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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두웨성, 요시모토, 가와시마 1. (13/225)

13. 두웨성, 요시모토, 가와시마 1.

13. 두웨성, 요시모토, 가와시마 1.

내 노력 덕분인지 아니면 일본군도 항공노선의 신설을 원했는지는 모르지만, 1931년 새해부터 상하이 도쿄 간 항공기의 운항이 허가됐다.

그래서, 나는 바로 상하이에서 무전 시설이 가장 좋은 이태 공사를 찾아가서, 버지니아 육군부에 연락해서 후속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무리 못해도 조종사가 20여 명 정도는 필요할 것 같은데. 둘리틀이 그동안 교육을 잘해놨는지 모르겠군.’

나는 처음 계획을 세울 때부터 아이디어와 정보는 내가 제공하지만, 나머지 전투기와 폭격기 그리고 그 외에 필요한 모든 물자는 철저하게 미군이 제공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번에 새롭게, 상하이 도쿄 간 항공노선에 필요한 수송기만 해도 최소한 4대 이상이 필요하고, 만약 하와이 노선까지 운항한다면 10대 이상이 필요했다.

현재 수송기 한 대의 가격이 무려 4만 달러다.

이걸, 다시 현대 환율로 환산하면, 대당 12억 원에 해당한다.

내가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내 돈만으로 일을 계속 추진할 수는 없었다. 

만약, 내가 가진 돈만으로 독립운동을 한다면, 나 역시 이회영 선생님이나 최재형 선생님처럼 되고 말 것이다.

내가 두 분을 존경하는 마음은 하늘을 찌르지만, 두 분처럼 될 수는 없었다.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받치고, 나중에는 얼마나 비참하게 생을 마치셨는가?

나는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내 목표는 대한민국이 완전하게 하나로 독립하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어떡하든지 버티고 버텨야만 했다.

“머피, 이번에 인천 공장이 자리를 잡으면 다음은 부산이니까, 켈리에게 부산에도 공장 터를 좀 알아보라고 해요.”

“사장님, 앞으로 고무신으로는 돈을 별로 못 버신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뇨. 돈을 많이는 못 벌지만 벌기는 벌 거에요. 그리고, 부산에 공장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 공장 용지 좀 물색해보라고 하세요.”

이랬다저랬다 하는 내 태도가 조금 불안한 모양이었다.

“뭘, 그렇게 불안해해요. 지금 고무신이 엄청나게 잘 팔리고 인기도 좋다면서요?”

“그렇기는 하지만 전에 사장님께서 앞으로 이삼 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하셔서···.”

나는 머피의 어깨를 툭 치면서

“걱정하지 말아요. 나이키표 고무신, 나이키표 샌들, 나이키표 쪼리, 나이키표 게다짝은 당분간은 괜찮을 거예요.”

다양한 색깔에 다양한 제품군 그리고 인체 공학적인 디자인까지 다른 모든 제품을 압도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잠깐, 그랙 지배인이나 한번 만나보고 갑시다.”

“예, 사장님.”

“똑똑! 지배인님, 조지 리 씨가 찾아오셨습니다.”

사손 양행의 샘슨은 한량 짓을 하고 돌아다니다 보면 자주 만나지만, 그랙은 유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 좀처럼 보기가 힘들었다.

“오랜만입니다. 그랙 씨”

“예, 오랜만입니다. 조지 사장님.”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아서, 그랙 지배인에게 새해부터는 특별 운송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바로 사업을 시작하시는군요. 그런데, 조지 사장님께서는 공급과 수송은 해결하셨지만, 아편을 판매하실 곳은 찾으셨습니까?”

“그것은 며칠 내로 해결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특별 운송이 있을 때는 뤼순항까지 운송을 부탁드립니다.”

“인천에 고무 원료를 내려주고 인천에서 상품을 싣고 뤼순에 다시 내려 달라는 말씀입니까?”

“예”

“조지 사장님, 인천에서 상품을 가득 싣고 뤼순까지 가면 기름값이 훨씬 더 듭니다.”

“그랙 지배인님은 그걸 고려해서 운송료를 책정하십시오.”

“음, 알겠습니다.”

“그리고, 가을부터는 부산에도 공장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부산항 출항도 준비를 좀 해주십시오.”

