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공산당 첩자들 솎아내기.
18. 공산당 첩자들 솎아내기.
“이야호! 우와! 진짜, 속이 다 펑 뚫리네!”
상하이에 도착하자마자 새롭게 인수받은 시코르스키 S-38 비행정을 몰고 하늘을 날았다.
“카아! 역시 이 맛이라니까. 찰스 소위, 며칠간의 기상 정보는 잘 기록해 됐지?”
나는 내 옆에 앉은 항법사를 보면서 물었다.
“예, 사장님.”
“그냥, 편하게 조지라고 불러. 사장은 무슨 사장이냐?”
“그래도···. 우리 육군항공대 선배님이시고, 저희를 취업시켜주신 분들인데···.”
아! 취업.
생각해 보니까 우리 항공사에 배치된 인원들은 모두 현역이 아니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먹고사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래, 그럼, 다들 편하게 알아서 부르고, 다른 조종사들은 기체를 시운전들을 해봤나?”
“아닙니다. 사장님께서 안 계셔서 그냥 숙소에서 대기만 했습니다.”
“그랬어? 그럼, 안되지. 내일부터 다들 일정을 정해서 시운전을 좀 하자고.”
“예”
“그리고, 항상 항로와 기상을 기록하는 것을 잊지 말고, 알겠지?”
“예”
“좋아. 다시 날아볼까?”
한참을 하늘을 날고 스트레스가 좀 풀리자 상하이 영사관을 찾아갔다.
“안녕하십니까? 커닝엄 총영사님, 덕분에 별 탈 없이 잘 다녀왔습니다.”
커닝엄 총영사는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주문하고 나를 자리로 안내했다.
“조지 씨, 얼굴을 보아하니 일은 잘 보고 온 모양이군요.”
“일은 잘됐습니다. 그리고, 전에 말씀드린 대로 사순 양행과 접촉해서 만주로 정보원들을 파견하시면 될 겁니다.”
“정말, 잘된 일이군요. 그런데, 일본군의 태도는 어떻던가요? 정말로, 재작년에 있었던 일을 계속 이어갈 것 같던가요?”
커닝엄 총영사의 질문에 나는 하나의 정보를 더 보태서 대답을 해줬다.
“그것은 이미 확정적이고, 톈진에서 제가 재밌는 것을 봤습니다.”
“뭘 봤는데 표정이 그렇습니까?”
“제 표정이 이상한가요?”
“아니요. 뭔가 엿 먹일 사람을 떠올리는 것 같은 표정인데요.”
“그래요? 그럼, 총영사님께서 맞게 보신 겁니다.”
“도대체, 무슨 정본데 그럽니까?”
“관동군과 접촉하고 있는 중국공산당 간부들을 봤습니다.”
“예? 뭐라고요?”
“지금, 국민당군과 전쟁을 한창하고 있는 공산당의 간부들은 톈진에서 봤습니다. 관동군 장교들과 함께 어디론가로 바삐 이동해 가는 모습이더군요.”
커닝엄 총영사는 아직은 공산당의 사악함을 모르는지 설마 그럴까 하는 표정이었다.
“제 예상으로는 아마, 뤼순의 관동군 사령부로 갔을 겁니다.”
커닝엄 총영사는 눈이 더욱 동그래진 채로
“그것을 조지 씨가 어떻게 압니까?”
“총영사님은 잘 모르시나 보군요. 소련과 중국국민당과 중국공산당 그리고 일본은 서로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소련과 중국이 연결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본도 연결이 되어 있다는 말입니까?”
“예, 쑨원이 어느 나라를 보고 혁명을 했습니까? 장제스는 어느 나라에서 사관학교를 나왔습니까? 저우언라이는 어디서 공부를 했습니까? 모두 일본입니다. 그들은 음으로 양으로 일본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게, 그런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겁니까?”
“사실, 원래, 중국이란 나라는 좀 부족한 족속들입니다.”
커닝엄의 얼굴은 그렇게 따지자면 너희는 더 부족한 것 아니냐는 표정이었다.
그래. 우리는 민족 구성원 하나하나는 부족하지 않은데, 당시 지도층이 모두 쓰레기였다.
어쩔래?
