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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두 대형, 멀티 좀 까시죠? (22/225)

22. 두 대형, 멀티 좀 까시죠?

22. 두 대형, 멀티 좀 까시죠?

“대형, 혹시 군벌 중에서 약간은 정의롭고 국민당군과 협력도 하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국민당에 협조만 하지는 않는 군벌이 있을까요? 아! 그리고, 공산당은 싫어하고요.”

내가 두웨성의 방으로 들어서면서 아리송한 말을 하자 두웨성은 갑자기 왜 그런 걸 묻느냐는 표정이었다.

“조지야, 니가 묻는 그런 군벌은 중국에는 없다.”

“정의로운 군벌은 하나도 없어요? 그럼, 쓰촨성과 윈난성 쪽에 세력이 약한 군벌들은 좀 아세요?”

“그러니까, 그런 군벌들이 왜 찾는 거냐고?”

“조선의 청년들에게 배움을 전할 학교를 만들고 싶어서요. 힘이 센 놈들은 학교로 들어가는 지원을 뺏어갈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학교를 얼마나 크게 지을 생각인데?”

“학교의 규모가 크지는 않겠지만 군사학교를 만들 생각이어서 전차와 전투기 그리고 야포도 갖출 생각입니다.”

“너 일본군과 싸울 군대를 키워낼 생각이냐?”

“예, 대형.”

“항공기에 전차에 야포도 가르치겠다고?”

“예”

“혹시, 니가 직접 가서 학교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

“이십 년 전에 전 재산을 바쳐서 학교를 만드셨던 분이 계십니다. 그분이 저를 대신해서 하실 겁니다.”

“음···.”

두웨성이 나한테 소개해줄 군벌을 생각하면서 고민하는 동안 나는 어젯밤에 이회영 선생님과 벌였던 토론이 생각났다.

* * *

“선생님! 이대로는 안된다니까요?”

“그럼, 아무것도 남지 않은 우리가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회영 선생은 지금 상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주목하셨고 나는 미래를 준비하자고 말하고 있었다.

“처음에 상하이에 모여서 하나의 정부를 만들고 일본과 싸우면 될 줄 알았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헛된 꿈이었을 뿐이네. 자네 말처럼 한다고 해서 미국과 소련 같은 열강들이 우리나라를 온전히 독립시켜 줄 것 같은가?”

“왜 그렇게만 생각하십니까?”

“미국 대통령의 특사가 우리한테 뭐라고 한 줄 아는가?”

“윌슨 대통령의 특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우리는 미국을 믿고 흩어져 있던 임시정부를 하나로 만들었고, 모든 조선인이 목숨을 걸고 3.1 만세운동을 펼쳤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땠는가? 그뿐인가? 우리는 소련을 믿었네.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됐나? 우리 집안의 전 재산을 들여서 키워낸 청년들이 어떻게 됐는가? 모조리 죽어 나갔네.”

이회영 선생님은 1919년 3.1 만세운동에서부터 자유시 참변까지 미국과 소련을 믿었다가 벌어진 참극을 이야기하시면서 통곡하시면서 우셨다.

이회영 선생의 말이 맞다.

그때, 그일 이후로 조국의 독립을 꿈꾸면서 하나로 모았던 임시정부는 유명무실해져 버렸다.

그러나, 그것이 미국과 소련의 잘못만 있었을까?

“선생님, 선생님 말씀처럼 처음부터 미국이나 소련은 우리를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이미 우리한테 말했는데 우리가 오해한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참 순진한 민족이다.

분명히, 미국과 소련은 ‘그래? 너희가 그런 일을 한다면 우리가 도울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한 것을 ‘우리가 도와줄게’로 희망 회로를 돌려서 해석한 것이다.

그리고는 문제가 터지자,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면서 싸우다가 흩어져버렸다.

비분강개하시면서 통곡을 하시던 이회영 선생이 정신을 차렸다.

“선생님, 저는 중국의 군벌과 협력을 해서 우리 청년들을 군인으로 키울 생각입니다.”

“어느 군벌이 우리가 자기 세력권에서 군대를 키우는 것을 눈감아 준다는 말인가?”

“그걸 용인해줄 군벌과 연결하는 것은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동료들은 일본군이나 배신자를 처단만 할 것이 아니라 하실 일이 있습니다.”

