이···. 일본이라는 나라가 망할 때까지 우리 조선인은 단 한 명이 남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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