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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무기고-178화 (178/180)

걸어다니는 무기고 178화

백종인.

화이트의 대표이자, 실질적인 핵심 권력을 가진 인물.

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그런 권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일반인일 뿐이었던 그는 조금씩 힘을 쌓아나갔고, 세상이 변하던 그 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상황은 계획대로 이루어져 갔다.

그가 몸담고 있던 화이트 컴퍼니.

화이트 컴퍼니의 정식 명칭은 화이트 인력소.

공사현장 같은 노동이 필요한 장소에 인력을 배치해 주는 인력사무소였던 것이다.

볼별일 없는 작은 회사였지만, 그는 그곳에서 마나석을 얻었다.

정확히는 그가 보냈던 인부가 발견한 신비한 돌덩이였다.

“땅을 파기만 하면 된다, 그 말 맞죠?”

“예. 돈은 기존 일당의 2배를 주겠습니다. 최대한 많은 인원을 보내주십시오. 비밀 유지는 필수입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바로 보내겠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정신 나간 부자의 사업놀이 정도로 생각했다.

인력소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이 그의 인생을 바꾸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어떤 목적도 알리지 않고, 그저 땅을 파기만 하면 된다는 업무.

대신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비밀로 해야 하며, 그곳에 있는 어떤 물건, 돌멩이 하나까지도 건들면 안 된다는 독특한 조건이 붙어 있는 업무였다.

수상쩍긴 하였으나 돈만 준다면 무엇이 문제이랴.

새벽 6시, 인력소에 모인 모든 이들을 그곳으로 보냈다.

“아이, 아저씨. 이거 가져오시면 어떡해요?”

“아니. 그러게 그런 조건이 있었으면 미리 말해줘야 할 것 아닌가. 나야 하도 신기해서 가져왔지.”

“신기해요? 뭐가요? 그냥 돌맹인데요?”

“음, 그때 힘들어서 내가 헛것을 느꼈나…… 분명 뭔가 느껴졌었는데. 지금 보니 그저 돌멩이구만. 허허.”

“쯧. 제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여기 두고 가세요. 일당 여기요.”

“허허, 고맙네.”

문제는 오후 6시 일을 마치고 일당을 받으러 온 한 인부에게서부터 시작됐다.

비밀이야 이들이 누구에게 말할 만한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다기에 문제가 없었지만, 물욕 있는 노인이 돌멩이를 주워왔다는 것이었다.

신비한 기운이 느껴지는 돌멩이라 가져왔다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고된 노동에 그가 헛것을 느낀 것이라 생각했다.

잡음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랍 한쪽에 넣어둔 돌멩이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됐다.

그렇게 한동안 잊고지내던 어느 날, 서랍을 연 순간 알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났다.

“뭐…… 뭐야 이게?”

[스킬-마나석 발동을 습득했습니다.]

눈앞에 홀로그램이 펼쳐졌고, 마나석은 푸른빛과 함께 빛나고 있었다.

[이름-백종인]

[직업-마나석의 관리자]

[보유 스킬]

[마나석 발동-마나석을 다룰 수 있습니다.]

눈을 뜨고 보고 있지만, 믿을 수 없는 현상들.

세상이 변하기 5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마나석]

“마나석……? 이 돌덩이가?”

백종인은 자신의 손보다도 작은 돌덩이를 들어 올리며 살펴보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듯 홀로그램으로 표시된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걸 다룰 수 있다는 건 무슨 뜻이지? 마나석을 발동…….”

[마나석을 발동시켰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말에 마나석이 반응했다.

보잘것없던 작은 돌멩이에는 은은한 푸른빛이 띠었고, 그와 동시에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마나석 보유 스킬]

[마나 스톰-적을 공격합니다.]

[마나 실드-원하는 대상을 방어합니다.]

[?-알 수 없음.]

[?-알 수 없음.]

[?-알 수 없음.]

[?-알 수 없음.]

[?-알 수 없음.]

[?-알 수 없음.]

무수히 많은 목록들이 눈앞에 펼쳐졌지만, 내용을 알 수 있는 것은 위의 두 줄과 끝에 적혀 있는 마지막 줄뿐이었다.

[동기화 진행도-0.1%, 마나석의 에너지가 증가할수록 동기화가 진행됩니다.]

“동기화? 무엇과 무엇을?”

여전히 그 의도를 이해할 수 없는 설명들.

하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엄청난 물건이 내 손에 들어왔어…….”

마나석, 그것은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강력한 것이었다.

어느 날 백종인의 눈앞에 나타난 괴물, 몬스터라 불리는 그것은 그를 공격했다.

하지만 마나석을 이용해 간단히 처치했고, 그 과정을 통해 마나석의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기화 진행도-1%, 마나석의 에너지가 증가할수록 동기화가 진행됩니다.]

마나석의 에너지가 증가할수록 동기화의 퍼센트가 늘어갔고, 그럴수록 더욱 많은 몬스터가 백종인의 눈앞에 나타났다.

“녀석들은 마나석을 노리는 것인가.”

수도 없이 나타나는 몬스터들, 그것들은 백종인이 목표가 아니었다.

그의 손에 들린 마나석.

그것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나석의 힘은 강력했고, 그들은 당해낼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가 깨달은 사실.

“동기화가 진행될수록, 마나석도 강해진다. 몬스터 또한 늘어나…… 그래. 동기화란 다른 세상과 연결 되는 것이었어!”

동기화에 대해 알아낸 백종인은 더욱 대범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히려 몬스터들을 찾아 나선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나석의 성장은 너무나도 느렸다.

전 세계 어딘가에 나타났을 몬스터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고,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러던 중 알아낸 사실.

