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첫 번째 타겟, 쑈리키 마쓰타로
19. 첫 번째 타겟, 쑈리키 마쓰타로
대형 두웨성이 내 일을 돕기 위해서 따로 챙겨준 암살자들을 한 번쯤은 만나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두웨성이 나한테 소개한 암살자들은 지금까지는 ‘칭방’의 암살자였었다.
내가 직접 키운 부하들은 아니기 때문에 믿을 만한 존재인지 나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장웨이, 대형이 나한테 소개한 사람들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 한 시간 이내로 만날 수 있겠냐?”
“형님, 한 시간 이내로 형님께 보여드릴 수는 있지만, 모두를 한자리에 모으시면 서로의 신분이 노출될 수 있어서”
“아! 그렇지.”
그렇다고 암살 조직을 만나기 위해서 하루를 버릴 수는 없었다.
“몇 명이나 되지?”
“형님, 숫자는 몇 명이 안 됩니다. 두 사부께서 고르고 골라서 다섯 명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다섯 명뿐이면, 그냥 다 같이 만나보자.”
일단, 일본어가 유창한 암살자들을 상대로 서로 협력할 수 있는지부터 파악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신분이 확실한지도 파악했다.
“이러면, 일본으로 데리고 갈 방법이 없는데”
일본어가 가능한 암살자들은 모두 남자였고, 숫자는 세 명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모두 고아들이었기 때문에 출생 기록 자체가 없었다.
“장웨이!”
“예, 형님.”
“셋은 내일부터 상하이 총회로 출근시켜라.”
“모두 말입니까?”
“그래, 어쩔 수 없다. 신분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러니까 차라리 내가 아는 사람들의 회사원으로 등록하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셋 모두가 학교 교육은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신분이 존재하지 않을까?
이런 걸 보면, 이 당시 중국이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알 수 있었다.
“뭐야? 영어가 가능한 조직원들은 전부 여자네?”
“예, 형님.”
“이 여자들의 신분 문제는 없는 거냐?”
“모두 신분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언제든지 배신할 가능성도 큽니다.”
“왜?”
“자기들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조직원이 됐지만,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돌아설 수도 있습니다.”
한쪽은 신분이 없고 한쪽은 언제든지 배신할 수 있고, 솔직히 시간만 있었다면 내가 하나씩 키웠을 텐데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실력은?”
“실력은 최곱니다. 죽는지도 모르고 죽을 겁니다.”
“실력이라도 최고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가?”
“좋은 쪽으로 생각하십시오. 형님.”
* * *
황푸강에 마련된 비행정 계류장에 사람들이 한두 명씩 모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상하이 도쿄 노선의 시험 비행을 처음으로 하는 날이다.
8인승인 시코르스키 S-38 비행정에 사람과 상품을 가득 싣고 도쿄까지 시험 비행을 하기로 했다.
“사장님, 다행히 풍향도 풍속도 좋습니다.”
“그래? 하늘이 우리의 첫 비행을 축하해 주시나 보는군. 그럼, 첫 비행을 시작해 볼까?”
“예, 사장님.”
태평양 항공사의 시코르스키 S-38 비행정이 황푸강을 박차고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상하이에서 이륙한 비행정은 도쿄를 향해서 쉬지 않고 날아갔다.
우리는 하늘의 도움으로 첫 시험 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요코스카항에 마련된 비행정 계류장에 착륙할 수 있었다.
“항법사들은 항로 정리 잘하고 부조종사도 마찬가지로 일지 정리 잘해라.”
“예, 사장님.”
“그럼, 다들 모레, 출발 시각까지는 도쿄에서 자유 시간을 보내고 웬만하면 사고 치지 말기를 바란다.”
“예”
“그리고, 포터들은 화물을 챙겨서 나를 따라와라.”
“예, 사장님.”
짐꾼으로 위장한 세 명의 암살자들과 함께 상하이에서 도쿄로 보낸 화물을 화주들에게 전달하고, 바로 첫 번째 타겟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우리 목표는 사진 속에 있는 쑈리키 마쓰타로라는 놈이다. 지금은 요미우리 신문사의 사장 놈이니까 찾기는 편할 거다. 그리고, 이놈은 전직 경찰이었으니까 항상 행동을 조심해라.”
“예, 사장님.”
