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두웨성, 요시모토, 가와시마 2.
14. 두웨성, 요시모토, 가와시마 2.
남자가 좋아서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가와시마의 행동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요시모토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대기 중인 자동차로 걸어갔다.
“꽝!”
요시모토는 자동차의 차 문에 화를 풀고, 대기 중인 부하에게 훙커우의 본거지로 돌아가자고 소리쳤다.
“하세가와, 본부로 돌아가자!”
“대장님, 가와시마는 기다리지 않고···.”
“그년은 그새 발정이 나서 가랑이를 벌리러 갔다. 놔두고 그냥, 먼저 가자!”
“예”
하세가와는 대답과 함께 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요시모토의 자동차가 난징루에서 훙커우 쪽으로 들어설 무렵, 자동차 앞을 지나가던 외국인 남자 한 명이 비틀거리더니 자동차와 충돌했다.
“크악!”
자동차에 부딪힌 외국인 남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email protected]
%@”
외국인 남자가 이상한 말을 하면서 도로를 뒹굴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대장님, 어떡할까요?”
“하세가와, 사람이 너무 많이 보고 있다. 일단 내려서 상태를 봐봐라.”
“예”
차에서 내린 하세가와는 도로에 쓰러져서 뒹굴고 있는 외국인에게 다가갔다.
“이봐요. 괜찮아요?”
“$^$^@[email protected]
”
외국인은 하세가와를 노려보면서 알 수 없는 외국어로 욕을 하는 것 같았다.
그때, 주위에 몰려들었던 사람 중에서 한 명이
“이보시오. 많이 다친 것 같은데 병원으로 먼저 데리고 가보시오.”
“말도 통하지 않는 것 같은데, 병원에 던져두고 가면 되잖소?”
주위에 모인 사람들이 자기를 걱정해주는 것처럼 보이자, 외국인은 하세가와를 노려보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또 소리쳤다.
“$^##^#^#@”
“대장님, 어떡할까요?”
요시모토는 하세가와의 물음에 자동차를 에워싼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곳을 빠져나가기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았다.
더구나 차와 충돌한 남자는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이었다.
“태워서 병원에 던져놓고 가자.”
“예”
하세가와는 서둘러 외국인을 부축해서 자동차 뒷좌석에 태웠다.
사고를 당한 외국인을 차에 태우자, 자동차 주위에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흩어졌다.
요시모토의 자동차는 그대로 병원을 향해서 달려갔다.
“퍽!”
운전하던 하세가와의 뒤통수에 강렬한 충격 전해졌다.
“차를 길옆으로 세워! 빨리! 차를 길옆으로 세우라고!”
뒤쪽 좌석에 실렸던 남자가 언제 빼 들었는지 권총 두 자루를 양손에 들고, 요시모토와 하세가와 겨누면서 차를 세우라고 명령했다.
“죽고 싶나? 빨리 차를 세워라!”
하세가와는 여전히 요시모토의 눈치를 보면서 운전을 계속하고 있었다.
“탕!”
“내가 분명히 차를 세우라고 했다. 빨리 차를 길옆으로 세워라!”
“탕!”
“으악!”
정체 모를 남자의 명령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운전하던 하세가와는 요시모토가 총에 맞는 것을 보고 급하게 차를 세웠다.
요시모토의 자동차가 도로 옆에 멈춰서고, 몇 초 지나지 않아서 뒤에서 쫓아오던 자동차 두 대도 따라서 멈춰 섰다.
그리고, 권총을 든 남자들이 우르르 내려서 요시모토와 하세가와를 끌고 자기들이 타고 왔던 자동차에 옮겨 싣고 사라졌다.
* * *
머피를 시켜서 가와시마를 돌려보내 주고, 두웨성의 아편 판매 회사인 동흥 공사의 숨겨진 창고를 찾았다.
“으악!”
“퍽! 퍽! 퍽!”
두웨성은 요시모토를 절대로 깔끔하게 죽일 생각이 없었는지, 쉴 새 없이 몽둥이질을 하고 있었다.