“마나석의 에너지는 몬스터로만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몰라.”

단순히 생각뿐이던 그 추측은 실행으로 옮겨졌고, 효과적이었다.

[동기화 진행도-10%, 마나석의 에너지가 증가할수록 동기화가 진행됩니다.]

사람을 죽인 것이었다.

“허허. 0.2%나 올랐어…….”

몬스터를 죽였을 때보다 10배는 많은 퍼센트였다.

에너지가 채워질수록, 동기화는 진행되었고 마나석의 보유 스킬 역시 늘어만 갔다.

그리고 마나석의 동기화가 30%에 육박했을 무렵.

새로운 스킬이 생겨났다.

[마나석 보유 스킬]

[마나 스톰-적을 공격합니다.]

[마나 실드-원하는 대상을 방어합니다.]

[현혹-원하는 대상을 현혹시킵니다.]

[건축-원하는 건물을 만들어냅니다.]

[…….]

[…….]

[복제-마나석을 복제합니다.]

[증폭-마나석의 에너지를 증폭시킵니다. 영향력이 넓어지며 동기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됩니다.]

[동기화 진행도-0.1%, 마나석의 에너지가 증가할수록 동기화가 진행됩니다.]

새로운 스킬 증폭.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백종인은 어느새 들고 다닐 수 없을 만큼 크고 무거워진 마나석을 내려놓으며 증폭을 사용했다.

마나석의 영향력은 서울을 넘어 한국, 전 세계에 퍼져 나갔고 그때가 바로 세상이 변하기 1년 전의 일이었다.

전 세계에는 알 수 없는 범죄가 들끓기 시작했다.

몬스터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몬스터를 본 이가 있어도, 어처구니없는 그들의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각 나라의 정부라면 알고 있을지도 몰랐겠으나, 그들 역시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괴물의 존재를 함부로 발설하지 못했다.

몬스터의 존재가 나타난 것 역시 매우 적은 수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흐흐흐흐.”

백종인은 시간이 갈수록 마나석의 힘에 취했고, 자만에 빠졌다.

“이것만 있다면 세상을 내 발아래 두는 것도 가능하다.”

그는 마나석의 완성과 더불어 동기화를 이뤄내기로 마음먹었다.

동기화가 진행될수록 몬스터가 나타난다는 것을 알았으나, 그것은 문제 되지 않았다.

동기화가 50%가 되었을 무렵, 그는 또 다른 스킬을 얻었고, [가속]을 사용했다.

그것이 세상이 변한 그 날이었다.

하지만 그가 몰랐던 사실.

“대표님, 마나석에서 이상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뭐? 어떤? 아니야, 내가 직접 보러 간다. 따라와.”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야?”

“어? 분명 방금까지. 마나석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그 빛이 하늘로 솟구쳤고요.”

“……일단, 알았어. 더 지켜보도록 해.”

몬스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세상이 혼란에 빠진 그 시기에 플레이어들 역시 등장했다.

* * *

“자네들은 누구지?”

“…….”

“흠…… 말할 생각은 없나 보구만. 이곳은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구역이라서 말이지. 괜찮다면 나가주겠나?”

백종인 그의 물음에 우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행동을 관찰할 뿐.

그는 매우 예의 바르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이내 그의 눈빛은 날카롭게 변하며 우리를 노려보았다.

“나가기 싫다면…….”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손가락을 까닥하자,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그들이 움직였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일사불란 그 자체의 움직임.

짜기라도 한 듯 그들은 동시에 장전을 하며 우리를 겨냥했다.

분명한 공격 의사였다.

‘하나같이 괴물들이야.’

백종인의 명령에 복종하는 부하들이었지만, 그들에게 느껴지는 힘은 결코 미미하지 않았다.

비트레이의 안개가 통하지 않을 정도의 강자들이었던 것이다.

빠르게 그들을 훑어보는 순간.

“죽여!”

백종인이 소리쳤다.

지이이이잉-

그들의 들고 있던 독특한 총기는 푸른빛을 빨아들였고, 우리를 향해 발사했다.

“나와라! 하수인들아!”

사방에서 기의 덩어리가 날아오는 순간, 나는 소리 쳤다.

펑! 퍼펑! 펑! 펑!

화이트 직원들의 공격은 우리에게 닿지 못한 채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언데드 하수인들이 나타났다.

“둠 나이트”

“예, 군주시여!”

“밴시”

“여기 있습니다.”

“골렘”

“아아, 아프다.”

“버닝”

“다 죽이면 되는 것인가?”

“융합체”

“…….”

“리치”

“명령을…….”

한 명, 한 명 살펴보며 부르자.

각자의 독특한 대답이 돌아왔다.

혹시나 지옥에서의 사건으로 인해 명령을 거부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불러본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습만 같을 뿐.

지옥에서의 군단장이었던 그들과는 다른 존재였다.

“군주, 여기는 좁다. 너무 좁다.”

다행히 확실한 상하관계를 가진 그들을 보고 있을 무렵, 골렘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이트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골렘의 방어 덕분이었다.

거대한 몸집의 그가 소환된 순간 우리를 감싸 안은 것이었다.

그들의 공격은 골렘에 의해 가로막혔고, 상당한 방어력을 가진 녀석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골렘의 크기.

우리를 감싸 안은 골렘이었으나,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몸을 최대한 수그리고 있었다.

화이트의 건물 지하는 꽤 넓은 공간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렘의 크기를 감당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골렘의 방어력은 뛰어났다.

화이트의 공격은 골렘을 뚫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백종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나석 발동!”

그 순간, 안 그래도 푸르던 마나석이 더욱더 엄청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뭐…… 뭐야?’

그때. 다시 한번 백종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나 스톰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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