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무기고 179화
“……!”
백종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나석을 휘몰아치던 푸른빛은 하늘을 향해 발사되기 시작했다.
그곳엔 있던 것은 골렘.
하지만 골렘은 그 빛을 감당하지 못했다.
마나석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골렘의 몸을 뚫어버린 것이었다.
두두둥.
“피해!”
골렘의 몸이 뚫린 순간, 그것들은 그저 돌덩이로 변했다.
하늘에서 골렘의 몸이었던 돌덩이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돌비가 내리는 상황.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화이트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전부 제물로 만들어라!”
“예!”
“예!”
백종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화이트 직원들이 달려들었다.
쿵!
무섭게 떨어지는 돌덩이를 피해가며 신우와 부하들에게 외쳤다.
“싸워라! 물러설 곳은 없다!”
생각보다 더 강력한 마나석의 강도에 파괴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물러설 곳은 없었다.
당장은 화력이 부족했지만, 시간만 있다면 얼마든지 다시 시도해 볼 수 있었다.
그것을 아는지 화이트들은 무섭게 달려들었고, 저들을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마음껏 싸워라! 모든 힘을 전부 다 쏟아부어!”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버린 골렘,
마나석으로 공격을 해오리란 생각조차도 못했지만, 그 공격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당장은 쿨타임의 영향인지 사용하고 있지 않았지만, 골렘이 간단히 죽어버린 것은 방심해서가 아니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고, 하수인들 역시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버닝은 자신의 몸을 불태우기 시작하며 적들과 마주했다.
사방을 불태워 버릴 듯이 화염을 뿜어대며 전투를 이어간 것이었다.
융합체는 여전히 그 모습이 익숙해지지 않았으나, 전투에 있어서 활약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화이트의 직원들이 들고 있던 무기를 전부 박살 내버린 것이었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이며 무기들만을 골라 박살을 내기 시작한것이었다.
버닝이 불꽃을 이용한다면.
밴시는 정반대의 냉기.
주변을 얼려 버릴 듯한 차가운 냉기를 이용해 공격을 이어갔다.
둠나이트는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으나, 육체적인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거침없이 적들에게 달려들어 그들을 베어내고 또 베어내며 전투를 압도했다.
가장 힘을 못 쓰고 있던 것은 리치.
언데드 하수인을 불러 전투를 해야 하는 그는 좁은 장소 탓에 자신의 힘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저주와 디버프를 이용해 다른 이들을 보조해 주고 있었다.
* * *
“……몬스터를 다루다니.”
남아 있는 것은 당황한 듯 눈동자가 떨리는 백종인뿐.
자신의 곁을 지켜주던 화이트의 직원들, 그들 역시 강인한 능력자들로 구성된 집단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그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검을 든 자와 요상한 방망이를 든 자, 그리고 총기를 들고 몬스터를 부리는 이들의 강함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단숨에 화이트의 고위 능력자들을 제압해 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 자신까지 노리고 있었다.
“화이트, 아니, 백종인. 여기까지다. 네놈을 죽이고 마나석을 파괴할 것이다. 그럼 모든 것이 끝나겠지.”
“……흐흐흐. 하하하하!!!”
눈앞에 있는 남자.
이민혁의 말에 백종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웃어 보이는 그를 보는 민혁의 표정이 미묘했다.
“나를 죽인다고? 어떻게 죽일 테지?”
“……?”
철컥. 탕!!!
이윽고 정색을 하며 묻는 백종인의 질문에 이민혁이 행동으로 답했다.
단숨에 그의 저격총을 들어 올려 마탄을 쏴버린 것이었다.
한 치의 오타도 없는 정확한 동작으로 그의 머리를 노린 것이다.
팅!
“하하하하.”
하지만 닿지 않는 총알.
백종인의 주위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얇게 펴져 있었다.
“네놈이 어떤 짓을 해도 이 마나 실드는 뚫지 못한다.”
자만하며 웃어 보이는 녀석.
그의 주위엔 마나석의 스킬인 마나 실드가 펼쳐져 있었고, 마탄은 그것에 닿는 순간 어쩌지도 못한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태도는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을 제외한 그의 부하들은 남아 있지 않았다.
어째서 그가 저리도 당당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말인가.
의문은 얼마 가지 않았다.
“사람들을 재우고 마나석을 파괴하려 들다니…… 좋은 계획이었다. 조금만 빨랐다면 어떻게 해보지도 못한 채 당했을 테지.”
“……?”
“흥, 자 마지막이다. 방법이 있다면 해결해 봐라!”
그리고 그가 소리치며 하늘 높이 손을 뻗었다.
동시에 지진이라도 난 듯 떨리기 시작하는 마나석.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동하던 마나석은 거대한 한 줄기의 빛을 하늘 높이 뻗어냈다.
“서울에 있는 모든 이들을 제물로 삼아라! 모든 이들의 영혼을 에너지로 만들어라!!”
“……!”
백종인이 그리도 자신만만했던 이유.
그것은 이유 없는 허세가 아니었다.
그가 마나석을 이용해 무언가 발동시켰고, 하늘 높이 뻗어간 푸른빛은 서울 전역을 뒤덮었다.
‘젠장, 이런 식으로…….’
상상도 못 한 방법이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영혼을 취할 줄은.
이제 곧 서울 전역의 모든 이들은 마나석의 제물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마나석이 완성될 터.
더 이상 어떤 방법도 찾아낼 수 없었다.