“오! 조지 사장님은 상하이에 오자마자 사업이 하루가 다르게 날아오르는군요.”

“이 모든 것이 그랙 씨를 비롯한 좋은 분들의 도움 덕분입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그럼, 우리도 가을쯤에 증편을 준비해 놓겠습니다.”

“예,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태 공사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려다 아무래도 앞으로는 가족들의 신변 경호가 필요할 것만 같아서, 뉴욕의 신부님에게 전보를 한 통 쳤다.

‘빈센트 신부님, 빌리와 함께 상하이 여행은 어떠십니까?’

“사장님, 신부님과 빌리를 이곳으로 부를 생각이십니까?”

머피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예, 이제는 내가 상하이 이외에 다른 곳도 돌아다녀야 해서 아무래도 불안하네요.”

“그럼, 사장님께서 직접 수송기기를 조종하실 생각이십니까?”

“예, 조종사들이 완전히 채워질 때까지는 어쩔 수 없잖아요?”

“하긴···. 그래도, 신부님과 빌리라면 믿을 수 있으니까 다행입니다.”

뉴욕의 밤을 지배하는 마피아들도 둘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빈센트 신부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판단이 서면, 물불 가리지 않고 하느님 곁으로 보내 버린다.

그리고, 빌리는 아일랜드계 마피아의 행동대장이다.

* * *

요시모토가 가와시마를 소개해주겠다는 연락을 받고 바로 두웨성을 찾아갔다.

옌안중루의 도박장 3층.

두웨성의 개인 사무실로 안내를 받아서 들어서자 아편을 태우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니, 마약상이 마약을 좋아하면 어쩌자는 건가?

좋은 것은 함께 권하고 나눠 먹는다는 건가?

그럼, 여자친구와 자동차도 좋은 거니까 서로 같이 사용해도 된다는 것인가?

뭔가 말이 좀 이상하지만, 아무튼 두웨성은 지독한 마약쟁이였다.

“대형,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

두웨성은 초점이 없는 흐릿한 시선으로 내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 이게 누구냐? 내가 사랑하는 동생 조지가 아니냐?”

“두 대형, 정말로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

“그럼, 내가 설마 니가 누군지 모르겠느냐?”

정신을 어느 정도 차렸는지 자세를 바로 하고 의자에 똑바로 앉았다.

두웨성의 옆에서 온몸으로 두웨성을 안마하던 여자들이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대형, 요시모토가 저를 만나기 위해서 훙커우 밖으로 나옵니다.”

“요시모토 그 쥐새끼가? 웬일로 시간까지 알려주면서 밖으로 기어 나오는 거냐?”

“저하고 현재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를 한 명 소개해주겠다고 데리고 나온답니다.”

“흥! 쥐새끼 같은 놈들은 항상 할 줄 아는 것이, 여자를 소개해주고 뒷돈을 주는 것밖에는 없지.”

“그게 쪽발이들 특징이 아닙니까?”

“그래, 그건 그렇고 시간은 언제냐?”

“내일 저녁 6시에 영안백화점 테라스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거기는 너무 확 트인 곳인데.”

“제가 가와시마를 따로 떼어내면 요시모토는 훙커우로 돌아갈 겁니다. 그때를 노리시면 어떻겠습니까?”

“음···. 좋다! 드디어 칭방의 원수 요시모토에게 복수를 할 수 있겠구나.”

두웨성은 얼마 전에 자신을 대신해서 죽어간 제자들이 떠올랐는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마음속에 걱정거리가 남아 있었다.

공개된 장소에서 납치나 살인이 벌어지면 일본공사관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요시모토는 상하이에서 활약하고 있는 일본 해군의 정보원이다.

그리고, 가와시마는 관동군이 키우는 첩보원이다.

“대형, 남들 눈에 띄지 않아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상하이는 내 땅이다. 내 땅 안에서 내가 하지 못 할 일은 없다.”

“그래도 조심하십시오. 일본에 괜한 빌미를 줄 수도 있습니다.”

“알았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나와 대화를 마친 두웨성은 상하이 지도를 보면서 요시모토를 납치할 작전을 짰다.

* * *

“이야! 조지 상, 가와시마 짱을 소개한다고 하니까 너무 멋지게 차려입고 나오셨습니다. 하하”

이 새끼, 갑자기 친한 척은.

