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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단, 기억이 진짠지 확인해 보자. (2/225)

2. 일단, 기억이 진짠지 확인해 보자.

2. 일단, 기억이 진짠지 확인해 보자.

사실 확인을 위해서 윌리엄 미췔 준장에게 편지를 써서 보냈고, 군대 동기이자 나를 유일하게 한 명의 인간으로 대해주는 친구 헤이우드 브룬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회주의자 잘 지내고 있었냐?”

헤이우드 브른은 집도 겁나 부자고 자기 아버지도 나름 빵빵한 사람인데,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회주의자였다.

“오! 조지 잘 지내고 있냐?”

“내가 먼저 물었잖아? 요즘도 양키스만 따라다니고 있냐?”

헤이우드는 주로 스포츠를 주로 담당하는 기자였다.

“아니, 지금은 허스트 씨의 명령으로 워싱턴으로 출장을 가야 해.”

“워싱턴?”

“응”

이거 마침 잘됐다.

그렇지 않아도 니미츠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 했는데, 헤이우드가 워싱턴 해군국에 가서 확인해주면 될 것 같았다.

“헤이우드, 내가 뭘 하나 알아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니가 워싱턴을 가서 좀 알아봐 줄 수 있어?”

“뭔데? 어려운 일이 아니면 내가 알아봐 줄게”

“너 혹시 맥아더라고 알아?”

“아서 맥아더의 아들 더글러스 맥아더?”

“응, 바로 그 사람, 혹시 알아?”

“그 자식은 내가 보기에는 별론데”

엥? 이건 또 무슨 소리지?

“헤이우드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자식은 자기가 귀족인 줄 알고 사는 놈이야.”

워워 아무래도 더글러스 맥아더는 사회주의자인 헤이우드가 싫어하는 부류인 것 같았다.

“야! 헤이우드 자세히 말 좀 해줘 봐”

“이 자식 아버지가 옛날에 필리핀 총독이었거든, 그런데 이 자식도 지금 필리핀에서 총독처럼 살고 있어”

빙고!

일단 필리핀에서 사는 것은 맞고 그럼 계급이 맞는지 모르겠다.

“헤이우드, 그럼 맥아더 계급은 어떻게 돼?”

“별을 달기는 달았는데 지금 정확히 준장인지 소장인지를 모르겠는데. 전에 최연소 장군이 됐다고 한동안 신문 기사가 떠들썩했었거든.”

OK. 이것도 클리어

이윤호의 기억과 더글러스 맥아더는 확실하게 일치했다.

“헤이우드, 워싱턴에 가면 독일계 출신인데 해군의 니미츠라는 사람의 계급하고 근무지를 좀 알아봐 줘”

“니미츠?”

“응, 체스터 니미츠, 해군이다.”

“그래, 내가 알아봐 줄게. 대신 니가 나중에 밥이나 한번 사라”

“응, 알았어. 니미츠에 대해서 알아 오면 내가 밥 살게”

내가 헤이우드와 통화하는 것을 지켜보던 아내가 궁금한 것을 물었다.

“조지, 그 군인들은 갑자기 왜 알아보는 거예요?”

아내의 태도를 보니 내가 갑자기 떠나버릴까 봐 걱정하는 눈치였다.

샤본은 나와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거지, 내가 하는 일을 반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를 처음 만났을 때도 나라를 잃은 조선 청년이 나라를 다시 찾고 싶다고 군인이 되는 것을 보고 반한 사람이었다.

“아! 뭘 좀 확인하고 싶어서 그래”

“뭘 확인하려는데 그래요?”

“응, 내가 아까 차를 타고 오면서 말했었지. 느낌이 좋지 않다고? 그것 때문에 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어.”

“느낌이 안 좋다는 것이, 어떤 건지 대충이라도 알려주면 안 돼요?”

“샤본, 모든 것이 확실해지면 당신에게 제일 먼저 알려주겠지만, 일단 미국에 안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어.”

“혹시 전쟁이에요?”

“아니, 전쟁은 아닌데 전쟁보다 더 큰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어.”

* * *

헤이우드는 바로 다음 날 연락을 했다.

“어, 그래 헤이우드”

“니가 알아보라고 한 체스터 니미츠는 캘리포니아 대학에 있더라”

니미츠도 이윤호의 기억과 같았다.

“헤이우드, 혹시 니미츠가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학군단 단장을 하고 있었어?”

“어? 이미 알고 있었어?”

“아니, 군인이 대학에서 할 것이 그것밖에는 없잖아?”