“조선은 지도자가 병신이어서 그렇게 된 겁니다. 그러나, 지금도 일반 인민들은 만주에서 중국 관내에서 일본군과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조지 씨, 내가 그것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닙니다. 나는 국민당과 공산당이 일본과 연결이 된 증거를 알려달라는 겁니다.”
아! 그럼 그렇게 말하지?
표정이 왜 그 모양이야?
“세상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일본은 중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을 후원하는척하면서 친일파로 만듭니다. 그것은 공산당원이든 국민당원이든 상관이 없이 말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보통은 타겟을 하나로 하지 않습니까?”
“일본은 어차피 중국 따위는 적으로도 보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손아귀에 넣을 수 있는 나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느 진영이든지 상관없이 간첩을 심는다고요?”
“예, 그리고, 총영사님께서도 본국 정부에 중국공산당이 이런 놈들이라는 것을 자세히 알려주시는 것이, 나중에 정부에 도움이 될 겁니다.”
“아! 네. 나는 중국공산당도 일본과 연관이 되어 있는 줄은 지금까지 몰랐습니다.”
“하하, 다들 그러시더군요.”
“그런데, 조지 씨, 관동군과 중국공산당이 만나서 무슨 협상을 할 것 같습니까?”
잠시, 커닝엄 총영사의 눈을 보면서 ‘팔척협정’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줘야만 하는지 고민했다.
그러나, ‘팔척협정’에 대한 모든 내용을 말해줬을 때 나한테는 득보다 실이 더 컸다.
왜냐하면, 이 협정은 존재하기는 했지만 수십 년 동안 비밀이 유지됐고 막상은 협정이 제대로 실행이 안 됐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이번에 중국 국민당군에 죽지 않기 위해서 뭔가 대가를 제공하고 중국 국민당군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달라는 부탁을 했을 겁니다.”
“음···. 조지 씨는 만주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을 확신한다는 거군요?”
“예, 새로운 정보망을 구축하면서, 협정에 관한 내용을 빠르게 확인해 보십시오. 물론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라 조심해야 할 겁니다.”
“그래야 할 것 같군요. 그리고, 본국에는 관동군과 공산당에 대해서 정보 보고 형태로 알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총영사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영사관에 들러서 커닝엄 총영사와의 일을 마치고, 이번에는 나의 대형을 찾아갔다.
* * *
내가 두웨성의 아지트인 도박장에 나타나면 언제나 내 입이 되어주는 통역원 겸 경호원이 한 명 따라붙는다.
“장웨이, 그동안 잘 지냈느냐?”
“오셨습니까? 사부님께서 천상에 계십니다.”
“오늘도 아편을 하신 거냐?”
“예”
“알았다. 같이 올라가자.”
나의 대형은 오늘도 여전히 아편에 취해 있었다.
아무리 봐도 두웨성은 오래 살기는 힘들어 보였다.
장웨이를 데리고 두웨성이 머무는 방으로 들어섰다.
우와! 진짜 독하게도 태운다.
방 안 가득한 향내와 아편 내음.
“대형, 접니다.”
“어! 조지 왔느냐?”
아편에 취한 상태에서도 또 사람은 어떻게 알아는 본다.
“두 대형, 식사라도 하시고 정신을 좀 차려 보십시오.”
“천상에서 놀게 나를 좀 놔둬라.”
“두 대형, 제가 이번에 톈진에서 공산당 간부들을 봤습니다.”
“우당탕! 광!”
두웨성은 아편에 취한 상태에서도 공산당 이야기를 듣자 자리에서 부리나케 일어났다.
“아윽! 이 개놈의 새끼들은 내 평생에 도움이 안 되는 놈들이야.”
아편에 취한 상태에서 일어나다 자기가 굴렀으면서 공산당 탓을 하고 있었다.
“조지, 그놈들을 블라디보스토크나 모스크바에서 봤다면 이해가 되는데 톈진에서 봤다고?”
“예, 관동군의 호위를 받으면서 어디론가 부지런히 가던데요?”
“이 새끼들이 이번에 다 죽게 생겼으니까 쪽발이 놈들한테 도움을 요청하러 간 모양이구나.”
두웨성은 확실히 공산당의 습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제가 보기에도 그런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사탕발림으로 일본 놈들하고 밀약을 맺을까?”
