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1931년 9월 18일 만주사변.
23. 1931년 9월 18일 만주사변.
다이리와 쑹메이링, 이 두 사람은 1932년 1.28사변이 벌어지고 나면, 내가 먼저 나서서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라서 두웨성에게는 나중에 만나겠다고 만남을 거절했다.
황푸강 태평양 항공사의 비행정 계류장에는 오늘 아침에 도쿄로 날아갈 사람들이 모였다.
이젠, 상하이 부호들 사이에서 비행정에 대한 소문이 많이 나서 도쿄로 사업상 출장을 가는 사람들은 비행정을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준비는 모두 끝났지?”
“예, 사장님.”
“포터들은?”
“포터들은 지금 화물을 싣고 있습니다.”
부조종사이자 항법사의 대답을 듣고 짐칸에 화물을 싣고 있는 포터들 곁으로 다가갔다.
“오늘은 배달해야 할 화물이 많은 거냐?”
“사장님 나오셨습니까?”
“응. 그래. 그런데 오늘 화물이 많아?”
포터 중 한 명이 짐을 싣다가 말고
“시간 안으로 충분히 배달할 정도의 양입니다. 작전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겁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다들 비행정 안에서 푹 자고 화물을 배달하고 나면 바로 작전을 시작하자.”
“예, 사장님.”
그동안 도쿄를 왕복하면서 두 번째 타겟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고, 내가 바빠서 연습에 참여하지 못한 가운데도 세 명의 암살자들은 착실하게 예행 연습까지 끝마친 상태였다.
오늘의 타겟은 바로 일본재단(사사카와 재단)의 주인이었던 사사카와 료이치다.
* * *
요코하마 비행정 계류장에 도착해서 손님들을 내려주고 포터들과 함께 빠르게 화물을 배달했다.
첫 번째 타겟이었던 요미우리 신문사의 쑈리키 마쓰타로를 처단하면서 워낙 사회적인 파장이 컸던 만큼 이번에는 최대한 조용히 처리할 생각이었다.
“어째서 나쁜 짓을 하는 놈들은 다들 잘 살까?”
생각이란 것은 하지 못하고 지시한 일만 하도록 교육받은 암살자들에게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냐? 인간은 나쁜 짓을 해야만 잘 사는 걸까?”
“.....”
대답하고 싶지만 그런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어서 쩔쩔매고 있는 애들을 괴롭히는 느낌이었다.
“미안하다. 내가 괜한 것을 너희들한테 물어본 것 같다.”
만주에서 아편 장사로 돈을 벌어서 일본으로 돌아와서 몇 군데 투자가 성공하면서 거부가 된 사사카와 료이치는 현재는 지방의회 의원을 하고 있었다.
이놈은 전범으로 일본의 침략 역사를 부정하고, 돈으로 우리나라 학자들을 포섭해서 우리나라 정기를 훼손시킨 놈이다.
사사카와 료이치 역시도 지은 죄가 커서 그런지 워낙 조심성이 많아서 집에서 개를 키우고 있었다.
“개자식들은 왜 자기 형제들을 꼭 밖에서 키울까? 형제끼리는 개집에서 같이 살아야 하는 것 아냐?”
내가 쓸데없이 혼잣말하는 가운데도 암살자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낚싯대에 생고기를 끼워서 담장 안으로 던졌다.
아무리 훈련받은 개들이라고 해도 본능을 이기기는 힘들다.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낚싯대를 물었다.
“커엉!”
“커어억!”
경비견들을 처리하고 바로 사사카와 료이치가 잠들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부인과 함께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사진을 꺼내서 사사카와 료이치가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을 하고 심장에 칼을 쑤셔 박았다.
“사사카와 료이치! 다음 생에는 진정한 개로 태어나길 빈다. 잘 가라!”
사사카와 료이치 아내의 심장에도 칼을 박아 놓고 둘의 손에 칼을 쥐여 주었다.
“여기는 아무것도 건들지 말고 그냥 나간다.”
“예.”
그렇게 사사카와 료이치를 처단한 나와 암살자들은 바로 숙소로 돌아와서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잠을 자고 상하이로 아침에 돌아왔다.
* * *
이회영 선생님이 쓰촨으로 가시면서 내 요청을 받고 몇 명 남기고 간 사람들을 한창 교육하고 있는데 장웨이가 나를 찾아왔다.