뭐 어차피 좀 있으면 어차피 뒈질 놈인데, 그냥 웃으면서

“하하, 그래도 미인을 소개받는 자린데. 꾀죄죄하면 되겠습니까?”

“카아! 역시, 뉴욕물 먹은 사람이라서 다르군요.”

요시모토와 인사를 하고 가와시마를 보면서

“안녕하십니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공주님.”

서양식 귀족 격식에 맞춰서 가와시마에게 인사를 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놀래기는···. 역시, 남자는 잘생기고 봐야 한다. 하하’

우리 셋은 영안백화점 옥상 테라스에서 고급 샴페인을 마시면서 사업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본군과 연관된 첩자들이 가장 좋아할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정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미군과 연관이 있다는 느낌을 계속 흘렸다.

“두 분은 잘 모르시겠지만 이번에 항공노선을 개통하느라 정말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조지 상, 그게 무슨 이야깁니까?”

“요시모토 씨는 잘 모르시겠지만 내가 영사관과 육군부에 얼마나 로비를 했는 줄 아십니까? 나는 이 사업에 내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내 대답이 끝나자 요시모토와 가와시마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고

“어머, 그럼 육군부에 아시는 분이 계시나 봐요?”

“하하, 내가 이래 봬도 항공국장님하고 장관님하고 좀 친합니다.”

“정말요? 내가 듣기로는 미국도 보이지 않는 차별이 많다고 하던데···.”

가와시마 요시코는 정말 타고난 첩자였고 요부였다.

남자의 자존심을 살살 건드리면서 원하는 대답을 하게 만들었다.

“공주님, 혹시 내가 조종사인 걸 아시나요?”

“아! 조지 상이 조종사였었나요?”

“예, 프랑스 전선에서 훈장을 받았습니다. 그때 모셨던 상관이 꽤나 대단한 분이셨죠. 그분 덕분에 육군부와 영사관에 안면을 틀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육군부 장관님이 이번에 도와주신 건가요?”

“예, 장관님뿐만 아니라 육군부 항공국에 동료와 동기들이 많이 도와줬습니다.”

“어머! 정말 대단하시네요.”

“뭘요. 하지만, 내가 아니었으면 이번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군과 연관된 사람처럼 보이도록 계속 이빨을 털었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시계를 호주머니에서 꺼내서 시간을 확인하고 요시모토를 보면서

“요시모토 씨, 내가 공주님을 만난 것도 영광인데, 이대로 헤어지기에는 왠지 아쉬움이 남네요. 그래서, 보석 선물이라도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조지 상, 그걸 왜 요시모토 상에게 물어봐요. 나한테 물어봐야죠?”

요시모토의 표정을 확인하고 가와시마를 보면서

“공주님, 그럼 제가 공주님께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 드리고 싶은데, 시간이 괜찮으시겠습니까?”

가와시마는 요염하고 화사한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좋아요. 조지 상이 어떤 선물을 줄지 기대가 되는군요.”

역시나 둘은 소속이 다르고 가와시마는 통제가 잘 안 되는 첩자라고 하더니 그것이 바로 증명됐다.

요시모토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가와시마를 노려보고 있었다.

“요시모토 씨, 공주님을 기다리시겠습니까? 아니면 제 차로 따로 모셔다드릴까요?”

요시모토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가와시마가 더 빨랐다.

“요시모토 상은 먼저 돌아가세요. 나는 조지 상의 차를 타고 돌아갈게요.”

그리고는 가와시마가 내 팔뚝에 살짝 안겨 왔다.

화가 나서 눈에서 불이라도 뿜어낼 것만 같은 요시모토는 이빨을 살짝 갈고는

“으득! 알겠습니다. 공주님.”

“그럼, 요시모토 상, 나중에 또 봅시다.”

“조지 상, 공주님을 훙커우까지 잘 모셔주시기를 바랍니다.”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와시마는 나한테 팔짱을 끼고 어서 보석을 사달라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차마 가와시마의 눈빛을 외면할 수 없어서 요시모토에게 가볍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이런, 개걸레 같은 년이 상하이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천방지축으로···.”

요시모토는 가와시마를 향해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걸쭉한 욕을 뱉어내고는 대기 중인 차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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