“아! 그렇지. 계급은 대령이더라”

“OK 헤이우드, 도와줘서 고맙다.

“뭘 그런 걸 가지고···. 약속대로 내일 니가 점심이나 사라. 알았지?”

“그래, 알았어. 고마워”

이로써 체스터 니미츠까지도 이윤호의 기억과 같았다.

이제 마지막 한 사람, 헨리 아놀드까지도 이윤호의 기억과 같다면 나는 서둘러서 대공황을 헤쳐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확실히 대공황이 전 세계를 전쟁터로 만드는 시발점이었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은 유럽에 빌려준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 유럽에 많은 투자를 했다.

미국의 엄청난 투자로 프랑스와 독일은 경제가 전쟁 전보다 훨씬 크게 성장했고 미국은 따박따박 이자를 받아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였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돈이 미국으로 들어오면서 미국은 모든 것이 넘치는 나라가 돼 버렸다.

돈도 상품도 자원도 모든 것이 넘치는 나라,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급작스럽게 나타난 것이다.

이윤호의 기억에는 근 10년의 대공황 속에서 미국의 거의 모든 산업이 폭망을 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고 살아남은 산업이 몇 개 있었다.

‘샤본에게 새로운 사업을 시키고 나만 상하이로 가서 독립운동을 할까? 아니면 미국의 사업은 깨끗이 포기하고 다 같이 상하이로 가서 새로운 사업을 할까?’

둘 다 장단점이 있었다.

샤본에게 새로운 사업을 맡기면 가족은 안전하겠지만 샤본은 나하고 떨어지는 것은 죽어도 싫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상하이에서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면 가족들이 아무래도 위험했다.

당장 내 목숨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판국에 아이들까지 데리고 가면 상황을 장담할 수가 없었다.

‘뭐 일단은 헨리 아놀드까지 확인이 되면, 그때 샤본하고 이야기를 해봐야겠네’

* * *

맨해튼 거리는 세계의 모든 인종과 자본이 모이는 거리답게 최신 유행이 판을 치고 멋쟁이들과 거지들로 바글거렸다.

지금도 내 눈앞에는 신문을 한 부 사달라고 손을 내미는 뉴스 보이들이 여럿 보였다.

“헤이! 거기 신사분 저널 아메리칸 신문입니다.”

인마, 나는 허스트네 신문은 안 본다.

뉴스 보이를 지나쳤더니 이번에는 슈샤인 보이가 다가왔다.

“아저씨 구두 닦으세요”

“거기 신사분 한 푼만 보태주세요”

드레스에 햇을 둘러쓴 숙녀들과 정장에 중절모를 쓴 남자들이 뭐가 그렇게 바쁜지 바쁜 걸음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선로 바로 옆 가로등에 기대서 자기가 쓴 기사를 보고 있는 헤이우드가 보였다.

“헤이우드, 넌 전차가 지나가는 데 시끄럽지도 않냐?”

헤이우드는 보고 있던 신문을 접으면서

“난 이런 시끌벅적한 것이 좋아. 사람 사는 것 같잖아?”

헤이우드 브른은 아무튼 특이한 인간이 맞앗다.

“니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항상 가던 곳으로 갈 거지?”

나와 헤이우드는 항상 다니던 신사클럽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클럽 안으로 들어서자 여전히 느끼지는 까칠한 시선들, 몇 년을 다녔으면 괜찮아질 법도 하건만 동양인이 여길 왜 왔냐는 차가운 시선들

“저 새끼들의 눈깔을 모조리 뽑아 버리고 싶다”

“참아라! 저것들이 어디 하루 이틀 그랬냐?”

하긴 하루 이틀을 넘어서 벌써 십 년이 지났는데도 저런 눈빛이었다

그리고 보면 나를 전혀 차별하지 않는 헤이우드는 참 신기한 녀석이었다.

“헤이우드 넌 그리고 보면 참 대단한 놈인 것 같다. 나를 처음 만나는 순간에도 넌 지금 하고 똑같았었지”

“조지, 전쟁터에서 아군이 인종이 다르다고 차별해야 해? 그러다가 뒤통수에 총 맞으면 어쩌려고?”

사람 본성 자체가 착하고 선한 사람이면서 핑계가 우스웠다.

헤이우드는 약자도 대우받고 살아야만 건전한 사회가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회주의자가 된 사람이다.

전쟁터 이야기를 하니까 헤이우드와 함께했던 프랑스 전선이 생각났다.

“니가 갑자기 전쟁터 이야기하니까 너하고 둘이 정찰 나간 기억이 난다.”