“형님, 가와시마 요시코가 상하이에 왔습니다. 두 대형께서 어떻게 하실 건지 물으셨습니다.”
나는 장웨이가 전하는 말을 듣고 두웨성의 조직에서 뭔가 착각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와시마 요시코는 한동안은 만주에 있어야 하는데 왜 벌써 상하이로 왔지?’
‘설마, 나 때문은 아니겠지?’
가와시마 요시코는 톈진에서 푸이를 탈출시키는 공작을 하고 관동군이 만주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다음에 상하이로 건너와서 1.28 상하이 사변을 촉발하는 사건을 공작한다.
그런데, 시기에 맞지 않게 상하이에 출현한 것이었다.
잠시, 일 때문에 상하이를 들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대형께 가와시마 요시코가 일본 승려들과 만날 때까지는 손대지 말고 감시만 하시라고 전해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와시마 요시코가 상하이에 올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가와시마가 요시코가 만나는 중국인들은 모두 포섭당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만난 사람들의 명단을 다이리에게 알려주라고 하고.”
“다이리 특무 처장님께요?”
“응, 야! 그런데 잠깐만···. 너도 다이리를 알아?”
내 질문에 장웨이가 대답을 못 하고 우물쭈물하는 것이 좀 수상했다.
“예, 두 대형님 소개로 인사를 한번 드린 적이 있습니다.”
“어라? 이 자식 이거 좀 수상한데. 너 이리 와봐.”
“형님, 그게 아니고 저는 다이리 특무 처장이 진짜 무섭던데, 형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시는 것 같아서 조금 놀라서 그랬습니다.”
“너 정말이야?”
“예, 형님 저는 대형과 형님뿐입니다.”
“알았어. 가서 대형께 내 말이나 잘 전해줘라.”
“예.”
장웨이가 떠나자 나는 백정기를 불렀다.
“지금까지 나한테 배운 대로 방금 나간 녀석을 감시하십시오. 혼자만 하려고 하지 말고 주위에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예.”
백정기는 내 명령을 받고 바로 장웨이를 감시하러 나갔다.
나는 이회영 선생님께 몇 명을 남겨주고 쓰촨으로 가시길 원했다.
그 이유는 이렇게 중국 내에 독자적인 정보망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백정기를 내보내고 다시 정보 요원 교육을 시작했다.
“첩자를 포섭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상대에게 나도 너와 같은 동지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그럼, 우리가 외국인을 포섭하기는 힘들지 않습니까?”
“아니죠. 인간은 일단 모두 똑같다고 생각하십시오. 먼저 종교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종교가 같다면 충분히 동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바로 사상입니다. 사상적으로 동질감을 느껴도 동지가 될 수 있겠죠.”
“그럼, 뇌물이나 여자를 제공하는 것은 뭡니까?”
“그것은 인간의 욕망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면 안 됩니다. 주면서 같이 즐겨야 합니다. 그래야 더 큰 동질감을 느낍니다. ‘나만 나쁜 놈이 아니라 너도 나와 같은 나쁜 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합니다.”
“아!”
“다들 이해됩니까?”
“예”
“좋습니다. 그럼, 다음은 상대방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대화법에 대해서 말하겠습니다.”
나는 사격과 폭파는 물론이고 휴민트를 포섭하는 요령, 각종 무선 장비를 다루는 요령 그리고, 암호를 사용하는 방법 등등 첩자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가르쳤다.
이렇게 가르쳐서 한국인 정보 요원들 숫자가 수십 명이 되는 순간부터는 정보 조작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정보 요원들의 교육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집에는 식구들이 아무도 없었다.
‘오늘도 식구들은 아이리위안으로 놀러 갔나? 그리고 보니까 이브라힘 하둔도 곧 죽을 텐데.’
* * *
1931년 8월 18일 저녁에 펑톈(봉천) 남만주철도의 대화여관 1호실에는 관동군 사령관 혼조 시게루와 참모장 미사와 코우지 그리고 작전 참모 이사와라 겐지, 고급 참모 이타가키 세이시로, 참모 가타쿠라 다다시, 관동군 특무대장 도이하라 겐지 등이 모여서 ‘만몽 영유 계획’을 짜고 있었다.