두웨성은 쑨원의 신해혁명 때부터 공산당을 지켜봤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공산당 자체를 아예 믿지 않았다.
“두 대형, 제가 보기에는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을 안다고 해봐야 두 대형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잖습니까?”
“하긴, 전쟁터 한복판에서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없지.”
두웨성은 대답을 하면서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서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아오! 오늘은 진짜 안 깨네.”
“대형! 진심으로 부탁드리는데 조금씩만 하십시오.”
두웨성은 내 충고를 들으면서 그저 조용히 웃기만 했다.
“조지, 그럼 공산당을 때려잡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두 대형,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국민당군이 어째서 계속 초공작전에 실패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거야 국민당군이 워낙 무능하고 하나로 통일이 안 돼서 그런 것 아니냐?”
“그것도 있지만, 국민당군의 정보가 줄줄이 새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정보가 새고 있다고? 그런데, 니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냐?”
“두 대형, 제가 매일 앉아서 노는 것이 노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보들을 한 조각씩 꿰맞추는 일을 하는 겁니다.”
“오호!”
뭘 그렇게 놀라시나?
이것은 모두 국가정보원 요원이었던 이윤호가 남겨준 유산이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아는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무심코 말하지만, 그것을 큰 그림판 위에 올려놓고 하나씩 맞춰 나가다 보면 유용한 정보가 됩니다.”
“음, 그렇게 해서 너는 정보를 얻는다는 말이지?”
“예, 제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공산당군은 이번에 국민당군과 연관된 장교와 병사들 그리고 당원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않아?”
수만 명이 죽었는데 그럴 수도 있어?
하여간 중국 놈들의 숫자 개념은···.
“그동안은 공산당과 국민당이 서로 정보가 공유됐지만, 이젠 국민당군으로 정보가 빠져나가는 것은 안 된다. 뭐 이런 겁니다.”
“그러니까 공산당이 그럴 수도 있지 않냐고? 그냥, 자기들끼리 정보를 넘기는 놈들은 죽일 수 있잖아?”
다들 여기까지만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나가보자.
왜? 정보가 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할까?
그것은 지금부터는 국민당군이 모르게 숨겨야만 하는 정보라는 것이다.
“두 대형, 공산당군은 아무도 모르게 뭔가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조만간 공산당 내부에서 무슨 일이 생길 겁니다.”
“숨겨야 할 정보들이라···. 그게 뭘까?”
“저도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혹시, 두 대형께서 국민당군 정보 관리자를 아신다면 충고라도 해주십시오.”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특정해서 대상을 지목해줘야 국민당군도 대책을 세우든지 할 것 아니냐?”
“무선 전신 담당자들입니다. 이놈들이 조직적으로 정보를 흘리고 있습니다.”
“아! 그래서, 공산당 본거지를 덮치러 가면 맨날 작전이 실패했구나.”
두웨성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결정을 못 했는지 나를 쳐다봤다.
“조지, 누구한테 알려줘야 내 주가도 올리고 확실하게 공산당을 때려잡을까?”
“이런 고급 정보는 무조건 우두머리에게 알려야 합니다.”
“장제스, 쓩메이링, 다이리 이 셋 중에 누구?”
“음···. 쓩메이링에게 알려주는 것이 대형의 주가를 올릴 기회인 것 같습니다.”
“그래, 쓩메이링이라···. 이거 보석 좀 장만해야겠네.”
“이런 정보를 제공할 때는 그냥 맨손으로 가십시오. 선물을 주면서 말하면 괜한 오해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알았다. 그런데, 조지 너도 같이 갈래?”
“아닙니다. 저는 나중에 만나는 것으로 하시죠. 저는 이번에 도쿄를 다녀와야 해서요.”
“드디어, 너의 살생부에 오른 놈들을 처단하기 시작하는 거냐?”
“예, 대형!”
“암살자들은 네가 부탁한 대로 일본어와 영어가 가능한 아이들로 구해놨다. 그런데, 언어 문제 때문에 숫자는 몇 명 안 된다.”
“대형, 아닙니다. 제가 지금 당장 그런 사람들을 어디 가서 구하겠습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나한테 잘해라!”
“예, 대형”
“그 아이들 연락은 여기 장웨이가 해줄 거니까 필요하면 언제든지 장웨이에게 연락해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