“으악! 그냥 나를 죽여라! 그냥 죽여 달라고!”
“X 까는 소리 하네.”
“퍽!”
“악!”
계속해서 두들겨 맞던 요시모토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그제야 두웨성은 몽둥이를 던져 버리고 내 곁으로 다가왔다.
“동생은 언제 왔냐?”
“온 지는 좀 됐습니다.”
“혹시, 너한테 피해가 갈지도 모르지만, 내가 저 새끼만큼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너한테는 미안하다.”
두웨성의 마음이 이해는 된다.
내 목숨을 노리고 저격을 한 놈을 잡았다면 어떨까?
나 같았으면 잡아서 뼈까지 발라내 죽여버리고 싶을 것이다.
“대형의 뜻대로 하십시오.”
“이해해줘서 고맙다. 대신, 내가 뭐든지 네 일을 도와주겠다.”
“두 대형!”
“응? 왜?”
“지금 국민당이 벌이고 있는 초공작전에는 웬만하시면 참여하지 마십시오.”
두웨성은 그렇지 않아도 국민당으로부터 계속해서 지원 요청을 받는 상황에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표정이었다.
“니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대형께서 저한테는 좋은 인연인가 봅니다. 제 눈에는 가끔 대형의 미래가 보입니다.”
두웨성의 표정은 내 말을 믿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 웃긴다고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훗! 진짜, 내 미래가 보이는 거냐?”
“예, 아무튼 국민당 초공작전에 참여하지 마십시오.”
“그래, 알았다. 고맙다.”
“아! 그리고 오늘 제가 만난 여자, 가와시마 요시코를 철저하게 감시해주십시오.”
내 말에 두웨성은 좀 이상한 상상을 하는지 표정이 야릇했다.
“너, 혹시 그 여자가 마음에 든 거냐?”
“그런 것이 아닙니다. 가와시마 요시코는 무서운 여잡니다. 일본 관동군이 특별히 관리하는 첩자로 앞으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합니다.”
“뭐라고? 청의 마지막 공주라는 년이 일본군의 첩자였어?”
“예, 그러니까 누굴 만나고 어디서 뭘 하는지 끝까지 감시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알았다. 그년은 내가 특별히 신경을 써서 감시하마.”
한동안, 가와시마 요시코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있어서 그녀를 살려두지만 내 용도가 다하면, 그때는 가와시마 요시코도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조지야, 니가 부탁한 암살자들은 지금 준비하고 있다.”
“대형! 암살자들의 실력이 좋아야 합니다. 혹시라도 실패하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니가 일본 놈들을 싫어하는 만큼 나도 일본이 싫다. 더구나 죽어야 할 놈들은 평범한 일반인이라면서?”
내가 항공노선을 만든 이유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군사적인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에 해가 되는 인간들의 암살하기 위해서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회적으로는 그런대로 유명한 놈들이라서요.”
“걱정하지 마라! 너의 살생부에 오른 놈들은 내가 모조리 죽여주마!”
“그래도 좀 걱정이 됩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대형께 피해를 줄 것 같아서···.”
“야! 조지! 넌 내 동생이고, 난 네 형이다. 동생의 어려움을 대형은 당연히 돕고 보살펴야 한다. 그것이 내 방식이다.”
두웨성의 이런 모습 앞에서는 난 언제나 동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두 대형!”
* *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늘도 변함없이 와이탄의 상하이 총회로 출근을 했다.
사순 양행의 샘슨에게 볼 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들렸지만, 샘슨은 아직 출근하지 않은 것 같았다.
샘슨을 기다리는 동안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한 잔 시키고 상하이 신문인 자림보를 뒤적이고 있었다.
“오! 조지, 오늘은 웬일인가? 무슨 일로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출근한 건가?”
나만큼 한량인 사순 양행의 샘슨이 상하이 총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와요! 샘슨.”
샘슨은 회중시계를 꺼내서 시간을 확인하고 다시 내 얼굴을 유심히 쳐다봤다.
“왜? 그런 눈빛으로 보는 거예요?”