“사령관 각하.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관동군 사령부 작전 참모인 이시와라 겐지 대좌가 혼조 시게루 대장에게 보고를 했다.
“장쉐량은 아직도 베이징에 머무르고 있나?”
“예, 사령관 각하.”
“미친 새끼들! 아비나 새끼나 아편쟁이 놈들. 이딴 놈들이 무서워서 만주로 진격을 말라니···. 하지만, 뭐 오늘이 지나면 만주는 천황폐하의 영토가 되겠지.”
“이시와라! 조선 주둔군에도 작전 날짜를 분명히 작전 날짜를 통보해줬겠지?”
“예, 오늘 날짜로 작전이 시작된다고 하야시 센쥬로 대장님께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조선군은 1개 여단 병력과 1개 비행 대대 병력이 저희를 돕기 위해서 출동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다행이군. 병력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는데 조선군이 지원을 온다면 충분하겠구나.”
“예, 사령관 각하.”
“작전을 시작하라고 해라.”
“예! 사령관 각하!”
* * *
“사장님! 사장님!”
아침부터 급한 목소리로 집안 살림을 맡아서 하는 메이링이 나를 불렀다.
“왜요? 무슨 일이 있나요?”
“아닙니다. 사장님. 사장님을 찾는 분이 오셔서···.”
메이링의 전갈을 받고 나갔더니 영사관에서 사람을 보내서 나를 찾고 있었다.
“총영사님 찾으셨다고요?”
총영사의 방으로 안내를 받아서 들어갔더니 커닝엄 총영사의 얼굴이 심각한 표정이었다.
“조지 씨, 어제 톈진에서 관동군이 장쉐량의 군대를 공격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것은 이미, 총영사님도 예상했었던 내용이 아닙니까?”
내 대답에도 불구하고 커닝엄 총영사의 얼굴은 뭔가 상당히 불쾌한 일을 당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나는 도무지 일본인들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일본 놈들을 이해해?
일본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는 더 이해가 안 된다.
“왜 항상 같을까요?”
“뭘 말하는 겁니까?”
“일본은 왜 항상 비겁하냐는 말입니다.”
“아니, 원래부터 그렇게 태어난 놈들이니까 그렇죠? 일본은 지금에야 좀 사는 거지. 언제나 중국과 조선의 눈치나 보면서 살던 놈들이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커닝엄의 시각을 고쳐 놓을 필요성을 느꼈다.
“총영사님, 만약, 페리 제독이 개항을 시키지 않았으면 일본은 지금도 동아시아 삼 개국 중에서 제일 밑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놈들은 민족성 자체가 정정당당이라는 말을 모르는 놈들입니다.”
“일본은 원래부터 정정당당이라는 단어를 모른다고요?”
나는 커닝엄 총영사를 붙잡고 천년 가까이 이어진 일본의 막부시대를 이야기해 주면서 어째서 일본은 정정당당이라는 말과 거리가 먼지 자세한 설명을 해줬다.
“일본은 기습과 모략 그리고 배신만이 존재하던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본을 보고 ‘너희들은 도대체 왜 그러니?’ 하면 그게 말이 되겠습니다? 이번에 본국에 정보 보고서를 올리실 때, 반드시 이런 일본의 형태도 알리십시오.”
“기습과 모략과 배신의 민족이라···.”
“겉으로는 절대로 아닌척하니까 혹시라도 속지 마십시오. 겉으로는 웃으면서 안심시키고 속으로는 때가 오기만 기다리는 놈들입니다.”
“음···.”
“이제 일본은 열강들이 강력하게 항의하면 둘 중 하나의 태도를 보일 겁니다.”
“어떤 태도를 보인다는 말입니까?”
“열강들과 싸워서 질 것 같다고 판단하면, 예전의 삼국협상에 굴복했을 때처럼 협상하는 척하면서 아무런 사과도 없이 뒤로 빠질 겁니다.”
“그럼, 이길 것 같으면요?”
“이길 수 있겠다고 판단이 되면 그때부터는 전혀 제어되지 않을 겁니다. 예를 들자면 자신들을 비난하는 국제연맹을 탈퇴할 겁니다. 그리고, 중국을 야금야금 자신들의 영토로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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