“자네는 그렇게 당하고도 모든 일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군. 군벌을 찾는다고 해도 우리는 군대를 만들 수가 없네.”

“어째서 말입니까?”

“자네가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군대를 키운다는 것은 엄청난 돈이 들어가네. 그리고, 청년들을 무장시킬 그 많은 무기는 어디서 조달할 텐가?”

“그것도 제가 전부 책임을 지겠다면 하시겠습니까?”

“설마, 우리를 미국의···.”

“그것은 절대 아닙니다.”

외국의 도움에 기대서 뭔가를 할 때마다 피해를 받은 것은 언제나 우리나라 청년들이었다.

이회영 선생은 그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회영 선생과 일행들은 내 제안을 듣고 한참을 고민했다.

“좋네. 자네가 말한 모든 것이 이뤄진다면, 얼마 남지 않은 내 목숨을 한번 바쳐 보겠네.”

* * *

“쓰촨성에 양썬이라고 네가 말한 조건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만 양썬은 세력이 너무 약한데.”

“대형, 대형이 안전을 걱정할 정도로 세력이 약합니까? 혹시, 자기 근거지도 간수 못 할 정도로 약하고 그런 것은 아니죠?”

“한때는 쓰촨성을 모두 장악했었는데 다른 군벌들의 연합 공격을 받아서 지금은 한삼만 명 정도나 남았을까?”

중국에서는 삼만 명이라는 군대의 숫자가 많은 건지 적은 건지 도무지 가늠이 안 됐다.

그뿐만 아니라 삼만 명이라고 해도 이 숫자가 진짜로 모두가 군인인지도 의문이었다.

“그래도 자기 근거지는 막을 수 있을 거다.”

“제가 전투기와 전차 그리고 야포를 공급하고 훈련도 시켜 줄 수 있는데 그렇게 하면 조선인 청년들의 군대가 만들어지는 것을 눈감아 줄까요?”

“전투기와 전차도 지원하겠다고?”

“예”

“야! 그것을 거기까지 어떻게 옮기려고? 자기 구역 안으로 전투기와 전차가 통과한다는 것을 알면 다들 눈들이 뒤집혀서 모두 뺏으려고 들 거다.”

“그것은 저의 위대한 대형께서 좀 막아주십시오.”

두웨성은 천연덕스럽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나를 보면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내 간절한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단, 모든 무기는 분해해서 옮기자.”

“예! 두 대형!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형!”

“또, 뭐?”

두웨성은 아편을 태워야 할 시간이 된 건지 살짝 짜증이 난 목소리였다.

“대형께서도 이번 기회에 멀티도 좀 하시죠?”

“멀티? 그건 또 뭐냐?”

“대형 같은 분이 겨우 상하이 하나만 차지하고 계시면 되겠습니까? 이번에 홍콩으로 멀티 좀 하시죠?”

내가 두웨성과 관련이 있는 말을 하면 두웨성은 절대로 내 말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이미, 몇 번이나 자기를 살려줬고 도움을 준 내가 자신과 관련된 말을 하면 다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래야 하는 거냐?”

두웨성은 눈까지 반짝이면서 이유를 물었다.

“곧, 일본이 상하이를 공격합니다.”

“언제쯤이냐?”

“올여름에는 만주, 내년 겨울에는 상하이입니다.”

이제는 어떻게 그것을 아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 정도로 내가 제공하는 정보는 100% 신뢰하고 있었다.

“그럼, 넌 나보고 내 고향 상하이를 포기하라는 말이냐?”

“그건 아닙니다. 다만,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대형의 사업체에 폭탄이라도 떨어지면 어떡합니까? 대형이 직접 일본군과 싸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발! 네 말을 다이라나 장제스에게 전해줘도 안 믿겠지?”

“대형이 아니면 누가 제 말을 믿겠습니까? 대형이라도 전쟁 대비를 하십시오.”

“그럼, 내가 홍콩에서 무엇을 하면 되겠느냐?”

“대형, 홍콩에서부터 충칭까지 물류 라인을 만들어 놓으십시오.”

“충칭? 왜 하필 충칭이야? 교통하면 우한도 있잖느냐?”

