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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 28 상하이 1차 사변 1. (24/225)

24. 1. 28 상하이 1차 사변 1.

24. 1. 28 상하이 1차 사변 1.

커닝엄 총영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듣고 분석하고 있었다.

“아! 조지 씨, 본국에 주문했던 전투기가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왜 모두 분해해서 보내달라고 한 겁니까?”

커닝엄 총영사가 의문을 가질만했다.

상하이에서 미국의 신형 전투기들을 공개하고 훈련을 하기 시작하면 일본을 견제하고 중국 내에서 미국의 위상을 높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태평양 항공사는 가장 먼저 일본군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그런 위험들을 피할 생각이었다.

“총영사님, 눈앞에 드러내서 이익을 보는 것 보다 숨겼을 때 이익이 더 크다면 숨기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모두 분해해서 보낸 이유는 중국 군벌들의 눈도 피할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생각해 보니까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럼, 조지 씨 일단 전투기를 확인하고 수령 서류에 사인을 부탁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총영사님도 같이 가시겠습니까?”

“아닙니다. 완전하게 조립됐다면 멋진 모습이라도 보러 가겠지만···. 나는 일본 문제를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미국 국무부에서 중국과 관련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서 파견된 간첩답게 커닝엄은 자기 일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총영사님, 지금은 일본의 침략 목표가 만주지만 그다음은 어느 곳이 될지 혹시 예상되십니까?”

“설마, 일본이 미치지 않고서야 만주를 넘어서 계속해서 중국을 침략할까요?”

“총영사님은 제가 해드린 이야기를 아직까진 깊게 받아들이지 않으시는군요. 일본은 분명히 다음 목표가 있습니다.”

“조지 씨는 그곳이 어디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커닝엄 총영사의 질문에 나는 검지로 사무실 바닥을 가리켰다.

“바로 이곳입니다.”

“이곳이면 상하이요?”

“예, 중국에서 상하이만큼 유럽과 미국의 이익이 큰 곳은 없습니다. 여기에 위협을 가해서 만주 침략을 사람들의 시선에서 묻히게 할 겁니다.”

커닝엄 총영사의 표정은 아직도 설마 그럴까 하는 표정이었다.

“제가 만약 총영사님이라면 상하이에서 우리 미국의 핵심 이익이 침해를 당하면 다른 유럽 국가들과 어떻게 보조를 맞출 것인지 미리 생각해 놓겠습니다.”

커닝엄 총영사에게 해줄 말은 여기까지였다.

더 먼 미래의 일을 이야기해 준다고 해도 믿지도 않을 것이고 나만 괜히 의심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총영사의 방을 나와서 상하이항에서 전투기를 수령하고 바로 쓰촨으로 보냈다.

* * *

상하이 도쿄 노선을 쉬는 날에는 대부분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던지 아니면 Foreign Y.M.C.A.에 가서 외국인 간첩들과 접촉했다.

“헤이! 아그네스, 좋은 아침입니다.”

“조지 씨에게는 좋은 아침일지 모르지만 저는 아니네요.”

신문을 뒤적이고 있던 아그네스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그녀의 앞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왜요? 신문에 무슨 안 좋은 기사라도 나왔습니까?”

“일본이 하는 짓을 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이런 쓰레기들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내전이나 벌이는 국민당은···.”

“일본과 국민당이 어디 하루 이틀 그랬습니까? 아침부터 너무 열 내지 마십시오.”

“난 정말이지, 국민당의 지도자들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왜 그들은 인민들을 생각하지 않을까요?”

“글쎄요? 왜 그럴까요?”

내 능청스러운 대답에 아그네스는 자기를 놀리는 줄 알고 새침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어? 조지 씨 오늘은 비행이 없습니까?”

현재 아그네스 스메들리와 연인 관계인 리하르트 조르게가 Foreign Y.M.C.A.로 들어서면서 아는 척을 했다.

“조르게 씨, 어서 와요.”

“사장님께서는 오늘은 비행이 없으십니다.”