“솔직히 나는 전쟁터에서 별로 좋았던 기억은 없다. 있다면 너하고 비행선에서 이빨이나 깐 기억뿐이다”

하하, 맞다.

헤이우드와 둘이 비행선을 타고 정찰을 나가면, 하늘 위에서 보통 8시간 길면 12시간 이상 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둘은 볼 것 못 볼 것 다 보고 살았다.

“그렇지! 내 친구 헤이우드는 의외로 사이즈가 좀 작지. 하하하”

“아니, 이 자식이 지꺼는 얼마나 크다고?”

나는 실실 웃으면서 팔뚝을 들어 올리면서

“내 껀 이만하지. 하하하”

어디를 가나 남자들의 음담패설은 대화의 윤활유 역할은 한다.

“오! 오늘은 조지 너한테 얻어먹어서 그런지 음식 맛이 괜찮은데”

스테이크가 진짜로 맛있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나를 놀리려고 하는 건지 모르지만 참 잘도 먹었다.

“많이 먹어라. 한동안은 너한테 식사도 못 살것 같으니까”

헤이우드는 갑자기 칼질을 멈추더니

“왜? 무슨 일이 있어?”

“아직 결정 난 것은 아니지만, 아마 뉴욕을 떠나게 될 것 같다”

“뭣 때문에 뉴욕을 떠나는데?”

나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고는 헤이우드만 들을 수 있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JAP들의 왕초에게 폭탄 좀 던져 주려고”

눈이 왕방울만 해진 헤이우드가 되물었다.

“뭐야? 진짜로?”

“응, 뭐 지금 당장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내년부터 천천히 준비 하려고”

헤이우드는 내가 얼마나 끈기가 있고 참을성이 강한지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나는 프랑스 전선에서 육 개월 동안 무려 156번이나 정찰 비행을 했었다.

이게 그냥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는 출격 기록이 아니다.

혹사를 넘어서 학대 수준의 출격 기록이다.

“조지 니가 그런다고 하면 그렇게 되겠지. 그런데 너 잘못하면 사라예보처럼 큰일이 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지?”

제1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었던 사라예보의 암살 사건 같은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왜냐면 내가 일왕 대가리에 폭탄을 떨굴 때는, 이미 일본은 미국과 중국의 적이 되어 있을 테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조지 너는 지난 십 년간 비행기하고는 거리가 멀었잖아?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데?”

내가 그동안 비행기를 조종한 것도 아니고 사업을 하면서 학교만 다녔다는 것을 이제야 기억해낸 모양이었다.

“단장님께 편지를 보냈어. 단장님을 만나서 내 계급과 비행교육 문제를 이야기해 볼 생각이야.”

“아! 윌리엄 단장님께 연락드렸어? 하지만 아무리 단장님이라고 해도 네 계급하고 비행훈련을 마음대로 하실 수는 없을 텐데?”

“단장님께 부탁해서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할 생각이야.”

“그래? 그럼 나도 좀 알아봐 줄까? 니가 다시 훈련받는 것은 내가 어떻게 못 하겠지만, 계급 문제는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같이 전쟁터를 뒹굴 때도 헤이우드는 내 계급을 보면서 항상 안타까워했었다.

똑같이 교육받고 똑같이 졸업했지만 나는 장교가 아닌 하사관 계급을 부여받았다.

이유는 내가 백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아니야. 이런 문제는 조용히 해결해야지. 크게 떠들면 상부에 미움을 받아서 더 힘들어질 수 있어.”

“그래? 그럼 네가 해보고 안되면 연락해라. 나도 한 손 보탤게”

나를 위해서 노력해주는 헤이우드는 꽤나 괜찮은 친구였다.

“조지, 내가 너를 잘 알지만 이건 좀 다른 문제라서 말이야. 너 진짜로 일왕 대가리를 날려버릴 생각인 거야?”

“응”

헤이우드는 내 대답을 들으면서 일왕의 대가리에 폭탄이 떨어지는 상상을 하는지 아주 흥미진진한 표정이었다.

“캬! 노란 원숭이 왕초하고 맞짱이라. 이거 완전히 대박 특종인데···. 기사로 쓸 수가 없네”

“나중에 내가 너한테 알려줄게. 그때 니가 대문짝만하게 기사 좀 내주라”

“OK, 걱정하지 마라. 그런 특종이라면 내가 절대 놓칠 수가 없지. 하하하”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헤이우드 브른의 특종기사가 세계사를 바꾸는 역할을 할 줄은 나도 헤이우드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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