“아니, 어제 조지가 어떤 여자하고 같이 있던 것 같던데, 혹시 집에서 쫓겨난 건가?”
“하하하”
샘슨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집에서 쫓겨날 일이 없다.
내 아내 샤본 레이놀즈는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하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지지한다.
“불행히도 그렇지는 않네요. 내가 일찍 출근한 이유는 바로 샘슨 당신 때문이에요.”
“나? 나를 만나려고 아침 일찍부터 여길 왔다고?”
“예”
“아니, 왜?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예, 맞습니다. 돈이 될만한 아이템이 하나 있습니다.”
샘슨이 주위의 눈치를 보면서 조용히 내 곁에 앉았다.
그리고, 목소리를 깔고 조용히 물었다.
“조지, 어떤 아이템이야?”
“샘슨, 당신이 남모르게 유통하고 있는 페르시아산 아편과 튀르크산 아편이요.”
순간, 샘슨은 흠칫하면서 놀란 표정과 경계하는 눈빛을 지었다.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너무 놀라지는 마세요.”
“그래? 그럼 다행인데. 그런데, 그걸 어디다 팔 생각인데?”
“만주의 일본 관동군이요.”
상당히 놀란 표정의 샘슨이
“조지, 일본 관동군을 어떻게 뚫은 거야?”
샘슨의 질문에 어젯밤, 가와시마와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 * *
난징루는 상하이에서 대표적으로 서구 문화를 대표하는 거리다.
서구식 영화관이 있고, 차에 스크린을 단 이동식 영화 차량이 거리에서 길거리 영화 상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곳 있는 댄스홀에서는 왈츠춤을 추는 남녀들이 넘쳐났고, 샴푸·서양 비누·서양 담배·서양 라이터·서양 장식품 등을 파는 서양식 가게들이 길 양옆에 줄지어 있다.
난징루 주변에 있는 가게는 언제나 호황이었다.
가와시마는 영안백화점을 나와서도 내 팔에 팔짱을 끼고 몸을 안기다시피하고 돌아다녔다.
뭐랄까?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소녀의 모습이라고 할까?
“공주님, 저기 보석 가게가 다행히 문을 닫지는 않았네요. 저기로 가실까요?”
“예”
가와시마를 보석상으로 데리고 가서 다이아몬드 세트를 사줬다.
“공주님, 잘 어울리는지 지금 한번 차 보실래요?”
가와시마는 반지 목걸이 귀걸이까지 모두 착용하고 거울을 보더니,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좋아했다.
“아! 조지 상, 이거 정말 이뻐요. 너무나 마음에 들어요.”
“그렇습니까? 공주님께서 마음에 드신다니까 다행입니다.”
다이아몬드 세트를 선물 받아서 그런지 더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눈빛을 보내는 가와시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머피를 시켜서 돌려보내 주려고 할 때 가와시마가 나한테 한 가지를 확인했다.
“조지, 당신, 아편 무역도 한다고 했었죠?”
“예, 공주님, 페르시아산과 튀르크산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알았어요. 어쩌면 당신한테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아는 사람이 아주 급하게 많은 아편이 필요하다고 했거든요. 내가 그 사람을 조지 상에게 소개해주려고요.”
나이스!
바로, 그거다.
내가 지금 너한테 잘해주는 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야!
이때쯤, 관동군은 아편을 못 구해서 난리를 칠 시기다.
“공주님,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에요. 조지, 당신을 위해서라면 나는 뭐라도 해주고 싶어요. 자세히 알아보고 내일 다시 연락할게요.”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무튼, 공주님 감사합니다.”
“조지, 내일 연락 할 테니까 꼭 상하이 총회에 있어야 해요. 일을 확실히 매듭짓고 거기로 연락할게요.”
“예, 알겠습니다.”
1931년부터 일본 관동군은 톈진 특무대 도이하라 대좌의 주도로 중국 동북 지역과 허베이 일대에 대량의 마약을 풀어버린다.
일본도 이때부터는 대공황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 군을 운영할 자금이 부족했다.
하지만, 초반에는 순도 높은 아편을 구하지 못해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 아편을 내가 공급해 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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