나를 대신해서 나와 함께 돌아다니면서 외국인 간첩들과 안면을 넓히고 있는 유자명이 대답을 했다.

“그래요? 그럼, 오늘은 나하고 같이 난징이나 다녀올래요?”

“난징은 왜요?”

“난징 국민당 정부에서 오늘 무슨 중요한 발표가 있다고 해서요.”

나는 옆에 앉아있는 유자명을 한번 보고는 

“나는 난징까지 출장은 무리일 것 같고 여기 유자명 씨하고 같이 다녀오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래요? 그럼 유자명 씨, 나하고 같이 난징에 다녀올래요?”

그때, 아그네스 스메들리가 리하르트 조르게를 노려보면서

“조르게, 오늘 루이진의 공산당을 취재하러 가기로 했잖아요?”

“아! 아그네스, 아무래도 난징의 발표가 공산당 영향을 주는 발표인 것 같아서 난징을 가봐야 할 것 같은데.”

“그럼? 나 혼자서 루이진에 다녀오라는 말이에요?”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조르게를 보면서

“오늘만 특별히 여기 정화암씨가 아그네스 양을 호위해드리겠습니다.”

“정말, 그래 줄 수 있어요?”

“정화암씨도 공산당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보는 것도 좋겠지요.”

나는 정화암에게 윙크를 해서 사인을 보냈다.

“오늘은 제가 아그네스 양을 호위해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혼자 가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네요.”

“아그네스 양, 고맙다고 생각하면 우리에게도 일본인 친구들을 소개 좀 해주십시오. 하하”

“요즘, 도쿄도 많이 바쁜가 봐요. 나중에 상하이에 오면 내가 소개해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다들 좋은 여행들 되시고 나는 여러분들도 없으니까 이제는 상하이 총회로 가야겠네요.”

상하이 총회가 상하이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인들의 모임이 주로 열린다면 이곳 Foreign Y.M.C.A.는 중국인들과 외국인들의 사상과 문화가 교류하는 곳이었다.

아그네스 스메들리, 리하르트 조르게 등등의 공산주의자 간첩들이 새로운 사상을 전파한다는 이유로 마음껏 활개를 칠 수 있었다.

* * *

쓰촨성 북부 바중(파중).

“아버님, 새로운 전투기가 도착했습니다.”

이회영의 가족과 남화한인청년연맹의 조직원들의 가족들이 모두 홍콩으로 거처를 옮길 때 이회영의 아들인 이규창은 아버지를 지키겠다고 곁에 남았다.

“이 사장이 약속은 철저하게 지키는구나.”

“예, 돈도 많이 들고 인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을 아무런 차질이 없이 하는 걸 보니까 대단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면, 미국의 어떤 놈처럼 주둥아리로만 떠들면서 잘 먹고 잘살았겠지. 뭐하러 이런 곳에 와서 고생하겠느냐?”

“혹시, 우남 선생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런 자를 선생님이라고 할 필요도 없다. 주둥아리로 뭐든 할수 있다고 말하는 자들은 용기라고는 쥐뿔도 없는 것들이다. 이런 놈들은 나중에 반드시 민족을 배신한다. 꼭 명심하거라.”

“예, 아버님.”

이규창은 아버지 이회영의 가르침을 가슴속 깊이 새겼다.

“새로운 전투기도 왔다고 하니까 훈련장으로 한번 나가보자.”

“예. 아버님.”

이회영과 이규창은 이 지역 군벌인 양썬의 도움으로 마련한 군사학교 훈련장으로 향했다.

원래 학교였던 건물을 양썬이 넘겨줘서 쉽게 군사학교를 만들 수 있었다.

“양썬이 이 학교를 넘겨주지 않았으면 지금도 건물 공사를 하고 있었을 텐데 일이 쉽게 진행돼서 다행입니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 집안사람들이 신흥학교를 처음 만들 때는 아무것도 없는 것을 우리는 손으로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나갔었다. 그에 비하면 여기는 천국인 거지.”

“아버님의 꿈인 신흥학교를 다시 만드시지, 어째서 이름을 바꾸셨습니까?”