“주변 조사를 마치는 대로 숙소로 바로 돌아와라.”
내 명령을 받은 세 명은 하나씩 흩어졌고, 나도 따로 돌아다니면서 쑈리키 마쓰타로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내가 쑈리키 마쓰타로를 첫 번째 제물로 선택한 이유는 간토 대지진 때 죽어간 수많은 조선인의 넋을 위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간토 대지진 때 벌어진 조선인 학살 사건은 바로, 쑈리키 마쓰타로의 주둥아리에서부터 시작됐다.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서 일본인을 죽인다!”
“조선인들이 일본인 여자를 강간하고 살해한다!”
“조선인들이 불을 질러서 일본인을 태워 죽인다!”
“조선인들이 저주해서 지진이 일어났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조금 더 지진의 피해가 컸으면, 아마 ‘조선인들이 일본 열도를 침몰시키려 한다!’라는 개 소리까지 유포됐을 것이다.
한마디로 정신병자들이 다 같이 미쳐서 꼴값을 떤 것이다.
그런데, 그 덕분에 우리 죄없는 조선인들이 죽어간 사건이다.
나와 짐꾼으로 위장한 암살자들은 여섯 대의 비행정의 시험 비행할 때마다 쑈리키 마쓰타로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심지어는 쑈리키 마쓰타로의 모든 활동 동선과 성생활 습관까지도 체크했다.
그리고, 상하이에 쑈리키 마쓰타로의 저택과 유사한 구조의 임시 건물까지 만들어 놓고 완벽하게 암살 연습을 했다.
“기분들은 어떠냐?”
“사장님, 저희는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오늘은 목표를 확실히 제거하고 상하이로 돌아가자.”
“예, 사장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리는 빠르게 움직였다.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2층짜리의 큰 평수 다다미 저택.
간토 대지진 때 겨우, 도쿄 경시청의 주사였던 놈이 이런 대저택에서 살 수 있다고?
분명히,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지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은 눈에 드러난 놈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없애 나갈 생각이다.
‘이 개놈의 자식이 죽기는 싫어서 제 식구들을 겁나게 풀어놨네.’
쑈리키 마쓰타로의 저택에는 도사견 여섯 마리가 으르릉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암살자들이 낚싯대를 꺼내서 낚싯바늘에 생고기를 끼워서 담장 너머로 던졌다.
“휙! 휙! 휙!”
낚싯대에 걸린 생고기의 냄새를 맡고 세 마리의 도사견들이 달려들었다.
도사견들이 고기를 덥석 물고 삼키는 순간 낚싯대가 당겨졌다.
“케에엥”
세 마리의 도사견들은 혀에 박힌 바늘 때문에 짓지도 못하고 께겡거리고만 있었다.
그리고, 다시 세 개의 낚싯대가 담장 너머로 던져졌다.
“휙! 휙! 휙!”
앞선 세 마리가 낚싯바늘에 걸려서 낑낑거리는 것을 보면서도 멍청한 도사견들이 고기를 덥석 물었다.
“케에엥, 컥컥”
확실히, 상하이에서 미리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도사견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를 골라서 바늘에 끼우고 가장 정확한 타이밍에 낚싯대를 당겨야 하는데 그걸 정확히 해냈다.
“사장님, 개들은 모두 해결했습니다.”
“그래? 그럼, 죽여도 시원찮은 개자식의 면상을 한번 보러 가보자고.”
담을 넘어간 암살자들이 도사견들의 목을 분질러 죽이고 대문을 열어줬다.
우리는 현관을 통과해서 사람이 자는 방을 찾아서 방안으로 조용히 수면 가스를 집어넣었다.
“야!”
“야! 그만, 처자고 일어나봐!”
“누구···?”
반쯤 벗겨진 대머리가 고개를 들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놈의 목을 발로 밟았다.
“커어억 컥!”
“야! 쑈리키 마쓰타로 누가 너한테 ‘조선인이 폭도가 됐다’라고 말하라고 시켰냐?”
“커억! 넌 누구냐?”
“넌 누구냐? 나야! 나 몰라?”
나는 쑈리키 마쓰타로의 목을 다시 한번 지그시 밟으면서 힘을 줬다가 빼기를 반복했다.
“커억! 후우···. 컥! 컥컥! 학학···.”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누구십니까?”