백종인을 무시한 채, 모든 공격을 마나석에 쏟아냈지만, 부술 수 없었다.
둠 나이트, 밴시, 융합체, 버닝 등의 하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힘을 쥐어짰지만, 기스를 내는 것조차 불가능.
신우와 비트레이 역시 그 아무리 강한 공격을 쏟아부어도 막아낼 수 없었다.
“끝이다…….”
우리는 마나석을 막아낼 수 없었다.
발광하던 빛은 이내 멈췄고, 발동이 끝났다.
우리가 막은 것이 아닌 목적을 달성하여 멈춘 것이었다.
서울 사람들 중 살아남은 이는 없을 터.
마나석 역시 완성되었다.
이제 다른 세계와 이곳은 합쳐질 것이며 지금까지 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하고 많은 몬스터들이 나타날 것이다.
백종인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띠고 다가오기 시작…….
“……뭐, 뭐야?”
무언가 잘못된 듯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
우리로선 전혀 알 수 없는 지금의 상황.
그저 그를 바라보고 있자,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분노한 듯 소리치기 시작했다.
“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
그 의도를 알 수 없는 호통에 대꾸하지 않자 어딘지 초조해 보이는 녀석은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무엇을 한 거야? 제물이 된 숫자가 0이라니?”
“……! 그게 사실이냐?”
“네놈들이 한 짓이 아니란 말이냐!”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제물이 된 숫자가 0이다.
그것은 누구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마나석 역시 완성되지 않았다는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
“아직, 아직 기회가 있다!”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가 살아난 순간, 강신우가 소리쳤다.
“이 병장님, 제가 해보겠습니다!”
“뭐? 네가 어떻…….”
“고개 숙이십시오! 발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우는 자신의 허리춤의 귀도를 비틀어 잡았다.
그리고 단숨에 마나석을 향해 뽑아냈다.
검을 뽑아내는 순간, 그의 손에서부터 시작된 검은 기운이 검을 휘감았고, 영혼의 형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신우에게 힘을 모아주기라도 하듯, 엄청난 기운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고 그것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거대한 영혼의 검기를 만들어냈다.
씨이이이이익!!
쩌적.
그것이 마나석을 덮쳤고, 조그마한 금을 만들어냈다.
파괴하지는 못했지만,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쩌억.
“이…… 이봐. 너…….”
“피, 피하셔야 합니다.”
황당한 듯 신우를 바라보자 비트레이가 다가와 다급한 말을 전했다.
신우의 검기가 마나석을 넘어 건물 전체를 베어버린 것이었다.
더군다나 이곳은 지하실.
건물의 밑동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타, 탈출해!”
다급한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필사적인 움직임.
이곳을 당장 빠져나가지 않으면 죽는다.
그저 건물의 잔해 따위가 아닌, 건물 그 자체가 우리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지하실의 계단을 넘어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
인지함과 동시에 건물은 우리를 향해 무너져 내렸다.
* * *
“……으…… 으윽.”
부스럭.
무너진 건물의 잔해 속에서 몸을 일으키자 보이는 것은 돌무더기뿐이었다.
“아…… 아프지 않아?”
하지만 어째서인지 상처하나 남지 않은 상태.
몸의 고통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피했다고 생각하기엔 일어서자 건물의 잔해가 우수수 떨어졌다.
“이건?”
몸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막 같은 것이 보였다.
백종인이 사용했던 마나 실드와 비슷하지만, 다른 형태의 무언가가 우리를 지켜준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스킬은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의아해 하고 있었다.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에 의문이 해소되었다.
“우리가 늦지 않았나 보군.”
“심현섭 님!”
앞을 바라보니 익숙한 얼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심현섭부터 주현, 강성곤, 김낙현, 개구리 마을 사람들까지.
화이트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을 맺었던 그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심현섭 님이 도와주신 겁니까?”
“맞네. 다행히 타이밍이 나쁘지 않았나 모양이구만.”
다가오며 인사를 건네받은 그는 점잖게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어떻게 된 겁니까?”
“운이 좋았네.”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가 한 것은 결코 운 때문이 아니었다.
현지에게 이곳의 상황을 전해받은 그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용병 마을과 개구리 마을까지 단숨에 모인 그는 텔레포트를 통해 이곳으로 이동했고, 마나석의 푸른빛을 발견했다.
예사롭지 않은 상황임을 눈치챈 그는 사람들의 영혼이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을 눈치챘다.
그것 역시 현지 덕분이었다.
탐지 능력을 가진 그녀가 낌새를 눈치채고 그에게 알려줬던 것이다.
상황을 파악한 그는 다시 한번 텔레포트를 사용해 서울 전역의 자고 있는 모든 이들을 이동시켰다.
순식간에, 서울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사라졌고, 마나석의 제물이 될 예정이었던 그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신우의 검기로 인해 건물이 부서지던 순간에 방어막을 씌어준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닐세.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네.”
심현섭과 주현, 김낙현과 강선곤에게 고개를 숙이자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다가오는 것은 백종인.
마나 실드로 몸을 지켜낸 백종인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죽일 듯이 노려보는 그의 표정은 살벌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만들었다.
심현섭을 필두로 주현과 강성곤, 김낙현 그리고 화이트를 치기 위해 모인 모든 이들이 자리에 위치했다.
나 역시 그들의 앞에 나서며 소리쳤다.
“모든 사건의 원흉인 저자를 죽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