“우한은 제 생각에 전쟁터가 될 것 같습니다.”

“뭐라고? 그럼, 내년 겨울에 일본군이 우한까지 공격한다는 말이냐?”

“아뇨. 내년 겨울에는 간 보기 차원에서 상하이만 공격할 겁니다.”

“그런데···?”

“간 보기가 끝나면 언젠가는 제대로 된 공격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홍콩도 마찬가지가 아니냐?”

“홍콩은 중국 땅이 아니지 않습니까? 일본군이 막판이 돼서 미쳐 날뛰기 시작하면 그때쯤에 홍콩을 공격할 겁니다.”

“음···.”

“두 대형께서 진정으로 중국을 사랑하신다면 충칭에 몇 가지 공장을 만드시는 것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공장?”

“예, 비료공장을 만들어서 전쟁 전에는 비료를 생산하고 전쟁이 터지면 탄약을 생산하면 될 겁니다.”

“비료공장이 화약공장으로 변할 수도 있는 거였냐?”

“예. 그리고, 여유가 되신다면 대형의 석유회사를 홍콩에도 만들어서 충칭에 석유를 좀 비축하시고요.”

“조지야! 너는 내가 땅을 파면 돈이 마구마구 생기는 사람인 줄 아는 거냐?”

두웨성은 세상에서 가장 쉽고 편하게 돈을 벌면서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아편 장사 술 장사 그리고 여자 장사 이건 인간의 욕망을 파는 장사라서 절대로 불황도 없었고, 특별한 판매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지 않는가?

“돈이 부족하세요?”

“그래, 나도 먹여 살려야 할 식구가 수천수만이다.”

돈을 정말 쉽게 버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남들 앞에서 말하기가 곤란했다.

이 방법은 남들에게는 절대 비밀로 해야 하는데, 방안에는 나와 두웨성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와 두웨성의 중간에서 통역하는 장웨이가 껴있었다.

“야! 장웨이!”

“예, 형님.”

“너는 죽을 때까지 대형과 내 동생이냐?”

“형님,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말고 진짜로 네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대형의 동생으로 남을 자신이 있냐?”

“두 대형님은 제 아버지이자. 제 목숨을 관리하는 신이십니다.”

“진짜지? 진짜로 두 대형은 너의 아버지이고 신이지?”

“예! 그렇습니다.”

“알았다. 그럼, 지금부터 밖에서 듣지 못하게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자.”

나와 장웨이는 두웨성의 곁에 꼭 붙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대형, 우리가 돈을 찍어내면 됩니다.”

두웨성은 내가 하는 말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대형! 우리가 직접 파운드화든지 엔화든지 찍어내면 된다니까요.”

“뭐? 우리가 직접 돈을 찍어내자고?”

“예, 영국의 파운드화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그리고, 일본 돈도 나중에는 찍어내면 될 겁니다.”

그때부터 나는 두웨성에게 위조지폐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려줬다.

한참 동안 내 이야기를 듣고 확실히 가능성을 파악한 두웨성이

“이야! 그거 진짜 기가 막히네. 그게, 정말 가능하겠냐?”

“예, 아무도 모를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준비하시면 됩니다.”

독일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과 중일전쟁 중에 영국과 중국의 경제를 망가트리기 위해서 위조지폐를 대량으로 만들어서 뿌렸다.

나와 두웨성이 미리 조금 뿌린다고 해도 티도 안 날 것이다.

* * *

두웨성과 위조지폐에 관한 밀담을 가진 후부터는 나와 두웨성은 경제공동체가 돼버렸다.

그리고, 두웨성은 모든 일을 결정하기 전에 나한테 먼저 상의를 하기 시작했다.

“쓰촨성의 양썬이 사람들을 보내도 좋다고 하더라.”

“그래요? 고맙습니다. 대형.”

“그리고, 홍콩의 석유회사는 네가 말한 사람들한테 맡길 테니까 잘 관리하라고 해라.”

“대형! 정말 감사합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런데, 다이리하고 쑹메이링이 널 한번 보자고 하던데 만나볼 테냐?”

이회영 선생님의 가족들을 안전하게 홍콩으로 옮긴 것까지는 좋았는데, 갑자기 국민당의 다이리와 쑹메이링의 만남을 제안했다.

“저···. 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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