“나? 니가 죽게 만든 조선인들이 보낸 사람이야.”
“뭐라고? 이런 조센징 따위가···. 컥!”
두 명의 암살자들은 쑈리키 마쓰타로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결박했고, 다른 한 명은 방안 뒤지면서 귀중품과 현금을 찾았다.
“야! 날이 새면 지옥문도 닫히니까 빨리하자. 누가 너한테 그런 말을 하라고 시켰냐? 너희 경찰서 서장이야? 아니면, 혹시 다른 놈이 있는 거냐?”
어차피 죽일 놈이지만, 혹시라도 죽기 전에 반성하고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을 학살한 주모자를 말하지 않을까 해서 물어봤다.
그러나, 내 바람은 쓸데없는 짓이었다.
“너희 같은 하찮은 조센징들이···. 컥!”
“아주 정신 자체가 썩은 놈이었네.”
“컥! 커어억! 커억!”
목뼈를 부러트릴 마음으로 자근자근 밟아줬다.
“사장님, 현찰과 귀중품은 이게 전부입니다.”
“그래? 그럼, 따로 챙겨 놓고, 거기 앉아서 이 새끼 유서라도 대신 써라.”
“예, 사장님.”
암살자 한 명에게 쑈리키 마쓰타로의 유서를 쓰게 하고 쑈리키 마쓰타로의 눈을 노려보면서
“넌, 날이 밝기 전에 분명히 죽을 거야. 그러니까 너 때문에 돌아가신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사죄할 수 있는 시간을 줄게. 혹시, 하고 싶은 말았으면 한 번 해봐.”
“야이! 개새끼들아! 나를 그냥 죽여!”
내가 죽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자포자기한 건지 모를 태도였다.
“그냥, 죽여줘?”
“그래, 너 같은 조센징 새끼한테 빌어서 살아남고 싶은 생각은 없다.”
“병신 같은 새끼! 그렇게 말하면 멋있는 줄 아나 보네. 알았어. 그럼, 죽여줄게.”
“유서는 다 썼냐?”
“예, 사장님.”
“그럼, 한 번 읽어봐. 저 새끼가 뒈지기 전에 자기가 뭐라고 유서를 써 놓고 죽는지는 알고 죽어야지.”
“예”
“저, 쑈리키 마쓰타로는 죽어야 할 개놈의 자식입니다.
개새끼인 부모들 밑에서 태어나서 평생을 개새끼로 살았습니다.”
“야이! 개자식들아! 나는 그렇다 쳐도 우리 부모님이 무슨 죄냐?”
“그러게, 니가 죽인 조선인들은 무슨 죄야? 계속 읽어봐!”
“평생을 개새끼로 살았지만, 제 개생에 가장 큰 개 같은 짓은, 죄가 없는 조선인들을 모함해서 죽게 만든 개 같은 죄입니다.”
“야! 커어억!”
“조용히 해! 개새끼야!”
소리치지 못하게 목을 밟은 채로 끝까지 유서를 읽어 주고 방 한가운데 쑈리키 마쓰타로의 목을 매달아서 걸어놨다.
* * *
다음날, 날이 밝고 태평양 항공사의 시코르스키 S-38 비행정은 요코스카항의 비행정 계류장을 힘차게 날아올랐다.
짐꾼으로 위장한 암살자들은 승객이 만석일 때는 활동을 멈추고 휴가를 즐겼고, 승객이 없는 날에는 계속해서 일본으로 날아가서 다음 타겟의 정보를 수집하고 다녔다.
쑈리키 마쓰타로의 살해 사건은 신문을 통해서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고, 조선인들이 범인일 것이라고 생각한 도쿄 경시청은 의심되는 조선인들을 잡아들이고 고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흉흉한 소문은 소리 없이 조선으로도 퍼져나갔다.
“아니, 왜? 이분들이 연락이 없지?”
광주에 있는 성당에 들러서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보내달라고 부탁하러 간 빈센트 신부님도 연락이 없고, 톈진에서 헤어진 이회영 선생님도 연락이 없었다.
아무런 소식이 없는 두 사람을 생각할 때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상하이 도쿄 노선을 정식취항하고, 내가 직접 조종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도쿄를 오가는 사이에 어느새 계절은 드디어 봄이 됐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