“세상도 변하고 시대도 변한다. 어떻게 그때의 마음가짐과 지금이 같을 수 있겠느냐? 그때는 오직 나라를 찾고 싶었다면 이제는 되찾은 나라를 제대로 만들 생각도 해야지.”

이회영과 이규창이 나온 건물의 입구 기둥에는 ‘건국 군사학교’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이회영과 이규창이 학교를 둘러보는 가운데 상하이에서 도착한 전투기의 조립을 끝낸 조종사들은 활주로 앞으로 모였다.

“이야! 이거 진짜 멋지게 잘 빠졌네요.”

조종사들의 눈에는 미국 육군항공대가 최초로 개발한 금속제 단엽기가 놓여 있었다.

“이거 시제품을 빼돌린 거라고 하던데. 안전할지 모르겠군.”

박하성의 말에 교관을 맡은 동기생들과 새로 들어온 훈련생들의 표정이 굳어져 버렸다.

“그렇다고, 그런 표정까지 지을 필요는 없고.”

“야! 박하성! 그럼, 하늘을 날다가 언제든지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소리잖아?”

“에이! 내가 괜한 말을 했네. 그게 아니고 이미 육군항공대와 계약이 끝난 기체야. 그런데, 우리는 공식적으로는 인수할 수 없으니까 시제품이라고 위장하고 보낸 거라고.”

박하성의 변명을 들은 교관들이 박하성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이 자식이 겁을 줘도 유분수지. 적당히 해야 할 것 아냐?”

“야! 죽여버려!”

“으악! 그만 때려! 알았다. 알았어. 미안하다. 대신, 내가 먼저 시험해 볼게. 그럼 됐지?”

실컷 두들겨 맞은 박하성이 시험 비행사를 자처하고 나서자 구타가 멈췄다.

“정말 괜찮겠냐?”

교관 역할을 맡은 박하성의 동기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대장님께서 설마 우리를 죽이려고 하시겠냐? 그리고, 대장님께서 따로 지시하신 일이 있어서 내가 먼저 시험 비행을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대장님께서 따로 지시하신 일이 있다고?”

“응, 대장님께서 비행 훈련 코스를 지정해주시더라고. 그래서, 내가 먼저 한번 돌아보고 올게.”

말을 마친 박하성은 전투기에 올라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부아아앙!”

“오! 엔진 소리 죽이는데. 힘이 팍팍 느껴진다.”

박하성이 조종하는 신형 전투기는 쓰촨성 바중에서 날아올라서 쓰촨성 협곡지대를 통과해서 산시성으로 빠져나가는 코스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대장님께서는 왜 이런 곳을 훈련 코스를 잡으셨을까? 야간에도 조종이 가능할 정도로 지형은 외우고 있으라고 했으니까. 분명히 뭔가 이유가 있기는 있을 텐데”

“뭐 일단 대장님의 명령대로 주변 지형부터 외우자.”

아무리 생각해도 조지 리의 지시를 이해 할수 없었던 박하성은 머릿속에 지형을 집어넣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임시정부에서 일본에서 일을 하나 벌일 생각인데 함께할 생각이 없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자유시 참변을 겪고 북만주 일대에서 민족주의 계열의 무장 세력들이 일본군에 쫓겨서 내려온 상황에서 임시정부를 비롯한 한인 독립운동 세력들은 일본의 중요 침략 시설과 침략에 앞장선 일본인 요인 암살에 나서고 있었다.

‘김구의 한인애국단이 일본에서 하려고 하는 일이라면 이봉창의 일왕 암살 시도인가?’

애써 기억의 한편에 처박아둔 채 외면하고 있었던 일이 이제는 바로 눈앞의 현실로 닥쳐왔다.

내가 상하이에 처음 도착하고 나서부터 계속 고민해왔던 일이었다.

임시정부와 협조를 할 것인가?

이봉창과 윤봉길을 살릴 것인가?

매일 고민했지만, 역사를 바꿔버리면 내가 계획한 일이 틀어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핑계를 대면서 지금까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임시정부에서 무엇을 도와 달라고 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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